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경제⑥] 바쉐론 콘스탄틴 71만홍콩달러 낙찰…빈티지 시계 가격 가르는 소장 이력
2026년 홍콩 경매서 희귀 불가리 서명 크로노그래프 고가 거래…진품 인증·원형 보존·수리 기록이 좌우하는 럭셔리 시계의 자산 가치
[KtN 임우경기자]2026년 5월 30일 홍콩에서 열린 필립스(Phillips in Association with Bacs & Russo) 시계 경매에서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의 옐로골드 크로노그래프 Ref. 4072가 71만1200홍콩달러에 낙찰됐다. 경매 전 추정가격은 24만~38만홍콩달러였다. 1967년 제작된 시계로, 다이얼에는 제조사 이름과 함께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불가리(Bulgari)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현재 알려진 Ref. 4072 가운데 불가리 판매점의 서명이 함께 남아 있는 유일한 제품이다. 제작된 지 약 60년이 지난 시계가 경매 추정가격의 상단을 크게 웃도는 금액에 거래됐다.
Ref. 4072는 바쉐론 콘스탄틴이 1938년부터 생산한 수동 와인딩 크로노그래프다. 옐로골드와 핑크골드, 스테인리스 스틸 등 여러 소재로 제작됐으며, 다이얼 구성과 계측 눈금, 무브먼트 사양에도 차이가 있다. 2026년 홍콩에서 거래된 제품에는 칼리버 492가 장착됐고 케이스 지름은 34.5mm였다. 옐로골드 케이스의 보존 상태와 은색 다이얼, 타키미터 눈금에 불가리 서명이 더해지면서 일반적인 Ref. 4072와 구별되는 수집 조건을 갖췄다.
2023년 뉴욕 필립스 경매에서는 1944년 제작된 옐로골드 Ref. 4072가 5만3340달러에 거래됐다. 금 소재의 게이 프레르(Gay Frères) 브레이슬릿을 갖춘 제품으로, 두 가지 색조를 사용한 다이얼과 타키미터 눈금, 제조 당시의 특징을 비교적 양호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같은 해 뉴욕에서는 1943년 제작된 스틸 Ref. 4072가 3만5560달러에 팔렸다. 스틸 모델에는 심박수를 측정할 수 있는 펄소미터(Pulsometer) 눈금과 제조사의 진품 인증서가 포함돼 있었다.
세 시계는 제작 시기와 소재, 다이얼 구성, 부속품과 보존 상태가 달랐다. 거래 국가와 통화, 경매 시점에도 차이가 있어 낙찰금액을 직접 비교해 소재별 가격 차이로 환산하기는 어렵다. 다만 같은 Ref. 4072라는 모델명 아래에서도 특별한 판매 이력과 다이얼 구성, 생산 수량에 따라 서로 다른 수집 가치가 형성된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다.
빈티지 시계의 가격에는 제조사가 신제품을 판매하던 당시의 가격 체계와 다른 조건이 작용한다. 금이나 플래티넘 같은 귀금속의 함량도 중요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제작 수량과 남아 있는 제품의 상태, 소장 이력, 특정 디자인을 원하는 수집가들의 수요가 거래가격을 결정하는 비중이 커진다. 생산량이 적은 모델이라도 구매자가 많지 않으면 높은 가격을 유지하기 어렵고, 비교적 오래 생산된 모델이라도 특이한 다이얼이나 희귀한 소재를 갖춘 제품은 별도의 가격대를 형성할 수 있다.
2026년 10월 세계 중고 시계시장은 2022년 이후 이어졌던 가격 조정에서 벗어나 점진적인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주요 럭셔리 시계 브랜드 10곳의 대표 모델 300개를 거래가치에 따라 가중해 산출하는 워치차트 종합시장지수(WatchCharts Overall Market Index)는 10월 13일 기준 1년 전보다 8.2% 상승했다. 같은 시점의 5년 누적 변동률은 마이너스 6.3%였다. 최근 1년 동안 가격이 회복됐지만 코로나19 이후 급등했던 시계 가격이 장기적으로 모두 회복된 상태는 아니다.
2026년 3분기 종합시장지수 상승률은 1.4%로, 지난해 2분기 이후 가장 낮았다. 9월 한 달 동안 지수는 사실상 변동이 없었다. 롤렉스(Rolex)는 0.4% 하락한 반면 파텍필립(Patek Philippe)은 0.2%,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는 0.5% 상승했다. 가격 회복의 속도가 둔화하는 가운데 브랜드별 거래 흐름에는 차이가 나타났다.
상위 세 브랜드 밖에서는 다른 움직임이 이어졌다. 2026년 3분기 A. 랑에 운트 죄네(A. Lange & Söhne)의 중고 시계 가격지수는 4.3% 상승했고, 쇼파드(Chopard)는 3.5%, 바쉐론 콘스탄틴은 3.4%, 브레게(Breguet)는 3.3% 올랐다. 같은 기간 파텍필립의 상승률은 3.0%였다. 주요 세 브랜드를 제외한 25개 브랜드 가운데 21개 브랜드의 가격지수가 상승했다.
2025년에는 파텍필립의 연간 가격지수가 12.7%, 롤렉스는 6.0%, 오데마 피게는 1.5% 상승했다. 나머지 24개 주요 브랜드의 평균 변동률은 마이너스 3.2%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부 대형 브랜드가 가격 회복을 주도했지만 올해 들어 고급 시계제조사의 여러 컬렉션으로 상승세가 확산됐다.
워치차트의 가격지수는 거래가 비교적 활발한 주요 모델을 대상으로 한다. 국제 경매에서 거래되는 극소량의 역사적 시계는 해당 지수만으로 가격을 평가하기 어렵다. 동일한 제품이 수십 년 동안 거래되지 않다가 경매에 등장하기도 하고, 제작 수량이 매우 적어 비교할 만한 거래 기록 자체가 부족한 경우도 있다. 일반적인 중고 시계의 가격 추세와 희귀한 빈티지 시계의 낙찰가격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다.
2022년 11월 스위스 제네바 소더비(Sotheby's) 경매에서는 바쉐론 콘스탄틴의 플래티넘 손목시계 Ref. 4764 '초콜라토네(Cioccolatone)'가 60만 스위스프랑을 넘는 가격에 낙찰됐다. 경매 추정가격은 50만~100만프랑이었다. 풀 캘린더와 문페이즈 기능을 갖춘 사각형 손목시계로, 바쉐론 콘스탄틴의 제작 기록상 플래티넘 소재로 생산된 유일한 제품이다.
초콜라토네는 이탈리아 수집가들이 초콜릿 조각과 닮은 케이스의 형태에서 붙인 별칭이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1951년 Ref. 4737을 통해 독특한 곡선의 사각형 케이스를 선보였고, 이후 풀 캘린더와 문페이즈를 갖춘 Ref. 4764를 제작했다. Ref. 4764의 생산량은 50점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사각형 케이스의 너비는 약 36mm, 길이는 43.5mm에 이르며 손목에 맞도록 굴곡을 준 형태가 특징이다.
2022년 경매에 등장한 플래티넘 Ref. 4764는 1957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판매된 기록을 갖고 있었다. 원래의 다이얼은 복원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었고, 바쉐론 콘스탄틴이 발급한 진품 인증서도 함께 제공됐다. 최초 판매 이후 장기간 개인이 보유하다 처음 공개 경매에 등장한 제품이었다. 제작 수량이 매우 적은 플래티넘 소재에 판매 지역과 연도를 확인할 수 있는 기록, 원형을 유지한 다이얼이 결합된 시계였다.
같은 모델의 다른 제품과 비교할 때도 소재만으로 가격 차이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초콜라토네는 핑크골드와 플래티넘 등 여러 소재로 제작됐고, 케이스의 형태와 다이얼의 구성, 보존 상태에 따라 개별 제품의 특징이 달라진다. 생산된 시계가 적을수록 거래시장에서 동일한 조건의 제품을 다시 확보하기 어렵다. 한 점의 낙찰 결과가 해당 모델의 전체 가격을 대표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1954년 제작된 핑크골드 Ref. 4764 역시 바쉐론 콘스탄틴이 2026년 개최하는 첫 '콩쿠르 델레강스 오를로제르(Concours d’Élégance Horlogère)'의 결선에 올랐다. 핑크골드 케이스에 달력과 문페이즈를 결합한 모델로, 복원된 다이얼을 갖추고 있다. 같은 결선에 포함된 1957년 플래티넘 Ref. 4764는 원래 다이얼의 보존 상태와 극히 적은 생산 수량을 평가받는 작품이다.
동일한 모델이라도 원형 보존 상태와 복원 여부가 다르면 역사적 가치와 수집시장의 평가가 달라진다. 복원 과정에서 손상된 부분을 수리하면 외관과 작동 상태를 개선할 수 있지만, 제작 당시의 부품과 마감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는 별도로 살펴야 한다. 오랫동안 사용된 시계의 자연스러운 변색과 마모를 수집가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도 가격에 영향을 준다.
빈티지 시계에서 원형 보존 상태는 특히 다이얼과 케이스에서 중요하게 평가된다. 다이얼은 인덱스와 시곗바늘, 제조사 로고, 계측 눈금 등이 배치되는 부분이다. 오래된 시계는 습기와 햇빛, 온도 변화에 따라 색상이 변하거나 표면이 손상될 수 있다. 복원 과정에서 새로운 도료를 사용하거나 인쇄를 다시 하면 외관은 깨끗해질 수 있지만, 생산 당시의 특징과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롤렉스와 파텍필립, 바쉐론 콘스탄틴 등 주요 제조사의 빈티지 시계에서는 다이얼의 인쇄 형태와 글자의 간격, 시곗바늘의 길이와 모양, 야광 물질의 색상까지 평가 대상이 된다. 같은 레퍼런스라도 생산 시기에 따라 인덱스와 다이얼 구성에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조 당시 존재하지 않았던 부품을 장착하거나 이후 생산된 다이얼로 교체하면 원형을 중시하는 수집가들에게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케이스의 보존 상태도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오래된 시계의 흠집을 없애기 위해 금속 표면을 연마하는 폴리싱(Polishing)을 반복하면 케이스의 두께와 모서리, 러그의 형태가 달라질 수 있다. 케이스에 남아 있는 제조사 각인과 귀금속 함량 표시가 희미해지기도 한다. 다이얼과 케이스의 상태를 판단할 때는 사용으로 발생한 자연스러운 마모와 원래 구조가 손상된 부분을 구분해야 한다.
2023년 뉴욕에서 거래된 바쉐론 콘스탄틴의 1943년 스틸 Ref. 4072는 제조사의 진품 인증서를 갖추고 있었다. 케이스와 다이얼, 무브먼트의 일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 함께 제공됐다는 점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시계와 차이가 있었다. 진품 인증은 거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을 줄여주지만, 인증서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부품이 최초 생산 당시의 상태를 유지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역사 기록 서비스에는 제작 이력을 확인하는 문서와 현재 시계의 진품 여부를 판정하는 인증서가 구분돼 있다. 아카이브 발췌문(Extract from the Archives)에는 무브먼트와 케이스 번호, 제작 연도와 판매 연도, 생산 당시의 다이얼과 스트랩 등 제조사가 보유한 기록이 포함된다. 해당 문서는 과거 제작 기록을 확인하는 자료로, 현재 시계 전체가 진품임을 보증하는 인증서와는 성격이 다르다.
진품 인증서(Certificate of Authenticity)는 제조사의 전문가가 실제 시계를 검사한 뒤 발급한다. 시계의 기술적 특징과 외관, 제작 연도 등을 확인하는 절차가 포함된다. 오래된 시계일수록 케이스와 무브먼트의 제작번호가 일치하는지, 시곗바늘과 다이얼이 생산 시기에 맞는 구성인지, 이후 부품이 교체됐는지 살펴보는 과정이 중요하다.
수집시장에서 거래되는 시계에는 생산 당시의 판매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도 많다. 소유자가 여러 차례 바뀌는 동안 보증서와 영수증, 수리 기록이 분실되기도 한다. 최초 판매 기록이 남아 있는 제품은 제작 당시의 모델과 소재, 판매 시기 등을 확인하는 데 유리하다. 다만 오래된 보증서 자체의 진위 여부와 해당 서류가 실제 거래되는 시계의 것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소장 이력인 프로비넌스(Provenance)는 시계가 제작된 뒤 누구에게 판매됐고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 소유자에게 전달됐는지를 나타낸다. 유명 인물이나 왕실, 특정 역사적 사건과 관련된 제품은 일반적인 생산품과 다른 수집 가치를 인정받기도 한다. 최초 주문자의 서신이나 제조사의 제작 기록, 가족에게 상속된 경위가 남아 있는 시계는 제작 이후의 역사를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19세기 제작된 회중시계는 시계의 역사적 가치를 평가할 때 제작 기술과 함께 소장 기록을 살펴봐야 하는 분야다. 금 소재의 둥근 케이스와 에나멜 다이얼, 로마숫자 인덱스, 독특한 시곗바늘을 갖춘 회중시계는 제작 시기에 따라 무브먼트 구조와 장식 방식이 달라진다. 시계의 제작번호와 케이스에 남아 있는 각인, 장식의 보존 상태는 생산 시기와 제작 방식을 파악하는 데 활용된다.
200년 가까이 된 회중시계는 부품의 수리와 교체, 케이스의 변형, 다이얼의 손상 등 긴 시간 동안 여러 변화를 겪었을 수 있다. 제조 당시의 상태를 유지한 제품과 이후 복원된 제품은 기술적·역사적 평가에서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시계의 작동 상태가 양호하더라도 외관이나 일부 부품이 생산 당시의 것인지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정밀한 진품 감정과 보존 상태 평가가 필요한 이유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역사적 시계 가운데 주문자와 제작 과정이 상세하게 남아 있는 대표적인 작품은 1940년 완성된 '돈 판초(Don Pancho)'다. 스페인 사업가 프란시스코 마르티네스 야노(Francisco Martinez Llano)가 1935년 주문한 시계로, 미닛 리피터와 레트로그레이드 달력, 요일 표시 기능을 결합했다. 주문자는 크라운과 타종 장치의 위치, 다이얼 디자인과 스트랩까지 세부적인 제작 조건을 지정했다.
돈 판초는 주문자가 1947년 사망한 뒤 가족의 금고에 장기간 보관됐다. 수십 년 동안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시계가 다시 발견되면서 바쉐론 콘스탄틴의 제작 기록과 최초 주문 관련 문서가 함께 조사됐다. 제조 당시의 도면과 주문자 사이에 오간 기록은 시계의 원래 사양과 제작 배경을 확인하는 근거가 됐다.
2019년 제네바 필립스 경매에서 돈 판초는 74만 스위스프랑에 낙찰됐다. 경매에 앞서 바쉐론 콘스탄틴은 6개월 넘게 복원 작업을 진행했다. 케이스는 연마하지 않았고, 기존 다이얼을 보존하면서 최초 디자인을 재현한 새 다이얼을 제작했다. 원래 사용된 방사성 라듐 대신 현대적인 야광 물질을 적용했다. 수리와 복원을 거쳤다는 사실뿐 아니라 기존 부품을 보존하고 작업 내역을 남긴 점도 시계의 역사적 평가에 중요한 요소였다.
빈티지 시계의 복원은 작동 상태를 개선하는 작업이면서 제작 당시의 특징을 유지해야 하는 보존 활동이기도 하다. 오래된 무브먼트를 정상적으로 작동시키려면 일부 부품을 새로 제작하거나 교체해야 할 수 있다. 그러나 교체 부품이 많아질수록 생산 당시의 원형을 유지한 정도는 달라진다. 제조사의 제작 기록과 정비 기술, 작업 내역이 남아 있다면 수집가는 복원된 부분과 기존 부품을 구분해 평가할 수 있다.
비정형 케이스를 갖춘 빈티지 시계에서는 외관의 원형 보존이 더욱 중요하게 다뤄진다. 직사각형 케이스와 독특한 러그 구조를 결합한 제품은 제작 당시의 디자인 자체가 희소성을 형성할 수 있다. 케이스의 곡선과 직선, 스트랩 연결 부위의 구조가 원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지에 따라 디자인의 역사적 특징을 평가하는 조건도 달라진다. 일반적인 원형 케이스보다 복원이 까다로운 부분이 있을 수 있으며, 특수한 구조의 부품을 새로 확보하기 어려운 제품도 존재한다.
복원 이력은 수집가가 시계를 구매한 뒤 발생하는 유지비와도 연결된다. 생산이 중단된 무브먼트의 부품은 일반적인 서비스센터에서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제조사의 전문 복원 부서가 작업을 맡는 경우에는 부품 제작과 조정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시계를 정상적으로 작동시키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역사적 원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 관리가 동시에 발생한다.
일부 제조사는 중고 시계 거래에서 진품 확인과 품질 보증을 결합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롤렉스는 인증 중고 프로그램인 '롤렉스 서티파이드 프리오운드(Rolex Certified Pre-Owned)'를 통해 진품 여부를 확인하고 전체 점검을 마친 중고 시계에 2년간의 국제 보증을 제공한다. 공식 판매망을 통해 유통되는 제품을 대상으로 제조사가 직접 품질과 정품 여부를 인증하는 구조다.
롤렉스의 인증 중고 프로그램은 작동 신뢰성과 구매 이후의 보증을 중시한다. 반면 역사적 빈티지 시계의 수집가들은 제조 당시의 다이얼과 케이스, 부품을 보존한 정도에 높은 가치를 두기도 한다. 시계의 사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정비와 역사적 원형을 유지하려는 수집 기준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제조사의 보증을 갖춘 중고 시계와 희귀한 빈티지 경매품은 같은 중고시장에 속해 있어도 구매 목적과 가격 평가 방식이 다를 수 있다.
국제 경매의 낙찰가격에는 거래 비용도 반영된다. 경매사가 발표하는 판매금액에는 구매자 수수료가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경매장에서 경매인이 마지막으로 호명한 가격인 해머 프라이스(Hammer Price)와 수수료를 합산한 최종 판매금액은 구분해야 한다.
2026년 5월 필립스 제네바 시계 경매에서는 해머 프라이스 160만 스위스프랑 이하 구간에 27%의 구매자 수수료가 적용됐다. 160만프랑 초과 700만프랑 이하 구간에는 21%, 700만프랑 초과분에는 14.5%가 적용되는 누진 구조였다. 경매 장소와 시기, 개별 거래 조건에 따라 실제 적용 요율은 달라질 수 있다. 구매자가 해외에서 시계를 들여오는 경우에는 운송비와 보험료, 관세 및 세금이 추가될 수도 있다.
시계를 다시 판매할 때에도 판매 수수료와 거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매입가격과 재판매가격 사이에 차이가 있더라도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제외해야 실제 수익을 계산할 수 있다. 높은 낙찰가격이 기록된 시계도 이후 같은 가격에 구매할 사람을 확보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생산 수량이 매우 적은 빈티지 시계는 거래가 자주 이뤄지지 않아 판매 시점을 선택하기 어렵고, 구매자를 찾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경매 추정가격은 거래 이전에 작품의 상태와 유사 거래 기록, 수집 수요 등을 고려해 설정된다. 실제 낙찰가격은 경매에 참여한 구매자들의 경쟁에 따라 결정된다. 두 명 이상의 구매자가 동일한 시계를 강하게 원하면 추정가격을 크게 웃도는 결과가 나올 수 있지만, 관심이 부족한 제품은 최저 추정가격보다 낮은 금액에 거래되거나 유찰될 수 있다.
2026년 상반기 필립스의 시계 경매에서는 939점 가운데 937점이 판매됐다. 낙찰률은 99.8%였으며 전체 판매금액은 2억3500만달러를 넘어섰다. 한 점의 평균 판매금액은 약 25만달러였다. 다만 국제 경매사가 출품작을 선별한 결과로, 일반 중고 시계시장의 평균 거래가격이나 전체 낙찰률을 나타내는 수치는 아니다.
월드타임과 복합 표시 기능을 갖춘 역사적 시계는 제작 당시의 기술적 특징과 다이얼 구성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여러 지역의 시간을 표시하는 도시 이름과 시간대 눈금, 회전하는 디스크 등은 제작 시기의 표기 방식과 디자인을 담고 있다. 오래된 제품은 다이얼과 시곗바늘, 무브먼트의 작동 방식이 이후 생산품과 다를 수 있으며, 원래 부품이 유지됐는지가 수집시장의 평가에 영향을 준다.
2026년 바쉐론 콘스탄틴의 첫 시계 콩쿠르에서는 이러한 역사적 제작품들의 진품성과 원형 보존 상태, 희소성, 소장 이력 등이 함께 평가되고 있다. 전 세계 수집가들이 보유한 550점 이상의 회중시계와 손목시계가 출품됐고, 제조사의 시계제작 전문가와 헤리티지 부문은 참가 작품의 진품 여부와 제작 기록 등을 검토했다. 이후 95점이 심사위원 평가 대상으로 선정됐다.
심사는 크로노그래프와 예술 공예, 크로노메트르 로열, 천문 컴플리케이션, 복합 컴플리케이션, 디자인, 차임 메커니즘 등 7개 부문으로 나뉜다. 기술적 정교함과 미적 완성도뿐 아니라 희소성과 제작 역사, 소장 기록, 보존 상태, 감성적 가치도 평가 기준에 포함된다. 국제 경매에서 구매자들이 중요하게 고려하는 조건과 역사적 시계의 심사 기준이 상당 부분 겹치는 구조다.
경매 전문가 아우렐 박스(Aurel Bacs)와 바쉐론 콘스탄틴의 스타일·헤리티지 책임자 크리스티앙 셀모니(Christian Selmoni)가 심사위원단의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시계제조 전문가와 수집가, 역사 연구자, 시계 전문 언론인 등이 참여한 14명의 심사위원단은 제조사의 기술적 기록과 개별 작품의 역사적 중요성을 함께 검토한다. 브랜드가 보유한 제작 이력과 수집가들이 보존해 온 실물이 만나는 과정에서 과거에 알려지지 않았던 시계의 존재와 특징이 새롭게 평가될 수 있다.
브랜드가 역사적 가치를 높게 평가한 작품이 반드시 국제 경매에서도 최고가를 기록하는 것은 아니다. 수집시장의 가격은 실제 구매자의 수요와 거래 가능한 물량, 경제 상황, 판매 시점의 경쟁에 영향을 받는다. 시계가 문화적·기술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과 높은 거래가격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는 사실은 별개의 판단이다.
2022년 60만프랑을 넘는 가격에 팔린 플래티넘 초콜라토네와 2019년 74만프랑에 거래된 돈 판초는 제작 수량과 보존 상태, 소장 기록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2026년 불가리 서명이 남아 있는 Ref. 4072의 거래에서도 독특한 판매 이력과 다이얼의 희소성이 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경매 기록은 개별 시계의 거래 결과로 남으며, 같은 브랜드의 다른 제품에는 별도의 가치 평가가 필요하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콩쿠르 결선작은 11월 4일부터 8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의 호텔 프레지던트 윌슨(Hôtel Président Wilson)에서 공개된다. 11월 10일에는 7개 부문 수상작이 발표되며 심사위원 특별상이 추가될 수 있다. 수상작에는 별도의 상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국제 경매시장에서 희귀 시계가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동안 일반 중고 시계시장은 브랜드와 모델에 따라 다른 회복 속도를 보이고 있다. 2026년 3분기 바쉐론 콘스탄틴의 중고 시계 가격지수는 3.4% 상승했지만, 역사적 유일 제작품과 일반 컬렉션의 시세를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제네바에서 공개되는 시계들의 제작 기록과 원형 보존 상태, 소장 이력은 역사적 가치를 판단하는 근거로 활용되며, 향후 실제 거래에서는 개별 작품을 원하는 수집가들의 수요가 가격을 결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