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cci 14 Mirror②] 같은 구체, 다른 반사…수작업의 편차를 남긴 14 시리즈
두 개의 주조 유리 반구에서 출발한 2005년 디자인, 21년 만에 거울 마감 적용 냉각 과정의 불규칙성과 손으로 입힌 반사층…공예적 개별성과 산업제품의 균질성 사이
[KtN 임민정기자]2005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탄생한 조명 브랜드 보치(Bocci)의 첫 제품 '14 시리즈'는 처음부터 완벽한 구체로 제작되지 않았다. 디자이너 오메르 아르벨(Omer Arbel)은 유리를 하나의 둥근 덩어리로 만들려고 했지만, 실제 제품은 반구 두 개를 이어 붙인 형태로 완성됐다. 접합부에 남은 불규칙한 띠와 유리 내부의 굴곡은 당초 의도하지 않았던 제작상의 흔적이었다.
21년이 지난 2026년, 보치는 같은 유리 구체에 손으로 거울 마감을 입힌 '14 Mirror'를 선보였다. 기존에는 유리를 주조하고 냉각하는 과정에서 형태의 차이가 발생했다면, 새로운 제품에서는 완성된 구체에 반사 처리를 적용하는 과정에서도 개체별 차이가 생긴다. 동일한 형태를 유지하면서 서로 다른 반사 상태를 허용한 것이다.
수작업으로 제작한 물체가 모두 조금씩 다르다는 설명은 공예 제품에서 익숙하다. 그러나 조명은 하나의 물체를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개를 반복 설치하는 산업제품이다. 같은 크기의 구체를 동일한 간격으로 배열했을 때 개별 표면의 차이가 어느 정도까지 허용되는지는 디자인의 성격뿐 아니라 제품의 일관성과도 연결된다.
여러 개의 은색 유리 구체가 삼각형에 가까운 형태로 모여 있다. 가느다란 와이어가 각각의 구체를 매달고, 중앙과 가장자리의 표면에는 주변 조명의 밝은 부분이 서로 다른 모양으로 맺혀 있다. 구체의 형태는 반복되지만 반사되는 선과 빛의 면적은 일정하지 않다.
집합형 조명에서 개별 구체의 차이는 전체 구성에 영향을 준다. 동일한 부품을 규칙적으로 배열하면 크기와 간격이 만들어내는 질서가 강조된다. 14 Mirror처럼 각 구체의 반사 상태가 달라지는 제품에서는 배열의 규칙성과 표면의 불규칙성이 동시에 나타난다.
처음에는 제작상의 타협이었던 반구의 결합
오메르 아르벨은 2005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국제현대가구박람회(ICFF)를 준비하면서 14 시리즈를 개발했다. 당초 구상은 하나의 주조 유리 구체였지만 제작 경험과 시간의 제약으로 두 개의 반구를 결합하는 방식을 택했다.
아르벨은 이후 인터뷰에서 당시 반구를 결합한 결과를 창작상의 타협으로 받아들였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완성된 조명에서는 두 반구가 만나는 부분과 유리 내부의 기포, 굴곡이 오히려 두드러졌다. 제작 과정에서 발생한 불규칙성이 제품을 구별하는 특징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14 시리즈는 반구 모양의 틀에 녹인 유리를 부어 제작한다. 유리가 냉각되는 과정에서 열린 면에 메니스커스(meniscus)라고 불리는 곡면이 형성된다. 두 반구를 결합하면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거친 질감의 띠가 남고, 유리 내부에 형성된 곡면과 빈 공간은 빛의 진행 방향에 영향을 준다.
두꺼운 유리 한가운데에는 광원을 설치하기 위한 원통형 통로가 마련된다. 다이아몬드 드릴로 가공한 통로에 조명 부품을 결합하는 구조다. 구체의 바깥 형태가 단순해 보이더라도 내부에는 서로 다른 성질의 표면과 광원이 놓인다.
유리는 빛을 통과시키면서 굴절시키는 재료다. 곡면의 형태와 두께가 달라지면 통과하는 빛의 방향도 달라진다. 주조 과정에서 발생한 기포나 불규칙한 굴곡은 빛을 산란시키거나 국소적인 명암을 형성할 수 있다. 14 시리즈에서 두 반구의 결합부가 중요한 이유도 단순히 눈에 띄는 이음선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매끈하게 가공된 유리 구체와 달리 불규칙한 접합부에는 제작 과정의 흔적이 남아 있다. 아르벨은 유리의 물성을 일정한 형태로 완전히 통제하기보다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화를 디자인에 받아들였다.
다만 유리의 불규칙성이 모두 같은 결과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형태가 달라지는 정도, 내부 기포의 위치, 굴곡의 방향에 따라 광학적 효과도 달라진다. 수작업의 특징을 인정한다는 사실과 개별 제품의 품질 차이를 무조건 허용한다는 판단은 구별해야 한다.
거울 마감이 더한 두 번째 불규칙성
14 Mirror에는 기존 주조 유리의 제작 구조가 유지된다. 새로운 요소는 유리 외부에 손으로 적용한 미러 마감이다. 각각의 구체에 반사 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불투명도에 미세한 차이가 생기도록 했다.
기존 14 시리즈의 불규칙성이 주로 유리의 형태와 내부 구조에서 발생했다면, 14 Mirror의 차이는 외부 표면에서도 나타난다.
유리 자체의 형상이 동일하더라도 반사 마감의 상태가 다르면 빛이 통과하는 정도와 주변을 비추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개별 구체의 시각적 차이가 재료의 내부와 외부에서 함께 형성되는 것이다.
여러 개의 구체가 가까이 모여 있는 구성에서는 은색 곡면과 내부 광원의 빛이 겹쳐 나타난다. 구체의 표면에는 주변 물체와 인접한 구체의 형태가 압축돼 맺히고, 내부에서 나오는 따뜻한 빛은 일부 영역에 집중된다. 와이어는 수직으로 내려오지만 표면에 반사된 주변의 선은 둥근 유리를 따라 휘어진다.
집합을 가까이 살펴보면 구체 하나의 외곽선뿐 아니라 여러 구체 사이에 생기는 반사 관계도 디자인에 영향을 준다. 서로 인접한 구체는 각기 다른 방향의 공간을 반영하며, 관찰 위치가 달라질 때 밝게 드러나는 부분도 바뀐다.
여기에 수작업 마감에 따른 불투명도 차이가 더해진다. 동일한 외부 조명 조건에서도 각 구체의 표면 처리가 완전히 같지 않다면 내부 광원이 드러나는 정도와 반사의 강도에는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사진에 나타나는 밝기의 차이를 모두 수작업 마감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 구체의 위치와 광원의 방향, 주변 조명의 밝기, 곡면에 맺히는 반사 각도만으로도 명암은 달라진다. 제조 단계에서 발생한 개체별 차이와 설치 환경에서 형성된 시각적 차이는 서로 구분해야 한다.
14 Mirror의 수작업은 일정한 형태의 구체에 서로 다른 외관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존 14 시리즈가 주조 유리의 물성을 통해 차이를 만들었다면, 새 컬렉션은 유리 표면의 처리 방식까지 디자인 요소로 사용한다.
의도된 편차와 제조 품질은 다른 기준
공예적 제작 방식에서는 개체마다 나타나는 미세한 차이가 제품의 특징으로 인정되기도 한다. 기계적으로 똑같은 물체를 반복 생산하는 방식과 달리 제작자의 작업과 재료의 상태가 완성품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명은 지속적으로 사용되는 전기제품이며, 동일한 제품을 여러 개 조합해 하나의 설치 구성을 만들기도 한다. 표면의 차이를 디자인 요소로 받아들이더라도 일정한 성능과 안전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산업제품의 조건은 달라지지 않는다.
거울 마감에서도 시각적 편차와 물리적 결함은 구분된다. 제품마다 반사되는 정도가 조금씩 다른 것은 의도된 디자인 특성일 수 있다. 반면 표면 처리의 손상이나 결합부의 이상, 전기적 안전성과 관련된 문제는 개별성을 이유로 허용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반사 마감이 유리 외부에 적용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기존의 투명한 주조 유리는 유리 자체의 두께와 굴곡이 외관을 결정하는 비중이 컸다. 14 Mirror에서는 바깥쪽 마감 상태가 조명의 전체적인 인상을 좌우한다.
사용 과정에서 표면을 닦거나 손으로 접촉하는 상황까지 고려하면 반사 마감은 단순한 장식 처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유리의 광학적 특성과 함께 표면 처리의 안정성이 제품의 외관을 유지하는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14 Mirror의 디자인적 개별성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서로 다른 구체가 하나의 제품군으로 인식될 만큼 공통된 형태와 반사 특성을 유지해야 한다. 반사 마감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외관의 차이가 디자인적 가치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수작업이 제품에 다양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어느 정도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는지도 산업디자인에서는 중요한 문제다.
은색 구체가 삼각형 형태로 밀집한 구성에서는 전체적으로 차가운 회색의 반사가 두드러진다. 구체들은 동일한 크기와 형태를 반복하지만 각 표면에 맺힌 밝은 부분의 위치와 크기가 다르다. 상단의 단독 구체와 하단에 모인 구체들은 주변을 반사하는 방향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규칙적으로 반복된 구체의 외형이 전체 구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개별 반사면의 차이가 세부적인 변화를 만든다. 구체의 수가 많아질수록 각각의 유리 표면보다는 집합 전체의 명암과 윤곽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특성도 나타난다.
이러한 배열에서는 제작 단계의 편차가 반드시 모든 구체에서 똑같은 강도로 드러날 필요는 없다. 주변광과 구체의 위치에 따라 표면 차이가 강조되거나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작업으로 만든 구체를 반복 설치하는 방식은 개별성과 균일성 사이의 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각각의 차이가 너무 작으면 대량생산된 균일한 구체와 구별하기 어렵고, 차이가 지나치게 크면 집합형 디자인의 일관성이 약해질 수 있다.
21년 전 주조 기술과 2026년 표면 처리의 차이
2005년 14 시리즈의 출발점에는 제작 과정에서 생긴 예상 밖의 결과가 있었다. 두 반구를 결합한 이음선과 유리 내부의 불규칙성은 처음부터 정교하게 설계한 장식이 아니었다. 유리의 성질과 제작상의 제약이 완성품의 형태를 바꿨다.
2026년의 14 Mirror는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편차를 보다 의식적으로 활용한다. 수작업으로 적용한 거울 마감에서 개체별 불투명도 차이가 생기는 것을 허용하고, 서로 다른 반사 특성을 디자인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두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2005년에는 유리를 주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예상 밖의 형태가 제품의 특징이 됐다. 2026년에는 이미 정착된 형태를 유지하면서 표면 처리에서 발생하는 차이를 추가했다.
디자인이 새롭게 바뀐 범위도 그만큼 분명하다. 14 Mirror는 유리 조명의 구조를 처음부터 다시 설계한 결과물이 아니라 기존 제작 방식에 새로운 표면 처리를 결합한 제품이다. 14 시리즈의 형태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반사 마감이라는 별도의 변수를 추가한 것이다.
수작업의 가치는 완성품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개별 구체의 차이가 빛의 표현에 실제로 기여하는 정도, 반복 설치했을 때 유지되는 조형적 질서, 장기간 사용해도 지속되는 표면의 상태가 함께 중요하다.
14 Mirror에 남은 두 종류의 불규칙성은 서로 다른 시대의 제작 방식을 반영한다. 두 반구의 결합부에는 2005년 주조 유리의 흔적이 있고, 은색 반사 표면에는 2026년 수작업 마감의 차이가 더해졌다. 동일한 구체를 반복 생산하면서도 완제품을 완전히 똑같게 만들지 않는 방식이 21년 동안 이어진 14 시리즈의 디자인 구조 안에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