[소파의 가치②] 포르쉐 911을 닮은 소파 P01, 자동차의 형태가 가구가 되기까지

1963년 등장한 포르쉐 901의 곡선과 헤드램프를 연상시키는 디자인…달리의 초현실주의 소파부터 자동차 부품을 활용한 생활용품까지, 산업디자인과 가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조형의 변화

2026-10-20     임민정 기자

[KtN 임민정기자]1960년대 스포츠카를 연상시키는 은색 차체에 갈색 가죽 좌석이 놓였다. 둥근 헤드램프와 크롬 범퍼, 주황색 방향지시등을 갖췄으며 뒷부분에는 엔진 덮개를 닮은 구조와 두 개의 배기구가 달렸다. 바퀴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금속으로 된 곡선형 차체가 이어진다. 자동차의 외형을 유지하면서 실내에서 사용하는 가구로 제작한 아르카디아 라이프(Arkadia-Life)의 'P01 클래식 소파(P01 Classic Sofa)'다.

2026년 10월 공개된 P01은 1960년대 GT 스포츠카의 디자인을 참고한 1인용 소파다. 자동차 앞부분에 해당하는 공간을 가죽 좌석으로 바꾸고, 차체의 앞뒤와 양옆에는 클래식 스포츠카를 연상시키는 장식을 적용했다. 움직이는 자동차에 사용됐던 조형 요소를 정지된 실내 가구에 배치한 제품이다.

P01의 외형은 초기 포르쉐 911(Porsche 911)을 떠올리게 한다. 둥근 헤드램프와 낮게 내려오는 전면부,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어지는 측면, 후면의 환기구와 배기구가 1960년대 포르쉐 스포츠카의 특징과 닮았다.

제작사 아르카디아 라이프가 밝힌 디자인의 출발점은 1960년대 GT 스포츠카다. P01을 포르쉐가 제작한 자동차나 공식 협업 제품으로 소개하지는 않고 있다. 초기 911과의 관계는 형태와 구성 요소를 비교하는 디자인 분석의 영역에 놓인다.

자동차는 엔진과 구동장치, 승객을 위한 공간을 하나의 차체에 배치하는 산업제품이다. 차체의 곡선과 비례, 앞뒤의 구조는 주행 성능과 제작 기술, 안전과 사용 편의에 관한 요구가 결합하면서 발전했다.

P01은 자동차가 달리는 데 필요한 기계적 기능을 제거하고, 오랫동안 스포츠카를 상징해 온 외형적인 특징을 선택했다. 자동차의 디자인이 원래의 사용 목적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활용품에 적용되는 과정이다.

아르카디아 라이프의 P01 클래식 소파. 둥근 헤드램프와 크롬 범퍼, 곡선형 금속 차체에 가죽 좌석을 결합했다. 사진=Arkadia-Life 제공

포르쉐 911의 출발점은 196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모터쇼다. 당시 포르쉐는 기존 356의 후속 모델로 개발한 신차를 '901'이라는 이름으로 공개했다. 디자인에는 페르디난트 알렉산더 포르쉐(Ferdinand Alexander Porsche)가 참여했다.

911의 형태는 1950년대 말부터 진행된 후속 스포츠카 개발 과정에서 형성됐다. 포르쉐는 356이 갖고 있던 스포츠카의 특징을 유지하면서 더 넓은 실내와 새로운 엔진, 개선된 주행 성능을 갖춘 차량을 개발하려 했다.

1959년 페르디난트 알렉산더 포르쉐가 제시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이듬해 제작한 '타입 754'에는 훗날 911의 특징이 되는 여러 요소가 포함됐다. 낮게 내려오는 앞쪽 보닛과 양옆으로 솟아오른 펜더, 비스듬히 놓인 헤드램프, 뒤쪽으로 이어지는 곡선형 차체가 대표적이다.

최종 개발 과정에서는 뒷부분이 완만하게 내려오는 패스트백(fastback) 형태를 채택했다. 초기의 4인승 구상도 조정돼 앞좌석 두 개와 작은 뒷좌석 두 개를 갖춘 스포츠카로 개발됐다.

1963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선보인 901은 1964년 9월 양산을 시작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프랑스 푸조가 모델명에 사용된 세 자리 숫자의 가운데 '0'을 문제 삼으면서 이름을 911로 변경했다.

자동차 역사에 남은 911이라는 이름은 이렇게 탄생했다. 이후 차체와 기술은 여러 세대에 걸쳐 바뀌었지만 낮은 전면부와 둥근 헤드램프, 뒤쪽으로 이어지는 곡선형 지붕 등 주요한 외형적 특징은 오랫동안 계승됐다.

초기 911의 차체 디자인에는 후방 엔진 배치도 영향을 미쳤다. 356부터 이어진 포르쉐의 후방 엔진 구조는 앞부분에 일반적인 엔진룸이 필요하지 않은 차체 비례와 연결됐다. 공랭식 엔진을 사용하면서 전면에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을 배치하지 않았고, 엔진을 수용하는 뒷부분에는 냉각과 환기를 위한 구조를 마련했다.

엔진과 구동장치를 배치하는 방법이 자동차의 외형에 반영된 것이다. 둥근 헤드램프가 자리한 앞쪽 펜더와 낮은 보닛, 뒤쪽 엔진 덮개는 각각 자동차의 설계 조건과 맞물려 발전했다.

P01은 초기 스포츠카에서 발전한 외형을 가구에 적용했다. 자동차의 전면부를 연상시키는 금속 차체에 헤드램프와 방향지시등을 배치하고, 보닛에 해당하는 공간에는 가죽 좌석을 설치했다.

실제 자동차에서는 앞부분의 보닛이 차체와 내부 공간을 덮는 구조에 해당하지만 P01에서는 사람이 앉는 부분으로 바뀌었다. 원래의 차체 비례를 활용하면서 중앙의 공간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한 것이다.

자동차를 알아보게 하는 특징도 비교적 구체적으로 선택됐다. 헤드램프의 원형 구조와 앞 범퍼의 높이, 측면으로 이어지는 차체의 굴곡은 클래식 스포츠카에 대한 시각적인 기억과 연결된다.

이러한 요소는 자동차의 기계적 기능과 함께 발전했지만 P01에서는 가구의 외형을 구성하는 장식으로 사용된다. 차체의 형태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제품의 용도를 알기 전에 특정 시대의 스포츠카를 먼저 떠올릴 수 있다.

측면에서 본 아르카디아 라이프 P01 클래식 소파. 앞뒤로 이어지는 금속 차체의 곡선과 펜더 형태를 강조한 1인용 가구. 사진=Arkadia-Life 제공

측면에서는 자동차를 재해석한 방식이 더욱 뚜렷하다. 실제 스포츠카의 차체는 엔진과 실내, 바퀴의 위치에 따라 길이와 높이가 결정된다. P01에는 앞쪽 보닛과 뒤쪽 차체를 연상시키는 형태가 남아 있지만 차체 중앙에는 좌석이 자리한다.

자동차의 바퀴를 감싸던 펜더 역시 다른 역할을 맡는다. P01에서는 둥근 차체의 외형을 이어주는 구조로 사용된다. 차량을 움직이는 바퀴와 구동장치가 빠지면서도 자동차 특유의 비례는 유지하려는 설계다.

자동차의 형태를 다른 제품에 적용하는 방식에는 크게 두 갈래가 있다. 자동차를 구성하는 실제 부품을 새로운 제품의 재료로 사용하는 방법과 자동차에서 익숙한 형태를 별도로 제작해 적용하는 방법이다.

P01은 두 번째 방식에 가깝다. 자동차의 부품을 해체해 소파로 재조립한 제품이 아니라 스포츠카의 외형을 참고해 금속 차체와 좌석을 새롭게 구성했다. 자동차의 기계적 기능을 유지하기보다 특정 시대의 디자인을 떠올리게 하는 형태를 선택했다.

자동차 디자인이 가정용 물건으로 옮겨간 역사는 P01보다 훨씬 오래됐다. 자동차 제조사가 생활용품을 제작하거나 자동차 디자이너가 시계와 가구, 일상용 제품의 설계에 참여하는 움직임이 이어져 왔다.

페르디난트 알렉산더 포르쉐는 911 디자인에 참여한 뒤 1972년 자신의 디자인 회사 포르쉐 디자인(Porsche Design)을 설립했다. 자동차에서 발전시킨 디자인 원칙을 시계와 안경, 필기구 등 생활용품으로 확장했다.

1972년 선보인 '크로노그래프 I(Chronograph I)'는 자동차 계기판에서 착안한 시계 디자인으로 알려져 있다. 검은색 다이얼과 대비가 강한 표시를 사용해 시간을 읽는 기능을 강조했다. 스포츠카의 디자인을 다른 제품에 옮기면서도 제품의 사용 목적에 맞춰 형태를 구성한 작업이다.

포르쉐 디자인은 이후 자동차의 디자인 특징과 관련 부품을 활용한 생활용품도 선보였다. 스포츠카를 직접 운전하는 경험과 자동차 디자인을 일상에서 사용하는 경험을 별개의 제품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2022년 공개된 '911 사운드바 2.0 프로(911 Soundbar 2.0 Pro)'에는 포르쉐 911 GT3의 실제 스테인리스 배기장치가 사용됐다. 자동차의 배기계통을 스피커의 외장 구조와 음향 장치의 일부로 활용한 제품으로, 500개 한정으로 제작됐다.

자동차에서 사용하던 실제 부품이 새로운 기능을 얻었다는 점에서 P01과 차이가 있다. 사운드바는 자동차의 기계 부품을 생활용 전자제품에 적용했고, P01은 자동차를 연상시키는 차체의 외형을 제작해 가구에 결합했다.

두 제품은 자동차가 사용되던 공간을 벗어나 실내 생활용품으로 확장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디자인을 옮기는 방법에서는 실제 부품의 재사용과 외형의 재현이라는 차이가 나타난다.

산업디자인에서는 제품의 형태가 기능을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용자는 물건의 크기와 형태, 표면의 구조를 살펴보며 사용 목적을 짐작한다. 자동차의 헤드램프와 그릴, 배기구도 오랫동안 특정한 기능과 연결해 인식해 온 요소다.

P01에서는 기능을 수행하던 부품의 형태가 제품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역할을 맡는다. 자동차의 이동 기능이 제거된 뒤에도 헤드램프와 범퍼, 배기구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남아 있어 스포츠카 디자인이라는 출처를 읽을 수 있다.

사람들이 자동차의 외형을 쉽게 알아보는 데에는 오랜 기간 반복된 디자인의 영향도 있다. 포르쉐 911은 1963년 이후 세대가 바뀌는 동안 차체의 세부 구조와 기술을 발전시켰다. 낮은 차체와 헤드램프, 부드럽게 이어지는 지붕과 후면의 형태는 여러 세대를 거치며 911을 구분하는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자동차의 형태가 대중문화에서 충분히 익숙해지면 실제 자동차와 다른 물건에도 그 특징을 적용할 수 있다. 모형 자동차와 장식품, 시계와 오디오 제품, 가구가 관련 디자인을 공유하는 이유다.

자동차에서 가져온 디자인을 생활용품에 적용한다고 해서 모든 제품이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평가받는 것은 아니다. 형태를 그대로 재현하는 방식과 새로운 기능에 맞게 비례와 구조를 바꾸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P01은 자동차 외형의 재현에 상당한 비중을 둔 제품이다. 둥근 헤드램프와 크롬 범퍼, 길게 이어지는 측면과 후면 장식은 자동차의 특징을 알아보게 하는 데 사용됐다. 새로운 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은 중앙의 좌석이다.

자동차와 가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미술과 디자인의 역사로 넓혀보면 일상용 물건에 낯선 형태를 적용한 시도들도 발견할 수 있다.

1930년대 초현실주의 미술에서는 사람의 신체와 일상용 물건을 결합한 작품들이 등장했다. 익숙한 사물의 형태와 기능을 다른 대상으로 옮기면서 관람객의 인식에 변화를 주는 방식이었다.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í)와 영국의 시인이자 미술 후원자인 에드워드 제임스(Edward James)가 제작한 '메이 웨스트 립스 소파(Mae West Lips Sofa)'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달리는 1934~1935년 미국 배우 메이 웨스트(Mae West)의 얼굴을 실내 공간으로 바꿔 표현한 작품을 제작했다. 눈은 그림처럼 걸리고 코는 벽난로가 되며 입술은 소파로 변하는 구성이다.

제임스는 1936년 달리의 작품에 등장한 입술을 실제 소파로 제작하는 구상을 제안했다. 이후 여러 형태의 소파가 제작됐고, 1938~1939년에는 제임스가 영국 웨스트서식스에 소유한 몽크턴 하우스(Monkton House)의 식당에 붉은색 입술 모양 소파 두 점이 설치됐다.

빨간색 천으로 만든 입술 형태에 검은색 장식 술과 녹색 장식을 더한 작품이었다. 당시 실내를 초현실주의 작품으로 구성하려던 제임스의 계획 속에서 소파는 가구이면서 공간 전체의 미술적 구성을 담당하는 물건이 됐다.

이 가운데 한 점은 현재 영국 런던의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Victoria and Albert Museum)이 소장하고 있다. 달리와 제임스의 협업은 가구가 실용적인 생활용품의 범위를 넘어 미술적 표현의 대상이 된 흐름을 보여준다.

달리의 입술 소파와 P01은 제작 시기와 목적, 예술적 배경이 다르다. 달리의 작업은 인체와 실내 공간을 초현실적으로 결합한 미술적 시도였고, P01은 기존 스포츠카의 형태를 활용한 현대 생활용품이다.

두 작업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부분은 사람들이 익숙하게 알고 있는 대상을 소파의 형태로 바꿨다는 점이다. 사람의 입술과 스포츠카는 서로 다른 분야에 속하지만, 해당 대상을 알아볼 수 있는 주요 특징을 선택해 가구에 적용했다.

가구는 기능을 가진 제품이면서 실내 공간에서 강한 시각적 인상을 남길 수 있다. 특히 동물이나 사람, 자동차와 같은 대상을 직접적으로 재현한 가구는 앉는 기능과 함께 형태 자체로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이러한 가구가 일반적인 소파와 다른 성격을 갖는 이유도 있다. 사용자는 가구를 바라보면서 원래의 대상을 떠올리고, 그 물건이 왜 소파가 됐는지 자신의 경험과 지식에 비춰 해석한다. 가구의 형태가 생활 속 기억과 문화적 상징을 연결하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P01은 스포츠카의 디자인을 실내에서 가까이 접할 수 있는 물건이다. 오래된 자동차의 외형을 기억하는 사람은 헤드램프와 범퍼, 차체의 비례에서 특정 시대의 디자인을 떠올릴 수 있다.

반면 자동차의 역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둥근 차체와 가죽 좌석을 결합한 독특한 가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같은 제품이 사용자의 경험과 디자인에 대한 지식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것이다.

P01을 독창적인 생활 디자인으로 평가하려면 자동차의 형태를 재현한 정도와 새롭게 부여한 기능을 함께 살펴야 한다. 기존 스포츠카의 외형을 알아보게 하는 일은 디자인의 출처를 전달하는 방법이고, 실제 가구로 사용하는 방식은 별도의 설계에 해당한다.

한편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자동차의 외형을 생활용품에 활용할 때에는 원래 디자인의 역사와 제작자에 대한 이해도 중요해진다. 차체의 비례와 형태는 특정 시대의 기술적 조건과 디자이너의 작업을 통해 형성됐기 때문이다.

포르쉐 911의 곡선은 약 60년에 걸쳐 이어진 자동차 디자인의 변화 속에서 알려졌다. 후방 엔진 구조에서 비롯된 차체의 특징과 여러 세대에 걸친 디자인의 계승이 오늘날 초기 911의 외형을 알아보게 하는 배경이다.

P01은 그러한 자동차 디자인의 특징을 실내 가구에 적용한 제품이다. 둥근 헤드램프와 낮은 전면부, 길게 이어지는 측면과 후면 장식을 사용해 1960년대 스포츠카의 형태를 떠올리게 한다. 자동차의 역사적 디자인을 가구의 외형으로 활용한 선택이다.

자동차에서 다른 제품으로 옮겨가는 디자인은 여러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포르쉐 디자인은 자동차를 설계한 디자이너의 원칙을 시계와 생활용품에 적용했고, 911 사운드바는 실제 자동차 부품을 전자제품의 구조에 사용했다. 아르카디아 라이프는 스포츠카의 차체를 연상시키는 형태 자체를 소파의 외형으로 제작했다.

각각의 접근은 자동차 디자인이 오랜 시간 축적한 형태와 상징을 서로 다른 기능의 제품에 적용한 결과다. 미술과 가구 디자인의 역사에서도 달리의 입술 소파처럼 익숙한 대상을 새로운 생활용품의 형태로 옮긴 작업이 이어져 왔다.

아르카디아 라이프의 P01은 1960년대 GT 스포츠카의 외형을 다시 제작해 가구에 결합했다. 자동차에서 발전한 헤드램프와 차체, 범퍼와 후면 장식은 실내에 놓이는 순간 새로운 역할을 맡는다.

포르쉐 911을 연상시키는 외형은 P01의 디자인을 이해하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자동차를 구분하는 특징으로 발전한 형태가 다른 제품에서도 유지된다는 점에서 산업디자인의 역사와 생활용품의 관계를 살펴볼 수 있다. 달리의 입술 소파에서 P01에 이르기까지, 가구의 형태는 시대의 미술과 기술, 대중문화가 남긴 이미지를 생활공간으로 옮겨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