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전시 트렌드②] 안나 우덴베르그, 조각에 몸을 맡긴 사람들…전시장이 퍼포먼스로 바뀐 순간
'FAKE-ESTATE'의 인체 조각부터 'Continental Breakfast'의 관객 통제까지…사용자를 위해 설계된 사물이 인간의 자세와 행동을 규정하는 구조
[KtN 임민정기자]2023년 3월 미국 뉴욕의 메러디스 로젠 갤러리(Meredith Rosen Gallery). 정장을 입고 머리를 단정하게 묶은 여성 두 명이 관객의 이동을 통제했다. 바닥에는 푸른색 카펫이 깔렸고, 붉은색 차단선 뒤에는 항공기 좌석과 의료장비, 신체 지지대를 연상시키는 조각들이 놓여 있었다. 여성들은 말없이 손짓으로 관객의 위치를 정하고, 차례로 조각에 올라가 몸을 고정했다.
스웨덴 출신 현대미술가 안나 우덴베르그(Anna Uddenberg)의 개인전 'Continental Breakfast' 개막 퍼포먼스였다. 작품을 감상하러 온 관객은 공연자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고, 관객을 통제하던 공연자들은 다시 조각의 구조에 자신의 몸을 맡겼다. 작품을 사용하는 사람과 작품에 의해 움직임이 결정되는 사람의 위치가 뒤바뀌었다.
우덴베르그는 의자와 신체 지지대, 자동차와 항공기 내부 구조를 연상시키는 조각을 제작해 왔다. 일상에서 사람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물건들이 작품에서는 신체를 고정하거나 불편한 자세를 요구하는 장치로 변한다. 2022년 베를린의 'FAKE-ESTATE'에서 시작된 조각과 퍼포먼스의 결합은 2023년 뉴욕을 거쳐 미술관 규모의 설치작업으로 확대됐다.
2026년 10월 22일 체코 올로모우츠의 텔레그래프 갤러리(Telegraph Gallery)에서 개막하는 'White Noise'에서도 가구와 신체의 관계는 이어진다. 다만 이전 전시에서 실제 퍼포머가 조각을 사용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신체를 연상시키는 형태가 사무용 가구와 결합해 고정된 조각으로 등장한다.
우덴베르그의 작업은 미술관에 놓인 조각이 사람이 직접 사용하는 물건으로 바뀌는 과정을 거쳐, 다시 인간의 몸이 가구의 일부가 된 형태로 옮겨가고 있다.
베를린 'FAKE-ESTATE', 실제 사람이 올라가는 조각
2022년 9월 베를린 신켈 파빌리온(Schinkel Pavillon)에서 열린 'FAKE-ESTATE'는 우덴베르그가 베를린에서 개최한 첫 기관 개인전이었다. 팔각형 건물의 유리로 둘러싸인 상층 전시실에는 인체공학적 의자와 의료장비, 운동기구를 연상시키는 조각들이 배치됐다.
조각들은 매끄러운 산업 재료와 금속성 구조물, 패딩을 사용한 지지대 등으로 제작됐다. 일부에는 신체의 특정 부위를 올려놓거나 몸을 기댈 수 있는 구조가 있었다. 그러나 일반적인 의자나 운동기구와 달리 사용자의 자세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전시 기간 중 퍼포머들은 조각 위에 올라가거나 지지대 사이에 몸을 넣었다. 무릎과 팔을 굽히고 몸통을 앞으로 숙이는 등 조각의 형태에 맞춰 자세를 조정했다. 조각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평소 의자에 앉거나 운동기구를 사용하는 것과 다른 움직임이 필요했다.
공연자들의 복장도 일반적인 무용 공연과 구별됐다. 성인의 몸에 유아의 복장을 연상시키는 의상을 입힌 채 조각과 상호작용하도록 했다. 성인과 유아, 보호와 의존, 자율성과 복종의 관계가 퍼포먼스 안에서 함께 다뤄졌다.
여성의 신체와 성적 이미지에 관심을 기울여 왔던 우덴베르그는 'FAKE-ESTATE'에서 남성과 여성, 논바이너리 공연자들을 함께 참여시켰다. 근육을 발달시킨 신체와 유아를 연상시키는 의상을 결합하면서 강한 몸과 의존적인 자세 사이의 대비도 강조했다.
일반적인 조각 전시에서 작품은 관객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관객은 재료와 형태를 살펴보지만 작품 위에 올라가거나 몸을 끼워 넣지는 않는다. 'FAKE-ESTATE'에서는 공연자가 실제로 조각을 사용함으로써 조형물의 기능과 구조가 드러났다.
신체의 움직임이 없을 때는 독특한 형태의 조각으로 남아 있던 구조물이 공연자의 참여를 통해 몸을 지탱하고 고정하는 장치로 작동했다. 작품의 외형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웠던 사용 방식이 실제 사람의 자세를 통해 구체화됐다.
조각과 퍼포먼스가 결합했다고 해서 일반 관객 모두에게 작품 사용이 허용된 것은 아니었다. 조각을 직접 사용하는 역할은 공연자가 맡았고, 일반 관객은 공연자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방식으로 참여했다. 관람과 사용의 경계가 사라졌다기보다 작품을 사용하는 사람과 지켜보는 사람의 차이가 전시의 일부가 됐다.
부동산과 산업 디자인, 신체의 자세를 결정하는 사물
'FAKE-ESTATE'에는 베를린 도심의 부동산 개발과 건축적 변화도 반영됐다. 신켈 파빌리온 주변에는 고급 주거시설이 들어섰고, 재건축된 베를린 궁전과 역사적 건축물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우덴베르그는 당시 베를린에서 진행된 부동산 개발과 고급 주거시설의 외관에 관심을 기울였다. 유리 외벽과 발코니, 창문의 차양시설, 매끄러운 건축 마감재 등이 조각의 형태와 재료 선택에 영향을 줬다.
현대적인 주거시설의 외관은 경제적 가치와 생활 수준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건물의 내부와 외부는 사용자의 편의뿐 아니라 소유자의 취향과 지위, 투자 가치를 드러내도록 설계된다.
우덴베르그는 이러한 건축적 요소를 축소하거나 변형해 신체를 수용하는 구조물로 옮겼다. 조각의 크기는 사람이 올라갈 수 있을 정도이지만 실제 사용 목적은 명확하지 않다. 편안한 자세를 제공할 것처럼 만들어진 지지대는 오히려 몸을 구부리거나 특정한 위치에 고정하도록 한다.
산업 디자인은 사용자의 편의와 안전을 고려하면서도 물건의 사용법을 일정한 범위 안에서 정한다. 자동차 좌석은 탑승자가 앉는 방향을 정하고, 안전벨트는 몸을 고정한다. 운동기구는 특정한 관절과 근육의 움직임을 전제로 하며, 의료장비는 검사나 치료를 위해 환자의 자세를 조절한다.
우덴베르그의 조각은 이러한 기능적 구조를 가져오면서 실제 사용 목적은 모호하게 만들었다. 앉거나 기대고 몸을 고정할 수 있는 형태이지만 일반적인 의자나 의료장비처럼 편리하게 사용할 수는 없다.
조각에 올라간 퍼포머는 자신의 의지로 움직이지만 몸의 위치와 자세는 작품의 구조에 맞춰 달라진다. 사용자가 물건을 선택하는 행위와 물건의 형태에 따라 사용자의 움직임이 결정되는 과정이 동시에 일어난다.
2011년 퍼포먼스에서 이어진 소비문화와 신체 표현
우덴베르그가 실제 인물을 활용한 공연에 관심을 보인 것은 'FAKE-ESTATE' 이전부터다.
2011년 작업 'Body Mind (Stretch and Submission)'에서는 우덴베르그 자신이 공연에 참여했다. 몸에 밀착하는 상의와 펜슬스커트를 착용하고, 사회적 관계에서 요구되는 자세와 신체 표현을 퍼포먼스로 다뤘다.
같은 해 진행한 'Truly Yours'에서는 여성 안내요원들에게 전시 개막 행사에서 주목받는 인물의 행동을 상상해 연기하도록 했다. 사람을 맞이하고 시선을 주고받는 행동이 관객 앞에서 수행됐다.
이러한 작업은 특별한 무대장치보다 사람의 자세와 태도, 사회적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일상적인 인사와 접대, 몸짓이 특정한 역할에 따라 반복되고 조정되는 과정을 공연으로 옮겼다.
이후 우덴베르그는 소비문화에서 유통되는 신체 이미지를 조각으로 제작했다. 셀카봉과 여행용 가방, 유모차, 자동차 관련 물건에 여성의 몸을 결합한 작품이 등장했다.
2016년 제9회 베를린 비엔날레에서는 'Transit Mode'와 'Journey of Self Discovery'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여행용 가방과 신체를 결합한 조각은 이동과 자기표현, 소비재의 관계를 다뤘다.
여행용 가방은 이동을 위한 물건이지만 브랜드와 디자인에 따라 사용자의 소비 취향을 드러내는 물건이기도 하다. 셀카봉은 사진을 찍는 도구이면서 사용자가 자신의 모습을 촬영하고 공개하는 행동에 관여한다.
우덴베르그는 이러한 물건들을 비정상적으로 구부러진 신체와 결합했다. 외형을 꾸미고 촬영하기 위한 도구가 사람의 자세까지 결정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2019년 독일 본의 분데스쿤스트할레(Bundeskunsthalle)에서 열린 'Power Play'에서는 게이밍 의자와 마사지 의자, 스포츠카 내부를 연상시키는 조각들을 선보였다. 인조 모피와 가죽, 플라스틱, 컵홀더 등 소비재에서 익숙한 재료와 부품들이 함께 사용됐다.
앉아서 쉬거나 게임을 하고 이동하는 상황에서 사용하는 물건들이 조각의 출발점이었다. 사용자를 편안하게 해줄 것 같은 구조이지만 실제로는 몸을 비틀거나 평소와 다른 자세를 취해야 할 것처럼 제작됐다.
초기의 신체 조각에서 2022년 'FAKE-ESTATE'로 이어지는 과정에서는 중요한 변화가 나타났다. 여성의 몸을 조각으로 재현하던 방식에서 실제 사람이 조각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옮겨간 것이다. 신체를 표현한 조각과 신체를 사용하는 조각의 차이가 퍼포먼스를 통해 드러났다.
'Continental Breakfast', 관객의 움직임까지 통제한 전시
2023년 3월 18일부터 4월 29일까지 뉴욕 메러디스 로젠 갤러리에서 열린 'Continental Breakfast'에는 세 점의 조각이 전시됐다. 작품명은 'T-Top Tummy Tuck', 'Premium Economy I', 'Premium Economy II'다.
작품들은 항공기와 호텔, 의료시설에서 사용되는 장비를 연상시키는 구조로 제작됐다. 금속 프레임과 신체 지지대가 결합한 형태는 기능적인 물건처럼 보이지만 실제 용도는 명확하지 않았다.
갤러리 바닥에는 푸른색 카펫이 깔렸고, 천장에는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조명과 마감 구조가 설치됐다. 붉은색 출입 통제선은 조각 주변을 구분했다. 전시장은 고급 호텔의 안내 공간이나 공항의 대기실, 의료시설의 접수 구역을 떠올리게 했다.
개막 퍼포먼스에는 샐리 폰 로젠(Sally von Rosen)과 머덜리나 스터네스쿠(Mădălina Stănescu)가 참여했다. 두 공연자는 몸에 맞는 재킷과 펜슬스커트를 착용하고 머리를 뒤로 묶은 채 관객을 안내했다.
공항 승무원이나 호텔 안내 직원을 연상시키는 복장이었다. 공연자들은 관객을 한쪽으로 모으고 지정된 구역에 들어오도록 손짓했다. 관객이 이동하면 차단선을 닫아 다른 사람들이 기다리도록 했다.
관객을 안내하던 공연자들은 차례로 조각 위에 올라갔다. 신체 지지대에 무릎과 팔을 대고 상체를 숙이면서 허리와 다리가 위로 올라가는 자세를 취했다. 몸을 지탱하는 위치와 방향은 조각의 형태에 따라 정해졌다.
사람을 안내하고 통제하던 인물이 곧바로 조각의 구조에 몸을 맡기는 상황이었다. 관객에게 이동을 지시하던 공연자도 작품을 사용하는 순간에는 조각이 허용하는 자세를 따라야 했다.
공연자들은 일정 시간 자세를 유지한 뒤 조각에서 내려왔고, 다시 관객을 안내했다. 출입 통제선 안으로 들어온 관객은 작품과 공연자를 가까이에서 지켜봤으며, 다른 관객은 차례를 기다렸다.
전시 개막 현장에서는 공연자의 지시에 대한 관객의 저항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말없이 정해진 위치로 이동했고,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조용히 기다렸다.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관객은 일반적으로 작품에 손을 대지 않고 지정된 통로를 이용한다. 관람 규칙이 별도로 설명되지 않더라도 출입 금지선이나 안전요원의 지시에 익숙하게 반응한다.
우덴베르그는 갤러리의 관람 규칙을 퍼포먼스 안으로 옮겼다. 붉은 차단선과 안내 직원의 복장, 손짓만으로도 관객의 움직임을 조정할 수 있었다. 관객은 자신이 예술 공연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일상적인 안내 절차에 따랐다.
'FAKE-ESTATE'에서 조각이 공연자의 자세를 결정했다면 'Continental Breakfast'에서는 공연자가 관객의 이동을 결정하고, 조각이 다시 공연자의 자세를 결정했다. 작품과 공연자, 관객 사이에 서로 다른 통제 관계가 형성됐다.
친절한 서비스와 복종의 관계
'Continental Breakfast'에서 공연자들이 입은 정장은 서비스업 종사자의 복장을 연상시켰다. 단정하게 정리한 머리와 몸에 맞는 치마, 높은 구두는 호텔과 항공업계에서 오랫동안 사용해 온 여성 직원의 이미지와 연결됐다.
고객을 안내하는 직원은 공간의 규칙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공항에서는 승객의 이동 방향과 대기 순서를 정하고, 호텔에서는 투숙객에게 시설 이용 절차를 안내한다. 서비스 제공자에게는 친절한 태도가 요구되지만 동시에 규칙을 집행하는 권한도 부여된다.
우덴베르그의 공연자들은 이러한 직업적 역할을 이용해 관객을 통제했다. 관객은 특별한 설명을 듣지 않아도 차단선 앞에서 기다리고 공연자의 손짓에 따라 움직였다.
그러나 공연자들이 조각에 몸을 고정하는 순간 안내자의 권한은 사라졌다. 신체를 자유롭게 움직이는 대신 작품의 지지대에 맞춰 불편한 자세를 유지해야 했다.
안내하는 사람과 안내받는 사람의 관계가 조각을 통해 뒤집힌 것이다. 외부의 규칙을 전달하는 직원 또한 자신의 직무와 공간의 구조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는 사실이 퍼포먼스에 포함됐다.
우덴베르그의 작업은 여성의 신체와 복종의 이미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불편한 감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공연자의 자세는 성적인 의미를 연상시키며, 관객은 그러한 자세를 취한 사람을 일정 시간 바라보게 된다.
신체의 노출과 구속을 통해 사회적 권력을 비판하는 작업이 동시에 또 다른 관람 대상으로 소비될 가능성도 있다. 공연자가 자신의 의지로 작품에 참여하더라도 관객의 시선 앞에서 불편한 자세를 유지한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퍼포먼스의 의미를 단순히 자유와 억압 가운데 하나로 정리하기 어려운 이유다. 공연자는 자신의 의지로 행동하지만 정해진 동작을 수행하고, 관객은 자유롭게 전시를 보러 왔지만 안내 절차에 따라 움직인다. 작품은 어느 한쪽에만 일방적인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
독일 만하임으로 확대된 'Premium Economy'
2023년 독일 쿤스트할레 만하임에서 열린 'Premium Economy'는 뉴욕에서 다룬 조각과 공연의 관계를 대형 미술관 공간으로 옮겼다.
미술관의 넓은 아트리움에는 푸른색 카펫과 낮게 설치된 천장 구조가 들어섰다. 붉은 출입 통제선은 여러 줄로 배치됐고, 관객이 이동하는 통로 사이에는 여덟 점의 조각이 놓였다.
뉴욕의 비교적 작은 갤러리에서는 공연자와 관객 사이의 거리가 가까웠지만, 만하임에서는 관객의 이동 경로와 대기 순서를 더 넓은 공간에 구성할 수 있었다.
개막 공연에서 정장을 입은 퍼포머들은 관객을 줄 세우고 차례대로 작품을 관람하도록 안내했다. 조각 위에 올라가 몸을 고정하는 동작도 이어졌다.
미술관의 넓은 공간은 공항 보안검색대와 비슷한 구조로 바뀌었다. 차단선을 따라 이동하는 관객과 지정된 위치에서 조각을 사용하는 공연자가 분리됐고, 공연의 각 단계는 일정한 순서에 따라 반복됐다.
제목에 사용된 'Premium Economy'는 항공기의 좌석 등급을 떠올리게 한다. 일반석보다 나은 편의를 제공한다는 뜻이지만 여전히 정해진 좌석과 이동 규칙 안에서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조건을 전제로 한다.
우덴베르그는 이러한 서비스 공간의 구조를 미술관으로 옮겼다. 더 나은 편의를 제공한다는 약속과 실제 사용자가 따라야 하는 규칙을 조각과 관객 동선으로 표현했다.
작품이 설치된 장소가 뉴욕의 소규모 갤러리에서 만하임의 미술관으로 바뀌면서 관람 조건도 달라졌다. 조각의 형태뿐 아니라 차단선과 안내 절차, 공연자의 이동 방식까지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가 됐다.
체코 'White Noise', 공연자의 몸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조각
2026년 10월 22일 개막하는 'White Noise'에서는 실제 퍼포머 대신 신체를 연상시키는 조형물이 허먼밀러(Herman Miller) 사무용 의자와 결합한다.
사무실을 재현한 전시 공간에는 천장 조명과 환기시설, 칸막이, 사무용 가구가 배치됐다. 조각의 일부는 인체의 관절과 근육, 구부러진 팔다리를 떠올리게 하며 다른 부분은 가구의 지지대나 기계적인 구조처럼 구성됐다.
'FAKE-ESTATE'에서는 공연자가 조각에 직접 몸을 넣었고, 'Continental Breakfast'에서는 공연자가 관객의 이동을 통제한 뒤 조각에 올라갔다. 'White Noise'에서는 인체의 형태가 가구와 결합한 상태로 고정돼 있다.
이전 공연에서 실제 사람이 수행했던 불편한 자세가 조각의 구조 안에 남은 것이다. 움직이는 인체를 통해 작품의 사용법을 드러내던 방식에서 인체와 사물의 경계가 흐려진 형태 자체를 감상하도록 바뀌었다.
공연자의 존재 여부에 따라 관객의 경험도 달라진다. 실제 사람이 조각을 사용하는 공연에서는 움직임과 시간, 신체에 가해지는 부담을 함께 보게 된다. 고정된 조각에서는 신체를 연상시키는 형태와 가구의 결합 방식, 재료와 구조를 살펴볼 수 있다.
두 방식은 같은 신체 문제를 다루면서도 서로 다른 관람 조건을 갖는다. 실제 공연에서는 사람이 자세를 취하는 과정이 드러나고, 고정된 조각에서는 자세가 이미 사물의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우덴베르그가 사무용 의자와 결합한 조각을 새롭게 제작하면서 이전 퍼포먼스에서 다뤘던 신체의 통제와 기능적 디자인에 대한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조각을 사용하는 사람과 관객의 경계
우덴베르그의 작품에서 관객 참여는 반드시 작품을 직접 만지는 행위를 뜻하지 않는다.
2022년 'FAKE-ESTATE'에서는 공연자가 조각을 사용했고, 관객은 조각과 공연자의 관계를 지켜봤다. 2023년 'Continental Breakfast'에서는 관객이 이동 지시를 받으면서 공연의 일부가 됐지만 작품을 직접 사용하는 역할은 여전히 공연자가 맡았다.
현대미술에서 관객 참여는 작품을 조작하거나 움직이는 방식으로 자주 소개된다. 그러나 관객의 움직임이 작품의 일부가 되더라도 참여하는 사람이 반드시 작품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작품이 허용하는 행동의 범위와 순서가 정해져 있다면 관객은 그 안에서 움직인다.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하는 관람과 정해진 동선을 따라야 하는 관람은 같은 공간형 전시라도 다른 경험을 만든다.
우덴베르그는 이 차이를 조각의 기능과 공연자의 행동, 관객 안내 절차로 드러냈다. 작품을 사용하도록 설계된 구조물은 사람의 몸을 제한했고, 관객의 이동을 돕는 안내 절차는 이동할 수 있는 범위를 정했다.
'Continental Breakfast'의 공연자들은 관객의 움직임을 통제하면서 조각 앞에서는 스스로 정해진 자세를 취해야 했다. 권한을 가진 사람과 규칙에 따르는 사람의 위치가 상황에 따라 달라졌다.
10월 22일 개막하는 'White Noise'는 내년 2월 4일까지 이어진다. 실제 사람이 조각을 사용하는 공연에서 출발한 작업은 사무실 가구와 신체의 형태를 결합한 설치미술로 이어졌다. 뉴욕과 베를린의 공연에서 드러났던 자세와 움직임의 제약은 체코의 전시장에서는 구부러진 인체와 사무용 의자의 구조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