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경제④] 바쉐론 콘스탄틴 ‘돈 판초’ 74만프랑…초복잡 시계의 제작·수리 비용

1940년 주문 제작된 미닛 리피터, 2019년 경매서 고가 낙찰…퍼페추얼 캘린더 정비 2100프랑, 복합 기능 시계는 별도 견적

2026-10-19     임우경 기자

[KtN 임우경기자]1935년 12월 스페인 마드리드의 시계 판매점 브루킹(Brooking)에 특별한 주문이 들어왔다. 스페인 사업가 프란시스코 마르티네스 야노(Francisco Martinez Llano)는 당시 손목시계에서 구현하기 어려웠던 여러 기능을 하나의 시계에 담고자 했다. 시간을 소리로 알려주는 미닛 리피터와 날짜를 표시하는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의 달력, 12시 방향의 크라운, 케이스 오른쪽의 리피터 작동 장치까지 세부 사양을 지정했다. 스위스 시계제조사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은 약 4년에 걸쳐 시계를 완성했고, 1940년 1월 주문자에게 전달했다.

사업가의 별칭을 따서 '돈 판초(Don Pancho)'로 불린 시계는 2019년 5월 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필립스(Phillips in Association with Bacs & Russo) 경매에서 74만 스위스프랑에 낙찰됐다. 제작 이후 79년이 지난 손목시계였다. 18캐럿 옐로골드 케이스의 길이는 42mm, 너비는 28mm에 불과했다. 작은 공간에 여러 기계 장치를 결합한 제작 기술과 유일 제작품이라는 희소성, 최초 주문자의 소장 기록이 국제 수집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26년 10월 돈 판초는 바쉐론 콘스탄틴의 첫 시계 콩쿠르인 '콩쿠르 델레강스 오를로제르(Concours d’Élégance Horlogère)'의 결선작으로 다시 이름을 올렸다. 20세기 전반의 기계식 시계 제조 기술이 오늘날 어떤 가치를 인정받는지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이다. 1930년대 주문 제작에 투입된 숙련 기술과 복원 과정, 실제 경매가격은 최고급 기계식 시계의 제작비와 관리 비용, 역사적 가치가 어떤 관계를 맺는지 설명해 준다.

Vacheron Constantin’s First Concours d’Élégance Spotlights 34 Historic Watches. 사진=Vacheron Constantin/Phillips In Association With Bacs & Russo,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돈 판초는 일반적인 시간 표시 기능에 미닛 리피터(Minute Repeater)와 레트로그레이드(Retrograde) 달력을 결합했다. 미닛 리피터는 사용자가 케이스 측면의 장치를 작동시키면 현재 시각을 소리로 알려주는 기능이다. 시와 15분 단위, 남은 분을 서로 다른 타종으로 구분한다. 전자 장치나 스피커 없이 무브먼트 내부의 기어와 해머, 공 역할을 하는 금속 음향 부품만으로 소리를 만들어낸다.

미닛 리피터의 제작에는 시간 표시 장치와 별도로 작동하는 복잡한 기계 구조가 필요하다. 시각을 읽어 타종 횟수를 결정하는 부품과 해머를 움직이는 장치, 소리의 간격을 조절하는 구조가 정밀하게 맞물려야 한다. 소리가 지나치게 빠르거나 느리지 않도록 조정해야 하며, 해머가 금속 공을 타격할 때 발생하는 음색과 울림도 검토한다. 케이스 소재와 두께, 내부 공간에 따라 소리의 성질이 달라질 수 있어 동일한 설계라도 제작 과정에서 세밀한 조정이 필요하다.

돈 판초의 미닛 리피터는 당시 전문 제작업체 니콜(Nicole)이 담당했다. 달력 장치는 복잡한 무브먼트 제작으로 알려진 빅토랭 피게(Victorin Piguet)가 맡았으며, 다이얼은 스턴 프레르(Stern Frères)가 제작했다. 한 제조사가 최종 시계를 완성하더라도 복잡한 기능과 부품에는 서로 다른 전문 기술이 투입되던 당시 스위스 고급 시계산업의 생산 구조를 엿볼 수 있다.

주문자는 케이스 뒷면에 이름의 이니셜을 파란색 에나멜로 장식하고, 숫자 표현이 다른 다이얼 두 개와 교체 가능한 스트랩 여섯 개를 함께 제작하도록 요청했다. 실제 인도 당시에는 라듐 야광 숫자를 사용한 다이얼 한 개가 제공됐다. 날짜 표시 바늘은 1일부터 31일까지 이동한 뒤 출발 위치로 돌아가는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으로 설계됐다. 요일 표시도 함께 갖춰 일반적인 시각 표시 시계보다 복잡한 기계 구조를 사용했다.

시계의 최초 소유자가 1947년 사망한 뒤 돈 판초는 가족의 금고에 보관됐다. 오랜 기간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시계는 수십 년이 지나 다시 발견됐다. 2019년 경매에 앞서 바쉐론 콘스탄틴은 무브먼트를 복원하고 제작 당시 다이얼과 같은 디자인의 새 다이얼을 만들었다. 기존 다이얼은 원형을 유지한 상태로 보존했으며, 케이스에는 폴리싱을 하지 않았다. 새 다이얼의 야광 물질은 방사성 라듐 대신 현대적인 슈퍼루미노바(Super-LumiNova)를 사용했다.

복원 작업에는 6개월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오래된 부품을 가능한 한 유지하면서 정상적인 작동 상태를 회복해야 했고, 제작 당시의 문서와 도면을 검토하는 과정도 필요했다. 원래 다이얼을 보존하면서 대체 다이얼을 제작한 방식은 사용 가능한 시계로 복원하는 목적과 역사적 제작품의 원형을 유지하는 목적을 함께 고려한 결과였다. 경매에서는 최초 다이얼과 제조사의 인증서, 제작 관련 기록이 시계와 함께 제공됐다.

돈 판초의 낙찰가격 74만프랑에는 금 소재의 가치뿐 아니라 주문 제작의 역사와 희소성, 기술적 완성도, 보존된 기록이 반영됐다. 그러나 복원 비용과 제작원가가 공개된 것은 아니어서 낙찰가 가운데 숙련 노동과 기술에 해당하는 금액을 따로 산정할 수는 없다. 복잡한 시계의 실제 제조비와 국제 수집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은 서로 다른 조건에 따라 결정된다.

Vacheron Constantin’s First Concours d’Élégance Spotlights 34 Historic Watches. 사진=Vacheron Constantin/Phillips In Association With Bacs & Russo,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1957년 제작된 바쉐론 콘스탄틴의 플래티넘 직사각형 손목시계도 달력 기능과 희소성이 결합된 작품이다. 단 한 점 제작된 시계로, 풀 캘린더(Full Calendar)와 문페이즈(Moon Phase) 기능을 갖췄다. 직사각형 케이스 안에는 요일과 월을 표시하는 창, 날짜를 가리키는 바늘, 달의 모양을 나타내는 표시 장치가 배치돼 있다. 1950년대 고급 시계 제조에서 복잡한 달력 기능을 비정형 케이스에 담아내던 제작 방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풀 캘린더는 요일과 날짜, 월을 함께 표시하지만 일반적으로 월별 날짜 수를 자동으로 구분하지 못한다. 30일까지 있는 달이나 2월이 끝난 뒤에는 사용자가 날짜를 조정해야 한다. 달력 기능에 별도의 기계 장치가 추가되더라도 실제 달의 길이까지 계산하는 것은 아니다.

퍼페추얼 캘린더(Perpetual Calendar)는 한 단계 더 복잡하다. 28일과 29일, 30일과 31일로 달라지는 월별 날짜 수를 기계적으로 구분하고 4년마다 돌아오는 윤년까지 계산한다. 전통적인 퍼페추얼 캘린더는 윤년 주기를 기록하는 캠과 기어를 통해 날짜를 자동으로 전환한다. 시계가 계속 작동하고 날짜가 정확하게 설정돼 있다면 사용자가 매달 달력을 조정할 필요가 없다.

다만 일반적인 퍼페추얼 캘린더도 2100년에는 날짜를 수정해야 한다. 그레고리력에서는 100으로 나누어떨어지는 해가 원칙적으로 윤년에서 제외되지만 400으로 나누어떨어지면 다시 윤년으로 인정한다. 2100년은 윤년이 아니므로 일반적인 4년 주기 기계식 퍼페추얼 캘린더에는 별도의 조정이 필요하다. 시계 제조사들은 이런 예외 규칙까지 기계적으로 계산하기 위한 기술 개발도 이어가고 있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현대적인 트래디셔널 퍼페추얼 캘린더 울트라-씬(Traditionnelle Perpetual Calendar Ultra-Thin)은 자동 와인딩 칼리버 1120 QP를 사용한다. 무브먼트 직경은 29.6mm, 두께는 4.05mm이며 276개의 부품으로 구성됐다. 무브먼트가 완전히 감긴 상태에서 작동할 수 있는 시간은 약 40시간이다. 퍼페추얼 캘린더와 문페이즈를 갖추면서도 케이스 두께를 줄이기 위해 정밀한 부품 배치와 소형화 기술이 적용됐다.

복잡한 기능을 갖춘 시계에서는 무브먼트의 부품 수뿐 아니라 제한된 공간 안에서 부품이 서로 간섭하지 않도록 설계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달력 장치가 날짜를 전환하는 순간에는 여러 기어와 레버가 정해진 순서에 따라 움직인다. 부품의 조립 오차나 마찰, 윤활 상태가 적절하지 않으면 날짜 표시가 정상적으로 전환되지 않을 수 있다. 얇은 무브먼트에 복잡한 기능을 담을수록 부품의 형태와 배치, 조립 정밀도를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커진다.

Vacheron Constantin’s First Concours d’Élégance Spotlights 34 Historic Watches. 사진=Vacheron Constantin/Phillips In Association With Bacs & Russo,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1993년 제작된 바쉐론 콘스탄틴의 Ref. 30020은 퍼페추얼 캘린더와 미닛 리피터를 결합한 대표적인 고급 손목시계다. 당시 제작된 플래티넘 모델과 옐로골드 모델이 이번 콩쿠르 결선에 함께 올랐다. 요일과 날짜, 월, 윤년을 표시하는 복합 달력 기능에 문페이즈와 미닛 리피터를 결합했다. 작은 손목시계 안에 날짜 계산과 타종이라는 서로 다른 기계 장치를 함께 담았다.

Ref. 30020에 사용된 칼리버 1755는 1992년 등장한 초박형 미닛 리피터 무브먼트다. 기본 미닛 리피터 무브먼트의 두께는 3.28mm였으며, 퍼페추얼 캘린더와 문페이즈 모듈을 추가해 Ref. 30020에 적용했다. 당시 칼리버 1755는 총 200개 제작됐고, 이 가운데 77개에 퍼페추얼 캘린더와 문페이즈 모듈이 결합됐다. 생산 수량이 제한된 복잡 기능 시계에서 무브먼트 설계와 제작에 투입되는 비용을 여러 제품에 분산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가 구조와 연결된다.

Vacheron Constantin’s First Concours d’Élégance Spotlights 34 Historic Watches. 사진=Vacheron Constantin/Phillips In Association With Bacs & Russo,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1993년 옐로골드 Ref. 30020에는 둥근 케이스와 가죽 스트랩, 문페이즈 표시가 결합돼 있다. 다이얼에 달력 정보를 여러 개의 보조 표시 장치로 나눠 배치했으며, 미닛 리피터 작동 장치도 케이스에 포함됐다. 달력과 타종 장치가 하나의 무브먼트 안에서 작동하면서도 케이스를 지나치게 두껍게 만들지 않는 기술이 중요하게 평가되는 제품이다.

손목시계의 내부 공간은 제한돼 있다. 기능이 늘어나면 부품 수도 증가하고, 기계 장치가 차지하는 면적과 높이를 함께 조절해야 한다. 미닛 리피터의 해머와 공, 달력 장치의 기어와 캠, 시간을 유지하는 기본 무브먼트가 서로 영향을 주지 않도록 설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조립 이후에도 타종의 정확성과 음색, 날짜 전환, 시간 표시의 정밀도를 각각 조정해야 한다.

현대 고급 시계시장에서 복잡 기능에 들어가는 기술 개발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파텍필립(Patek Philippe)의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Ref. 5374G-001은 미닛 리피터와 퍼페추얼 캘린더를 결합한 제품이다. 자동 와인딩 칼리버 R 27 Q는 478개 부품으로 구성됐으며, 무브먼트 두께는 6.9mm다. 두 개의 캐시드럴 공(Cathedral Gong)을 사용해 시간을 소리로 알려주고 요일과 날짜, 월, 윤년, 문페이즈를 표시한다.

파텍필립의 미국 공식 판매가격은 89만7855달러로 표시돼 있다. 42mm 화이트골드 케이스와 블루 그랑 푀 에나멜(Grand Feu Enamel) 다이얼을 사용하며, 기계 장치와 케이스, 장식 공예가 함께 가격을 구성한다. 고가의 미닛 리피터 시계는 복잡한 무브먼트뿐 아니라 금 소재, 다이얼 제작, 수작업 마감, 생산량과 브랜드의 가격 정책에 따라 최종 판매가격이 달라진다.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는 복잡한 달력을 손쉽게 조정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2025년 선보인 자동 와인딩 칼리버 7138은 퍼페추얼 캘린더의 모든 조정 기능을 크라운에 통합했다. 기존의 많은 퍼페추얼 캘린더는 케이스 측면의 작은 버튼을 전용 도구로 눌러 날짜와 요일 등을 조정해야 했다. 칼리버 7138은 크라운의 위치와 회전 방향을 활용해 달력 기능을 조정하도록 설계됐다.

오데마 피게는 칼리버 7138 개발에 5년을 투입했다. 무브먼트 두께는 4.1mm로, 달력 기능을 하나의 층에 배치하고 크라운 조정 장치를 별도로 구성했다.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의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 Ref. 26674ST.OO.1320ST.01은 미국 공식 판매가격이 12만4200달러로 표시돼 있다. 무브먼트의 복잡성을 유지하면서 날짜 조정의 편의성을 높인 설계가 최신 고급 시계의 기술 경쟁에 포함되고 있다.

IWC 샤프하우젠(IWC Schaffhausen)은 2024년 포르투기저 이터널 캘린더(Portugieser Eternal Calendar)를 출시했다. 400년 주기를 계산하는 기어를 추가해 2100년과 2200년, 2300년을 윤년에서 제외하도록 설계했다. 일반적인 퍼페추얼 캘린더의 4년 주기를 넘어 그레고리력의 예외 규칙까지 반영한 시계다. 문페이즈 장치의 이론적인 오차도 약 4500만년에 하루 수준으로 줄였다.

최고급 시계 제조사들이 새롭게 개발하는 기술은 단순히 기능을 추가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퍼페추얼 캘린더의 날짜 조정을 간편하게 만들거나, 케이스 두께를 줄이면서 여러 기능을 결합하고, 수백 년에 걸친 달력 규칙을 기계적으로 구현하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기술 개발에는 설계 인력과 시제품 제작, 반복적인 작동 시험, 부품 가공과 조립 기술이 필요하다. 생산 수량이 제한된 고급 시계에서는 연구개발에 투입된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판매 물량도 적다.

바쉐론 콘스탄틴이 2025년 공개한 '솔라리아 울트라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라 프르미에르(Solaria Ultra Grand Complication – La Première)'는 복잡 기능 개발의 규모를 보여주는 제품이다. 하나의 손목시계에 41개의 컴플리케이션을 결합했고, 1521개 부품으로 무브먼트를 구성했다. 연구개발에는 8년이 걸렸으며 13건의 특허가 출원됐다. 직경 45mm, 두께 14.99mm의 케이스에 여러 천문 기능과 웨스트민스터 미닛 리피터를 담았다.

솔라리아는 단 한 점 제작된 시계로, 일반 판매용 퍼페추얼 캘린더와 생산 구조가 다르다. 개발에 투입된 시간과 기술자들의 숙련도가 시계 제조 역량을 보여주지만, 41개 기능과 1521개 부품만으로 제작원가나 적정 판매가격을 산정할 수는 없다. 극소량의 주문 제작과 반복 생산하는 일반 컬렉션은 연구개발 비용을 회수하는 방식부터 다르다.

초복잡 시계의 가격 구조는 구매 이후에도 이어진다. 바쉐론 콘스탄틴이 2026년 6월 기준으로 제시한 스위스 서비스 요금은 일반적인 수동·자동 기계식 시계의 전체 점검이 810프랑이다. 문페이즈와 크로노그래프, 복수 달력 등 일부 복잡 기능을 갖춘 시계는 1320프랑으로 높아진다. 퍼페추얼 캘린더와 투르비용(Tourbillon) 시계의 전체 점검 요금은 2100프랑이다.

미닛 리피터와 여러 컴플리케이션을 결합한 시계는 고정된 서비스 요금 대신 개별 견적을 적용한다. 해당 요금은 스위스에서 접수한 서비스에 적용되며 스위스 부가가치세가 포함된 금액이다.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의 실제 정비비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다만 동일한 제조사의 서비스 요금에서도 무브먼트의 복잡도에 따라 비용이 달라진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다.

빈티지 시계는 정비비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스위스 서비스 요금에서 단순한 빈티지 무브먼트의 복원 비용은 1220프랑, 복수 달력과 문페이즈, 크로노그래프 등을 갖춘 빈티지 시계는 1970프랑으로 제시돼 있다. 그 밖의 오래된 빈티지 시계와 회중시계, 고급 복원 서비스는 개별 견적을 적용한다. 손상된 부품을 새로 제작하거나 원래의 외관을 보존하기 위한 특수 작업이 필요하면 비용과 작업 기간이 늘어날 수 있다.

현대 시계의 전체 점검은 일반적으로 견적 승인 후 4~6주가 걸리지만, 빈티지 시계의 복원에는 3~6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 오래전에 생산이 중단된 부품을 복원하고 제조 당시의 기술을 재현하려면 일반적인 정비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일부 복잡 기능 시계는 스위스 본사의 전문 인력이 작업을 맡아야 하며, 최초 진단과 견적 산정에도 추가 시간이 들어갈 수 있다.

고가 시계를 장기간 보유하는 수집가에게는 정비비와 부품 공급, 전문 수리 인력에 대한 접근성이 중요한 구매 조건이다. 제조사의 정상적인 서비스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제품은 오랜 기간 작동 상태를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 반면 생산 수량이 극히 적거나 특별 주문으로 제작된 시계는 일반적인 부품 교체만으로 복원이 어려울 수 있다. 제조 당시의 도면과 제작 기록이 남아 있다면 복원에 필요한 기술적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

정비 과정에서 원래 부품을 교체할 때에는 수집 가치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무브먼트의 기능을 회복하려면 일부 부품을 새로 제작하거나 교체해야 할 수 있지만, 빈티지 수집시장에서는 생산 당시의 부품과 외관을 유지한 정도가 중요하게 평가된다. 케이스를 연마하거나 다이얼을 새로 제작한 시계는 외관이 깨끗해지더라도 역사적 원형을 중시하는 수집가에게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돈 판초가 2019년 복원 과정에서 원래 케이스를 연마하지 않고 기존 다이얼을 별도로 보존한 것도 오랜 제작 역사를 지닌 시계의 관리 방식과 관련이 있다. 새 다이얼을 장착해 사용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최초 제작 당시의 다이얼을 남겨 역사적 자료로 보존했다. 제작 도면과 주문 기록, 복원 이력까지 함께 유지된 시계는 향후 진품 여부와 원형 보존 상태를 판단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상대적으로 풍부하다.

Vacheron Constantin’s First Concours d’Élégance Spotlights 34 Historic Watches. 사진=Vacheron Constantin/Phillips In Association With Bacs & Russo,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계 장치의 내부를 드러내는 스켈레톤 퍼페추얼 캘린더에서도 정교한 제작 기술을 살펴볼 수 있다. 무브먼트의 일부 금속판을 제거해 기어와 부품의 배열을 노출하면서도 날짜 계산과 문페이즈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 부품의 강성과 조립 정밀도를 확보하는 동시에 절단면과 표면을 마감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장식적인 가공이 추가되면 일반적인 무브먼트보다 제작 공정이 복잡해질 수 있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이번 콩쿠르에는 1987년과 1999년 제작된 스켈레톤 퍼페추얼 캘린더·문페이즈 시계도 포함됐다. 복잡한 기능과 투각 가공을 결합한 제작품들이다. 시계의 기계적 성능과 내부 부품의 시각적 구성, 수작업 마감이 함께 평가되는 영역이다. 복잡한 무브먼트를 장식하면서도 정상적인 작동 상태를 유지해야 하므로 디자인과 제작 기술을 분리하기 어렵다.

수집시장에서는 복잡한 기능의 수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높은 가격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미닛 리피터와 퍼페추얼 캘린더를 결합한 시계라도 제작 연도와 생산 수량, 보존 상태, 소장 이력에 따라 거래가격이 달라진다. 유지보수 부담이 큰 모델은 실제 구매자의 선택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주문 제작된 유일품과 일반 컬렉션에서 생산된 시계의 가격도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하기 어렵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최고급 복잡 기능 시계가 기술력을 축적하고 숙련 인력을 유지하는 사업 영역과 연결된다. 무브먼트 설계와 부품 가공, 조립과 수리 기술을 장기간 보유해야 하고, 소량 생산 제품에 투입된 개발비를 감당할 수 있는 사업 구조도 필요하다. 고가 제품의 판매가격이 높더라도 생산량과 개발비, 정비 지원 비용에 따라 개별 제품의 수익성은 달라질 수 있다.

2026년 11월 바쉐론 콘스탄틴의 시계 콩쿠르에서는 1940년 돈 판초와 1957년 플래티넘 풀 캘린더·문페이즈 시계, 1993년 퍼페추얼 캘린더·미닛 리피터 등 서로 다른 시대에 제작된 복잡 기능 시계들이 평가를 받는다. 손목시계가 점차 작아지고 기능이 다양해졌던 20세기 제조 기술의 변화가 한자리에서 소개될 예정이다.

돈 판초의 2019년 낙찰가격 74만프랑과 6개월 넘게 걸린 복원 작업, 현대 퍼페추얼 캘린더의 2100프랑 정비 요금은 초복잡 시계가 판매된 이후에도 전문 기술과 관리 비용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고급 기계식 시계의 가격에는 케이스 소재와 무브먼트, 장식 공예뿐 아니라 장기간 축적된 설계 기술과 숙련 노동, 제한된 생산 수량이 반영된다. 11월 제네바에서 공개되는 역사적 제작품들은 수십 년이 지난 뒤에도 제조사의 복원 기술과 수집시장의 평가를 받으며 유지되는 고급 시계산업의 특성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