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공간④] 더 콰이어 블루의 구띠갤러리 공연, 시민이 직접 만드는 음악

2020년 창단 이후 작은 음악회와 찾아가는 공연 이어온 아마추어 합창단…공연시장 성장 속 함께 노래하는 생활예술의 가치와 지속 조건

2026-10-21     박준식 기자

[KtN 박준식기자]서울 서초구 구띠갤러리에서 김준홍 지휘자가 합창단을 마주하고 섰다. 악보를 펼쳐 든 단원들은 소프라노와 알토, 테너와 베이스로 나뉘어 노래했다. 객석에서는 관객들이 연주를 지켜봤다. 지난 15일 열린 더 콰이어 블루(The Choir Blue) 제4회 정기연주회다. 미술 전시 공간에 마련된 공연 무대에는 직업적인 성악가가 아닌, 일상에서 음악을 배우고 함께 연습해 온 아마추어 합창단이 올랐다. 음악을 듣는 사람뿐 아니라 직접 노래하는 사람도 공연문화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었다.

서울 서초구 구띠갤러리에서 열린 더 콰이어 블루 제4회 정기연주회. 지휘자의 지휘 아래 합창단이 공연하고 있다. 사진제공=더 콰이어 블루 합창단

2020년 6월 창단한 더 콰이어 블루는 박희열 회장과 김준홍 지휘자를 중심으로 활동해 온 아마추어 합창단이다. 권혜경 피아니스트가 반주를 맡고 있으며, 박희열 회장은 합창단 운영과 함께 테너 단원으로도 참여한다. 이정선 사무총장은 알토 성부를 맡고 있다. 합창단을 운영하는 사람과 무대에서 직접 노래하는 사람이 겹치는 구조다.

소프라노에는 모니카 오와 백남진, 이은실 등이 참여하고, 알토에는 강경은과 이정선 등이 이름을 올렸다. 테너에는 박희열과 신원철, 베이스에는 박문용과 이기복 등이 참여했다. 서로 다른 생활과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음역을 맡아 같은 악보를 익히고 공연을 준비한다. 전문적인 음악교육을 받은 지휘자와 반주자의 지도 아래 비전문 음악인들이 하나의 연주를 완성하는 방식이다.

한국의 공연문화는 오랫동안 전문 예술가의 작품을 관람하는 활동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공연장을 찾고, 표를 구입하고, 무대에서 펼쳐지는 연주를 감상하는 방식이다. 반면 아마추어 합창단에 참여하는 사람은 직접 악보를 읽고 자신의 성부를 익혀야 한다. 정기적인 연습에 참석하고 다른 단원의 목소리를 들으며 음정과 박자를 조정하는 과정도 거친다. 문화예술을 감상하는 일과 직접 연주하는 일 사이에는 서로 다른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합창에서는 개인의 발성 능력만으로 연주가 완성되지 않는다. 소프라노가 높은 음역의 선율을 이어가는 동안 알토는 화성을 받치고, 테너와 베이스는 다른 음역에서 음악의 구조를 형성한다. 곡에 따라 각 성부가 서로 다른 선율을 부르기도 하고 같은 가사를 다른 음높이로 이어가기도 한다. 한 사람이 정확한 음을 내더라도 주변 성부와 박자와 호흡이 맞지 않으면 합창 전체의 균형은 달라진다.

지휘자의 역할도 개별 성악가를 지도하는 일에서 더 넓어진다. 여러 성부의 소리를 조정하고, 음악의 속도와 강약, 구절을 이어가는 호흡을 통일해야 한다. 피아노 반주는 단원들이 음정과 화성의 흐름을 유지하도록 돕고, 작품에 따라 독립적인 음악적 표현을 담당한다. 아마추어 합창에서는 단원별 음악적 숙련도의 차이까지 고려해야 하므로 반복적인 연습과 지휘자의 조정이 더욱 중요해진다.

박희열 회장과 이정선 사무총장이 직접 성부에 참여하는 구조도 생활 합창의 특성을 살펴볼 만한 부분이다. 전문 공연단체에서는 기획과 제작, 행정과 연주가 별도의 조직으로 구분되는 경우가 많다. 아마추어 단체에서는 운영과 연주를 함께 맡는 구성원이 존재한다. 공연 장소를 마련하고 일정을 조정하는 일과 음악을 연습하는 일이 같은 구성원들의 활동 안에서 이루어진다.

구띠갤러리 객석에서 바라본 더 콰이어 블루 제4회 정기연주회 전경. 관객들이 자리한 가운데 합창단이 공연하고 있다. 사진제공=더 콰이어 블루 합창단

더 콰이어 블루는 창단 이후 정기연주회와 소규모 음악회를 병행해 왔다. 2021년 12월 첫 작은 음악회를 열었고, 2022년에는 6월과 9월, 12월 등 여러 차례 작은 음악회를 진행했다. 2023년에도 공연 활동을 이어가며 단원들이 연습한 음악을 관객 앞에서 선보일 기회를 마련했다.

2022년 6월에는 서초구 자원봉사자를 위한 힐링콘서트를 열었다. 2023년 8월에는 시각장애인 시설인 새빛바울의집을 찾아 음악회를 진행했다. 같은 해 9월 서울 보령빌딩 중보홀에서는 창단연주회를 개최했다. 공연장을 마련해 관객을 만나는 활동과 음악을 들려줄 사람들을 직접 찾아가는 활동이 함께 이어진 것이다.

아마추어 음악단체가 공연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작은 음악회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기연주회는 일정한 규모의 프로그램과 연습 기간을 필요로 하지만, 작은 음악회는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곡을 구성하고 공연 경험을 쌓을 수 있다. 단원들은 연습실에서 익힌 음악을 실제 관객 앞에서 연주하면서 무대에서 필요한 호흡과 집중력을 경험한다.

공연 경험은 연습과도 다른 조건을 갖는다. 연습 중에는 특정한 부분을 여러 번 반복하고 음정과 박자를 수정할 수 있다. 관객 앞에서는 음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가야 한다. 곡이 시작된 뒤 실수가 발생하더라도 전체의 흐름을 유지해야 하며, 다른 성부의 소리를 듣고 지휘자의 신호를 따라가야 한다. 아마추어 합창단이 정기적인 무대 경험을 필요로 하는 이유다.

지역사회 시설을 찾아가는 공연에서는 관객과 음악이 만나는 방식도 달라진다. 일반적인 음악회에서는 관객이 공연장을 방문하지만, 복지시설에서 열리는 음악회에서는 연주자들이 시설을 찾아간다. 이동에 제약이 있거나 공연장을 방문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생활하는 공간에서 음악을 접할 기회를 얻는다.

더 콰이어 블루가 진행한 자원봉사자 대상 공연과 새빛바울의집 음악회는 합창 활동이 정기연주회 밖으로 이어진 기록이다. 공연 장소와 관객의 성격은 달랐지만 단원들이 함께 준비한 음악을 다른 사람에게 들려준다는 점에서는 같은 활동이었다. 지역사회와 만나는 작은 공연은 대형 공연장에서 이루어지는 음악 활동과는 다른 운영 방식과 준비를 필요로 한다.

국내 공연시장은 규모 면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25년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집계된 티켓 판매액은 1조 7326억 원으로 전년보다 18.8% 증가했다. 공연 건수는 2만 3608건, 티켓 예매는 약 2478만 매에 달했다. 대중음악을 비롯한 대형 공연의 성장이 시장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흥행 규모가 커지는 공연산업과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음악 활동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발전한다. 대중음악 콘서트와 뮤지컬은 티켓 판매액과 관객 동원 규모가 중요한 산업적 지표가 된다. 아마추어 합창단의 활동에서는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단원, 연습과 공연을 이어가는 기간, 지역사회와의 관계 등 다른 조건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티켓 판매액을 중심으로 집계되는 공연시장 통계에는 시민들의 일상적인 음악 활동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 동호회에서 진행하는 연습과 무료 공연, 소규모 발표회는 흥행 성적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공연을 감상하는 사람들의 지출과 직접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의 활동을 구분해 살펴야 오늘날 공연문화의 폭을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2025년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에서도 이러한 차이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문화예술행사 직접 관람률은 60.2%로 전년보다 2.8%포인트 낮아졌지만, 문화예술 관련 발표회와 전시회, 창작활동 등에 직접 참여한 비율은 5.8%로 1.1%포인트 높아졌다. 문화예술교육 경험률도 8.6%를 기록했다. 관람과 참여가 서로 다른 움직임을 나타낸 것이다.

참여율 5.8%는 직접 관람률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음악을 배우고 정기적으로 연습하는 활동에는 관람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직장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면서 일정한 연습 시간을 확보하는 일도 쉽지 않다. 생활예술에 관심이 있더라도 실제 단체 활동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연습 장소와 지도 인력, 함께할 구성원 등 여러 조건이 마련돼야 한다.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한 2024 서울생활예술페스티벌은 시민이 직접 무대에 참여하는 문화 활동을 살펴볼 수 있는 행사였다. 시민합창단 153명과 동행오케스트라 100명, 40개 생활예술 동호회가 참여했다. 약 3개월의 연습과 준비를 거쳐 9월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공연과 전시를 진행했다. 전문 예술가의 공연을 관람하는 데서 나아가 시민들이 직접 무대에 서는 기회가 마련됐다.

축제를 위해 구성된 시민합창단과 더 콰이어 블루처럼 여러 해 동안 활동해 온 아마추어 합창단은 운영 방식이 다르다. 축제 참가자는 정해진 일정에 맞춰 공연을 준비하지만 상설 합창단은 한 번의 무대가 끝난 뒤에도 새로운 레퍼토리를 익히고 다음 공연을 준비한다. 구성원들이 정기적으로 모일 수 있는 환경과 단체를 유지하는 운영 체계가 필요하다.

음악을 함께 연주하는 활동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15년 영국 옥스퍼드대의 에일루네드 피어스(Eiluned Pearce) 등이 진행한 연구에서는 새로 구성된 성인 합창 수업 참가자들이 공예와 창작 글쓰기 수업 참가자들보다 초기 단계에서 서로에 대한 친밀감을 빠르게 형성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활동에 참여한 사람들의 친밀감도 높아졌다. 여러 사람이 함께 노래하는 활동에서 관계가 형성되는 속도의 차이를 살펴본 연구다.

합창단에서는 공동의 음악적 목표가 구성원들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 다른 사람의 소리를 듣지 않고 자신의 음량만 높이면 성부의 균형이 흐트러지고, 박자를 놓치면 함께 노래하는 흐름에도 영향을 준다. 자신의 표현을 유지하면서 전체 음악에 맞추는 과정이 반복된다. 음악적 훈련과 구성원 간 협력이 함께 이루어지는 활동이다.

여러 사람이 정기적으로 모인다는 사실이 곧바로 친밀한 관계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연습 일정과 개인의 생활, 음악적 능력의 차이, 단체 운영에 필요한 책임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합창단을 오래 유지하려면 연주 수준을 높이기 위한 지도와 함께 구성원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운영 방식도 필요하다.

더 콰이어 블루의 제4회 정기연주회 프로그램에는 한국 가곡과 해외 성악곡, 뮤지컬 음악이 함께 편성됐다. '얼굴', '그리운 마음', '향수', '못잊어' 등 한국어 노래에 이어 'Un Amore Cosi Grande', 'Cantate Domino', 'Eres tu', 'Sull'aria', 'Memory' 등 서로 다른 음악적 배경을 가진 곡들이 포함됐다.

서울 서초구 구띠갤러리에서 열린 더 콰이어 블루 제4회 정기연주회에서 지휘자와 단원들이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제공=더 콰이어 블루 합창단

여러 장르의 음악을 한 공연에 편성하면 단원들이 익혀야 할 표현 방식도 다양해진다. 한국 가곡은 시어의 의미와 발음, 선율과 호흡의 관계가 중요하다. 외국어로 된 성악곡은 원어의 발음과 강세, 작품에 맞는 발성을 익혀야 한다. 뮤지컬 음악은 인물의 감정과 극적 상황을 전달하는 노래라는 점에서 표현 방식에 차이가 있다.

오페라와 뮤지컬의 대표곡을 독립적인 합창 레퍼토리로 부를 때에는 작품의 편성과 연주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 원래 독창이나 이중창으로 만들어진 곡이라면 공연 편성에 맞춰 성부와 반주를 구성해야 한다. 여러 시대와 장르의 음악을 다루는 아마추어 합창단은 다양한 음악적 표현을 배우는 기회를 갖는 동시에 그만큼 세심한 연습을 필요로 한다.

김준홍 지휘자와 권혜경 피아니스트의 참여는 전문적인 음악 지도가 아마추어 활동과 결합하는 구조를 설명한다. 지휘자는 곡의 해석과 연습 방향을 정하고, 단원들은 각자의 성부를 익혀 하나의 연주로 맞춘다. 전문 음악가의 역할과 시민들의 참여가 서로 다른 형태로 결합하면서 합창단의 공연이 이루어진다.

더 콰이어 블루가 네 번째 정기연주회를 개최한 구띠갤러리는 본래 미술 전시를 위한 공간이다. 합창단이 공연하는 동안 지휘자와 피아니스트, 단원들이 자리했고 객석에서는 관객들이 연주를 감상했다. 전문 콘서트홀과 규모와 구조가 다른 장소에서 시민 합창 공연이 이루어진 것이다.

박희열 회장과 이정선 사무총장이 단원으로도 참여하는 더 콰이어 블루의 운영 방식은 아마추어 음악 활동이 가진 특징을 드러낸다. 사진제공=더 콰이어 블루 합창단

소규모 문화공간에서 합창 공연을 열 때에는 연주자와 관객의 거리, 음향과 객석 배치가 중요하다. 합창단원들이 서로의 소리를 듣고 지휘자를 볼 수 있어야 하며, 피아노 반주와 각 성부의 소리가 객석에 균형 있게 전달되도록 고려해야 한다. 전시 공간의 구조를 공연에 맞춰 활용하는 과정에서 무대의 규모와 편성도 영향을 받는다.

전문 공연장에서는 연주를 위한 음향과 객석, 무대 설비가 마련돼 있지만 갤러리와 같은 공간에서는 기존 시설과 규모에 맞춰 공연을 준비해야 한다. 소규모 음악회가 다양한 장소에서 열릴 수 있는 만큼 공간의 특성과 음악의 편성을 고려한 준비가 필요하다. 구띠갤러리의 이번 연주회는 미술 전시 공간이 시민의 음악 활동에도 사용된 현장이었다.

생활예술의 지속성에는 공연 횟수뿐 아니라 단원들이 얼마나 꾸준히 참여할 수 있는지도 영향을 미친다. 연습 장소와 지휘·반주 인력, 공연을 준비하는 비용이 마련돼야 하고, 운영진은 일정과 구성원들의 참여를 조정해야 한다. 전문 공연단체와 달리 다른 직업과 일상생활을 병행하는 구성원들이 중심인 만큼 연습과 공연의 규모를 현실적인 조건에 맞추는 일도 필요하다.

박희열 회장과 이정선 사무총장이 운영을 맡으면서 직접 합창에도 참여하는 더 콰이어 블루의 구조는 이러한 생활예술의 현실과 연결된다. 음악을 연주하는 구성원들이 단체의 운영에도 참여하고, 지휘자와 반주자의 전문적인 지도 아래 정기연주회와 작은 음악회를 이어가는 방식이다.

2021년 첫 작은 음악회 이후 2022년 서초구 자원봉사자를 위한 공연, 2023년 새빛바울의집 찾아가는 음악회와 창단연주회, 올해 제4회 정기연주회로 이어진 활동은 여러 형태의 공연이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을 전한다. 소규모 발표회부터 지역사회 시설을 찾아가는 공연, 정기연주회까지 음악을 들려주는 장소와 관객의 성격도 달라졌다.

2025년 국내 공연시장이 역대 최대 규모의 티켓 판매액을 기록한 가운데 시민들의 생활예술 참여도 별도의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형 콘서트가 수많은 관객을 한 공연장에 모은다면 아마추어 합창단은 여러 사람이 정기적으로 모여 직접 음악을 연주하는 문화를 형성한다. 두 영역은 규모와 운영 방식, 참여하는 사람의 역할이 다르지만 오늘의 공연문화를 함께 구성한다.

더 콰이어 블루가 창단한 2020년부터 구띠갤러리에서 네 번째 정기연주회를 연 2026년까지 여섯 해가 흘렀다. 박희열 회장과 이정선 사무총장 등 운영에 참여하는 단원들, 김준홍 지휘자와 권혜경 피아니스트가 함께하는 활동은 작은 음악회와 찾아가는 공연을 거쳐 정기연주회로 이어졌다. 음악을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사람과 일상에서 직접 노래하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공연을 만들어가는 흐름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15일 구띠갤러리의 객석 앞에는 소프라노와 알토, 테너와 베이스 단원들이 함께 섰다. 연주를 준비해 온 사람들은 무대에 올랐고, 관객은 같은 공간에서 음악을 들었다. 전문 공연장에서 열리는 대규모 공연과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작은 음악회가 공존하는 오늘의 문화생활에서 아마추어 합창단은 음악을 감상하는 경험을 직접 연주하는 활동으로 넓혀가는 한 축을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