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리포트]터치스크린 맥북 프로, 애플의 뒤늦은 선택…AI 시대 흔들리는 디자인의 우위
10월 28일 OLED 터치스크린 맥북 공개 전망…과거 거부했던 기술을 프리미엄 제품에 도입할 가능성 구글 Gemini에 의존하는 Siri, 높아지는 제품 가격과 AI 서비스 비용…하드웨어 중심 성장 전략의 변화
[KtN 김상기기자]애플이 오랫동안 거부했던 터치스크린을 맥북 프로에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10월 2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Pro and tell' 행사에서 OLED 터치스크린을 탑재한 14인치와 16인치 맥북 프로가 공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신형 제품에는 다이내믹 아일랜드(Dynamic Island)와 기존보다 얇고 가벼운 본체가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행사 개최를 확정했지만 터치스크린 맥북 프로의 출시와 세부 사양은 아직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블룸버그의 마크 거먼(Mark Gurman)은 상위 모델에 M5 Pro와 M5 Max 칩이 사용될 것으로 예상했다. 기본형 14인치 맥북 프로와 아이맥에는 M6 칩이 적용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터치스크린 노트북은 이미 수년 전부터 시장에 존재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Surface) 제품군은 터치스크린과 키보드, 트랙패드를 함께 제공하고 있으며, 윈도 노트북 제조사들은 터치와 펜 입력을 지원하는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애플이 새롭게 도입하려는 기술은 경쟁업체가 일찍부터 상용화한 기능이다. 최초의 터치스크린 맥북이라는 설명은 가능하지만 노트북 산업 전체의 새로운 기술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2018년 애플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책임자 크레이그 페더리기(Craig Federighi)는 터치스크린 PC에 회의적인 견해를 밝혔다. 손을 키보드에서 떼어 수직 화면을 반복해서 만지는 동작은 피로를 유발하며, 맥에서는 키보드와 트랙패드를 사용하는 방식이 더 적절하다는 판단이었다.
당시 애플은 다른 제조사들의 터치스크린 노트북을 서둘러 따라갈 필요가 없다는 태도를 유지했다. 맥과 아이패드의 역할도 명확하게 구분했다. 아이패드는 화면을 직접 만지는 기기였고, 맥북은 키보드와 포인터를 중심으로 작업하는 컴퓨터였다.
8년이 지난 지금 애플은 반대했던 기술을 새로운 프리미엄 모델에 적용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랫동안 고수해 온 설계 원칙을 바꾸는 결정이다. 애플의 판단을 수정할 만큼 사용자 환경이 달라졌을 수 있지만, 터치스크린이 맥북에 뒤늦게 필요한 기능이 됐다는 설명만으로 이전 정책과의 차이가 해소되지는 않는다.
2016년 터치바의 실패, 새로운 입력 장치가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애플은 2016년 맥북 프로에 터치바(Touch Bar)를 도입했다. 키보드 상단의 기능키를 터치 디스플레이로 바꾸고 실행 중인 프로그램에 따라 다른 기능을 표시하는 방식이었다. 당시에는 기존 키보드에 새로운 조작 환경을 결합하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터치바는 전문가용 노트북의 표준적인 입력 장치로 정착하지 못했다. 물리적인 기능키를 선호하는 이용자들의 요구가 이어졌고, 애플은 2021년 새롭게 설계한 맥북 프로에서 기능키를 복원하기 시작했다. 터치바는 이후 제품군에서 사라졌다.
터치바와 디스플레이 전체를 직접 조작하는 터치스크린은 서로 다른 기술이다. 다만 입력 방식이 새롭다는 사실만으로 업무 효율까지 개선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는 비교할 수 있다.
영상 편집자는 타임라인을 손으로 움직일 수 있지만 정밀한 컷 편집에는 마우스나 단축키가 편리할 수 있다. 그래픽 디자이너는 이미 펜 태블릿이나 별도의 입력 장치를 사용하고 있다. 개발자와 문서 작업자는 키보드에서 손을 떼지 않고 여러 기능을 실행하는 경우가 많다.
터치스크린이 추가되면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입력 방식은 늘어난다. 그러나 입력 방식이 많아지는 것과 작업이 빨라지는 것은 다르다. 기존 입력 장치로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작업을 손가락으로 반복하는 수준이라면 전문 사용자가 체감하는 변화는 제한적일 수 있다.
노트북의 구조도 터치 조작에 적합해야 한다. 화면을 누를 때 흔들리지 않는 경첩, 손가락 조작에 맞는 메뉴 크기, 키보드와 화면 사이를 이동하는 손의 동선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 기존 macOS를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서 터치 기능만 추가할 경우 좁은 메뉴와 작은 조작 영역이 사용성을 떨어뜨릴 가능성도 있다.
애플은 이전에 터치바를 통해 새로운 입력 방식을 제안했지만, 이후 물리적 키보드로 돌아갔다. 터치스크린 맥북 프로 역시 기술을 추가했다는 사실보다 실제 사용자가 기존 입력 방식보다 편리하게 활용하는지가 중요하다.
OLED와 다이내믹 아일랜드, 비싸진 맥북의 설득력
OLED 디스플레이와 다이내믹 아일랜드는 신형 맥북 프로의 외관을 기존 제품과 구별할 것으로 예상되는 요소다.
OLED는 자체 발광 픽셀을 사용해 높은 명암비를 구현할 수 있지만 노트북용 디스플레이에서는 최대 밝기와 장시간 작업에 따른 번인 관리, 전력 소비가 함께 고려돼야 한다. 전문가용 제품에 적합한지는 실제 패널의 특성과 사용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다이내믹 아일랜드도 아이폰에서 사용한 인터페이스를 맥북으로 옮기는 방식이다. 작은 모바일 화면에서는 제한된 공간을 활용해 알림과 실시간 정보를 표시하는 기능이 의미를 갖는다. 반면 맥북에는 이미 상단 메뉴 막대와 여러 작업 창이 존재한다. 기존 인터페이스와 구별되는 실질적인 사용성을 제공해야 한다.
두 기능 모두 애플 제품군에서 익숙한 기술이다. 아이폰에 적용됐다는 사실이 맥북에서도 같은 가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가격 부담은 더욱 직접적이다.
애플은 2026년 6월 미국에서 맥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M5 Pro를 탑재한 14인치 맥북 프로의 시작 가격은 2499달러, 16인치는 2999달러 수준이다. OLED 터치스크린 모델은 기존 제품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디스플레이와 터치 입력 장치가 제조원가를 높일 수는 있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중요한 것은 투입된 부품의 가격보다 추가 비용을 지불할 만큼 생산성이 개선되는지다.
애플이 기존 맥북 프로를 유지하면서 OLED 터치스크린 모델을 더 높은 가격대에 배치한다면 제품군은 한층 세분화된다. 사용자는 OLED와 터치를 얻기 위해 기존 모델보다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수 있다.
신형 맥북 프로에 기존 M5 Pro·M5 Max가 유지된다는 전망도 살펴볼 대목이다. 디스플레이와 외형은 달라지지만 연산 성능의 상당 부분은 이미 판매 중인 모델과 공유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맥북 프로의 가격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사용자는 새로운 화면 기술이 필요한지, 동일한 계열의 반도체를 사용하는 기존 제품으로도 작업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지 비교하게 된다.
고가 제품의 디자인 완성도가 높다는 설명보다 구체적인 작업 성능과 비용의 차이가 구매 판단에서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구글 Gemini를 선택한 애플, AI 기술의 주도권은 달라졌다
2026년 1월 애플과 구글은 인공지능 분야의 다년간 협력을 발표했다. 차세대 Apple Foundation Models에 구글의 Gemini 모델과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하고, 개인화된 Siri를 비롯한 Apple Intelligence 기능에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애플은 2024년 Apple Intelligence를 발표하며 개인의 맥락을 이해하고 여러 애플리케이션에서 작업을 수행하는 새로운 Siri를 예고했다. 그러나 주요 기능의 개발과 출시가 지연됐고, 예정했던 사용자 경험을 제때 제공하지 못했다.
2026년 9월에야 새로운 Siri AI가 영어 베타 버전으로 제공되기 시작했다. 한국어를 포함한 추가 언어는 10월부터 순차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구글과의 협력은 단순한 기술 교류를 넘어선다. 애플은 고성능 반도체와 운영체제, 수많은 사용자 기기를 확보하고 있지만 새로운 AI 모델의 기반 기술에서는 경쟁업체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애플이 직접 개발한 반도체와 구글의 AI 모델은 서로 다른 기술 영역에 속한다. 빠른 칩을 설계할 수 있다고 해서 복잡한 언어를 이해하고 추론하는 모델까지 같은 수준으로 개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애플이 독자적인 AI 모델 경쟁에서 충분한 성과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외부 모델을 선택했다는 점은 기술 주도권의 변화를 드러낸다.
자체 모델을 개발하는 방식보다 외부의 우수한 기술을 이용하는 편이 경제적으로 유리할 수도 있다. 다만 AI 모델의 성능 개선 속도와 제공 조건, 장기적인 비용 구조에서 외부 기업의 영향을 받는다는 부담이 생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와 검색, 클라우드 서비스를 보유한 애플의 주요 경쟁 상대이기도 하다. 경쟁업체의 AI 기술을 애플의 핵심 사용자 경험에 활용하는 구조는 과거 하드웨어와 운영체제를 긴밀하게 통합해 온 방식과 차이가 있다.
애플이 강조하는 개인정보 보호 역시 앞으로의 평가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개인화된 AI는 메시지와 이메일, 사진, 일정 등 이용자의 정보를 활용할수록 더 많은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어느 정보가 기기 안에서 처리되고 어떤 요청이 클라우드로 전달되는지, 사용자가 그 과정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애플은 온디바이스 처리와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트를 결합하고, 클라우드 처리 과정에서 개인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제시했다. 실제 운영에서는 접근 권한과 오류 처리, 보안 검증, 외부 모델과의 연계 범위가 지속적으로 관리돼야 한다.
AI의 유료화 가능성, 비싼 하드웨어만으로 끝나지 않는 소비자 부담
새로운 Apple Intelligence에는 기기 내부에서 처리하는 기능과 서버의 AI 모델을 이용하는 기능이 함께 포함된다.
애플은 2026년 9월 Siri AI를 공개하면서 일부 서버 기반 AI 기능에 일일 사용량 제한이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비용을 지불하면 더 많은 사용량을 제공하는 방식도 도입할 계획이다.
맥북에 고성능 반도체를 탑재하더라도 모든 AI 작업을 기기 안에서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규모 모델의 연산 능력이 필요하거나 외부 데이터를 활용하는 기능은 클라우드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
고가의 노트북을 구매한 이용자가 일부 AI 기능을 더 많이 사용하기 위해 별도의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하드웨어 구매 비용에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이용 비용이 추가된다. AI 기능이 전문 작업에 깊이 결합할수록 반복적인 서비스 비용도 무시하기 어려워진다.
제조사가 고성능 반도체를 강조하면서도 주요 AI 기능에서는 별도의 클라우드 이용량과 요금제를 적용한다면, 소비자가 기대한 온디바이스 AI의 효용과 실제 서비스 구조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애플의 AI 기술에 대한 평가는 반도체 처리 속도와 모델의 답변 품질뿐 아니라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까지 포함해야 한다.
아울러 AI 기능의 지역별 제공 범위도 다르다. 유럽연합 일부 기기에서는 Siri AI의 초기 제공이 제한되며, 중국에서는 규제 조건에 따라 Apple Intelligence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 한국어 Siri AI도 10월부터 베타 지원이 예정돼 있어 영어 서비스와 동일한 사용 경험을 보장할 수 없다.
전 세계에 동일한 하드웨어를 판매하더라도 AI 소프트웨어에서 이용할 수 있는 기능과 제공 시점이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구조다. 제품 가격에 비례해 모든 소비자가 같은 AI 기능을 이용한다고 볼 수는 없다.
맥북과 아이패드의 경계, 제품을 나눈 전략도 달라질 가능성
애플은 맥북과 아이패드를 서로 다른 컴퓨팅 기기로 구분해 왔다. 맥북은 macOS와 키보드 중심의 생산성 작업을 담당하고, 아이패드는 터치와 펜슬을 활용하는 기기로 발전했다.
그러나 아이패드 프로는 고성능 M 시리즈 칩과 외장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으며, 맥북은 터치스크린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드웨어 차원에서 두 제품의 사용 방식이 점차 겹치는 흐름이다.
터치스크린 맥북이 등장하면 일부 소비자는 아이패드와 맥북을 각각 구매할 필요를 다시 판단할 수 있다. 터치 조작이 가능한 맥북에서 데스크톱 전문 소프트웨어까지 실행할 수 있다면 두 기기를 함께 사용하는 이유가 줄어드는 작업도 있을 수 있다.
반대로 아이패드는 펜슬을 활용한 필기와 드로잉, 휴대성을 중심으로 차별성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두 기기의 기능이 가까워질수록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더욱 복잡해진다.
애플은 오래전부터 제품마다 명확한 사용 목적을 부여하면서 여러 기기를 함께 사용하는 생태계를 구축했다. 새로운 맥북에서 터치 기능까지 제공하면 소비자에게는 편의성이 높아질 수 있지만, 제품군 사이의 구분을 유지해 온 기존 판매 전략에는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노트북과 태블릿을 각각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제품 구성이 앞으로도 설득력을 유지할지는 실제 소프트웨어 기능과 가격 차이에 달려 있다.
AI 시대의 디자인,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가 경쟁력을 결정한다
애플은 오랫동안 제품의 외관과 조작 방식을 중요한 경쟁 요소로 활용해 왔다. 하드웨어와 운영체제를 함께 설계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사용자가 익숙하게 다룰 수 있도록 만드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생성형 AI는 컴퓨터 사용의 일부를 그래픽 인터페이스 밖으로 옮기고 있다.
이용자가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메뉴를 선택하던 방식에서, AI에 작업을 요청하고 실행 결과를 검토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파일을 검색하고 문서를 요약하며 여러 애플리케이션의 정보를 결합하는 작업에서는 화면의 형태보다 AI 모델의 추론 능력과 정확성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애플이 터치스크린을 도입하더라도 사용자가 직접 화면을 만져야 할 작업이 앞으로 얼마나 남을지는 달라질 수 있다. AI가 작업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수준이 높아질수록 반복적인 화면 조작의 필요성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터치스크린 노트북과 Copilot을 결합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윈도 환경에서는 터치 입력과 키보드, AI 기능을 동시에 사용하는 방식이 애플보다 먼저 상용화됐다.
물론 터치스크린과 AI 기능을 함께 제공한다고 해서 모든 작업에서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AI의 정확성과 실제 사용성, 개인정보 처리 등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애플만 뒤처졌다고 단정할 수 없는 영역도 존재한다.
그러나 애플이 터치스크린을 도입하는 시점에는 경쟁업체가 이미 하드웨어의 새로운 입력 방식과 AI 기능을 함께 발전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기 어렵다.
애플은 최근 M5 Pro·M5 Max와 M6 반도체를 통해 기기 내부의 AI 연산 능력을 높이고 있다. 고성능 통합 메모리와 신경망 가속기는 대규모 모델을 실행하는 데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다. 그러나 더 빠른 연산 장치만으로 AI가 잘못 이해한 명령이나 부정확한 답변을 해결할 수는 없다.
컴퓨터의 성능을 설명하는 숫자는 높아지고 있지만 AI가 실제로 수행하는 작업의 품질은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반도체 성능의 개선과 AI 서비스의 완성도는 같은 속도로 발전하지 않는다.
높은 실적에도 달라진 기술 경쟁의 중심
애플의 2026회계연도 3분기 매출은 1094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6% 증가했다. 아이폰과 맥, 서비스 사업이 성장했고, 전체 매출총이익률은 50.1%를 기록했다. 다만 이익률에는 관세 환급에 따른 약 2%포인트의 긍정적인 영향이 포함됐다.
재무적으로 애플은 여전히 거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이다. 현재의 실적만으로 생존 위기를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높은 매출과 이익이 차세대 기술의 주도권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애플은 스마트폰과 노트북의 외형, 운영체제,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며 경쟁력을 쌓았다. 생성형 AI에서는 모델과 데이터, 클라우드 인프라가 새로운 경쟁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앤트로픽 등은 AI 모델과 서비스, 개발자 생태계를 중심으로 경쟁하고 있다. 이용자는 특정 기기에서만 제공하는 기능보다 작업을 더 정확하게 수행하는 AI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
애플의 하드웨어 생태계는 이용자를 확보하는 데 유리하지만 AI 서비스를 선택할 때도 같은 영향력을 유지할지는 별개다. 사용자가 브라우저나 독립 애플리케이션에서 외부 AI를 이용한다면 애플이 직접 통제하는 사용자 경험의 범위는 줄어들 수 있다.
AI가 컴퓨터 사용의 중심으로 이동할수록 운영체제 제조사와 AI 모델 개발사 사이의 관계도 달라진다. 애플의 강점이었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합 설계가 새로운 경쟁에서 충분한 차별성을 제공하지 못하면 비싼 제품 가격을 유지할 근거도 약해질 수 있다.
애플이 버린 원칙보다 중요한 기술의 방향
10월 28일 행사에서 터치스크린 맥북 프로가 공개된다면 애플은 오래 유지한 노트북 설계 원칙을 바꾸게 된다.
OLED와 다이내믹 아일랜드, 가벼워진 본체가 적용되더라도 이를 곧바로 기술적 혁신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터치스크린은 경쟁업체가 이미 사용해 온 기술이고, OLED와 다이내믹 아일랜드도 애플의 다른 제품군에서 익숙한 요소다.
상위 모델의 가격이 기존보다 더 높아진다면 새로운 화면과 입력 방식이 실제 작업에 제공하는 이점도 그만큼 구체적이어야 한다. 기존 맥북 프로와 동일한 M5 Pro·M5 Max 칩을 사용하면서 디스플레이와 터치 기능에 높은 추가 비용을 요구한다면 소비자는 가격 대비 효용을 따질 수밖에 없다.
AI 분야에서는 더 복잡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애플은 고성능 반도체를 개발하면서도 차세대 Siri의 기반 모델에서는 구글과 협력하고 있다. 2024년 발표했던 주요 AI 기능은 출시가 지연됐으며, 2026년 9월부터 제공된 Siri AI도 베타 단계에 있다. 일부 AI 기능에는 사용량 제한이 적용되고 추가 사용에 대한 유료화도 예정돼 있다.
디자인과 하드웨어의 완성도는 애플이 오랫동안 축적한 경쟁 자산이지만, AI 모델의 개발 지연이나 기능의 정확성 부족을 대신 해결할 수는 없다. 세련된 인터페이스와 얇은 본체를 만드는 기술, 사용자의 복잡한 요청을 이해하고 실행하는 기술은 서로 다른 능력이다.
터치스크린 맥북 프로가 공개되면 애플은 새로운 기능을 선보였다는 사실보다 늦게 도입한 기술이 기존 작업 환경을 얼마나 개선했는지 평가받게 된다. 이어서 발표될 제품 가격과 실제 사양, 터치 입력을 지원하는 macOS의 사용성, Siri AI의 작업 정확성이 구체적인 판단 근거가 될 것이다.
애플은 오랫동안 기술을 제품 디자인 안에 정리하는 방식으로 경쟁했다. 2026년의 컴퓨터 시장에서는 사용자가 보는 화면보다 보이지 않는 AI 모델과 소프트웨어가 처리하는 업무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터치스크린의 도입은 애플의 설계 철학이 변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그러나 AI 모델에서 외부 기술을 활용하고 주요 기능의 출시가 늦어진 현실은 디자인만으로 기술 경쟁을 주도하기 어려워졌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10월 28일의 맥북 프로는 애플이 오래 거부했던 기술을 받아들인 결과물일 가능성이 크다. 시장의 평가는 새로운 외관보다 비싸진 컴퓨터가 실제로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