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경제②] 작아지는 럭셔리 시계…드레스 워치와 빈티지 디자인 재부상
Z세대 까르띠에 구매 비중 1.7%에서 6.8%로 증가…롤렉스·피아제·바쉐론 콘스탄틴까지 소형 케이스와 역사적 디자인 확대
[KtN 임우경기자]세계 럭셔리 시계시장에서 젊은 소비자들의 구매 취향이 달라지고 있다. 글로벌 중고 시계 거래 플랫폼 크로노24(Chrono24)의 거래 분석에서 30세 미만 Z세대 구매자의 까르띠에(Cartier) 구매 비중은 2018년 1.7%에서 2025년 6.8%로 높아졌다. 7년 사이 네 배로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전체 연령층에서 까르띠에의 구매 비중은 2.9%에서 4.8%로 늘었다. 젊은 수집가들이 기존의 대형 스포츠 시계뿐 아니라 작은 케이스와 간결한 디자인을 갖춘 드레스 워치에 관심을 넓히면서 시계 브랜드의 제품 구성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2026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 시계박람회 '워치스 앤 원더스(Watches and Wonders)'에서는 소형 시계의 비중이 한층 커졌다. 롤렉스(Rolex)는 직경 28mm와 34mm의 오이스터 퍼페츄얼(Oyster Perpetual)을 18캐럿 골드 소재로 선보였고, 까르띠에는 기존의 타원형 디자인을 활용한 소형 베누아(Baignoire)를 새롭게 제시했다.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의 로열 오크 미니(Royal Oak Mini)와 피아제(Piaget)의 비정형 케이스 시계도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디자인 변화에 포함된다. 과거 여성용 제품으로 분류되던 작은 시계가 남녀를 구분하지 않는 패션과 수집 문화 속에서 새로운 수요를 확보하고 있다.
기계식 시계의 대형화는 2000년대 이후 럭셔리 시계시장에서 두드러졌던 흐름이다. 강한 존재감을 갖춘 스포츠 워치와 다이버 워치, 크로노그래프가 인기를 얻으면서 40mm를 넘는 케이스가 일반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았다. 롤렉스 서브마리너(Submariner), 오데마 피게 로열 오크 오프쇼어(Royal Oak Offshore), 파네라이(Panerai)의 대형 모델 등은 두꺼운 케이스와 높은 방수 성능, 견고한 구조를 앞세워 시장을 넓혔다. 복잡한 기계 장치를 시각적으로 강조하는 디자인 역시 큰 케이스를 선호하는 흐름과 맞물렸다.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시계 수집 열풍에서는 스틸 스포츠 시계의 인기가 더욱 높아졌다. 롤렉스와 파텍필립(Patek Philippe), 오데마 피게의 일부 제품은 공식 판매가격을 크게 웃도는 금액에 거래됐고, 공급이 제한된 인기 모델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중고시장으로 몰렸다. 그러나 가격 상승세가 진정되면서 구매자들의 관심도 다양해졌다. 스틸 스포츠 시계의 브랜드 인지도와 재판매 가치에 집중하던 시장에서 디자인과 착용감, 제작 시대와 희소성을 함께 고려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2025년 상반기 중고 시계 거래에서 Z세대의 드레스 워치 구매 비중은 12%를 기록했다. 2018년과 비교하면 전체 구매에서 드레스 워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44% 증가했다. 다른 연령층의 증가율은 29%였다. 드레스 워치는 일반적으로 장식이 절제된 다이얼과 비교적 얇은 케이스를 갖추고, 정장이나 일상복에 함께 착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시계를 가리킨다. 가죽 스트랩과 귀금속 케이스가 대표적인 구성이지만 최근에는 스틸 브레이슬릿과 독특한 형태의 케이스를 결합한 제품까지 선호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까르띠에의 탱크(Tank)는 달라진 수집 취향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모델이다. 1917년 루이 까르띠에(Louis Cartier)가 설계한 탱크는 직사각형 케이스와 양옆으로 길게 뻗은 평행 구조를 특징으로 한다. 로마숫자 인덱스와 블루 스틸 시곗바늘, 사파이어 카보숑 형태의 크라운은 오랜 기간 유지된 디자인 요소다. 원형 케이스가 일반적이던 시계산업에서 직사각형의 비례와 간결한 구성을 정착시킨 탱크는 제작 이후 한 세기가 넘도록 다양한 크기와 소재로 생산되고 있다.
탱크 머스트(Tank Must)의 소형 모델은 세로 29.5mm, 가로 22mm의 케이스를 사용한다. 두께는 6.6mm로, 손목 위에서 차지하는 면적과 높이가 비교적 작다. 같은 탱크 컬렉션 안에서도 기계식 자동 무브먼트를 사용한 대형 모델과 쿼츠 무브먼트를 적용한 소형 모델을 구분해 판매한다. 케이스 크기와 구동 방식, 소재에 따라 제품의 성격이 달라지는 구조다. 탱크 특유의 직사각형 케이스는 시계의 지름보다 세로와 가로의 비례가 착용감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젊은 구매자들의 까르띠에 선호는 시계를 패션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소비 방식과도 연결된다. 스포츠 시계의 경우 방수 성능과 무브먼트, 크로노그래프 등 기능적 요소가 구매 판단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탱크와 같은 드레스 워치는 케이스의 형태, 스트랩의 색상, 손목에 착용했을 때의 비례가 중요하게 평가된다. 재킷이나 셔츠, 니트 등 의복과 어울리는 정도에 따라 서로 다른 디자인의 시계를 선택하는 소비도 확대되고 있다. 시계의 기능적 제원 외에 디자인과 착용 방식이 구매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피아제의 식스티(Sixtie)는 1960년대 주얼리 워치의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컬렉션이다. 직사각형이나 원형 대신 사다리꼴에 가까운 케이스를 사용하며, 스틸과 로즈골드, 다이아몬드 세팅 등을 조합한다. 직경 29mm로 분류되는 모델에는 두께 6.5mm의 케이스와 쿼츠 무브먼트가 적용된다. 시계와 브레이슬릿을 하나의 장신구처럼 구성한 디자인으로, 1960년대 피아제가 선보인 장식적인 시계 제작 방식과 연결된다.
식스티 컬렉션은 작은 시계가 반드시 단순한 구조나 낮은 가격대의 제품을 뜻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로즈골드와 다이아몬드, 천연석 다이얼을 사용하는 제품에서는 귀금속 가공과 장식 기술이 가격을 형성하는 주요 요소다. 복잡한 기계식 무브먼트보다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의 디자인, 귀금속의 사용량, 보석 세팅에 제품의 가치가 집중되는 방식이다. 럭셔리 시계 제조와 주얼리 제작 기술이 결합된 시장에서는 시계의 크기나 기능 수만으로 가격을 비교하기 어렵다.
롤렉스가 2026년 선보인 오이스터 퍼페츄얼 28과 34도 소형 시계의 고급화 흐름에 해당한다. 직경 28mm 모델은 18캐럿 옐로 골드, 34mm 모델은 18캐럿 에버로즈 골드로 제작됐다. 다이얼의 3시와 6시, 9시 방향에는 천연석 인덱스가 적용됐고,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에는 새틴 마감을 사용했다. 롤렉스가 오이스터 퍼페츄얼에 천연석 인덱스를 도입한 것은 처음이다. 견고한 스포츠 시계의 구조를 유지하면서 케이스 크기와 귀금속 장식에 변화를 준 제품이다.
오데마 피게는 2024년 직경 23mm의 로열 오크 미니 프로스티드 골드(Royal Oak Mini Frosted Gold)를 선보였다. 1997년 출시했던 소형 로열 오크의 디자인 계보를 다시 활용한 제품으로, 18캐럿 골드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에 쿼츠 무브먼트를 결합했다. 로열 오크 특유의 팔각형 베젤과 일체형 브레이슬릿 구조를 작은 크기에서도 유지한 것이 특징이다. 고가 시계 제조사들이 소형 제품에서도 디자인과 소재를 통해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롤렉스의 신제품과 맥락을 같이한다.
소형 시계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해서 모든 브랜드가 기계식 무브먼트의 소형화에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쿼츠 무브먼트는 복잡한 기계식 장치보다 작은 케이스를 설계하기 유리하고, 배터리로 작동하기 때문에 매일 착용하지 않아도 시간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기계식 시계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수집가들에게는 무브먼트의 설계와 조립, 마감 수준이 구매 판단에 영향을 준다. 고급 시계시장이 기계적 완성도를 중시하는 제품과 디자인·주얼리 요소를 강조한 제품으로 세분화되면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지고 있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역사적 시계에서도 시대별로 달라진 케이스 디자인을 살펴볼 수 있다. 각진 스틸 케이스와 일체형 금속 브레이슬릿을 갖춘 시계는 전통적인 가죽 스트랩 드레스 워치와 구별된다. 쿠션형에 가까운 케이스의 곡선과 직선, 검은색 다이얼, 굵은 시곗바늘이 결합돼 스포츠 시계의 실용성과 드레스 워치의 간결한 구성을 함께 갖추고 있다. 1970년대 스위스 시계산업에서 발전한 일체형 브레이슬릿 디자인은 금속 케이스와 손목에 연결되는 부분을 하나의 조형적 구성으로 다루는 특징이 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1977년 창립 222주년을 맞아 '222'를 출시했다. 독일 출신 디자이너 외르크 하이섹(Jörg Hysek)이 디자인한 모델로, 직경 37mm 케이스와 일체형 브레이슬릿을 결합했다. 당시 최고급 시계시장에서 전통적인 금 소재의 드레스 워치 외에 스틸 스포츠 시계가 새로운 영역으로 자리 잡던 흐름을 반영한 제품이다.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의 경계를 줄이고 낮은 두께를 유지한 설계는 1970년대 럭셔리 스포츠 워치 디자인의 특징을 담고 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2022년 옐로 골드 소재의 히스토릭 222(Historiques 222)를 재출시한 데 이어 창립 270주년이었던 2025년 스테인리스 스틸 모델을 선보였다. 2025년 모델은 오리지널 디자인의 직경 37mm를 유지하면서 두께 7.95mm의 케이스와 자동 무브먼트 칼리버 2455/2를 적용했다. 1970년대 제품의 외형과 비례를 유지하되 오늘날의 제조 기술과 마감 방식을 결합했다. 오랜 기간 유지된 디자인을 현대적인 사양으로 다시 생산하는 방식은 역사적 모델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와 새 제품을 선호하는 구매자를 함께 겨냥한다.
가죽 스트랩을 사용한 원형 드레스 워치는 스틸 스포츠 시계와 다른 비례를 갖는다. 밝은색 다이얼과 가느다란 인덱스, 얇은 시곗바늘을 사용한 구성에서는 시간을 표시하는 기본적인 요소가 강조된다. 복잡한 보조 다이얼이나 두꺼운 베젤이 없는 만큼 케이스와 다이얼의 균형이 디자인을 좌우한다. 금 소재 케이스와 갈색 가죽 스트랩의 조합은 20세기 중반 드레스 워치에서 널리 사용된 방식으로, 장식적 요소를 줄이면서도 귀금속의 색상과 소재 차이를 드러낸다.
금속 브레이슬릿을 결합한 드레스 워치는 가죽 스트랩 모델과 착용감과 인상이 달라진다. 원형 케이스와 간결한 인덱스의 구성은 유지하면서도 브레이슬릿의 금속 질감이 시계 전체에 이어진다.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의 금속 색상이 통일되면 시계와 장신구 사이의 구분이 줄어든다. 최근 다시 관심을 얻고 있는 소형 주얼리 워치와 20세기 중반의 드레스 워치가 디자인 측면에서 연결되는 부분이다.
은색 케이스와 밝은색 다이얼, 검은색 가죽 스트랩을 결합한 시계에서는 간결한 디자인이 두드러진다. 다이얼에는 시간을 표시하는 인덱스와 시곗바늘을 중심으로 필요한 요소만 배치됐다. 케이스의 크기와 두께, 인덱스 사이의 간격, 시곗바늘의 길이가 전체적인 비례에 영향을 준다. 크로노그래프와 퍼페추얼 캘린더처럼 여러 기능을 표시하는 시계와 달리 단순한 시간 표시 구조에서는 케이스 형태와 다이얼의 작은 차이가 디자인을 구분하는 기준이 된다.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한 사각형 케이스는 원형과 직사각형 시계의 특징을 함께 갖고 있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금 소재 드레스 워치에서는 부드러운 곡선으로 처리한 케이스와 간결한 다이얼, 가죽 스트랩이 결합돼 있다. 쿠션형 케이스는 원형 시계와 다른 착용 비례를 만들면서도 날카로운 직선이 주는 인상을 줄인다. 최근 주목받는 비정형 시계의 디자인 역시 원형 중심의 전통적인 시계 형태에서 벗어나 케이스 자체의 조형적 특징을 강조한다.
직사각형 케이스에 독특한 러그 구조를 결합한 시계에서는 손목에 고정되는 부분까지 디자인 요소로 활용된다. 케이스의 위아래에 배치한 금속 연결 부품이 일반적인 시계와 다른 형태를 만들고, 사각형 다이얼과 가죽 스트랩이 함께 구성된다. 손목에 착용했을 때 케이스가 차지하는 크기뿐 아니라 러그가 뻗는 길이와 스트랩의 연결 각도도 착용감에 영향을 미친다. 현대 시계시장에서 비정형 케이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과거에 제작된 독특한 디자인의 드레스 워치도 다시 살펴볼 만한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바쉐론 콘스탄틴이 2026년 개최하는 첫 '콩쿠르 델레강스 오를로제르(Concours d’Élégance Horlogère)'에는 1755년부터 1999년까지 제작된 역사적 시계들이 출품됐다. 디자인 부문에는 1952년과 1957년, 1963년, 1979년, 1997년에 제작된 손목시계가 결선작으로 포함됐다. 제작 시기가 서로 다른 작품을 통해 케이스 형태와 시간 표시 방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볼 수 있다. 복잡한 기계 장치뿐 아니라 케이스와 다이얼에 구현된 독창적인 디자인도 평가 대상에 포함된다는 점에서 시계 수집의 범위가 기술적 희소성과 미적 가치에 걸쳐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래된 디자인을 다시 생산하는 방식에는 제조사마다 차이가 있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히스토릭 222처럼 과거 모델의 크기와 형태를 비교적 충실하게 계승하는 제품이 있는가 하면, 피아제의 식스티처럼 과거의 디자인 요소를 활용해 새로운 형태를 만드는 제품도 있다. 까르띠에는 탱크와 산토스(Santos), 베누아 등 기존 컬렉션을 여러 크기와 소재로 확장하고 있다. 역사적 모델의 인지도를 활용하면서도 새로운 소비층을 확보하기 위한 제품 전략이다.
빈티지 디자인을 적용한 신제품은 제조사에 이미 축적된 디자인 자산을 활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오래된 시계의 형태와 비례를 현대적인 제품으로 재구성할 수 있고, 과거 생산품의 희소성과는 별개로 새로운 판매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 디자인의 재출시가 판매 증가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역사적 인지도가 높더라도 가격과 소재, 크기, 무브먼트 사양이 현재 소비자의 요구와 맞지 않으면 시장 반응은 제한적일 수 있다.
소비 취향의 변화는 중고 시계시장의 브랜드별 거래 비중에서도 나타난다. 2026년 8월 발표된 크로노24의 거래 분석에서 30세 미만 구매자의 시계 구매금액 가운데 롤렉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4%였다. 여전히 가장 높은 비중이지만 2022년에는 절반에 가까웠다. 같은 기간 젊은 구매자들의 지출이 까르띠에와 파텍필립, 오데마 피게, 바쉐론 콘스탄틴 등 다른 브랜드로 분산됐다.
롤렉스의 거래 구조 내부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크로노24에서 거래된 롤렉스 제품 가운데 데이트저스트(Datejust)는 판매금액 기준 약 28%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데이트저스트는 스포츠 워치와 클래식 드레스 워치의 특징을 함께 갖춘 컬렉션이다. 서브마리너와 GMT-마스터 II(GMT-Master II), 데이토나(Daytona) 등 대표적인 스포츠 시계의 합산 비중도 약 38%에 달했다. 전통적인 스포츠 모델의 수요가 유지되는 가운데 클래식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구매층이 확대된 것이다.
드레스 워치 수요가 모든 가격대에서 고르게 증가한 것은 아니다. 2025년 상반기 거래에서는 500~2000유로의 비교적 낮은 가격대와 2만유로를 초과하는 최고급 가격대에서 구매가 활발했다. 중간 가격대의 성장세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디자인과 착용감을 중시하는 젊은 소비자가 접근 가능한 가격대의 빈티지 시계를 선택하는 한편, 경제력이 높은 수집가는 희소성이 있는 고급 드레스 워치에 관심을 보이는 구조다.
신제품과 중고 시계의 가격 관계도 디자인의 재평가에 영향을 받는다. 과거 생산된 모델은 다이얼과 케이스의 원형 보존 여부, 교체 부품, 수리 기록, 거래 가능한 수량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역사적 디자인을 계승한 신제품은 제조사의 품질 보증과 부품 공급, 사후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는 차이가 있다. 빈티지 시계의 원형과 희소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수집가와 과거 디자인을 일상적으로 착용하려는 소비자는 서로 다른 구매 조건을 갖고 있다.
작은 시계의 확산은 성별에 따라 시계 크기를 구분하던 판매 관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직경이 작은 시계를 남성 소비자가 착용하거나 여성 소비자가 대형 스포츠 시계를 선택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손목 둘레와 개인적인 스타일을 우선하는 구매 방식이 확대되고 있다. 시계 제조사들도 소형 제품을 여성용 장신구로만 취급하기보다 여러 소비층이 선택할 수 있도록 디자인과 소재를 다양화하고 있다. 케이스 크기뿐 아니라 러그 길이, 브레이슬릿의 구조와 무게, 두께가 실제 착용감에 영향을 준다는 점도 중요해졌다.
2025년 스위스 손목시계 수출 수량은 1460만 개로 전년보다 4.8% 감소했다. 판매 물량이 줄어드는 시장에서 제조사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선택하는 제품 전략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높은 방수 성능과 견고한 구조를 갖춘 스포츠 시계는 여전히 주요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작은 크기의 드레스 워치와 역사적 디자인을 활용한 제품도 새로운 수요를 확보하고 있다. 시계의 기능과 크기를 기준으로 구분됐던 소비시장이 디자인과 착용 방식, 제작 역사에 따라 세분화되는 흐름이다.
2026년 롤렉스의 28mm·34mm 골드 모델, 피아제의 29mm 식스티, 오데마 피게의 23mm 로열 오크 미니, 바쉐론 콘스탄틴의 37mm 히스토릭 222는 서로 다른 가격대와 제작 방식을 갖고 있다. 소형 케이스를 채택했다는 공통점 외에는 무브먼트와 소재, 디자인의 계보가 다르다. 국제 시계시장에서 다시 관심을 얻고 있는 작은 시계는 특정한 크기의 유행에 머물지 않고, 스포츠 시계 중심으로 형성됐던 럭셔리 시계의 선택 범위를 넓히고 있다. 제조사들은 축적된 디자인과 제작 기술을 활용해 제품군을 세분화하고 있으며, 중고시장에서는 젊은 구매층의 브랜드별 거래 비중과 드레스 워치 구매 비율이 변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