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맨의 역설②] 소니 워크맨, 음악의 대중화에서 5899달러의 전용 기기까지

1979년 휴대용 음악시장을 개척한 소니, 47년 뒤 초고가 오디오 시장으로 이동 세계 음반 매출 69.6%가 스트리밍에서 발생…스마트폰이 음악 소비의 중심 차지하며 달라진 워크맨의 역할

2026-10-22     박준식 기자

[KtN 박준식기자]2025년 세계 음반산업 매출은 317억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매출 가운데 69.6%인 220억달러 이상이 스트리밍에서 발생했다. 유료 스트리밍 계정 이용자는 세계적으로 8억3700만명에 달했다. 음악을 듣기 위해 음반을 구매하거나 별도의 재생기기를 마련하던 시대에서 구독료를 내고 방대한 음원에 접근하는 시대로 시장의 중심이 옮겨갔다.

2026년 10월 15일 일본 소니는 5899달러짜리 휴대용 음악 플레이어 'NW-WM1ZM3'를 발표했다. 256GB의 저장공간과 5.5인치 디스플레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갖춘 기기다. 금도금 무산소동 본체와 고급 오디오 회로를 적용했으며, 스마트폰처럼 무선 인터넷에 접속해 스트리밍 음악도 재생할 수 있다. 기본적인 음악 감상에 별도의 기기가 필요하지 않은 시대에 소니는 다시 고가의 전용 플레이어를 내놓았다.

워크맨의 역사에서 2026년 신제품이 차지하는 위치는 특별하다. 1979년 첫 워크맨은 개인이 음악을 듣는 장소를 넓히면서 휴대용 오디오의 대중시장을 형성했다. 47년 뒤 등장한 최상위 모델은 이미 대중화된 음악 감상을 더 높은 품질로 즐기려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다. 새로운 사용자를 대규모로 확보하는 제품에서 특정한 취향과 장비를 갖춘 소비자에게 집중하는 제품으로 성격이 달라졌다.

스마트폰과 스트리밍 서비스가 음악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소니가 선택한 고급화는 단순한 제품 가격 인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소비자가 음악에 지불하는 비용의 상당 부분이 재생기기에서 콘텐츠 이용료와 서비스로 옮겨갔고, 전용 플레이어는 대중적인 필수품의 위치를 잃었다. 소니는 워크맨이라는 이름을 유지하면서도 과거와 전혀 다른 구매 이유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3만3000엔의 워크맨, 음악을 듣는 장소와 소비자를 바꾸다

1979년 7월 1일 출시된 최초의 워크맨 'TPS-L2'는 일본에서 3만3000엔에 판매됐다. 당시 소니는 이미 카세트테이프 녹음기를 생산하고 있었지만 새로운 제품에서는 녹음 기능과 스피커를 제거하고 스테레오 재생과 헤드폰 사용에 집중했다.

기존 카세트 녹음기는 소리를 기록하고 재생하는 장비였다. 워크맨은 음악을 듣는 행위 자체를 목적으로 설계됐다. 제품을 작고 가볍게 만들어 이동 중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별도의 스피커 없이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했다.

소니 창업자 이부카 마사루(Masaru Ibuka)가 해외 출장 중 음악을 듣기 위해 휴대용 스테레오 기기를 원했던 일이 제품 개발의 출발점이었다. 당시 소니 경영진은 젊은 소비자들이 거실의 오디오 장비에 묶이지 않고 이동하면서 음악을 듣는 생활방식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판단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만큼 중요한 결정은 녹음 기능을 없앤 일이었다. 이미 존재하던 휴대용 카세트 녹음기에서 일부 기능을 제거하고 음악 감상에 집중함으로써 새로운 소비시장을 만들었다. 기능이 많을수록 좋은 전자제품이라는 일반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실제로 원하는 행동을 중심으로 제품을 구성한 것이다.

첫 워크맨의 가격인 3만3000엔은 당시에도 누구나 가볍게 지출할 수 있는 금액은 아니었다. 소니는 제품의 초기 가격을 낮추는 방식보다 음악을 자유롭게 휴대할 수 있다는 새로운 사용 경험으로 소비자를 설득했다. 워크맨이 보급되면서 휴대용 음악기기는 젊은 세대의 생활문화와 결합했고, 다른 제조사들도 비슷한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1999년 소니가 발표한 워크맨 출시 20주년 자료에는 1998회계연도 말까지 카세트형 워크맨의 세계 누적 출하량이 1억8600만대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CD 워크맨은 4600만대, MD 워크맨은 460만대였다. 개인용 음악 재생기기가 수억대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워크맨의 보급은 음악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집 안에서 사용하는 대형 오디오뿐 아니라 출퇴근과 여행, 산책 중 음악을 듣는 수요가 늘어났고, 개인이 음악을 소비하는 시간과 장소도 확대됐다. 카세트테이프와 CD, 미니디스크(MD) 등 음악을 담는 매체가 바뀔 때마다 이를 재생하는 휴대용 기기 시장도 형성됐다.

음악을 담은 물리적 매체와 재생기기가 함께 판매되는 구조에서는 전자업체가 음악 소비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이용자는 음반을 구매하고 재생기기를 마련해야 했으며, 기기의 휴대성과 음질, 배터리 사용시간이 소비자의 선택을 좌우했다. 소니는 재생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음악을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시장을 넓혔다.

1979년 워크맨의 성과는 고가의 음향기기를 제작했다는 사실보다 새로운 사용 환경을 만들어 대규모 소비자를 확보했다는 데 있었다. 음악을 듣기 위해 사람들이 머무는 장소를 바꿨고, 전자제품의 수요가 음악 소비의 확대와 함께 증가하는 산업 구조를 형성했다.

아이팟과 스마트폰의 등장, 전용 재생기기가 잃어버린 자리

2001년 애플이 출시한 아이팟(iPod)은 휴대용 음악시장의 경쟁 기준을 바꿨다. 카세트테이프나 CD를 교체하는 대신 디지털 음원을 저장장치에 담아 재생하는 방식이었다. 첫 아이팟은 약 1000곡을 저장할 수 있었고, 이용자는 음악을 파일로 관리하면서 원하는 곡을 선택할 수 있었다.

재생기기를 구매하는 소비자의 관심도 달라졌다. 제품의 크기와 무게, 배터리 사용시간에 더해 저장할 수 있는 음악의 수와 파일 관리 방식이 중요한 구매 기준으로 등장했다. 음악을 듣기 위해 여러 장의 CD를 휴대할 필요가 없어졌고, 컴퓨터에 저장한 음원을 재생기기로 옮기는 과정이 일상화됐다.

2007년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음악 재생 기능은 휴대전화 안으로 들어갔다. 통화와 인터넷, 카메라를 사용하는 기기에서 음악을 재생할 수 있게 되면서 소비자가 별도의 음악 플레이어를 구매할 이유는 줄어들었다. 이후 모바일 데이터 통신과 스트리밍 서비스가 발전하면서 음악을 기기에 직접 저장해야 할 필요도 작아졌다.

애플은 2022년 5월 아이팟 터치의 판매를 재고 소진과 함께 종료하겠다고 발표했다. 음악 재생 기능이 아이폰과 애플워치, 아이패드, 맥 등 다양한 기기에 통합된 상황에서 독립적인 음악 플레이어 제품군을 유지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아이팟의 단종은 휴대용 음악기기의 기술이 사라졌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음악을 듣는 기능이 스마트폰과 다른 전자기기의 기본적인 기능으로 흡수됐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정이었다. 과거에는 음악을 듣기 위해 기기를 구매했지만 스마트폰 보급 이후에는 이미 소유한 기기로 음악을 듣는 방식이 일반화됐다.

음악 재생 기능이 여러 전자제품에 기본적으로 포함되면서 이를 별도로 판매하는 사업의 조건도 달라졌다. 스마트폰을 보유한 소비자에게 전용 음악 플레이어를 판매하려면 스마트폰이 제공하지 못하는 구체적인 효용을 제시해야 했다. 단순히 음악을 재생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구매를 유도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소니는 휴대용 음악기기 시장을 개척했지만 음악을 듣는 기능이 스마트폰으로 통합되는 흐름을 막지는 못했다. 과거에는 워크맨을 구매해야 얻을 수 있었던 이동 중 음악 감상의 편리함이 이제는 스마트폰의 기본적인 사용 경험에 포함돼 있다.

[워크맨의 역설②] 소니 워크맨, 음악의 대중화에서 5899달러의 전용 기기까지. 사진=Sony,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317억달러 음반시장, 음악의 수익은 재생기기보다 서비스로 이동

2025년 세계 음반산업의 매출은 전년보다 6.4% 증가한 317억달러를 기록했다. 11년 연속 성장이다. 음악시장의 규모는 확대되고 있지만 수익이 발생하는 방식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스트리밍 매출은 220억달러를 넘어 전체의 69.6%를 차지했다. 광고 기반 무료 서비스와 유료 구독을 합친 수치다. 유료 구독 스트리밍만으로도 전체 음반산업 매출의 52.4%가 발생했다. 음악산업의 성장을 주도하는 것은 음반을 한 장씩 판매하거나 재생기기를 보급하는 방식보다 음악에 지속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과거 소비자는 카세트테이프와 CD를 구매해 음악을 소유했다. 음반을 보관하는 한 재생기기를 통해 반복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음악을 듣는 데 필요한 비용은 음반과 재생기기의 구매가격에 집중됐다.

스트리밍에서는 음악의 이용권을 구독한다. 이용자는 정해진 요금을 내고 방대한 음악 목록에 접근하며, 서비스 제공업체는 매달 구독료를 받는다. 개별 음반을 직접 소유하지 않아도 수많은 곡을 들을 수 있지만 서비스의 계약 조건과 음원 공급 여부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음악이 달라질 수 있다.

스마트폰은 이러한 변화를 가속했다. 음악 재생을 위한 별도의 기기 구입을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언제 어디서나 음원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했다. 음악을 듣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전용 재생기기보다 통신 연결과 스트리밍 이용권이 됐다.

이용자가 음악에 지출하는 돈의 흐름도 바뀌었다. 음반과 재생기기를 판매하는 기업뿐 아니라 스트리밍 플랫폼과 음원 유통회사, 저작권자, 통신사업자가 음악 소비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나눠 갖는 구조가 형성됐다. 음악 소비의 지속적인 증가가 휴대용 음악 플레이어 판매 증가로 직접 연결되지 않는 이유다.

소니가 2026년 발표한 최상위 워크맨은 바로 이러한 시장에서 판매된다. 소비자는 이미 스마트폰과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상당수는 무선 이어폰이나 헤드폰도 보유하고 있다. 별도의 워크맨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기존 음악 감상 환경에 추가로 수천달러를 지출해야 한다.

스마트폰을 통해 음악을 듣는 소비자는 접근성과 편리함을 이미 확보했다. 소니가 새로운 워크맨으로 판매하려는 가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권한보다 음악을 재생하는 과정의 성능과 사용 경험에 가깝다. 제품을 구매하는 목적부터 1979년의 워크맨과 달라진 것이다.

무손실 스트리밍과 외장 DAC, 스마트폰이 좁힌 고급 오디오의 영역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는 방식이 반드시 낮은 음질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애플뮤직을 비롯한 여러 음악 서비스는 무손실 음원을 제공하고 있으며, 적절한 유선 연결과 오디오 장비를 사용하면 고해상도 음악도 재생할 수 있다.

애플뮤직은 최대 24비트·192kHz의 고해상도 무손실 음원을 지원한다. 아이폰에서 48kHz를 초과하는 고해상도 음원을 재생하려면 외장 디지털·아날로그 변환기(DAC)가 필요하다. 소비자는 스마트폰에 소형 외장 DAC와 유선 헤드폰을 연결해 고해상도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이러한 구성은 고급 워크맨과 경쟁하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스마트폰이 음악을 저장하거나 스트리밍으로 받아들이고, 외장 DAC와 헤드폰 앰프가 신호를 변환하고 증폭하는 방식이다. 전용 플레이어가 담당하던 기능을 이미 보유한 스마트폰과 별도의 음향기기로 나눠 수행할 수 있다.

소니의 최상위 워크맨은 고급 오디오 회로와 헤드폰 출력부를 하나의 본체에 넣었다. 3.5mm 스테레오 단자와 4.4mm 밸런스 단자를 제공하며, 다양한 고해상도 파일 형식을 재생할 수 있다. 외장 장비를 추가로 연결하지 않고도 유선 헤드폰을 직접 구동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전용 플레이어가 제공하는 이러한 구성에는 실제 사용상의 이점이 있다. 스마트폰에 외장 DAC를 연결하면 장비와 케이블을 별도로 휴대해야 하고, 사용하는 DAC에 따라 스마트폰의 배터리를 함께 소비할 수 있다. 워크맨은 음악 재생과 출력 회로를 하나의 기기에 통합해 사용한다.

그러나 외장 DAC가 필요한 스마트폰 사용자와 고가 워크맨 사용자 사이의 음질 차이는 기기의 가격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외장 DAC와 헤드폰 앰프에도 다양한 성능과 가격대가 있으며, 높은 전기적 성능을 갖춘 제품을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구성할 수 있다. 소비자가 사용하는 헤드폰의 감도와 임피던스, 청취 음량에 따라 필요한 증폭 성능도 달라진다.

무선 이어폰의 사용이 늘어났다는 사실도 전용 플레이어 시장에 영향을 준다. 블루투스 연결은 음악을 편리하게 들을 수 있도록 하지만 일반적인 블루투스 오디오 코덱은 전송 과정에서 음원을 압축한다. 고해상도 무손실 음원을 완전한 형태로 재생하려면 연결 방식과 오디오 장비의 지원 조건까지 고려해야 한다.

음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에게 유선 연결과 고성능 증폭기가 여전히 필요한 이유다. 고가 워크맨은 이러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계됐다. 스마트폰과 외장 오디오 장비를 조합하는 방법도 이미 존재하는 만큼 전용 플레이어의 경쟁력은 음질과 사용성, 휴대성, 추가 비용을 함께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전용 음악 플레이어의 수요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음악 감상에 집중할 수 있는 별도의 기기를 선호하거나 대용량 음원을 직접 보관하려는 소비자, 특정한 유선 헤드폰을 사용하기 위해 전용 증폭기가 필요한 소비자는 여전히 존재한다. 수천달러에 이르는 최상위 제품이 그러한 수요를 얼마나 충족할 수 있는지가 남는다.

스트리밍을 받아들인 워크맨, 독립적인 음악기기의 성격도 달라져

2026년 출시된 NW-WM1ZM3는 안드로이드 16을 탑재하고 무선 인터넷 연결을 지원한다. 스마트폰처럼 음악 스트리밍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있으며, 고해상도 음원을 내부 저장공간이나 마이크로SD 카드에 보관해 재생할 수도 있다.

이는 과거의 워크맨과 다른 제품 구조다. 카세트형 워크맨은 테이프를 넣고 재생하는 기기였고, CD 워크맨은 광디스크를 읽어 음악을 들려줬다. 이후 디지털 워크맨에서는 음원을 기기에 저장하는 방식이 사용됐다. 현재의 워크맨은 자체 저장한 음원과 온라인 음악 서비스를 모두 이용하는 기기로 바뀌었다.

소니가 전용 플레이어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적용한 선택은 음악시장의 변화를 반영한다. 스트리밍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많은 상황에서 자체 음원 재생 기능만으로 제품을 구성하면 사용 가능한 음악 서비스가 제한된다. 온라인 음악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기존 워크맨의 고급 오디오 회로를 결합한 방식이다.

스트리밍을 지원하면서 스마트폰과의 기능적 차이도 줄어들었다. 음악을 검색하고 재생 목록을 관리하거나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상당 부분 겹친다. 새로운 워크맨의 차별성은 음악을 선택하고 이용하는 소프트웨어보다 기기 내부의 음향 회로와 출력 구조에 집중된다.

소프트웨어 유지관리도 중요해졌다.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스트리밍 애플리케이션의 작동 환경과 서비스 사업자의 지원 정책, 운영체제의 보안 업데이트가 장기적인 사용성에 영향을 준다. 고가의 제품을 오랫동안 사용하는 소비자에게는 음질뿐 아니라 온라인 서비스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도 구매 판단의 요소가 된다.

NW-WM1ZM3의 내장 저장공간은 256GB로, 실제 사용 가능한 용량은 약 207GB다. 고해상도 음원을 다량으로 보관하려면 저장공간이 필요하지만 음악을 클라우드에서 스트리밍하는 이용자에게는 같은 용량의 의미가 달라진다. 직접 구매한 음원 파일을 장기간 보관하는 사람에게는 저장공간과 외장 메모리 확장성이 중요하지만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에게는 네트워크 연결과 애플리케이션 지원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배터리 사용시간 역시 재생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소니가 제시한 최대 35시간은 자체 음악 애플리케이션으로 128kbps MP3 파일을 재생하는 조건이다. 다른 음악 애플리케이션에서 같은 규격의 파일을 오프라인으로 재생할 때는 최대 31시간으로 제시됐다. 고해상도 음원이나 무선 연결을 사용하는 조건에서는 재생시간이 달라진다.

워크맨이 스트리밍과 안드로이드를 받아들인 것은 시장 변화에 적응한 결과지만, 별도의 전용 기기를 사용하는 목적은 더 좁아졌다.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기능은 스마트폰과 같고, 소비자는 음향 성능과 음악 감상에 집중된 사용 환경을 위해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워크맨의 역설②] 소니 워크맨, 음악의 대중화에서 5899달러의 전용 기기까지. 사진=Sony,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음악을 소유하는 소비와 기기를 소유하는 소비, 서로 다른 시장

2025년 세계 음반산업에서 스트리밍이 매출의 69.6%를 차지했지만 물리적 음반 시장도 성장했다. CD와 바이닐 등 실물 음반의 매출은 전년보다 8.0% 증가했고, 바이닐 매출은 13.7% 늘었다. 바이닐 시장은 19년 연속 성장했다.

음악을 스트리밍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실물 음반을 구매하는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는 뜻이다. 온라인으로 음악을 편리하게 들으면서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반을 물리적인 형태로 소유하려는 소비가 함께 존재한다.

CD와 바이닐은 음악을 재생하기 위한 매체이지만 재킷 디자인과 인쇄물, 소장 이력, 한정판 구성 등을 통해 별도의 가치를 갖는다. 음반을 소유하는 행위가 음악 감상뿐 아니라 수집과 팬 활동, 개인의 취향 표현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고가 워크맨을 구매하는 소비에도 이러한 소유 경험이 영향을 줄 수 있다. 금속의 질감과 제품의 무게, 가공 방식, 브랜드의 역사, 장기간 사용하면서 형성되는 익숙함이 구매 만족에 포함된다. 음악 재생기기를 단순한 전자제품보다 개인이 오랫동안 사용하는 물건으로 받아들이는 소비자도 있다.

그렇다고 바이닐 시장의 성장을 곧바로 고급 디지털 플레이어의 성장 가능성으로 연결할 수는 없다. 바이닐과 CD는 음악을 담은 물리적 매체이고, 워크맨은 음원을 재생하는 전자기기다. 실물 음반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고가의 휴대용 디지털 플레이어까지 구매할 이유는 별도로 존재해야 한다.

바이닐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턴테이블과 앰프, 스피커가 필요하다. 디지털 음원을 즐기는 사람은 스마트폰과 헤드폰만으로도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음악을 소유하고 싶은 욕구와 음악을 재생하는 기기에 많은 비용을 지출하려는 욕구는 같은 현상으로 볼 수 없다.

소니가 금도금 무산소동을 사용한 최상위 워크맨을 판매하는 방식은 음악기기의 기능적 가치와 물건을 소유하는 가치를 함께 겨냥하고 있다. 소재와 제작 방식에 많은 비용을 투입하면서 고가의 음악 재생기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다른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제품을 통해 취향을 표현하려는 소비는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고급 시계와 카메라, 오디오 장비에는 실용적인 기능 외에 소재와 디자인, 브랜드의 역사, 소유 만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가 있다. 워크맨 역시 이러한 시장의 일부를 차지할 수 있다. 오디오 기기는 실제 음향 성능을 측정하고 경쟁 제품과 비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장 가치만으로 가격을 평가하기 어렵다.

소니가 제시한 5899달러라는 가격은 음악의 대중화라는 워크맨의 초기 역사보다 전문 오디오와 고급 소비재 시장의 가격 구조에 가깝다. 음악 재생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과 음악 재생기기에 소비자가 지불할 수 있는 최대한의 금액 사이의 간격이 커진 것이다.

누구나 음악을 듣는 시대, 소니가 선택한 소수의 소비자

1979년 소니는 음악을 듣는 장소를 넓히면서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냈다. 1990년대까지 카세트와 CD 워크맨이 세계적으로 보급된 배경에는 이동 중 음악 감상이라는 실용적인 필요가 있었다. 디지털 음악과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휴대용 재생기기가 담당했던 기능은 다른 전자제품으로 옮겨갔다.

2026년 워크맨은 이미 음악을 듣고 있는 사람에게 추가적인 구매를 제안한다. 스마트폰으로 무손실 음원을 듣는 소비자가 더 정교한 오디오 회로와 별도의 전용 기기를 원할 때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이다. 음악에 처음 접근하는 방법을 제공하는 대신 기존의 감상 환경을 바꾸려는 수요에 대응한다.

소니가 발표한 세 모델의 미국 권장가격은 NW-ZX900이 1899.99달러, NW-WM1AM3가 2999.99달러, NW-WM1ZM3가 5899달러다. 가장 낮은 가격의 제품조차 일반적인 휴대용 음악기기보다 상당히 비싼 수준이다. 소니는 세 제품 모두에서 고급 오디오 기술과 소재를 강조하면서 대중적인 가격대보다 전문적인 음악 감상 수요에 집중했다.

고가의 전용 플레이어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재생 성능과 사용 경험에서 뚜렷한 차이를 기대한다. 그러나 음악에 접근하는 편리함만으로는 스마트폰을 앞서기 어렵다. 이미 소유한 스마트폰에 외장 DAC와 헤드폰을 연결하는 방식도 존재한다. 고가 워크맨은 음향 성능과 기기 완성도, 사용 환경에서 추가 비용에 상응하는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소니가 워크맨을 고급화하는 전략은 대량 판매를 전제로 했던 과거의 시장과 다른 조건에서 작동한다. 소수 소비자에게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사업은 제품당 충분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면 지속될 수 있다. 반대로 소비자층이 지나치게 좁거나 경쟁 기기와의 차이가 작으면 고급화가 매출과 수익의 확대를 보장하지 못한다.

워크맨의 역사는 기술 발전에 따라 전자제품의 역할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보여준다. 처음에는 음악을 듣는 장소를 확장했고, 이후에는 더 많은 음악을 저장하고 간편하게 선택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스마트폰과 스트리밍 서비스가 이러한 기능을 흡수한 뒤에는 고급 음향기기로 역할을 옮겨왔다.

2025년 세계 음반시장에서 스트리밍이 차지한 69.6%라는 매출 비중은 음악을 유통하고 소비하는 방식이 어디에 자리하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2026년 소니가 정한 5899달러라는 가격은 그 시장에서 전용 재생기기가 어느 소비자층을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47년 전 음악을 개인의 일상으로 가져온 워크맨은 이제 음악 재생에 별도의 비용과 장비를 투자하려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된다.

스마트폰은 음악을 듣는 데 필요한 기기를 대부분의 사람에게 제공했고, 스트리밍은 음악에 접근하는 방식을 바꿨다. 소니의 최상위 워크맨에는 두 변화 이후에도 전용 음악기기를 소유하려는 수요가 반영돼 있다. 1979년 워크맨의 성공을 뒷받침했던 폭넓은 소비자층 대신 고급 음향기기의 성능과 소유 경험에 가치를 두는 소비자들이 2026년 워크맨의 새로운 시장을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