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경제⑧] 빈티지 시계까지 직접 판매하는 럭셔리 브랜드…271년 역사의 경제적 가치
바쉐론 콘스탄틴, 550점 넘는 역사적 시계 심사·11월 제네바 공개…제조사 인증과 복원, 경매시장 거쳐 형성되는 시계의 가치
[KtN 임우경기자]2026년 1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개인 수집가들이 수십 년에서 200년 이상 소장해 온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의 역사적 시계들이 공개된다. 1755년부터 1999년까지 제작된 회중시계와 손목시계 550점 이상이 첫 '콩쿠르 델레강스 오를로제르(Concours d’Élégance Horlogère)'에 출품됐으며, 제조사의 진품 감정과 제작 기록 검토를 거쳐 95점이 심사위원 평가 대상으로 선정됐다. 세계적인 경매 전문가와 시계제조 기술자, 역사 연구자들이 참여한 심사에서는 기술적 완성도와 희소성, 보존 상태, 소장 이력까지 평가한다. 과거 소비자에게 판매된 시계가 수십 년 뒤 제조사와 국제 경매 전문가의 평가를 다시 받는 구조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2008년부터 과거에 제작한 자사 시계를 직접 확보해 복원한 뒤 다시 판매하는 '레 컬렉셔너(Les Collectionneurs)'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생산이 중단된 빈티지 시계를 제조사가 선별하고, 제작 기록을 바탕으로 진품 여부와 부품 구성을 검토해 새로운 구매자에게 제공한다. 해당 제품에는 정품 인증서와 디지털 패스포트, 2년 보증이 함께 제공된다. 신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시계제조사가 과거 생산품의 유통과 인증, 복원까지 사업 범위를 넓혀 온 것이다.
2026년 국제 시계시장에서 제조사의 역사 관리와 중고 거래가 연결되는 흐름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스위스 시계산업 수출액은 2025년까지 2년 연속 감소했지만 최고급 희귀 시계에 대한 경매 수요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필립스(Phillips in Association with Bacs & Russo)는 2026년 상반기 제네바와 홍콩, 뉴욕에서 2억3500만달러가 넘는 시계 경매 실적을 기록했다. 경매장에서 형성되는 희귀 시계의 가격과 제조사의 역사적 평가가 연결되면서 시계의 제작 연도와 원형 보존 상태, 소장 기록을 확인하는 전문성도 중요해지고 있다.
1755년 제네바에서 출발한 바쉐론 콘스탄틴은 시계 제작을 중단하지 않고 이어 온 가장 오래된 제조사다. 창립 당시에는 개인 공방에서 회중시계를 만들었지만 19세기에는 정밀 부품의 표준화와 국제 유통망 확대를 거쳐 제조업체로 성장했다. 20세기에는 손목시계의 보급과 기계식 컴플리케이션의 발전, 쿼츠 시계의 확산을 겪었으며, 21세기에는 최고급 기계식 시계와 복잡 기능, 장식 공예를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271년에 걸친 제조 역사는 오늘날 브랜드가 보유한 기술과 디자인의 범위를 넓혀 왔다. 동시에 오래된 시계의 진위와 제작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록도 축적됐다. 시계가 개인에게 판매된 뒤에도 생산 당시의 무브먼트와 케이스, 다이얼 구성을 파악할 수 있는 제조 기록이 남아 있다면 수십 년 뒤 수리와 감정, 거래에 활용할 수 있다. 브랜드의 과거 생산활동에서 만들어진 기록이 현재 수집시장에서도 경제적 기능을 갖는 셈이다.
1755년 장 마르크 바쉐론(Jean-Marc Vacheron)은 24세의 나이로 제네바에서 견습생을 고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시계 제작 기술을 다음 세대에 전수하기 시작한 기록으로, 브랜드의 창립을 설명하는 출발점이다. 1819년 창립자의 손자인 자크 바르텔레미 바쉐론(Jacques Barthélémi Vacheron)은 프랑수아 콘스탄틴(François Constantin)과 동업 관계를 맺었다. 콘스탄틴은 해외 시장 개척을 담당하며 유럽과 다른 지역으로 판매망을 확대했다.
1839년에는 기계공학자 조르주 오귀스트 레쇼(Georges Auguste Leschot)가 시계 부품을 표준화하는 생산기술 발전에 기여했다. 부품의 크기를 일정하게 가공하고 서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은 시계 제작의 정밀도와 생산 효율을 높였다. 수공업 중심이었던 시계산업이 정밀 제조업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변화였다. 오늘날 오래된 무브먼트의 부품을 복원하거나 제작 시기의 기술적 특징을 구분할 때에도 당시의 설계와 생산 방식은 중요한 근거가 된다.
19세기 회중시계는 손목시계가 보편화되기 이전 고급 시계산업의 기술과 소비문화를 담고 있다. 귀금속 케이스와 에나멜 다이얼, 로마숫자 인덱스, 푸른색 시곗바늘을 갖춘 제작품에서는 시간을 측정하는 기계 장치와 장식 공예가 함께 발전한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회중시계는 휴대용 정밀 기계이면서 개인의 경제력과 취향을 드러내는 장신구로 사용됐다. 케이스 소재와 무브먼트의 정밀도, 장식 기술에 따라 제작비와 판매가격도 달라졌다.
수백 년 동안 보존된 회중시계는 오늘날 일반적인 중고 제품과 다른 평가를 받는다. 제작 연도와 생산 수량, 최초 주문자, 무브먼트 구조와 장식 기법, 수리 이력이 역사적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같은 시대에 생산된 시계라도 왕실이나 유명 인물을 위한 주문 제작품인지, 일반 판매용 제품인지에 따라 소장 기록이 달라진다. 제작 당시의 부품과 외관을 유지한 정도도 수집가들의 구매 판단에 영향을 준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오랜 제조 기록을 활용해 과거 생산품의 이력을 확인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아카이브 발췌문(Extract from the Archives)은 무브먼트와 케이스 번호, 칼리버의 종류, 제작 당시 다이얼과 스트랩 구성, 생산 및 판매 연도 등을 확인하는 문서다. 현재 소유한 시계를 제조사가 직접 검사해 발급하는 진품 인증서(Certificate of Authenticity)와는 구분된다. 과거의 제작 기록을 확인하는 절차와 현재 시계가 진품인지 판정하는 절차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국제 빈티지 시계시장에서 제조사의 인증은 거래에 따르는 불확실성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오래된 시계는 수십 년 동안 소유자가 바뀌면서 보증서와 판매 기록이 분실되기도 한다. 정상적인 정비 과정에서 다이얼이나 시곗바늘, 무브먼트 부품을 교체했을 가능성도 있다. 제조 당시의 사양과 현재 상태를 대조할 수 있으면 구매자는 시계의 원형 보존 정도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
제조사의 진품 인증과 경매가격 평가는 서로 다른 영역이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아카이브 발췌문은 과거 생산 기록을 확인하는 문서이며, 수집시장의 거래가격을 보증하지 않는다. 브랜드는 보험용 가치 관련 문서를 별도로 제공하지만 빈티지 시계의 현재 수집시장 가격을 평가하려는 고객에게는 전문 경매사를 이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제조사는 시계의 제작 사실과 기술적 특징을 확인하고, 경매시장은 해당 제품에 대한 수요와 거래 가능한 물량을 가격에 반영하는 구조다.
파텍필립(Patek Philippe)도 오래된 시계의 제작 기록을 확인하는 아카이브 서비스를 운영한다. 첫 판매일로부터 10년 이상 지난 시계가 대상이며, 동일한 제품에는 12개월에 한 번 신청할 수 있다. 2026년 기준 발급 수수료는 500스위스프랑이다. 제조사가 보유한 과거 기록을 확인하기 위한 전문 서비스에도 별도의 비용이 책정돼 있다. 오래된 시계의 제작 자료가 수집시장에 필요한 정보인 동시에 유지와 관리에 비용이 들어가는 역사적 기록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시계제조사들이 수십 년 동안 보유한 아카이브에는 제품의 종류와 생산 시기, 무브먼트의 변화, 부품의 구조와 판매 지역 등이 축적돼 있다. 기록을 보존하고 검색할 수 있는 상태로 유지하려면 전문 인력과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러나 오래된 기록이 남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수집시장의 신뢰가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실물의 상태를 판단하는 감정 기술과 부품을 원래 구조에 맞게 복원할 수 있는 제작 능력이 함께 요구된다.
20세기 중반 제작된 바쉐론 콘스탄틴의 에나멜 시계에서는 정밀 시계제조와 장식 공예가 결합한 형태를 살펴볼 수 있다. 대륙의 윤곽을 표현한 지도 장식과 귀금속 케이스, 가죽 스트랩을 결합한 시계는 기계식 무브먼트뿐 아니라 다이얼의 제작 기술도 중요한 평가 대상이다. 같은 지리적 소재를 다루더라도 색상과 금속선의 배열, 에나멜의 소성 상태, 제작 장인의 기술에 따라 완성품에는 차이가 생긴다.
에나멜 다이얼은 충격이나 부적절한 복원으로 손상될 수 있어 원래 상태의 보존이 중요하다. 장식이 손상된 뒤 새 다이얼을 제작하면 시계의 기능과 외관을 회복할 수 있지만, 역사적 원형을 중시하는 수집가는 생산 당시 제작된 부품을 별도로 평가한다. 특히 소량 생산된 지도 장식 시계는 같은 도안과 색상을 갖춘 작품을 다시 구하기 어렵다. 제작 기술의 희소성과 장기간의 보존 상태가 수집시장에서 함께 고려되는 이유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레 컬렉셔너는 과거 제품의 유통에 제조사가 직접 관여하는 방식이다. 브랜드의 전문가들이 역사적 시계를 확보하고 진품 감정과 복원을 거쳐 다시 판매한다. 생산 당시의 외관과 기술적 특징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을 복원의 원칙으로 삼고 있으며, 필요하면 보존된 부품이나 제작 기록을 이용해 오래된 무브먼트를 복원한다. 판매 대상은 제조사의 기술적 검사를 거친 제품으로 한정된다.
2026년에는 레 컬렉셔너를 통한 빈티지 시계 소개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으로 확대된다. 한국과 중국, 싱가포르, 일본에서는 2026년 10월부터 2027년 3월까지 관련 컬렉션을 선보이는 일정이 마련돼 있다. 제네바에서도 10월부터 12월까지 별도의 일정이 운영된다. 과거 제품을 브랜드의 공식 판매망에서 소개하는 방식으로, 개인 간 거래와 전문 중고 판매업체, 경매사를 중심으로 형성돼 온 빈티지 시장에 제조사가 참여하고 있다.
제조사의 직접 판매에는 다른 중고 유통망과 구별되는 조건이 있다. 판매 전 진품 여부와 무브먼트의 작동 상태를 확인하고 복원 작업을 진행할 수 있으며, 제품에 대한 보증과 사후 서비스도 제공한다. 반면 수집가가 제작 당시의 부품을 그대로 보존한 제품을 선호한다면 제조사의 복원 기준과 구매자의 판단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오래된 시계를 정상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정비와 역사적 원형을 유지하려는 요구를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인증 중고 시계 프로그램(Certified Pre-Owned)도 운영하고 있다. 공인 재판매업체를 통해 판매하는 중고 제품을 제조사가 검사하고 필요한 정비를 실시하는 방식이다. 인증 제품에는 최소 2년의 국제 보증과 디지털 패스포트가 제공된다. 과거의 역사적 제작품을 선별해 판매하는 레 컬렉셔너와 일반 중고 제품의 품질 및 진품 여부를 확인하는 인증 프로그램은 서로 다른 시장을 대상으로 한다.
롤렉스(Rolex) 역시 2022년부터 공식 인증 중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소 2년 이상 된 중고 시계 가운데 공식 판매망에서 취급하는 제품을 대상으로 진품 여부와 작동 상태를 검사하고 2년의 국제 보증을 제공한다. 제조사가 직접 관리하는 인증 체계가 중고 거래에도 적용되면서 고급 시계의 유통 구조는 신제품 판매 이후까지 확장되고 있다.
중고 시계의 제조사 인증이 확대되면 구매자는 제품의 진위와 수리 상태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제조사는 과거에 판매한 제품과 새로운 소유자 사이에서 서비스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공식 유통망은 인증과 사후 서비스가 결합된 제품을 취급하게 된다. 인증 과정과 보증에 비용이 발생하므로 공식 인증 중고 제품의 판매가격에는 일반적인 개인 간 거래와 다른 조건이 반영될 수 있다.
모든 빈티지 시계가 제조사의 공식 프로그램을 통해 거래되는 것은 아니다. 수집가들은 원형 보존 상태와 희귀한 다이얼, 특정 생산 연도와 판매 이력을 이유로 공식 판매망 밖의 제품을 선택하기도 한다. 국제 경매시장에는 브랜드가 과거에 제작했지만 현재 공식 컬렉션으로 다시 판매하지 않는 작품들이 등장한다. 제조사의 직접 판매와 경매사의 희귀 시계 거래는 일부 영역에서 경쟁하면서도 서로 다른 구매 수요를 충족하는 구조다.
20세기 후반 제작된 바쉐론 콘스탄틴의 스틸 시계는 귀금속 드레스 워치와 구별되는 디자인을 갖고 있다. 금속 케이스와 일체형 브레이슬릿, 간결한 다이얼을 결합한 구성은 스포츠 시계의 실용성과 고급 시계의 제작 기술이 함께 발전한 흐름을 담고 있다. 과거에 제작된 스틸 스포츠 시계는 오늘날 역사적 디자인을 재해석한 신제품과도 연결된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1977년 창립 222주년을 맞아 스틸 스포츠 시계 '222'를 선보였고, 2022년 옐로골드 소재로 역사적 디자인을 다시 생산하기 시작했다. 2025년에는 스틸 소재의 히스토릭 222(Historiques 222)를 출시했다. 과거 제품의 형태와 비례를 계승하면서 현대적인 무브먼트와 제작 기술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빈티지 시계의 디자인이 신제품 개발에 활용되고, 신제품은 브랜드의 과거 모델에 대한 관심을 다시 높일 수 있다.
역사적 디자인을 재출시하는 전략은 제조사의 디자인 개발과도 연결된다. 기존에 축적된 케이스 형태와 다이얼 구성, 브레이슬릿 설계를 현대적인 제품으로 재구성할 수 있으며, 새로운 무브먼트와 소재를 결합해 제품군을 확대할 수 있다. 다만 과거 모델의 명성이 신제품 판매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는 디자인뿐 아니라 가격과 착용감, 무브먼트 사양, 사후 서비스를 함께 고려하고, 빈티지 수집가는 생산 당시의 희소성과 원형 보존 상태를 별도로 평가한다.
국제 경매사는 제조사와 다른 방식으로 역사적 시계의 시장가치를 형성한다. 출품작의 제작 연도와 무브먼트, 케이스 소재, 다이얼 구성, 수리 이력과 이전 거래 기록을 조사하고 구매자를 모집한다. 판매 전 추정가격을 제시하지만 최종 낙찰가격은 경매에 참여한 구매자들의 경쟁으로 결정된다. 같은 제품이 다시 시장에 등장하는 시점과 당시의 수집 수요에 따라 거래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
2026년 5월 30일 홍콩 필립스 경매에서는 바쉐론 콘스탄틴의 옐로골드 크로노그래프 Ref. 4072가 71만1200홍콩달러에 낙찰됐다. 1967년 제작된 시계로, 다이얼에 이탈리아 브랜드 불가리(Bulgari)의 판매점 서명이 함께 남아 있었다. 제조사의 아카이브 발췌문이 제공됐으며, 현재 알려진 동일 레퍼런스 가운데 불가리의 서명이 남아 있는 유일한 제품이었다. 경매 전 추정가격인 24만~38만홍콩달러를 크게 웃도는 금액이었다.
Ref. 4072는 1938년 등장해 1970년대 초반까지 생산된 크로노그래프다. 오랜 생산 기간에도 전체 제작 수량은 1178점에 그쳤다. 케이스 소재와 무브먼트, 다이얼 구성에 여러 차이가 있으며, 특정 판매점의 서명이 있는 제품은 별도의 희소성을 갖는다. 2026년 홍콩에서 거래된 시계 역시 모델 자체의 역사와 함께 다이얼의 독특한 판매 이력이 가격 평가에 반영됐다.
복잡한 날짜 표시 장치를 갖춘 역사적 시계에서는 제조사의 제작 기록과 수집가가 보존해 온 실물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의 날짜 표시와 문페이즈, 퍼페추얼 캘린더, 미닛 리피터 등은 일반적인 시간 표시 장치보다 많은 부품과 정밀한 조정 기술을 필요로 한다. 제작 당시의 무브먼트 구조와 사용된 부품을 파악할 수 있는 기록은 정상적인 작동 상태를 유지하는 데에도 활용된다.
1940년 완성된 바쉐론 콘스탄틴의 '돈 판초(Don Pancho)'는 주문 제작과 소장 기록, 복원 기술이 결합된 대표적인 역사적 시계다. 스페인 사업가 프란시스코 마르티네스 야노(Francisco Martinez Llano)가 1935년 주문했으며 미닛 리피터와 레트로그레이드 달력, 요일 표시 기능을 갖췄다. 제작 이후 주문자의 가족에게 장기간 보관됐고, 2019년 필립스 제네바 경매에서 74만 스위스프랑에 거래됐다.
돈 판초는 경매에 앞서 바쉐론 콘스탄틴의 복원 작업을 거쳤다. 케이스의 기존 상태를 유지하면서 무브먼트의 기능을 회복하고, 원래 다이얼은 별도로 보존했다. 복원 과정에서는 제작 당시의 기록과 시계의 현재 상태를 함께 검토했다. 최초 주문자와 제작 과정, 가족에게 전해진 소장 이력, 제조사의 복원 기록이 남아 있는 시계로, 역사적 가치와 거래가격을 평가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풍부했다.
제조사의 기록과 경매사의 감정이 일치하더라도 실제 가격에는 수집가들의 선호가 영향을 준다. 생산 수량이 적고 역사적 중요성이 높은 시계라도 구매자가 많지 않으면 경매가격이 높게 형성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특정 모델의 수집 수요가 집중되면 추정가격을 크게 웃도는 낙찰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희소성은 중요한 조건이지만 수요와 거래 시점, 작품의 상태가 함께 작용해야 가격으로 이어진다.
경매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된 작품의 수익률을 계산할 때에는 구매자 수수료와 판매 수수료, 보관·보험료, 정비비도 고려해야 한다. 낙찰가격은 특정 시점의 거래 결과이며, 이후 재판매가격을 보장하지 않는다. 극히 적은 수량으로 제작된 역사적 시계는 비교할 수 있는 거래 기록이 부족한 경우도 많다. 수집 가치와 현금화 가능성은 별도의 조건으로 판단해야 한다.
복잡한 무브먼트의 내부 구조를 드러낸 스켈레톤 시계에서도 역사적 평가와 시장가격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형성된다. 투각된 금속 부품과 기어, 브리지의 배열은 제작 기술과 수작업 마감의 수준을 나타낸다. 퍼페추얼 캘린더와 문페이즈를 결합한 시계는 기계 장치의 정확성과 부품 가공, 장식적 완성도를 함께 갖춰야 한다. 제조사의 기술적 기록은 제작 난도와 부품의 구성을 설명하지만 최종 거래가격에는 생산 수량과 보존 상태, 수집 수요가 영향을 준다.
1980~1990년대 바쉐론 콘스탄틴이 제작한 스켈레톤 퍼페추얼 캘린더는 기계식 시계가 쿼츠 시계와 경쟁하던 시대의 기술적 방향을 담고 있다. 정확한 시간 측정에서는 전자식 시계가 높은 효율을 갖췄지만 고급 기계식 시계 제조사들은 복잡한 달력 기능과 얇은 무브먼트, 정교한 수작업 마감을 통해 차별화를 시도했다. 시계의 실용적인 기능과 별개로 제작 기술과 공예적 가치에 대한 수집 수요가 형성된 배경이다.
2026년 바쉐론 콘스탄틴의 첫 콩쿠르에서는 이러한 역사적 제작품들을 일곱 부문으로 나눠 심사한다. 크로노그래프와 예술 공예, 크로노메트르 로열, 천문 컴플리케이션, 복합 컴플리케이션, 디자인, 차임 메커니즘 등이 대상이다. 진품 여부와 우아함, 희소성, 시계제조 역사에 미친 영향, 소장 이력, 기술적 중요성, 장식 공예, 보존 상태, 감성적 가치를 포함한 아홉 가지 기준을 적용한다.
심사위원단은 필립스의 시계 경매 전문가 아우렐 박스(Aurel Bacs)와 바쉐론 콘스탄틴의 스타일·헤리티지 책임자 크리스티앙 셀모니(Christian Selmoni)가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시계제조 전문가와 역사 연구자, 수집가, 전문 언론인 등 14명이 참여한다. 독립 시계제조사 우르베르크(URWERK)의 공동 창립자 펠릭스 바움가르트너(Felix Baumgartner)와 호딩키(Hodinkee) 창립자 벤저민 클라이머(Benjamin Clymer), 시계 역사 연구자 니컬러스 폴크스(Nicholas Foulkes) 등도 심사위원단에 포함됐다.
국제 경매 전문가와 제조사의 역사 담당자가 함께 심사를 진행하는 방식은 시계의 기술적 가치와 시장에서 평가되는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 위한 구성이다. 동시에 브랜드의 행사와 국제 경매사가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점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심사 결과가 제조사의 역사적 명성을 강화하거나 특정 모델의 수집 관심을 높일 수는 있지만, 수상 이력과 향후 거래가격 사이의 관계는 별도의 시장 거래를 통해 형성된다. 심사의 역사적 판단을 가격 보증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일곱 부문 수상작에는 별도의 상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수상자에게는 트로피가 수여되며 심사위원 특별상인 '베스트 인 쇼(Best in Show)'가 추가될 수 있다. 금전적 보상보다는 시계의 역사적 가치와 기술적 중요성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수집가에게는 개인이 보유한 시계의 제작 역사와 희소성을 공개적으로 평가받는 기회가 되며, 제조사와 경매 전문가에게는 평소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제작품을 조사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2026년 1월 19일부터 4월 30일까지 진행된 참가 신청에는 전 세계 수집가들이 보유한 시계 550점 이상이 접수됐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장인과 헤리티지 전문가들이 진품 여부와 참가 자격, 제작 기록을 검토한 뒤 95점이 심사위원 평가 대상으로 올라갔다. 이후 심사위원들은 부문별로 작품을 평가하고 점수를 합산해 최종 후보를 선정했다.
참가 자격에는 시계의 제작 시기와 부품의 완전성, 보존 상태 등에 관한 조건도 적용됐다. 케이스와 무브먼트가 함께 남아 있는 완성품이 대상이며, 주요 부품이 크게 변경됐거나 심각하게 손상된 제품은 제외된다. 쿼츠 시계도 참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제조사의 과거 제품 가운데 역사적 가치와 기술적 특징을 평가할 수 있는 기계식 시계를 중심으로 선별한 것이다.
개인이 보유한 역사적 시계를 평가하는 과정에서는 수집가의 참여가 중요하다. 제조사는 자사가 제작한 모든 시계의 현재 소유자와 보존 상태를 직접 관리하지 않는다. 오래된 시계의 상당수는 개인 수집가와 가족, 전문 거래업체를 통해 전해져 왔다. 수십 년 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이 심사에 출품되면 제조사는 실제 생산품의 상태와 소장 이력을 확인할 수 있고, 수집가는 보유한 시계의 역사적 위치를 전문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오래된 시계의 소장 이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일은 진품 감정과 도난품 확인, 복원 작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제작번호와 케이스 번호, 판매 기록과 수리 이력이 연결돼 있으면 시계의 이동 경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반면 기록이 충분하지 않거나 일부 부품이 교체된 제품은 제작 당시의 상태를 확인하는 과정이 복잡해질 수 있다. 제조사의 아카이브와 개인 수집가의 보존 기록이 함께 활용되는 이유다.
2026년 상반기 국제 경매시장의 높은 거래 실적은 희귀 시계에 대한 수집 수요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스위스 시계산업의 신제품 수출은 지난해까지 2년 연속 감소했고 올해 들어서도 국가별 수요 차이가 이어지고 있다. 경매에 출품되는 소수의 역사적 시계와 전 세계에서 생산·판매되는 신제품 시계는 시장 규모와 거래 구조가 다르다. 최고가 낙찰 기록이 일반 소비시장의 수요 회복이나 제조사의 수익성 개선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바쉐론 콘스탄틴을 소유한 리치몬트(Richemont)의 2026년 3월 말 종료 회계연도 전문 시계 제조 부문 매출은 31억4900만유로로 전년보다 4%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억700만유로로 39% 줄었고 영업이익률은 3.4%에 머물렀다. 같은 그룹의 주얼리 부문 영업이익률은 30.5%였다. 최고급 시계의 제작 기술과 역사적 명성이 높더라도 기업의 실제 수익성은 판매량과 제조원가, 환율, 유통비용 등에 영향을 받는다.
2026년 4~6월에는 리치몬트 전문 시계 제조 부문 매출이 고정환율 기준 8% 증가했다. 바쉐론 콘스탄틴과 예거 르쿨트르(Jaeger-LeCoultre), A. 랑에 운트 죄네(A. Lange & Söhne)가 성장에 기여했다. 중국어권 시장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수요가 회복됐다. 역사적 제작품의 복원과 인증, 직접 재판매가 확대되는 흐름은 제조사가 신제품 판매 이외의 영역에서도 고객과 관계를 유지하는 사업 방식과 맞닿아 있다.
레 컬렉셔너와 인증 중고 프로그램은 브랜드의 과거 생산품을 시장에서 다시 유통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다. 제조사가 진품을 확인하고 필요한 복원과 보증을 제공하면 구매자는 출처와 작동 상태에 대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 브랜드는 신제품 구매자뿐 아니라 수십 년 전 생산된 시계의 새로운 소유자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만 이러한 활동이 실제 기업 매출과 영업이익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는 개별 프로그램의 판매 실적과 비용 구조에 따라 달라진다.
역사적 시계의 내부 구조와 장식은 제조사의 기술이 수십 년에 걸쳐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준다. 회중시계에서 손목시계로, 단순한 시간 표시에서 크로노그래프와 퍼페추얼 캘린더, 미닛 리피터로 발전한 제작 기술에는 시대별 소비 수요와 산업 환경이 반영돼 있다. 스켈레톤 무브먼트와 에나멜 공예, 비정형 케이스는 기능뿐 아니라 장식과 디자인을 통해 시계의 가치를 높이려 했던 제작 방식을 담고 있다.
11월 4일부터 8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의 호텔 프레지던트 윌슨(Hôtel Président Wilson)에서는 바쉐론 콘스탄틴의 콩쿠르 최종 후보작이 일반에 공개된다. 11월 10일에는 일곱 부문의 수상작이 발표되며 심사위원 특별상이 추가될 수 있다. 공개 전시 일정은 필립스의 제네바 가을 시계 경매 기간과 맞물려 세계 각국의 수집가와 전문 거래 관계자들이 역사적 시계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2026년 10월부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 시장에서도 레 컬렉셔너를 통해 복원된 빈티지 시계를 선보이고 있다. 11월 제네바에서는 개인 수집가가 소장해 온 역사적 시계들이 제조사와 경매 전문가의 평가를 받는다. 과거 생산품을 직접 인증해 판매하는 사업과 개인 소장품의 역사적 가치를 평가하는 행사가 같은 시기에 진행되는 것이다.
2025년까지 감소했던 스위스 시계 수출은 2026년 1~8월 누적 기준 1.7% 증가하며 회복세를 나타냈다. 최고급 경매시장에서는 상반기에 2억3500만달러가 넘는 판매 실적이 기록됐다. 271년 동안 제작된 바쉐론 콘스탄틴의 시계들은 현재의 신제품 시장과 별개로 복원·인증·수집·경매를 거치며 거래되고 있다. 11월 제네바에서 선정되는 수상작은 역사적 평가의 결과로 남고, 이후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은 개별 시계의 희소성과 보존 상태, 소장 이력, 실제 구매 수요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