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전시 트렌드③] 서도호·팀랩·안나 우덴베르그, 관객의 움직임을 바꾸는 전시

런던의 천으로 만든 집, 도쿄의 디지털 미술관, 체코의 사무실 조각…공간을 경험하는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현대미술의 감상과 해석

2026-10-23     임민정 기자

[KtN 임민정기자]2025년 런던 테이트 모던(Tate Modern)에는 서울과 뉴욕, 런던, 베를린의 집들이 하나로 연결된 긴 통로가 들어섰다. 한국 현대미술가 서도호(Do Ho Suh)의 설치작품 'Nest/s'다. 반투명한 천으로 만든 문과 복도, 출입구가 이어졌고 관객은 작가가 살았던 여러 도시의 건축적 기억을 따라 걸었다. 실제로는 서로 멀리 떨어진 집들이 전시장 안에서 하나의 통로로 연결됐다.

일본 도쿄의 팀랩 보더리스(teamLab Borderless)에서는 디지털 꽃들이 관객의 움직임에 반응한다. 사람이 가만히 있으면 주변에 꽃이 자라나고, 꽃에 손을 대거나 밟으면 꽃잎이 떨어지며 시든다. 작품을 구성하는 이미지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실시간 생성된다. 관객이 어느 위치에 서 있고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따라 작품의 상태도 달라진다.

2026년 10월 22일 체코 올로모우츠에서 개막하는 안나 우덴베르그(Anna Uddenberg)의 'White Noise'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관객의 신체를 다룬다. 사무실로 꾸며진 전시장에는 인체와 사무용 가구가 결합한 조각들이 놓인다. 관객은 작품을 직접 조작하는 대신 의자와 신체가 뒤엉킨 형태를 관찰하면서 사람의 자세와 행동이 주변 환경에 의해 규정되는 구조를 마주한다.

세 전시는 소재와 제작 방식, 창작 의도가 서로 다르다. 서도호는 건축과 기억을, 팀랩은 디지털 이미지와 상호작용을, 우덴베르그는 사물과 신체의 통제 관계를 다룬다. 관객이 전시 공간 안에서 움직인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이동과 참여가 작품에 미치는 영향은 같지 않다.

현대미술의 설치작품이 전시장 전체를 활용하면서 관객의 몸과 이동 경로, 체류 시간도 전시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작품을 감상하는 방식이 벽에 걸린 그림을 바라보는 데서 공간을 통과하거나 작품의 변화에 참여하는 경험으로 넓어진 것이다.

서도호의 'Nest/s', 서로 다른 도시의 집을 하나의 통로로 연결

2025년 5월 1일부터 10월 26일까지 영국 런던 테이트 모던에서 열린 'Walk the House'는 서도호의 30여 년 작업을 다룬 대규모 개인전이었다. 설치미술과 조각, 드로잉, 영상을 통해 집과 기억, 이주, 개인의 정체성을 살펴봤다.

전시의 중심에는 2024년 제작된 'Nest/s'가 놓였다. 서울과 뉴욕, 런던, 베를린의 건물에서 가져온 방과 복도, 출입구의 구조를 연결한 설치작품이다. 건물의 외형을 축소한 모형이 아니라 실제 건축물과 같은 크기로 구성된 통로다.

반투명한 색색의 천으로 만든 벽과 문틀, 복도는 일반적인 건축물과 달리 내부와 외부가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다. 천 너머로 다른 공간의 구조가 비치고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겹쳐 보이는 형태도 달라진다.

서도호의 집은 콘크리트나 벽돌이 아니라 섬유로 제작된다. 건물의 구조를 지탱하는 견고한 벽 대신 가볍고 이동할 수 있는 천을 사용한다. 실제 주거공간에서는 건물이 사람을 둘러싸지만 작품에서는 사람이 건물의 내부를 통과하면서 건축적 형태를 경험한다.

작가는 서울에서 태어나 미국과 영국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여러 도시에서 살아온 경험은 집을 고정된 장소가 아닌 이동 과정에서 축적된 기억으로 다루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Nest/s'의 통로는 실제 도시의 위치나 이동 거리를 재현하지 않는다. 서울에서 사용하던 문과 뉴욕의 복도, 런던의 주거공간이 하나로 연결되면서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건축 구조가 만들어진다.

관객은 작가의 기억을 그대로 경험할 수는 없지만 서로 다른 집의 구조를 몸으로 통과할 수 있다. 실제 생활에서는 거리가 떨어져 있는 장소들이 전시장 안에서 가까워지고, 관람객은 문턱을 넘고 복도를 지나면서 공간의 차이를 감각적으로 경험한다.

천으로 만든 건축물은 사진으로도 기록할 수 있지만 사진만으로는 통로의 길이와 공간의 연결 관계를 온전히 파악하기 어렵다. 문을 통과하면서 뒤에 남겨진 공간과 앞으로 이어지는 공간을 함께 경험하는 과정이 작품의 중요한 부분을 이룬다.

문손잡이와 전등 스위치, 집의 기억을 담는 작은 구조물

'Walk the House'에는 'Perfect Home: London, Horsham, New York, Berlin, Providence, Seoul'도 전시됐다. 2024년 제작된 작품으로, 작가가 거주하는 런던의 집을 바탕으로 여러 도시의 주거공간에서 가져온 건축적 요소를 결합했다.

작품에는 문손잡이와 전등 스위치, 전기 콘센트처럼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물건들이 포함됐다. 각각의 부품은 서로 다른 집에서 가져온 형태를 천으로 재현한 것이다.

문손잡이와 스위치는 평소 특별히 의식하지 않고 사용하는 물건이다. 그러나 이사한 뒤에는 문손잡이의 위치나 전등 스위치의 높이가 달라진 것을 느끼게 된다. 오랫동안 사용한 집에서는 손을 뻗는 위치와 움직임이 생활 습관으로 남는다.

서도호는 이러한 일상적인 구조물을 거주 경험의 일부로 다뤘다. 건물의 외관만으로 집을 설명하는 대신 문을 여닫고 불을 켜며 복도를 오가는 행동과 연결된 세부 요소를 작품에 남겼다.

'Rubbing/Loving: Seoul Home'에서는 서울의 집 표면을 종이로 덮고 연필이나 흑연으로 문질러 건축물의 형태를 기록했다. 벽과 기둥, 건축 장식의 요철이 종이에 남으면서 건물의 외형뿐 아니라 표면의 세부적인 흔적까지 작품이 됐다.

'Rubbing/Loving: Company Housing of Gwangju Theater'는 광주의 역사와 연결된 작업이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이후의 기억을 다루면서 건물 표면을 기록하는 행위가 개인적인 추억을 넘어 사회적·역사적 기억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확장됐다.

서도호의 공간 설치는 관객에게 특별한 조작을 요구하지 않는다. 문과 복도를 따라 걸어가는 일상적인 움직임이 작품을 경험하는 기본적인 방법이다. 관객이 지나간다고 해서 천으로 만든 벽의 형태나 건축적 기억이 실시간으로 다시 제작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건축물을 옮겨온 듯한 구조 안에서 작가의 거주 경험과 자신의 생활 기억을 겹쳐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공간을 통과하는 행동은 작품의 제작 과정과 개인의 기억을 이해하는 출발점이 된다.

팀랩 보더리스,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디지털 작품

2024년 2월 9일 일본 도쿄 아자부다이 힐스(Azabudai Hills)에 문을 연 팀랩 보더리스는 관람 경로를 고정하지 않은 디지털 미술관이다. 2018년 오다이바에서 처음 개관한 뒤 아자부다이 힐스로 이전했다.

팀랩은 프로그래머와 건축가, 디자이너, 수학자, 시각예술가 등이 참여하는 예술 집단이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빛과 영상, 소리, 관객의 움직임이 서로 영향을 주는 작품을 제작해 왔다.

팀랩 보더리스의 작품들은 개별 전시실에 고정돼 머무르지 않는다. 디지털 이미지가 전시실의 경계를 넘어 이동하고 다른 작품과 만나면서 형태나 움직임이 변화하기도 한다.

관람객에게 정해진 순서의 전시 지도를 제공하지 않는 것도 이러한 구성과 관계가 있다. 관객은 공간을 직접 돌아다니며 작품을 발견하고, 같은 장소로 돌아왔을 때 앞서 보았던 것과 다른 이미지를 만날 수 있다.

대표적인 작품 'Flowers and People, Cannot be Controlled but Live Together'에서는 여러 계절의 꽃이 피고 지는 과정이 반복된다. 꽃은 디지털 이미지로 구현되지만 미리 제작한 영상을 일정한 순서로 재생하는 방식이 아니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꽃의 생성과 성장, 소멸을 실시간으로 처리한다. 관객이 움직이지 않고 머물면 주변에 꽃이 더 많이 피어나며, 꽃에 손을 대거나 밟으면 꽃잎이 떨어지고 시든다.

작품의 상태는 관객의 행동뿐 아니라 주변에서 일어나는 변화에도 영향을 받는다. 디지털 꽃이 다른 작품의 공간으로 이동하거나 다른 이미지와 상호작용할 수도 있다.

'Universe of Water Particles on a Rock where People Gather'에서는 디지털 기술로 구현한 물줄기가 바위의 형태를 따라 흘러내린다. 물의 움직임은 수많은 입자의 궤적을 계산해 표현되며, 관객과 주변 작품의 존재가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도록 구성됐다.

또 다른 작품 'Infinite Crystal World'에서는 수많은 빛의 점이 입체적인 공간을 만든다. 관객은 휴대전화로 특정한 요소를 선택해 작품에 반영할 수 있다. 관객의 위치와 선택에 따라 빛의 구성이 달라진다.

서도호의 작품에서 관객의 움직임이 건축적 기억을 경험하는 과정이라면 팀랩에서는 관객의 행동이 작품의 상태를 변화시키는 조건이 된다.

같은 장소에 두 번 들어가더라도 동일한 이미지가 재현된다는 보장은 없다. 작품이 실시간으로 생성되기 때문이다. 미술작품을 한 번 제작해 고정된 상태로 전시하는 방식과 달리 관객이 머무는 동안에도 작품의 시각적 구성이 계속 바뀐다.

체코의 'White Noise', 관객이 움직이는 자유와 신체를 제한하는 구조

안나 우덴베르그의 'White Noise'는 신체와 공간의 관계를 다른 방향에서 다룬다. 10월 22일 체코 텔레그래프 갤러리에서 개막하는 전시는 현대적인 사무실을 재현한 공간에 인체와 가구가 결합한 조각을 배치한다.

허먼밀러(Herman Miller) 의자와 사무실의 천장 조명, 칸막이, 환기시설이 설치 구성에 포함된다. 사람의 몸을 연상시키는 형태는 의자의 좌석과 지지대, 다른 가구 구조물과 뒤엉켜 있다.

[우리 시대의 전시 트렌드③] 서도호·팀랩·안나 우덴베르그, 관객의 움직임을 바꾸는 전시. 사진=Telegraph Gallery,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낮은 가구 위로 상체를 숙인 인체 형상에서는 머리카락이 길게 늘어져 있고 몸통은 주변 구조물과 밀착해 있다. 사람의 자세처럼 익숙한 부분과 사물의 일부처럼 변형된 부분이 함께 나타난다.

우덴베르그는 실제로 사람이 사용하는 의자와 조각을 결합하면서 편안함과 효율성을 위해 만들어진 가구가 신체의 자세를 규정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인체공학적 의자는 몸을 지탱하고 피로를 줄이도록 설계된다. 사용자는 등받이와 팔걸이, 좌판의 구조에 맞춰 앉는다. 의자를 조절할 수 있지만 가구가 허용하는 움직임의 범위를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우덴베르그는 이러한 관계를 과장된 조형으로 바꿨다. 의자에 앉은 사람이 아니라 의자와 결합해 하나의 구조물이 된 몸을 제작했다.

관객은 사무실을 재현한 전시실 안에서 작품을 감상하지만 조각 속 인체는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형태로 고정돼 있다. 작품 주변의 출입 통제선 역시 관객의 이동 범위를 구분한다.

관객의 신체가 작품에 영향을 미치는 팀랩과 달리 우덴베르그의 전시에서는 사람의 몸이 환경에 의해 제한되는 관계가 작품의 소재가 된다.

서도호의 공간 설치에서는 집을 통과하는 움직임이 기억과 연결된다. 팀랩에서는 관객이 머물거나 손을 대는 행동이 디지털 이미지의 변화를 일으킨다. 우덴베르그는 사물의 구조가 신체의 자세를 정하는 관계를 조각으로 드러낸다.

세 작가는 모두 공간과 신체의 관계를 다루지만 관객에게 부여하는 역할은 서로 다르다. 같은 공간형 설치미술이라도 이동과 참여가 곧바로 동일한 예술적 경험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작품에 참여하는 관객, 실제 선택의 범위는 서로 달라

미술관에서 작품에 손을 대거나 움직일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전시는 일반적인 회화·조각 전시와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관객은 주어진 작품을 바라보는 데서 벗어나 자신의 행동을 통해 특정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관객 참여의 범위는 작품을 설계한 작가와 전시 운영 조건에 따라 결정된다.

팀랩의 디지털 꽃은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피거나 시들지만 반응하는 방식 자체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설계돼 있다. 관객은 작품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어도 꽃의 성장과 소멸에 적용되는 규칙을 마음대로 변경할 수는 없다.

'Infinite Crystal World'에서도 관객은 휴대전화로 특정 요소를 선택해 작품에 반영할 수 있다. 선택한 요소는 작품을 구성하는 빛과 공간에 영향을 주지만 관객에게 모든 표현 방식을 결정할 권한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전시에서 참여는 작품의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행동인 동시에 미리 설계된 상호작용 범위 안에서 이뤄진다.

우덴베르그의 작업에서도 관객이 경험하는 자유와 작품이 설정한 규칙은 분리된다. 2023년 뉴욕 메러디스 로젠 갤러리에서 열린 'Continental Breakfast'에서는 정장 차림의 퍼포머들이 손짓으로 관객의 이동을 통제했다.

관객은 전시를 관람하러 왔지만 공연자의 지시에 따라 이동하거나 대기해야 했다. 공연자들은 다시 조각 위로 올라가 신체를 불편한 자세로 고정했다.

직접 조각에 올라가지 않은 관객도 작품의 진행에 참여했다. 다만 관객의 역할은 공연자가 정해 준 이동 경로를 따르는 것이었다. 관객 참여가 반드시 자유로운 행동과 같은 의미는 아니라는 점을 드러낸 구성이다.

서도호의 천으로 만든 건축물 역시 관객이 정해진 통로를 이용한다는 조건을 갖는다. 문과 복도의 위치, 공간의 크기는 작가의 거주 경험에 따라 제작됐다. 관객은 작품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지만 통로의 구조와 연결 순서를 바꾸지는 않는다.

전시에 참여하는 방식은 각기 다르지만 작품의 제작과 전시 환경에는 일정한 규칙이 존재한다. 관객에게 허용된 선택과 작가가 정한 구성의 관계는 공간형 전시를 분석할 때 구분해야 할 요소다.

사진으로 소비되는 전시와 작품을 경험하는 시간의 차이

반투명한 천으로 만든 집과 수많은 빛이 움직이는 디지털 공간, 인체와 사무용 가구가 결합한 조각은 모두 사진으로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대상이다.

서도호의 'Nest/s'에서는 선명한 색상의 천으로 만들어진 긴 통로와 반복되는 문틀이 독특한 구도를 형성한다. 팀랩의 작품에서는 디지털 꽃과 빛의 입자가 공간을 채운다. 우덴베르그의 조각은 익숙한 가구와 낯선 신체 형태의 결합으로 시선을 끈다.

하지만 사진으로 전달되는 정보와 실제 작품을 감상할 때 얻는 정보는 다르다.

'Nest/s'의 사진은 건축물의 색채와 구조를 기록할 수 있지만 여러 도시의 집이 어떻게 연결되고 관객이 어떤 순서로 통과하는지는 한 장의 사진에 담기 어렵다. 작가가 거주했던 장소의 기억 역시 외형만으로 모두 전달되지는 않는다.

팀랩의 디지털 설치작품은 사진 한 장으로 기록하는 순간 특정한 시점의 이미지가 고정된다.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이미지가 관객의 움직임에 반응하고 다른 작품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은 정지된 사진만으로 충분히 전달하기 어렵다.

우덴베르그의 조각은 형태 자체가 중요한 관찰 대상이지만 사무실을 재현한 전시 공간의 크기와 이동 경로, 조각 사이의 거리도 작품을 이해하는 데 영향을 준다.

전시 사진은 작품의 외형과 공간 구성을 전달하는 유용한 수단이다. 다만 이동과 시간, 상호작용이 중요한 작품에서는 이미지 기록과 실제 관람 경험 사이에 차이가 생긴다.

사진 촬영을 위해 설치작품을 방문하는 관객과 작품을 오랫동안 관찰하는 관객의 경험도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사진 촬영 자체를 피상적인 관람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관객이 촬영한 이미지를 통해 작품을 다시 살펴보거나 다른 사람과 감상을 공유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시의 시각적 매력과 작품의 예술적 내용은 반드시 대립하지 않는다. 서도호의 반투명한 집은 아름다운 색채와 재료를 통해 기억이라는 주제를 전달하고, 팀랩의 디지털 이미지는 화려한 빛과 움직임을 통해 관객의 행동에 반응한다.

우덴베르그의 작품도 낯선 조형적 표현을 통해 사무실 가구와 인간의 몸에 관한 문제를 다룬다. 시각적 효과가 작품의 구성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것이다.

오히려 전시를 평가할 때는 공간의 시각적 매력이 어떤 내용과 연결되고 관객이 경험하는 움직임이 작품의 구조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시 공간이 커질수록 달라지는 작품 제작과 운영

공간 전체를 활용하는 설치작품은 제작 단계부터 건축적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

서도호의 작품에서는 건물의 실제 크기와 문틀, 복도, 벽면의 비례를 측정하고 천으로 재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작품을 다른 전시장으로 옮길 때도 설치 공간의 크기와 관객의 이동 경로를 조정해야 한다.

팀랩의 디지털 전시에는 영상 장비와 컴퓨터 시스템, 센서, 조명, 음향 등 다양한 기술이 사용된다. 관객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작품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려면 장비와 프로그램이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우덴베르그의 'White Noise'에서는 사무실이라는 환경을 만드는 설비와 가구, 조각의 구조가 함께 고려된다. 관객의 이동 범위를 구분하는 차단선과 조각의 설치 위치도 전시 운영에 관여한다.

서로 다른 제작 방식은 전시의 운영 비용과 공간 활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섬유 건축물은 구조를 설치하고 관리하는 기술이 필요하며, 디지털 전시는 장비의 유지관리와 프로그램 운영이 요구된다. 조각과 가구를 결합한 설치작품은 관객과 작품 사이의 거리, 구조물의 안정성을 고려해야 한다.

전시장 전체를 사용하는 작품은 넓은 공간만 확보한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작품의 내용에 맞게 관람 동선을 정하고, 안전과 접근성을 고려하면서 작가가 의도한 관람 경험을 유지해야 한다.

시각적으로 화려한 디지털 전시와 물리적인 건축 설치, 신체를 소재로 한 조각 전시는 기술적 조건도 다르다. 전시 기획에서 작품의 개념과 공간, 유지관리 방식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공간을 경험하는 세 가지 방식, 현대미술의 달라진 관람 구조

2025년 서도호의 테이트 모던 전시는 집과 이동, 기억을 다뤘다. 천으로 제작한 건축물과 종이에 남긴 건물의 흔적, 철거를 앞둔 주거시설을 기록한 영상 등 여러 매체가 하나의 전시에 포함됐다.

2024년 아자부다이 힐스로 이전한 팀랩 보더리스는 디지털 작품이 전시실의 경계를 넘나들고 관객의 행동에 반응하도록 구성했다. 이미지가 고정되지 않고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같은 공간에서도 서로 다른 상태의 작품을 경험할 수 있다.

2026년 체코의 'White Noise'는 사무실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을 조각 설치에 활용한다. 사람의 몸에 맞춰 설계된 가구와 가구의 형태에 맞춰 변형된 인체를 결합하면서 업무 환경과 신체 통제의 관계를 다룬다.

세 전시는 모두 관객의 몸을 전시 공간과 연결하지만 작품이 다루는 내용은 크게 다르다. 서도호에게 공간은 기억을 담는 구조이며, 팀랩에서는 관객과 디지털 이미지가 서로 영향을 주는 환경이다. 우덴베르그에게 공간은 사람의 행동과 자세를 규정하는 조건이다.

같은 공간형 전시라도 관객의 자유로운 이동을 허용하는 방식, 행동에 반응하는 방식, 이동 자체를 제한하는 방식이 공존한다. 신체를 활용하는 작품이 늘어났다는 사실보다 관객의 움직임이 작품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가 더욱 구체적인 분석의 기준이 된다.

서도호의 'Walk the House'는 2025년 10월 26일 종료됐으며, 팀랩 보더리스는 도쿄 아자부다이 힐스에서 상설 운영되고 있다. 안나 우덴베르그의 'White Noise'는 2026년 10월 22일부터 2027년 2월 4일까지 체코 텔레그래프 갤러리에서 열린다.

런던의 천으로 만든 집, 도쿄의 디지털 미술관, 체코의 사무실 조각은 서로 다른 제작 방식과 관람 조건을 갖는다. 관객은 집을 통과하거나 디지털 꽃의 상태를 바꾸고, 가구에 결합한 인체를 관찰한다. 작품의 크기와 기술보다 관람객이 공간 안에서 수행하는 행동과 작품의 내용이 연결되는 방식에 따라 전시의 성격도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