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트렌드] 오데마 피게, 인증 중고시장 진출 임박…럭셔리 시계 유통구조의 변화

롤렉스 이어 중고 시계 직접 판매 추진…2018년부터 준비한 인증·정비·재판매 사업, 10월 말 공개 가능성 2026년 상반기 중고 시계 거래액 105억 달러…로열 오크의 가격 프리미엄과 브랜드 인증이 바꾸는 시계경제

2026-10-23     임우경 기자

[KtN 임우경기자]스위스 고급 시계 제조사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가 자사 중고 시계를 직접 인증하고 판매하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럭셔리 시계시장의 유통구조에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신제품 판매를 중심으로 성장해 온 제조사가 이미 소비자에게 판매된 시계의 재거래까지 관리하는 방식이다. 중고 시계의 정품 여부를 확인하고 수리와 보증을 제공하는 과정에 제조사가 참여하면서 중고 거래가격과 공식 판매망의 역할도 달라질 수 있다.

오데마 피게는 이달 말 인증 중고(Certified Pre-Owned·CPO) 프로그램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20일 해외 시계 전문매체를 통해 출시 계획이 전해졌으며, 23일 현재 공식 출시일과 세부 운영 조건은 발표되지 않았다. 프로그램은 브랜드가 운영하는 부티크와 AP 하우스(AP House)를 활용하는 직영 판매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온라인 판매도 검토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사업의 대상은 기존에 판매된 오데마 피게 시계다. 제조사가 중고 제품을 확보해 정품 여부와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정비를 거쳐 다시 판매하는 구조가 예상된다. 기존에는 전문 중고 시계 판매업체와 개인 거래, 경매회사가 담당하던 영역에 제조사가 직접 참여하는 것이다.

오데마 피게의 중고시장 진출은 2018년부터 논의돼 왔다. 당시 최고경영자였던 프랑수아 앙리 베나미아스(François-Henry Bennahmias)는 중고 시계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언급하며 기존 시계를 매입하고 다시 판매하는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후 일본과 스위스, 미국 등에서 보상판매와 중고 거래 관련 시범사업이 진행됐다.

2024년 10월에는 마크 몽타뉴(Marc Montagne)가 인증 중고사업 책임자로 합류했다. 몽타뉴는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에서 디지털과 전자상거래 부문을 담당했으며, 시계의 자산 가치와 시장구조를 다룬 'Invest in Watches'의 저자이기도 하다. 오데마 피게가 중고 시계의 매입과 판매를 별도의 사업 영역으로 준비해 왔다는 점을 보여주는 인사다.

오데마 피게의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 팔각형 베젤과 일체형 금속 브레이슬릿, 다기능 다이얼을 갖춘 로열 오크는 오데마 피게의 대표 컬렉션이자 중고 시계시장에서 높은 거래가격을 형성하는 주요 제품군이다. 사진=Audemars Piguet,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럭셔리 시계시장의 유통은 크게 신제품을 판매하는 1차 시장과 이미 판매된 시계를 재거래하는 2차 시장으로 나뉜다. 1차 시장에서는 제조사와 공식 판매점이 공급과 가격 정책을 관리한다. 2차 시장에서는 전문 거래업체와 경매회사, 개인 판매자가 보유한 시계를 시장가격에 따라 거래한다.

두 시장의 가격은 같은 시계라도 다르게 형성된다. 신제품의 공식 판매가격은 제조사의 가격 정책을 따르지만 중고 시계는 생산연도와 보존 상태, 구성품, 거래량, 구매 수요 등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인기 모델은 공식 판매가격보다 높은 금액에 거래되기도 하고,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제품은 신제품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되기도 한다.

인증 중고사업은 제조사가 두 시장 사이에 새로운 공식 거래망을 만드는 방식이다. 시계를 처음 판매할 때뿐 아니라 이전 소유자가 사용하던 제품이 다시 시장에 나올 때에도 브랜드가 관여하게 된다. 정품 확인과 정비, 거래가격, 보증을 결합한 상품을 공식 판매망에서 공급하는 구조다.

중고 시계시장의 성장 규모는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한다. 2026년 상반기 글로벌 중고 시계 거래액은 시계시장 데이터업체 에브리워치(EveryWatch)의 집계 범위에서 105억 달러에 달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37.2% 증가한 규모다. 거래 수량은 약 79만5000개로 18.7% 늘었으며, 거래가격의 중위값은 5900달러를 기록했다.

거래금액 증가율이 거래 수량 증가율을 웃돌면서 중고 시계시장에서는 고가 제품의 거래 비중과 가격 변화가 전체 시장 규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같은 기간 거래에 걸린 기간의 중위값은 43일로 전년의 39일보다 길어졌다. 거래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판매가격과 실제 수요 사이의 조정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사진=사진=Rolex,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브랜드별 거래금액에서는 롤렉스(Rolex)가 42억9000만 달러로 전체의 약 41%를 차지했다. 파텍 필립(Patek Philippe)은 약 15억1000만 달러로 14.4%, 오데마 피게는 약 9억8300만 달러로 9.4%를 기록했다. 세 브랜드가 전체 거래금액의 약 65%를 차지할 정도로 고가 시계시장에서는 특정 제조사에 거래가 집중되는 구조가 나타났다.

오데마 피게의 중고 거래금액은 전년 동기보다 약 26% 증가했다. 약 1만7500개의 시계가 거래됐으며, 거래가격의 중위값은 3만8340달러였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이미 판매된 시계가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한다.

신제품 판매를 마친 뒤에도 브랜드가 부품과 정비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는 점에서 인증 중고사업은 기존 고객관리 사업과도 연결된다. 시계의 소유자가 바뀌는 과정에 제조사가 참여하면 거래 수익과 수리·보증 서비스가 하나의 사업으로 결합될 수 있다.

롤렉스는 2022년 12월 인증 중고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최초에는 일부 부커러(Bucherer) 매장에서 운영했고 이후 공식 판매점 네트워크로 확대했다. 현재는 최초 판매 시점으로부터 최소 2년 이상 지난 시계를 대상으로 정품 인증과 정비, 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롤렉스 인증 중고 시계는 공식 판매점에서 판매하며, 정품 확인을 거친 제품에 구매일부터 2년간 국제 보증이 적용된다. 각 시계에는 인증 중고임을 증명하는 전용 보증서와 표식이 제공된다. 제조사가 품질과 정품 여부를 보증하고 공식 판매점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 사업은 빠르게 확대됐다. 2026년 상반기 롤렉스 인증 중고 판매액은 민간 거래 데이터 분석 기준 약 3억8540만 달러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보다 101.3%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집계된 롤렉스 중고 거래금액의 약 9%를 차지했다. 신제품 판매를 기반으로 형성된 브랜드 인지도가 중고 제품의 재판매 사업으로 이어진 것이다.

롤렉스의 인증 중고사업에서는 제조사와 공식 판매점의 역할이 구분된다. 제조사는 정품 확인과 품질 기준을 관리하고, 참여 판매점은 중고 시계의 매입과 판매를 담당한다. 판매점은 인증 제품의 재고를 확보하고 소비자에게 판매하면서 기존 신제품 판매와 다른 수익원을 갖게 된다.

오데마 피게가 검토하는 직영 중심의 방식은 유통구조에서 차이가 있다. 브랜드가 직접 운영하는 부티크와 AP 하우스를 활용하면 중고 시계의 매입과 판매 과정에서 제조사의 참여 범위가 확대된다. 중고 제품의 확보와 재고관리, 정품 인증, 수리와 판매까지 하나의 사업 안에서 관리하는 방향이다.

제조사의 직접 참여가 늘어나는 만큼 운영비용도 함께 발생한다. 중고 시계를 매입하면 판매할 때까지 재고를 보유해야 하고, 거래가 지연될 경우 자금이 묶이게 된다. 제품의 상태에 따라 정비비용도 달라지며, 수리와 보증에 필요한 인력과 부품을 확보해야 한다.

고가 시계는 같은 모델이라도 제작연도와 사용 상태에 따라 매입가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제조사가 직접 중고 재고를 확보하는 방식에서는 매입가격을 책정하는 능력과 재고의 회전 속도가 수익성에 영향을 미친다. 인기 모델에 수요가 집중되면 일부 시계의 거래는 활발해질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제품은 재고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오데마 피게의 대표 제품인 로열 오크(Royal Oak)는 이러한 가격 차이를 보여주는 컬렉션이다. 1972년 선보인 로열 오크는 팔각형 베젤과 일체형 금속 브레이슬릿을 바탕으로 고급 스포츠 시계의 대표적인 디자인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현재도 오데마 피게의 중고 거래에서 높은 수요를 형성하는 제품군이다.

그러나 오데마 피게의 모든 제품이 동일한 가격 흐름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2026년 3분기 모건스탠리와 워치차트(WatchCharts)의 시계시장 분석에서는 현재 생산 중인 오데마 피게 모델의 중고 거래가격이 공식 판매가격보다 평균 5.9% 높게 형성됐다.

컬렉션별 차이는 상당했다. 로열 오크는 공식 판매가격보다 평균 37% 높은 수준에서 거래된 반면 로열 오크 오프쇼어(Royal Oak Offshore)는 평균 23%, 코드 11.59(CODE 11.59)는 평균 34%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제조사의 제품이라도 컬렉션의 인지도와 구매 수요, 모델별 공급 여건에 따라 중고 가격이 크게 달라진다는 의미다. 브랜드가 인증 중고사업을 운영하더라도 모든 시계에 동일한 가격 정책을 적용하기 어려운 구조다.

중고 거래에서 프리미엄을 형성하는 로열 오크와 신제품 가격보다 낮게 거래되는 다른 컬렉션은 매입과 판매 전략도 달라질 수 있다. 공식 인증을 제공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제품의 거래가격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며, 시장에서 이미 형성된 수요와 공급 조건이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인증 중고사업에서는 제조사의 검증과 보증에 소비자가 어느 정도의 추가 비용을 지불할지도 중요한 변수다. 일반 중고 판매점에서 구입하는 시계와 제조사의 공식 인증을 받은 시계는 정품 확인 절차와 정비 이력, 보증의 범위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롤렉스 인증 중고시장은 이 가격 차이를 보여준다. 2026년 3분기 동일한 모델을 취급하는 일반 중고 판매업체의 가격과 비교했을 때 롤렉스 인증 중고의 가격 프리미엄은 중위값 기준 약 23.1%로 집계됐다. 인증과 정비, 브랜드 보증에 대한 신뢰가 판매가격에 반영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인증 중고 시계의 가격이 높아지면 소비자의 구매 판단도 달라진다. 동일한 모델을 일반 중고 판매업체에서 더 낮은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면 공식 인증과 보증에 어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지 비교하게 된다. 반대로 제품의 정품 여부나 수리 이력에 관한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소비자에게는 공식 인증이 구매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제조사의 인증은 특히 고가 기계식 시계에서 의미가 크다. 기계식 시계는 수많은 부품이 결합된 정밀제품으로 장기간 사용하면서 수리와 부품 교체가 이뤄질 수 있다. 겉으로 같은 모델처럼 보여도 내부 부품과 다이얼, 케이스 등에 변화가 생긴 시계가 존재할 수 있다.

중고 시계의 가치는 정품 여부뿐 아니라 부품의 원형 유지 상태와 수리 이력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제조사가 아닌 외부에서 부품을 교체했거나 원래 구성과 다른 부품을 사용한 경우에는 거래가격과 정비 가능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빈티지 시계에서는 원래의 부품을 얼마나 보존했는지가 수집가의 평가에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한다.

[Audemars Piguet①] 오데마 피게 오프쇼어, 여름 컬러에 숨은 반복 전략. 사진=Audemars Piguet,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데마 피게는 이미 별도의 진품 인증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시계의 케이스와 무브먼트 번호를 확인하는 기록물 발췌본과 실제 시계를 검사한 뒤 발급하는 진품 인증서는 구분된다.

기록물 발췌본은 제품의 케이스 및 무브먼트 번호가 제조사의 기록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시계 전체의 정품 여부까지 보증하는 문서는 아니다. 진품 인증서는 스위스 르 브라쉬(Le Brassus)의 제조사 전문가가 시계의 소재와 부품, 구성 등을 직접 검사한 뒤 발급한다.

중고 시계의 거래에서는 이 차이가 중요하다. 시계에 사용된 번호가 제조사의 기록에 존재하는 것과 현재 거래되는 시계의 모든 구성 요소가 정품이라는 사실은 서로 다른 내용이다. 제조사가 인증 중고사업을 운영할 경우 이러한 정품 확인 절차를 실제 판매와 연결하는 체계가 마련될 수 있다.

정품 인증 이후에는 정비의 범위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시계의 무브먼트를 점검하고 마모된 부품을 교체하는 과정은 정상적인 작동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 반면 케이스의 흠집을 제거하기 위한 연마나 오래된 부품의 교체는 제품의 원형 보존과 관련된 판단이 필요할 수 있다.

빈티지 시계에서는 제조 당시의 구성과 사용 흔적을 유지하는 데 가치를 부여하는 수집가도 있다. 제조사의 정비 기준과 수집가의 원형 보존 기준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인증 중고사업이 확대되면 정비를 통해 확보하는 기능적 안정성과 원래 상태를 보존하는 가치가 거래 과정에서 함께 고려될 가능성이 있다.

고급 시계의 사후관리 비용도 인증 중고사업의 수익구조와 연결된다. 기계식 무브먼트는 구조와 기능에 따라 정비에 필요한 시간과 부품이 달라진다. 퍼페추얼 캘린더나 투르비용과 같은 복잡기능 시계는 일반적인 시간 표시 모델보다 정비 과정이 복잡할 수 있다.

오데마 피게는 이미 부티크와 공식 서비스센터를 통해 다양한 정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증 중고사업은 기존 정비망에서 축적한 기술과 정보를 활용해 거래 상품의 품질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운영될 수 있다. 다만 실제 인증 기준과 보증기간, 적용 대상 모델 등은 정식 프로그램이 공개된 뒤 확정된다.

시계의 정품 인증과 사후관리 서비스는 중고 거래의 신뢰를 높일 수 있지만 판매가격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과는 구분해야 한다. 인증을 받은 시계라도 시장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은 변할 수 있다. 제조사의 보증은 정품 여부와 작동 상태 등 정해진 범위를 대상으로 하며, 구매자가 지불한 가격의 향후 유지까지 보장하는 금융상품과는 성격이 다르다.

럭셔리 시계시장에서는 신제품 가격과 중고 거래가격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인기 모델의 중고 거래가격이 공식 판매가격을 웃돌면 신제품을 구입하려는 수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중고 거래가격이 낮아지면 소비자가 신제품 대신 상태가 좋은 중고 제품을 선택할 가능성도 커진다.

공식 인증 중고상품이 늘어나면 소비자는 같은 브랜드 안에서 신제품과 인증 중고제품을 비교하게 된다. 제조사와 공식 판매점이 공급하는 상품이 확대되는 만큼 기존 독립 중고 판매업체와 경매회사의 역할도 변화할 수 있다.

전문 중고 판매업체는 여러 브랜드의 시계를 한곳에서 비교할 수 있고 다양한 제작연도의 제품을 취급한다. 경매시장은 희소성과 소장 이력, 구매자 간 경쟁에 따라 가격이 형성되는 특징이 있다. 제조사의 인증 중고사업은 여기에 정품 보증과 공식 정비를 결합한 별도의 거래 경로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세 유통 경로는 서로 다른 소비자를 대상으로 경쟁할 가능성이 크다. 정품 확인과 보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는 공식 인증 중고제품을 선택할 수 있고, 희소한 빈티지 시계를 찾는 수집가는 경매회사와 전문 판매업체를 계속 이용할 수 있다. 시장가격과 제품의 상태를 직접 비교하는 데 익숙한 소비자에게는 일반 중고 거래망이 여전히 중요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럭셔리 시계의 유통구조가 달라지면 가격을 형성하는 주체도 넓어진다. 지금까지는 제조사가 신제품의 공식 판매가격을 관리하고 중고시장에서는 다양한 판매자가 개별적으로 거래가격을 형성했다. 제조사가 인증 중고제품을 직접 판매하면 브랜드의 가격 정책이 중고시장 일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공식 인증 중고시장의 규모가 커지더라도 전체 중고시장의 가격을 제조사가 일률적으로 결정하기는 어렵다. 같은 시계가 여러 나라와 다양한 거래망에서 판매되고, 희소성과 상태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인증 중고사업의 시장 영향력은 실제 거래량과 재고 규모, 소비자가 지불하는 인증 프리미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오데마 피게가 직영 판매 구조를 택할 경우 재고 확보와 자금 운용, 정비 인력의 운영도 사업 성과를 좌우한다. 중고 시계를 매입한 시점부터 소비자에게 다시 판매할 때까지 발생하는 비용을 관리해야 한다. 신제품 판매와 달리 개별 상품의 사용 이력과 상태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매입 단계의 평가와 판매가격 책정이 더욱 중요해진다.

브랜드가 인증 중고사업을 확대하면 기존 시계 소유자를 다시 공식 판매망으로 연결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사용하던 시계를 판매하고 다른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는 보상판매와 정비, 신제품 구매를 같은 브랜드의 유통망에서 진행할 수 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최초 판매 이후에도 고객과의 거래 관계를 이어가는 구조가 형성된다.

소비자에게는 기존 시계를 처분하는 과정과 새로운 시계를 구입하는 과정이 연결될 수 있다. 그러나 보상판매 가격과 일반 중고시장 매입가격 사이에는 차이가 생길 수 있으며, 브랜드가 제공하는 편의성과 실제 거래금액을 비교하는 판단도 필요하다.

[Audemars Piguet④] 오데마 피게 오프쇼어, 작아져도 내려가지 않은 가격. 사진=Audemars Piguet,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데마 피게의 인증 중고사업은 2018년부터 추진해 온 구상을 글로벌 판매망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다. 일본과 스위스, 미국에서 진행한 시범사업과 2024년 전담 인력 구성은 사업을 준비해 온 과정에 해당한다. 롤렉스가 2022년부터 인증 중고시장을 운영하고 바쉐론 콘스탄틴도 인증 중고 프로그램을 도입한 만큼 스위스 고급 시계 제조사들의 2차 시장 참여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2026년 상반기 집계된 105억 달러 규모의 중고 시계 거래시장에서 롤렉스와 파텍 필립, 오데마 피게는 거래금액 기준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인기 컬렉션의 중고 가격은 공식 판매가격을 웃돌고, 같은 브랜드의 다른 제품은 더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차별화도 뚜렷하다. 브랜드가 중고시장에 직접 참여하더라도 이러한 가격구조를 고려해야 한다.

오데마 피게가 이달 말 인증 중고 프로그램을 공개할 경우 판매 대상 모델과 시계의 연식 기준, 보증기간, 매입 방식, 온라인 판매 범위 등이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직영 매장을 활용한 판매 구조와 중고 재고의 확보 방식도 사업의 실제 규모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럭셔리 시계의 경제적 가치는 제조사의 공식 판매가격에서 시작해 소유자의 사용과 관리, 중고시장에서 형성되는 거래가격으로 이어진다. 제조사가 인증과 정비, 재판매까지 담당하면 시계 한 개가 여러 소유자를 거치는 동안 발생하는 거래에 브랜드가 참여하게 된다.

오데마 피게의 인증 중고사업 추진은 이러한 유통구조의 변화를 보여준다. 시계 제조사는 신제품 판매와 기존 제품의 사후관리에서 나아가 이미 판매된 시계의 거래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인증과 보증이 더해진 중고 제품의 가격, 기존 독립 거래업체와의 경쟁, 브랜드가 직접 부담하는 재고와 정비비용이 새로운 시장구조를 형성하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