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노동현장④] AI공장 170곳의 성적표…생산성 높아져도 남는 노동 격차

AI 도입 초기 42개 사업장 생산성 평균 30.1% 향상…기업 규모에 따라 투자·인력·교육 여건 차이 국내 AI 도입 기업 42%만 직원 교육 실시…이재명 정부 2030년 AI팩토리 500개 목표, 현장 노동 변화도 주목

2026-10-25     김상기 기자

[KtN 김상기기자]인공지능(AI)을 도입한 국내 제조 사업장 42곳에서 생산성이 평균 30.1% 높아지고 불량률은 15.5% 낮아졌다. 2026년 8월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AI팩토리 선도사업의 초기 성과다. 정부는 지금까지 170여 개 사업장의 AI 전환을 지원했으며, 이 가운데 사업을 먼저 시작한 42곳에서 생산성과 품질 개선 효과를 집계했다. 다만 수치는 지원받은 전체 사업장의 평균이 아니며,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근무시간과 임금, 고용조건이 얼마나 달라졌는지까지 설명하지는 않는다.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분야에서는 생산공정과 검사 업무에 AI를 적용한 결과도 나왔다. 반도체 장비용 소모품을 생산하는 신한다이아몬드는 AI 자동검사 시스템을 도입해 품질검사 시간을 33% 단축했다. 서플러스글로벌은 중고 반도체 장비의 해체와 부품 선별·회수 공정에 AI를 적용해 생산성을 66.7% 높였다. 자동차 부품기업 아산성우하이텍은 전기차 배터리 무인 자율제조 시스템으로 품질검사 시간을 90% 줄였고, 화신은 배터리 케이스 생산설비의 고장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불량률을 20%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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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HD현대삼호는 선박 조타장치와 방향타를 연결하는 구조물의 용접·생산공정에 AI 기반 자율용접과 검사 기술을 적용해 생산성을 50% 높였다. 이엔케이는 고압 실린더 검사에 AI 비전 기술을 활용해 검사 시간을 22% 단축했다. 사람의 눈과 경험에 의존하던 검사 업무와 반복적인 설비 조작의 일부를 컴퓨터가 대신하면서 작업에 필요한 시간이 줄어든 것이다.

기업마다 적용한 기술과 개선한 업무는 다르다. 품질검사 시간을 줄인 공장과 생산량을 늘린 공장, 불량률을 낮춘 공장은 서로 다른 성과를 거뒀다. 검사 시간이 90% 줄었다고 공장 전체의 노동시간도 같은 비율로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검사 이후의 생산과 출하, 설비 유지관리 업무는 계속 진행되며 자동화 설비를 관리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생산성이 높아진 결과가 노동자의 근무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별도로 살펴야 한다.

제조업에서 AI가 맡는 업무가 늘어나면서 현장 노동자의 직무도 달라지고 있다. 기존에는 작업자가 직접 제품의 상태를 확인하고 불량 여부를 판단했다면 AI 검사 시스템에서는 컴퓨터가 구분한 결과를 검토하고 이상이 발생했을 때 원인을 파악하는 업무가 중요해질 수 있다. 생산설비의 고장을 미리 예측하는 시스템을 사용하는 공장에서는 정해진 주기에 맞춰 설비를 점검하던 방식에서 실제 이상 징후를 살피며 정비 일정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변화할 수 있다.

반복적인 검사와 기록 업무가 줄어들면 노동자는 다른 작업에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이 줄어든 작업시간만큼 인력을 감축하거나 기존 직원에게 더 많은 설비를 맡긴다면 노동강도는 달라질 수 있다. 검사 업무가 자동화되면서 필요한 인원이 줄어드는지, 기존 인력이 설비 관리나 품질 분석으로 이동하는지, 새로운 기술을 익힐 교육시간이 보장되는지에 따라 노동자가 경험하는 변화는 다르다.

자동화 기술이 생산성을 높여도 그 효과가 노동자에게 같은 비율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생산량이 늘어나면 기업의 매출이나 수익이 개선될 수 있지만 임금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임금체계와 고용계약, 노동시장 상황, 기업의 경영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 작업시간 단축이 실제 근로시간 감소로 이어지는지, 단위시간당 생산량 증가로 이어지는지도 구분해야 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26년 AI와 생산성의 관계를 분석하면서 개별 업무에서 나타나는 효율 향상이 기업과 산업 전체의 생산성 증가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정 작업을 빠르게 처리하더라도 다른 부서의 업무가 지연되거나 조직 운영 방식이 그대로 유지되면 전체 생산성 개선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AI 도입 효과가 데이터와 인력, 조직 운영 능력을 확보한 기업에 집중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제조기업에서는 한 공정의 작업시간을 줄여도 앞뒤 공정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으면 전체 생산량을 늘리기 어렵다. 검사 시간이 단축돼도 생산설비의 처리능력이 부족하거나 원자재 공급이 지연되면 완제품 출하량은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검사를 빠르게 마친 제품이 다음 공정으로 몰리면서 다른 부서의 업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개별 설비의 성과와 공장 전체의 운영 성과를 구분해야 하는 이유다.

기업 규모에 따른 차이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5년 발표한 기업 AI 도입 조사에서는 2024년 또는 당시 이용 가능한 최근 통계를 기준으로 직원 250명 이상 기업의 AI 사용 비율이 평균 40%였다. 직원 50~249명 기업은 20.4%, 10~49명 기업은 11.9%에 그쳤다. 국가와 산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AI 도입 비율이 낮은 흐름은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은 생산설비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장기간 축적하고 전문인력을 채용해 AI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다. 여러 공장과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통합하고 기술 개발에 필요한 비용을 분산하는 것도 가능하다. 반면 소규모 제조기업은 한 사람이 생산관리와 구매, 납품, 설비 운영을 함께 담당하는 경우가 있다. 데이터를 정리하고 AI 프로그램을 검증할 별도의 인력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기업의 규모가 작다고 AI 활용 능력이 반드시 낮은 것은 아니다. 특정 공정에 특화된 기술을 보유하거나 외부 전문기업과 협력해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속적인 유지관리와 데이터 관리, 직원 교육까지 수행할 여건은 기업마다 다르다. AI 프로그램을 처음 구입하는 비용보다 도입 이후 안정적으로 사용하는 데 필요한 인력과 관리 능력이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국내 중소기업의 AI 활용 수준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타났다. OECD와 한국노동연구원이 2025년 10월 발표한 한국 노동시장 연구에서는 국내 중소기업의 AI 도입 비율이 31%로 집계됐다. 독일의 51%, 아일랜드의 45%, 오스트리아의 42%보다 낮고 일본의 27%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2024년 10~12월 실시된 중소기업 대상 조사로, 제조업만을 따로 집계한 수치는 아니다.

한국에서는 중소기업이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다. OECD는 국내 취업자의 80% 이상이 중소기업에서 일한다는 점을 들어 중소기업의 AI 도입 수준이 노동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했다. 대기업 몇 곳에서 고도화된 AI 시스템이 개발되더라도 다수의 노동자가 일하는 중소기업으로 기술이 확산되지 않으면 노동환경의 변화는 제한될 수 있다.

직원 교육에서는 더욱 직접적인 차이가 나타났다. 한국의 AI 도입 기업 가운데 직원에게 관련 교육을 제공한 곳은 42%였다. 대기업의 교육 실시 비율이 소기업보다 높았다. AI를 업무에 적용한 기업에서도 절반 이상은 직원 교육을 실시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교육을 제공한 기업에서도 실제 교육시간과 참여 인원, 교육 내용에 따라 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

AI 프로그램을 설치한 뒤 직원들에게 사용법을 익히도록 맡기는 방식은 기존의 직무교육과 차이가 있다. 새로운 설비가 들어오면 작업자는 장비를 조작하는 방법뿐 아니라 위험 상황에 대응하는 절차와 점검 기준을 배워야 한다. AI 시스템에서는 데이터의 오류를 알아차리고 분석 결과를 해석하며 잘못된 제안을 수정하는 능력까지 필요하다. 프로그램을 다루는 방법을 아는 것과 시스템의 판단을 검증하는 능력은 같은 수준의 숙련이 아니다.

국내 AI 도입 기업의 56.5%는 기존 직무의 일부 업무가 AI로 대체됐다고 응답했다. 32.2%는 업무 수행에 필요한 기술의 종류가 늘었다고 했고, 38.3%는 요구되는 기술 수준이 높아졌다고 답했다. 직업 전체가 사라지는 변화보다 기존 직무의 일부가 자동화되면서 노동자에게 요구되는 능력이 달라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생산관리 업무에서는 주문량과 재고를 직접 계산하는 작업이 줄어들 수 있지만 AI가 제시한 계획을 검토하고 현장의 실행 가능성을 판단해야 한다. 품질검사에서는 반복적으로 제품을 확인하는 업무가 줄어드는 대신 검사 시스템이 잘못 분류한 결과를 찾아내고 이상 원인을 분석하는 능력이 필요해진다. 설비관리에서도 작업자의 경험에 더해 데이터 해석과 프로그램 사용 능력이 요구될 수 있다.

기존 숙련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기술과 결합되는 변화다. 문제를 직접 발견하고 해결하던 노동자가 AI의 판단을 감독하는 역할로 이동할 수 있지만, 현장의 경험과 새로운 기술을 함께 익힐 교육이 충분하지 않다면 기존 업무와 새로운 업무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신입 노동자에게는 교육 방식이 더욱 중요해진다. AI가 설비의 이상을 찾아내고 수정 방법을 안내하면 경험이 적은 직원도 일부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지시에 따라 작업하는 과정만 반복하면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과 다른 대응 방법을 스스로 판단할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 현장 경험을 축적하는 교육과 AI를 활용하는 교육을 함께 운영해야 하는 이유다.

AI 시스템을 도입한 뒤 노동자가 수행하는 업무가 달라지면 임금과 인사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생산량을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하던 공장에서는 자동화 설비의 기여와 작업자의 기여를 구분할 필요가 생긴다. AI가 품질검사를 수행하고 작업자가 결과를 관리하는 상황에서는 불량품을 찾아낸 개수보다 시스템의 오류를 발견하거나 공정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새로운 직무에 맞춰 임금체계와 평가 기준을 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기존의 인사관리와 생산관리 업무를 소수의 직원이 담당하는 중소기업에서는 평가 기준을 바꾸는 데 추가적인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AI를 활용하는 능력이 직원의 승진과 배치에 영향을 미치더라도 교육 기회가 충분하지 않다면 노동자 사이의 격차가 커질 수 있다.

제조업의 AI 전환이 확대되면서 원청기업과 협력업체 사이의 관계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대기업이 AI를 이용해 주문량과 생산일정을 수시로 조정하면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에도 변경된 납기와 생산량이 전달될 수 있다. 협력업체가 자체적인 생산계획 시스템과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에는 잦은 일정 변경이 현장의 업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원청기업에서 생산계획을 빠르게 조정하는 능력과 협력업체가 실제 부품을 생산하는 능력은 서로 다른 조건에서 움직인다. 대기업이 AI를 활용해 적정 재고를 줄이더라도 협력업체가 불확실한 주문에 대비해 원자재와 완제품을 더 많이 보유해야 한다면 공급망 전체의 재고 부담이 같은 비율로 감소하지 않을 수 있다. 원청기업의 효율 개선과 협력업체의 비용 부담을 함께 살펴야 한다.

중소 제조업체에서는 납기와 주문량에 대한 대응 능력이 거래 관계에서 중요한 경쟁 조건이 된다. AI를 활용하는 원청기업의 요구에 맞춰 생산계획을 빠르게 변경하려면 협력업체도 정보관리와 설비 운영 능력을 높여야 한다. 기술 도입의 속도가 다른 기업들이 하나의 공급망에 연결돼 있을 때는 업무 부담과 비용이 어느 쪽에 집중되는지가 중요해진다.

맥킨지의 디지털 공급망 전문가들이 2026년 10월 제시한 변화도 이러한 조직 간 차이와 연결된다. 앤드루 시(Andrew Shih)는 AI 에이전트가 주문과 재고, 물류 상황을 지속적으로 살피면서 정해진 회의 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계획을 수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AI가 계획을 제안하는 능력과 기업이 실제로 생산과 공급을 조정하는 능력은 구분해야 한다. 시스템이 빠르게 계산하더라도 원자재 수급과 설비 가동, 인력 배치에는 물리적인 제약이 남는다.

마이크 래프터리(Mike Raftery)는 여러 AI 프로그램을 도입해도 기업의 운영 성과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서마다 별도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시험하는 과정에서 관리되지 않은 시스템이 늘어나면 데이터 보안과 운영 책임이 복잡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기업은 AI 도입 초기의 실험을 진행하면서도 실제 업무에 적용하는 데 필요한 조직과 데이터 관리 체계를 충분히 갖추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AI 도입의 성과를 측정해야 하지만 적용하는 기준은 달라질 수 있다. 대기업은 여러 공장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의 투자비용과 생산성, 납기 개선 효과를 비교할 수 있다. 반면 소규모 제조기업에서는 특정 설비의 고장을 줄이거나 작업자의 반복적인 입력 업무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운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모든 기업에 같은 규모의 시스템을 도입하도록 요구하기보다 실제 생산 여건과 직원 수, 기술 관리 능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정부는 제조업 AI 전환을 산업정책의 주요 분야로 추진하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2030년까지 AI팩토리 500개를 구축하고 지역 산업단지에도 AI 활용을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6년 4월에는 총 527억5000만원 규모의 AI팩토리 선도사업 신규 과제 32개를 공고했으며, 8월에는 기존 사업장 170여 곳에 대한 지원 성과와 향후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AI 개발기업의 협력과 지역 산업단지 지원을 통해 기술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AI 실증 산업단지를 25곳으로 확대하고 지역 제조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협력체계도 운영할 계획이다. 제조업 AI 전문인력 양성 사업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대기업에서 먼저 활용한 기술을 중소 제조기업과 지역 사업장으로 확산하려는 정책이다.

정부가 발표한 AI팩토리 구축 목표와 실제 노동환경의 변화는 구분해야 한다. 지원 사업장의 수가 늘어나는 것만으로 중소기업의 인력 부족이나 직원 교육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생산공정의 자동화가 확대되더라도 직원이 기술을 이해하고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교육과 유지관리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정부 지원사업의 성과를 판단할 때도 투자 규모와 참여 기업 수, 생산성 개선뿐 아니라 노동자의 직무 변화와 교육 실적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업이 신규 인력을 채용했는지, 기존 노동자의 교육시간이 얼마나 확보됐는지, 기술 도입으로 바뀐 업무에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는지 등이 실제 노동환경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국제노동기구는 AI가 특정 업무에서 높은 생산성 향상을 가져오더라도 전체 경제의 성장과 노동자의 소득 증가로 이어지는 과정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의 조직 운영과 인력 교육, 기술 확산이 함께 진행돼야 개별 업무의 효율 개선이 더 넓은 경제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술을 먼저 도입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사이의 생산성 격차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도 경고했다.

한국은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제조업 숙련인력의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일부 제조기업에서는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워 자동화 설비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기존 직원이 여러 생산공정을 함께 담당하는 곳도 있다. AI는 인력 부족을 보완하고 설비 운영의 효율을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지만 모든 공정에서 사람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생산설비의 안전관리와 품질 판단, 예상하지 못한 사고에 대한 대응에는 여전히 숙련된 인력이 필요하다.

AI가 반복적인 업무를 줄인 만큼 노동자가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더 전문적인 일을 맡을 수 있다면 기존 일자리의 성격도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교육과 직무 전환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동화만 확대된다면 일부 노동자는 익숙한 업무를 잃고 새로운 업무에도 적응하기 어려운 상황을 겪을 수 있다. 기술 도입 이전에 어떤 업무가 달라지고 직원에게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 살펴야 하는 이유다.

사업장마다 AI를 도입하는 목적과 운영 여건은 다르다. 검사시간을 줄이려는 기업과 설비 고장을 예방하려는 기업, 주문량에 따라 생산계획을 조정하려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도 서로 다르다. AI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사실만으로 제조기업의 생산능력과 노동환경을 같은 기준에서 평가할 수 없는 이유다.

2026년 8월 집계된 42개 사업장의 평균 생산성 향상률 30.1%와 불량률 감소율 15.5%는 제조업 AI 전환의 초기 성과를 나타낸다. 그러나 근로시간과 고용, 임금, 직무교육에 관한 변화까지 같은 수치로 설명할 수는 없다. 기업의 생산성과 노동자의 근무조건은 서로 영향을 주지만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2030년 AI팩토리 500개 구축을 추진하는 정부 정책에서도 기업의 기술 도입 규모와 현장 노동자의 변화를 함께 살필 필요가 있다. AI를 설치하고 운영할 수 있는 기업이 늘어나는지, 중소 제조업체에도 전문인력과 교육 기회가 확보되는지, 생산성 개선이 고용과 근로조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중요하다.

AI 기술을 먼저 확보한 기업은 생산과 품질 관리에서 효율을 높일 여지가 있다. 아직 기술을 도입하지 못한 기업은 인력과 자금, 데이터 관리의 제약을 해결해야 한다. 국내 제조업의 AI 전환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기업 규모에 따른 기술 활용 능력과 노동자의 교육 여건이 얼마나 달라지는지가 산업 전반의 변화를 결정하는 조건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