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경제⑦] 미국·중국 시계 수출 감소…한국·인도는 증가
2026년 미국 수출 8.3%·중국 4.8% 감소, 한국 3.8%·인도 31.7% 증가…리치몬트 미주 매출 27% 성장 속 럭셔리 시계시장 재편
[KtN 임우경기자]2026년 1~8월 스위스 시계의 미국 수출액은 30억7810만스위스프랑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8.3% 감소했다. 중국 수출액도 4.8% 줄었다. 반면 한국은 3.8%, 인도는 31.7% 증가했다. 세계 최대 스위스 시계 수출시장인 미국과 오랫동안 고급 시계 소비를 주도했던 중국에서 수출이 감소하는 동안 아시아의 다른 국가에서는 수입 규모가 늘어났다. 스위스 시계산업의 성장 기반이 지역별로 달라지고 있다.
미국 수출이 감소하는 가운데 일부 대형 럭셔리 그룹은 현지에서 높은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을 보유한 리치몬트(Richemont)의 2026년 4~6월 미주 지역 매출은 고정환율 기준 27% 증가했다. 까르띠에(Cartier)와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 등 주얼리 브랜드의 판매가 호조를 보였고, 전문 시계 제조 부문에서도 성장세가 이어졌다. 같은 기간 리치몬트의 중국·홍콩·마카오 합산 매출도 증가했지만 전문 시계 제조 부문은 해당 지역에서 감소세를 기록했다.
스위스에서 각국으로 수출하는 시계의 규모와 현지 매장에서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제품의 금액은 집계 시점과 범위가 다르다. 제조사들이 해외 판매망에 공급하는 물량과 현지 유통업체가 보유한 재고, 실제 소비자의 구매 시점도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더욱이 리치몬트의 미주 매출에는 시계뿐 아니라 주얼리와 패션·액세서리 사업이 포함된다. 수출 통계와 기업 실적 사이의 차이에는 유통 구조와 제품 구성, 환율, 판매 지역의 범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5년 스위스 시계산업 전체 수출액은 256억 스위스프랑으로 전년보다 1.7% 감소했다. 2024년에 이어 2년 연속 줄어든 실적이다. 손목시계 수출 수량은 1460만 개로 4.8% 감소했다. 특히 중국 수출액은 12.1%, 홍콩은 6.5%, 일본은 5.8% 줄었다. 아시아 지역 전체 수출액도 3.8% 감소했다. 중국 본토의 소비 둔화가 홍콩을 비롯한 주변 시장에 영향을 미치면서 스위스 고급 시계산업의 지역별 판매 구조에도 변화가 이어졌다.
중국은 2010년대 세계 럭셔리 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한 주요 소비시장이었다. 고소득층의 증가와 해외여행 확대, 명품 소비의 대중화가 스위스 시계 수요를 키웠다. 고급 기계식 시계는 개인의 취향을 표현하는 장신구이면서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을 드러내는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 소비자들은 자국의 공식 판매점뿐 아니라 홍콩과 유럽, 일본 등 해외에서도 스위스 시계를 구매했다.
중국 부동산시장의 장기 침체와 소비심리 약화는 고가 소비재 시장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가치 변동은 고소득층의 자산 규모와 소비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명품 시계처럼 구입 시기를 조절할 수 있는 고가 소비재는 경기 전망과 자산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중국 소비자의 해외 구매와 자국 내 소비가 동시에 영향을 받는 구조여서 국가별 수출 통계만으로 중국인의 전체 명품 소비 규모를 판단하기도 어렵다.
2026년에도 중국의 수요 회복은 고르지 않았다. 스위스 시계의 중국 수출액은 1~8월 11억1660만프랑으로 전년보다 4.8% 감소했다. 홍콩은 11억7740만프랑으로 2.7% 증가했다. 8월 한 달만 보면 중국 수출이 15.8%, 홍콩은 1.4% 증가했지만 중국의 1~8월 누적 실적은 감소세를 유지했다. 중국 본토에서는 2024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수출액이 23.2% 적었다.
중국과 홍콩의 회복 정도가 다른 데에는 시장별 유통 구조와 관광 소비, 지난해 실적에 따른 기저효과 등이 작용할 수 있다. 홍콩은 중국 본토 소비자의 해외 쇼핑과 국제 관광객의 수요가 함께 영향을 미치는 시장이다. 홍콩으로 수출된 시계가 최종적으로 현지 거주자에게 판매되는지, 방문객에게 판매되는지에 따라서도 실제 소비자의 국적은 달라질 수 있다. 제조사의 수출 대상 국가와 고급 시계를 구입하는 소비자의 거주 국가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중국 소비 부진은 시계산업을 넘어 글로벌 럭셔리 기업의 실적에도 반영되고 있다. 루이비통과 디올을 보유한 프랑스 LVMH의 2026년 3분기 패션·가죽제품 부문 매출은 환율과 사업 구성 변화를 제외한 유기적 성장률 기준으로 5% 감소했다. 중국 시장의 소비 둔화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같은 분기 LVMH 전체 매출은 유기적으로 1% 증가했고, 시계·주얼리 부문은 6% 성장했다.
LVMH의 시계·주얼리 사업에는 불가리(Bvlgari), 티파니앤코(Tiffany & Co.), 태그호이어(TAG Heuer), 위블로(Hublot), 제니스(Zenith) 등이 포함돼 있다. 올해 1~9월 시계·주얼리 부문 매출은 77억2500만유로로 전년보다 4% 증가했으며, 유기적 성장률은 8%였다. 주얼리 판매 호조가 실적을 뒷받침했다. 시계와 주얼리를 합산한 사업부의 성장률을 개별 시계 브랜드의 판매 증가율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동일한 럭셔리 그룹에서도 제품군에 따라 소비 반응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다.
리치몬트의 2026년 3월 말 종료 회계연도 실적에서는 전문 시계 제조 사업과 주얼리 사업의 수익성 격차가 나타났다. 전문 시계 제조 부문 매출은 31억4900만유로로 전년보다 4%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억700만유로로 39% 줄었고 영업이익률은 3.4%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주얼리 부문은 매출이 8% 증가했고 영업이익률은 30.5%를 기록했다. 고가 제품을 판매하는 사업이라는 공통점에도 시계와 주얼리의 제조원가, 재고 구조, 판매 규모에 따라 수익성은 크게 달라졌다.
시계 제조에는 무브먼트의 설계와 가공, 정밀 조립, 품질 관리, 장기간의 부품 공급과 수리 체계를 유지하는 비용이 발생한다. 복잡한 기계식 시계일수록 숙련 기술자의 작업과 조정 과정이 필요하다. 신제품 수요가 감소하면 제조설비와 인력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을 적은 판매 물량으로 부담해야 한다. 금과 같은 귀금속의 가격 상승과 환율 변화까지 더해지면 판매가격을 유지하더라도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다.
리치몬트의 2026년 4~6월 전문 시계 제조 부문 매출은 8억7300만유로로 전년보다 6% 증가했다. 고정환율 기준으로는 8% 성장했다. 바쉐론 콘스탄틴과 예거 르쿨트르(Jaeger-LeCoultre), A. 랑에 운트 죄네(A. Lange & Söhne)가 성장에 기여한 브랜드로 이름을 올렸다. 미국과 일본의 판매가 호조를 보였고, 중국·홍콩·마카오에서는 감소했다. 아시아 다른 지역의 증가분이 중국어권 시장의 부진을 대부분 상쇄했다.
같은 기간 리치몬트 전체 매출은 63억2900만유로로 전년보다 17% 늘었다. 고정환율 기준 성장률은 20%였다. 미주 지역은 27%, 아시아·태평양은 21%, 일본은 36%, 유럽은 11% 성장했다. 중동·아프리카는 3% 증가했다. 모두 고정환율 기준이다. 미주와 일본의 강한 현지 소비, 아시아의 주얼리 판매 증가가 그룹 실적을 뒷받침했다.
미국에서는 고소득층의 소비가 최고급 시계와 주얼리 시장의 중요한 기반으로 남아 있다. 리치몬트의 2026년 4~6월 미주 지역 매출은 16억7000만유로였으며, 실제 환율 기준으로도 25% 증가했다. 주얼리와 전문 시계 제조 부문 모두 성장에 기여했다.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들이 미국의 주요 도시에 직영점을 운영하고 고액 구매자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이유에는 높은 구매력을 갖춘 소비자 기반과 고급 제품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가 자리하고 있다.
미국으로의 스위스 시계 수출은 기업들의 현지 판매 실적과 다른 결과를 기록했다. 2026년 1~8월 수출액은 30억7810만프랑으로 전년보다 8.3% 감소했다. 8월 한 달 수출액은 1억9750만프랑으로 19.4% 줄었다. 미국은 스위스 시계의 최대 수출시장 지위를 유지했지만 관세 정책 변화와 수입 시점 조정, 지난해의 높은 비교 기준 등이 수출 통계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대스위스 관세 정책은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바뀌었다. 미국은 2025년 8월 스위스산 제품에 39%의 추가 관세를 적용했다. 같은 해 11월 양국은 관세를 낮추는 무역 합의의 틀을 마련했고, 2026년에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과 별도 법률에 따른 관세 조치가 이어졌다. 7월 24일부터는 스위스산 수입품에 기존 최혜국 관세를 포함해 원칙적으로 총 12.5% 수준이 적용되는 새로운 체계가 시행됐다. 다만 품목별 예외와 별도의 관세 규정이 있어 모든 스위스산 시계에 단일 세율을 적용할 수는 없다.
관세가 바뀌면 미국 수입업체가 부담하는 원가도 달라진다. 제조사가 관세 부담을 일부 흡수할 수도 있고, 수입업체와 유통업체가 부담을 나누거나 최종 소비자가격에 반영할 수도 있다. 수입업체가 관세 인상에 앞서 재고를 확보하면 특정 월의 수출액이 증가할 수 있으며, 이후 신규 수입을 줄이면 수출 통계는 감소할 수 있다. 실제 소비가 크게 달라지지 않더라도 제품의 수입 시점과 재고 운용 방식에 따라 월별 수출액에는 상당한 변동이 발생할 수 있다.
리치몬트는 2026년 3월 말 종료 회계연도에 환율 변동과 원재료 가격 상승, 미국의 추가 관세가 수익성에 부담을 줬다. 그룹 전체 매출총이익률은 전년 66.9%에서 64.4%로 낮아졌다. 일부 제품에는 가격 조정이 이뤄졌지만 원가 상승을 모두 상쇄하지는 못했다. 특히 귀금속을 사용하는 고급 시계와 주얼리는 금값의 변화가 제조원가에 영향을 미치며, 제품의 가격을 잦은 간격으로 변경하기 어려운 브랜드일수록 수익성 관리가 복잡해진다.
스위스프랑의 강세도 수출업체에 부담을 준다. 스위스에서 생산한 시계를 미국 달러나 유로, 원화로 판매하는 경우 환율에 따라 현지 소비자가 부담하는 금액이 달라진다. 제조사는 현지 판매가격을 유지하면서 환율 변동을 감수하거나, 가격을 조정해 수익성을 관리할 수 있다. 환율과 원자재 가격, 관세가 동시에 움직이면 같은 제품이라도 국가별 공식 판매가격과 유통업체의 수익성에 차이가 발생한다.
바쉐론 콘스탄틴과 파텍필립, 오데마 피게 등 최고급 시계 브랜드는 생산 수량과 모델 구성, 유통망을 관리하면서 가격 정책을 운영한다. 브랜드의 공식 판매가격은 금속 소재와 무브먼트의 제조원가뿐 아니라 설계·개발, 품질 관리, 유통비, 서비스 비용 등을 고려해 책정된다.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가 많더라도 공급 물량을 단기간에 크게 확대하기 어려운 고급 기계식 시계에서는 생산 능력과 판매망의 운영 방식이 사업 실적에 영향을 준다.
스틸 케이스와 일체형 금속 브레이슬릿을 갖춘 바쉐론 콘스탄틴의 역사적 시계는 귀금속 중심의 전통적인 드레스 워치와 다른 디자인을 보여준다. 각진 케이스와 검은색 다이얼, 금속 브레이슬릿을 연결한 구성은 20세기 후반 럭셔리 스포츠 시계의 발전과 맞닿아 있다. 시계의 소재와 크기, 방수 성능과 착용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최고급 시계 제조사들은 정장용 드레스 워치 외에도 여러 생활 방식에 맞춘 제품군을 발전시켰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1977년 창립 222주년을 기념해 스틸 스포츠 시계 '222'를 출시했다. 직경 37mm 케이스와 일체형 브레이슬릿을 결합한 모델로, 전통적인 귀금속 드레스 워치와 다른 디자인을 갖췄다. 브랜드는 2022년 옐로골드 소재의 히스토릭 222를 다시 선보였고, 2025년에는 스테인리스 스틸 모델을 출시했다. 1970년대 디자인을 현대적인 무브먼트와 제작 기술로 재구성한 제품이다.
럭셔리 시계시장에서 스틸 스포츠 워치와 금 소재 드레스 워치는 서로 다른 소비 수요를 형성한다. 스틸 스포츠 시계는 일상적인 착용과 내구성, 브레이슬릿의 구조 등이 중요하게 평가되고, 귀금속 드레스 워치는 케이스의 비례와 마감, 다이얼의 디자인, 장식 기술 등이 제품의 특징을 결정한다. 국가별 소비 취향과 구매력, 유통업체가 확보하는 모델 구성에 따라 같은 브랜드라도 판매되는 제품의 비중이 달라질 수 있다.
옐로골드 케이스와 금속 브레이슬릿을 결합한 바쉐론 콘스탄틴의 드레스 워치는 귀금속을 시계와 장신구의 소재로 함께 활용한 디자인이다. 밝은색 다이얼과 가느다란 인덱스, 금속 브레이슬릿의 질감이 결합돼 있다. 금 소재 시계는 귀금속 가격의 영향을 받지만, 일반적으로 시계의 공식 판매가격과 중고 거래가격이 금 함량에만 비례하지는 않는다. 무브먼트의 제작 기술과 브랜드, 디자인, 생산 수량, 보존 상태 등이 함께 반영된다.
금값 상승은 신제품을 판매하는 제조사와 기존 제품을 보유한 수집가에게 서로 다른 영향을 줄 수 있다. 제조사는 금 소재 부품을 생산하기 위해 더 높은 원가를 부담할 수 있다. 반면 이미 제작된 금시계는 제품 자체의 희소성과 수집 수요에 따라 거래가격이 움직인다. 오래된 금시계의 가격에 귀금속 가치가 포함되더라도 역사적 시계의 낙찰가격을 금의 무게만으로 계산하기 어려운 이유다.
세계 여러 지역의 시간을 표시하는 월드타임 시계에서는 국가와 도시를 하나의 다이얼에 담은 디자인을 볼 수 있다. 세계 주요 도시의 이름과 시간대 눈금, 중앙의 시간 표시 장치가 결합된 구조는 국제 이동과 해외 교역이 확대되던 시대의 시계 제작 기술과 연결된다. 기계식 월드타임 기능은 전자 장치가 널리 보급되기 이전부터 여러 지역을 이동하는 여행자와 국제 업무 종사자에게 유용한 기능으로 발전했다.
해외여행과 면세 쇼핑은 오늘날에도 고급 시계의 판매 지역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유럽을 방문한 미국인과 중동 소비자가 현지 판매점에서 제품을 구입하면 해당 거래는 유럽 매출로 잡힐 수 있다. 일본을 방문한 해외 소비자의 구매도 일본 매출에 반영된다. 제조사가 스위스에서 어느 국가로 시계를 수출했는지와 실제 구매자의 국적을 구분해야 국제 명품 소비의 이동을 파악할 수 있다.
2026년 1~8월 스위스 시계의 일본 수출액은 12억1480만프랑으로 전년보다 0.2% 증가했다. 8월에는 22.1% 늘었다. 일본은 엔화 환율과 해외 관광객의 소비, 현지 고소득층 수요에 영향을 받는 시장이다. 리치몬트의 2026년 4~6월 일본 매출은 고정환율 기준 36% 증가했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의 감소에 따른 기저효과와 현지 소비, 관광객 구매가 함께 작용했다.
한국의 수출 실적은 중국과 다른 흐름을 보였다. 2025년 스위스 시계의 한국 수출액은 전년보다 2.4% 증가했고, 2026년 1~8월에는 5억3950만프랑으로 3.8% 늘었다. 2024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5.6% 증가했다. 지난해와 올해 모두 증가세를 이어간 것이다. 다만 2026년 8월 한 달 수출액은 1.0% 감소해 월별 실적에서는 변동이 나타났다.
한국은 스위스 고급 시계 브랜드의 주요 아시아 시장 가운데 하나다. 롤렉스와 오메가(Omega), 까르띠에, 바쉐론 콘스탄틴, 파텍필립 등 다양한 가격대와 제품군의 브랜드가 경쟁하고 있다. 백화점과 브랜드 직영 판매점, 공식 판매점이 주요 유통망을 형성하며, 중고 시계 거래와 수집시장도 존재한다. 그러나 스위스에서 한국으로 수출된 시계의 금액만으로 소비자의 연령별 구매 비중이나 개별 브랜드의 판매 순위를 판단할 수는 없다.
한국의 고급 시계 판매에서는 환율에 따른 공식가격 변화와 해외 구매가격의 차이가 소비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같은 스위스산 시계라도 한국과 미국, 일본의 판매가격은 현지 세금과 유통 구조, 환율, 브랜드의 가격 정책에 따라 달라진다. 해외 구매에는 현지 세금과 국내 반입 시 적용되는 세금, 사후 서비스 조건도 고려해야 한다. 국가별 정가 차이만으로 실제 구매비용을 비교하기 어려운 구조다.
인도는 2026년 가장 높은 수출 증가율을 기록한 주요 시장 가운데 하나다. 1~8월 스위스 시계의 인도 수출액은 2억3190만프랑으로 전년보다 31.7% 증가했다. 2024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0.8% 늘었다. 전체 스위스 시계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과 중국보다 작지만, 최근 증가율은 주요 시장 가운데 높은 수준이다.
인도의 고급 소비시장에는 경제 성장과 고소득층 확대, 국제 럭셔리 브랜드의 유통망 확장 등이 영향을 미친다. 인도 소비자의 구매력이 높아지고 고급 시계에 대한 접근성이 확대되면 스위스 시계 제조사에는 새로운 판매 기회가 생긴다. 다만 높은 수출 증가율에는 기존 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았다는 점도 반영된다. 수출액의 절대 규모에서는 여전히 미국과 일본, 중국, 홍콩, 한국 등 기존 주요 시장과 차이가 있다.
중동 시장에서도 국가별 실적이 달라졌다. 2025년 스위스 시계의 아랍에미리트 수출액은 3.5%, 사우디아라비아는 8.9% 증가했다. 그러나 2026년 1~8월에는 아랍에미리트가 1.3% 증가하는 데 그쳤고 사우디아라비아는 13.4% 감소했다. 카타르도 9.1% 줄었다. 2025년까지 이어졌던 중동 일부 국가의 성장세가 올해에는 둔화하거나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리치몬트의 2026년 4~6월 중동·아프리카 매출은 고정환율 기준 3% 증가했다. 현지 소비는 비교적 견조했지만 지역 내 분쟁으로 관광객 지출이 크게 감소했다. 아랍에미리트에서는 매출이 소폭 줄었고 다른 주요 시장에서는 증가했다. 중동의 고급 소비시장은 현지 거주자의 구매력뿐 아니라 국제 관광객과 해외 방문객의 소비에도 영향을 받는다. 지역 내 이동과 관광 수요가 달라지면 판매 실적에도 변화가 발생한다.
2026년 1~8월 스위스 시계 수출액은 172억4070만프랑으로 전년보다 1.7% 증가했다. 같은 기간 프랑스 수출액은 73.6% 늘어난 반면 독일은 3.7%, 이탈리아는 11.8% 감소했다. 유럽연합 내 국가별 수출 증가율에는 물류와 유통 경로의 변화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프랑스의 높은 증가율을 프랑스 소비자의 시계 구매가 같은 비율로 늘어난 결과로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지역별 판매 실적만큼 유통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리치몬트의 2026년 3월 말 종료 회계연도에는 직영 매장과 온라인 직영 판매를 합친 직접 소비자 판매가 그룹 전체 매출의 77%를 차지했다. 도매 유통의 비중은 23%였다. 2026년 4~6월에도 오프라인 직영 소매 매출이 그룹 전체의 71%를 차지했고, 해당 채널의 매출은 고정환율 기준 24% 증가했다.
브랜드가 직영점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면 소비자와 직접 관계를 형성하고 판매가격과 제품 구성, 재고를 관리할 수 있다. 고가 시계의 경우 구매 이후 정비와 수리, 제품 교환과 보증 등의 서비스가 중요하기 때문에 판매 이후의 고객 관리도 사업의 일부가 된다. 유통 과정에서 외부 판매업체에 의존하는 정도가 달라지면 브랜드가 확보하는 매출과 유통업체의 역할에도 변화가 발생한다.
직영 판매망을 확대하려면 매장 임대료와 인력 운영비, 재고 유지비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주요 도시의 고급 상권에 매장을 운영하는 데에는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 반면 다수 브랜드를 함께 판매하는 공식 판매점은 여러 제조사의 제품을 비교할 수 있는 유통망을 제공한다. 브랜드마다 가격대와 생산 수량, 고객 관리 방식이 달라 직영점과 공식 판매점의 역할을 동일하게 평가하기는 어렵다.
세계 각국의 소비자 취향이 달라지면서 제조사의 제품 구성에도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롤렉스의 스틸 스포츠 시계와 파텍필립의 복잡 기능 시계, 까르띠에의 주얼리 성격이 강한 드레스 워치, 바쉐론 콘스탄틴의 전통적인 고급 기계식 시계는 서로 다른 고객층을 갖고 있다. 국가별 판매량과 모델 구성은 브랜드의 공급 정책과 소비자의 구매력, 디자인 선호, 유통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핑크골드 케이스에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결합한 바쉐론 콘스탄틴의 시계는 귀금속 드레스 워치와 정밀 계측 장치의 특징을 함께 갖추고 있다. 밝은색 다이얼에 두 개의 보조 계기판과 계측 눈금을 배치하고, 케이스 오른쪽에는 크로노그래프 조작 버튼을 결합했다. 복잡한 기능과 소재, 케이스 디자인을 조합한 고급 시계는 일반적인 시간 표시 제품과 생산원가와 판매가격의 구성에서 차이가 있다.
고급 기계식 시계 제조사들은 수십 년에 걸쳐 개발한 무브먼트와 디자인을 활용해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을 구성한다. 일부 브랜드는 생산 규모가 큰 대표 컬렉션을 통해 안정적인 판매 물량을 확보하고, 다른 브랜드는 복잡 기능과 소량 생산 제품의 비중을 높인다. 역사적 디자인을 재출시하는 방식과 새로운 무브먼트를 개발하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제조사의 기술적 역량과 소비자의 구매 수요가 일치하는 제품군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영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수익성이 달라질 수 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2026년 창립 271년을 맞아 첫 시계 콩쿠르인 '콩쿠르 델레강스 오를로제르(Concours d’Élégance Horlogère)'를 개최한다. 1755년부터 1999년까지 제작된 회중시계와 손목시계 550점 이상이 출품됐다. 출품작 가운데 95점이 심사위원 평가 대상으로 선정됐으며, 역사적 디자인과 크로노그래프, 복잡한 달력 장치, 에나멜 공예와 타종 기술 등이 평가를 받고 있다.
오랜 제작 역사는 최고급 시계 제조사의 브랜드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역사적 모델의 제작 기록과 복원 기술, 장기간 축적된 무브먼트 설계 능력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기존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활용된다. 그러나 브랜드의 역사와 개별 제품의 수집 가치가 곧바로 기업의 영업이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실제 사업 실적은 각국의 구매 수요와 환율, 관세, 원재료 가격, 생산 규모와 유통비용에 영향을 받는다.
2026년 스위스 시계산업은 미국과 중국의 누적 수출 감소에도 한국과 인도, 홍콩 등 일부 아시아 시장의 증가에 힘입어 전체 수출액이 소폭 회복됐다. 대형 럭셔리 그룹에서는 미국과 일본의 현지 소비가 매출을 뒷받침했지만 중국어권 시장에서는 제품군별 실적 차이가 이어졌다. 귀금속 가격과 스위스프랑의 움직임, 미국 관세 정책은 제조원가와 수출 조건을 계속 바꾸고 있다.
스위스 시계산업의 9월 수출 실적은 10월 20일 발표될 예정이다. 리치몬트는 11월 13일 2026년 4~9월 반기 실적을 공개한다. 중국과 미국의 수요 변화, 한국과 인도의 수출 증가세, 전문 시계 제조 부문의 수익성 흐름은 두 차례의 발표에서 추가로 살펴볼 수 있다. 미국의 관세 협상도 계속 진행 중이다. 스위스 제조사들이 국가별 판매가격과 공급 물량, 유통망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환율과 관세, 지역별 소비 회복 속도가 연말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