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메세나①] 니타 암바니의 NMACC, 뭄바이 문화예술의 새로운 중심

2000석 대극장과 현대미술 전시장 갖춘 복합문화시설…국제 공연 유치부터 인도 전통예술 지원까지, 기업 메세나의 새로운 흐름

2026-10-23     박준식 기자
2023년 3월 개관을 앞둔 인도 뭄바이 니타 무케시 암바니 문화센터(NMACC)의 야간 전경. 사진=Fuzheado/Wikimedia Commons(CC0 1.0), K trendy NEWS DB

[KtN 박준식기자]2023년 3월 31일 인도 뭄바이 반드라쿠를라 복합지구(Bandra Kurla Complex·BKC)에 문을 연 니타 무케시 암바니 문화센터(Nita Mukesh Ambani Cultural Centre·NMACC)에서는 인도 문명의 역사를 음악과 춤으로 풀어낸 대형 뮤지컬이 공연됐다. 350명 이상의 출연진과 55인조 오케스트라가 참여한 '위대한 인도 뮤지컬: 문명에서 국가로(The Great Indian Musical: Civilization to Nation)'였다. 인도 연극계의 페로즈 압바스 칸(Feroz Abbas Khan)이 연출을 맡아 전통무용과 음악, 무대미술을 결합한 공연으로 2000석 규모의 대극장 개관을 알렸다.

문화센터 설립을 주도한 니타 암바니(Nita Ambani)는 인도 최대 민간기업 가운데 하나인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즈의 무케시 암바니(Mukesh Ambani) 회장 배우자이자 릴라이언스 재단의 설립자 겸 회장이다. 인도 고전무용 바라타나티얌(Bharatanatyam)을 오랫동안 익혀온 니타 암바니는 공연예술과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을 문화시설 설립으로 발전시켰다. 릴라이언스 재단이 추진해 온 문화예술 후원도 개별 공연과 전시 지원에서 상설 공연장과 미술 전시공간을 직접 운영하는 방식으로 확대됐다.

릴라이언스 재단 설립자 겸 회장 니타 암바니. 2024년 3월 뭄바이 미스 월드 행사에 참석했을 당시의 모습. 사진=Bollywood Hungama/Wikimedia Commons(CC BY 3.0), K trendy NEWS DB

NMACC가 들어선 지오 월드센터(Jio World Centre)는 금융회사와 글로벌 기업의 사무실, 호텔과 상업시설이 밀집한 뭄바이의 주요 업무지구에 자리한다. 문화센터에는 2000석 규모의 그랜드 시어터(The Grand Theatre), 250석 규모의 스튜디오 시어터(The Studio Theatre), 125석 규모의 소극장 더 큐브(The Cube), 4개 층으로 구성된 시각예술 전시장 아트 하우스(Art House)가 마련됐다. 대형 뮤지컬과 클래식 음악회, 인도 전통무용, 연극, 현대미술 전시를 한 시설에서 운영하도록 공연장과 전시장의 규모를 달리했다.

NMACC의 그랜드 시어터 내부. 대형 무대를 향해 다층 객석이 배치돼 있다. 2023년 3월 촬영. 사진=Fuzheado/Wikimedia Commons(CC0 1.0), K trendy NEWS DB

그랜드 시어터는 대규모 출연진과 무대장치를 동원하는 국제 공연을 수용하도록 설계됐다. 다층 객석과 대형 무대,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 음향 시스템을 갖췄으며 객석 양옆에는 별도의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고급 관람석인 다이아몬드 박스(Diamond Box) 18개가 배치됐다. 대형 뮤지컬을 장기간 공연할 수 있는 시설과 운영 여건을 확보하면서 해외 공연 제작사들의 인도 진출에도 활용되고 있다.

NMACC의 소극장 '더 큐브(The Cube)' 입구. 125석 규모로 음악회와 실험 공연 등에 사용된다. 2025년 12월 촬영. 사진=DesiBoy101/Wikimedia Commons(CC BY 4.0), K trendy NEWS DB

스튜디오 시어터는 객석을 접거나 펼칠 수 있는 텔레스코픽 시팅(telescopic seating) 시스템을 갖춰 공연에 따라 공간을 조정할 수 있다. 음악과 무용, 연극을 비롯해 문학 행사와 대담 프로그램까지 운영한다. 객석이 125석인 더 큐브는 공연자와 관객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 소규모 음악회와 실험적인 공연에 적합하다. 2023년에는 재즈와 카르나틱 클래식 음악, 인도 고전무용 오디시(Odissi), 전통음악과 재즈를 결합한 공연 등이 열렸다. 국제적인 대형 공연과 함께 인도 음악가 및 무용수들이 관객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미술 분야에서는 아트 하우스가 중심 역할을 맡고 있다. 약 1만6000제곱피트 규모의 전시공간이 네 개 층에 걸쳐 마련돼 회화와 조각, 설치미술 등 다양한 작품을 수용한다. 층별로 전시를 구성할 수 있어 여러 작가의 작품을 함께 소개하거나 대형 설치작품을 선보이는 데 활용된다. 공연장을 찾은 관객이 미술 전시까지 관람할 수 있도록 공연시설과 전시공간을 연결한 점도 NMACC의 특징이다.

문화센터 내부에는 인도 전통미술을 현대적인 건축공간에 적용한 작품도 설치됐다. 약 17m 높이의 대형 피치와이(Pichwai) 회화 '카말 쿤지(Kamal Kunj)'가 대표적이다. 피치와이는 인도 라자스탄 지역의 힌두교 사원문화와 관련된 전통 회화로, '카말 쿤지'는 나트드와라 지역 장인들의 작업을 통해 제작됐다. 전통 회화가 사원이나 박물관의 전시를 넘어 현대 복합문화시설의 공용 공간에 자리하면서 인도 장식미술의 규모와 제작기법을 소개하고 있다.

2023년 개관 당시 NMACC는 인도의 전통문화와 국제 현대예술을 함께 소개하는 전시를 마련했다. 패션 전문가 해미시 보울스(Hamish Bowles)가 기획한 '인디아 인 패션(India in Fashion)'에서는 18세기 이후 인도 직물과 복식이 세계 패션에 끼친 영향을 조명했다. 약 140점 이상의 의상을 통해 인도산 직물과 장식기법이 유럽의 고급 의상과 현대 패션에 활용된 흐름을 살폈다. 인도의 전통 복식을 독립적으로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 패션사의 변화 속에서 인도 섬유문화가 차지한 위치를 다룬 전시였다.

아트 하우스에서 열린 '상감/융합(Sangam/Confluence)'에는 인도와 해외 현대미술 작가들이 참여했다. 미국의 미술 기획자 제프리 다이치(Jeffrey Deitch)와 인도의 시인이자 미술평론가인 란짓 호스코트(Ranjit Hoskote)가 공동 기획을 맡아 인도 작가 5명과 해외 작가 5명의 작품을 소개했다. 인도 현대미술을 국제적인 미술 담론 안에서 다루면서 해외 작가와의 교류를 확대하려는 전시 구성이었다.

릴라이언스 재단이 추진한 '스와데시(Swadesh)'에서는 지역 장인들의 제작 시연과 전통 공예품 전시가 진행됐다. 바나라시 직물과 피치와이 회화, 파타치트라 회화, 전통 도자기 등 인도의 지역별 공예기술이 소개됐다. 장인들이 직접 제작 과정을 선보이고 관람객과 만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며 공예품 판매를 통해 제작자의 경제활동도 지원했다. 전통 공예를 감상하는 전시와 실제 제작자의 활동을 연결했다는 점에서 미술 전시와는 다른 후원 방식이었다.

해외 공연 유치도 개관 첫해부터 이어졌다. 2023년 5월 3일 그랜드 시어터에서는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이 개막했다. 토니상 수상 경력이 있는 연출가 잭 오브라이언(Jack O'Brien)이 참여한 해외 순회 공연으로, 인도에서는 처음 선보인 무대였다. 같은 해 11월 29일에는 영국 웨스트엔드의 인기 뮤지컬 '맘마미아!(MAMMA MIA!)'가 공연을 시작했다. 해외 유명 뮤지컬을 유치하면서 NMACC는 국제 공연 제작사들이 인도 관객을 만나는 새로운 공연장으로 자리 잡았다.

2024년에는 영국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의 '마틸다(Matilda the Musical)'가 무대에 올랐다. 인도 음악가 아미트 트리베디(Amit Trivedi)의 민속음악 공연과 고전 성악가 카우시키 차크라보르티(Kaushiki Chakraborty)의 공연도 이어졌다. 해외 상업 뮤지컬에 편중되지 않고 인도 고전음악과 대중음악을 함께 편성하면서 공연 장르를 넓혀 갔다.

현대미술 전시에서는 인도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업을 소개하는 기획도 진행됐다. 2024년 아트 하우스에서 열린 '리미널 갭스(Liminal Gaps)'에는 아이샤 싱(Ayesha Singh), 라크스 미디어 컬렉티브(Raqs Media Collective), 아심 와키프(Asim Waqif), 아프라 샤피크(Afrah Shafiq)가 참여했다. 네 개 층을 활용한 설치작품을 통해 건축공간과 관객의 움직임, 도시와 사회를 바라보는 작가들의 시각을 선보였다.

NMACC는 개관 1주년을 맞은 2024년 3월 누적 관객이 10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공연과 전시, 문화 프로그램을 합산한 관람 실적으로, 개관 이후 대규모 복합문화시설에 대한 관객 수요가 형성됐음을 알 수 있다. 다만 누적 관객 수에는 여러 프로그램의 관람 실적이 포함되기 때문에 실제 방문자 수나 유료 관객 규모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인도 뭄바이의 국립공연예술센터(NCPA). NMACC 개관 이전부터 기업가 후원을 바탕으로 공연예술 활동을 이어온 문화시설이다. 2024년 2월 촬영. 사진=DesiBoy101/Wikimedia Commons(CC BY 4.0), K trendy NEWS DB

뭄바이에는 NMACC에 앞서 기업가들의 후원으로 설립된 공연예술 시설들이 자리해 왔다. 1969년 개관한 국립공연예술센터(National Centre for the Performing Arts·NCPA)는 기업가 J. R. D. 타타(J. R. D. Tata)와 잠셰드 바바(Jamshed Bhabha)의 구상에서 출발했다. 인도 고전음악과 무용, 연극, 오페라를 위한 공연시설을 갖추고 전통 공연예술의 보존과 국제 교류에 참여해 왔다. 인도 심포니 오케스트라(Symphony Orchestra of India)도 NCPA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1978년 문을 연 프리트비 극장(Prithvi Theatre)은 영화배우 샤시 카푸르(Shashi Kapoor)와 제니퍼 카푸르(Jennifer Kapoor)가 설립했다. 소규모 연극 공연과 배우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며 뭄바이 연극문화의 기반을 넓혀온 시설이다. 타타그룹과 인연이 깊은 NCPA가 전통 공연예술의 보존과 전문 공연단체의 활동에 중점을 두고, 프리트비 극장이 연극 창작과 공연에 집중해 왔다면 NMACC는 국제 상업 뮤지컬과 현대미술, 전통 공예를 하나의 복합문화시설에서 운영한다.

릴라이언스그룹의 문화시설 투자는 뭄바이의 상업·도시개발과도 연결돼 있다. NMACC가 자리한 지오 월드센터는 문화시설만을 위한 독립 단지가 아니라 기업 행사와 상업시설, 업무시설이 결합된 복합시설이다. 국제 공연과 전시가 방문객을 유치하고 주변 상업시설의 이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기업이 문화예술 후원을 통해 공공적인 문화공간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복합시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사업 구조다.

NMACC 그랜드 시어터의 고급 관람석인 다이아몬드 박스(Diamond Box). 일반 객석과 구분되는 박스형 좌석으로 마련됐다. 2026년 6월 촬영. 사진=DesiBoy101/Wikimedia Commons(CC BY 4.0), K trendy NEWS DB

공연과 전시의 관람료에서는 차이가 나타났다. 2023년 '맘마미아!' 공연의 최저 관람료는 1200루피였으며 다이아몬드 박스 등 고급 좌석은 2만1250~3만2500루피 수준이었다. 같은 해 열린 '인디아 인 패션'과 '상감/융합' 전시에는 199루피 수준의 관람료가 책정됐다.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되는 해외 뮤지컬과 미술 전시의 가격 차이가 상당했던 만큼 관람료에 따른 문화 접근성도 운영 과정에서 살펴볼 부분이다.

니타 암바니는 문화센터 개관 당시 어린이와 학생, 고령자와 장애인 등 다양한 계층의 문화예술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학교와 대학을 연계한 예술교육, 전통적인 스승과 제자의 교육 방식인 구루시샤(Guru-Shishya) 프로그램 등도 운영 방향에 포함했다. 국제적인 대형 공연을 유치하는 동시에 문화예술을 배우고 체험할 기회를 넓히려는 구상이다.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2026년 NMACC는 '바츠판(Bachpan)'을 통해 카타르 어린이박물관 다두(Dadu)와 협력한 체험형 전시 '이모션스 랩(Emotions Lab)'을 선보였다. 5~11세 어린이와 가족을 대상으로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활동을 마련해 공연과 미술 관람에서 교육·체험 분야로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현대미술 분야의 국제 협업도 계속됐다. 2026년 7월 3일 아트 하우스에서 개막한 '세컨드 네이처(Second Nature)'는 국제 전시 기획사 슈퍼블루(Superblue)와 협력한 전시다. 일본의 디지털 아트 그룹 팀랩(teamLab), 영국 설치미술가 에스 데블린(Es Devlin), 랜덤 인터내셔널(Random International), A. A. 무라카미(A. A. Murakami), 시몬 헤이던스(Simon Heijdens)가 참여했다. 네 개 층에 설치된 아홉 개의 작품은 자연과 기술, 관객의 참여를 결합했으며 전시는 2027년 1월 10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그랜드 시어터에서는 2026년 10월 24일 영국 작곡가 막스 리히터(Max Richter)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현대 클래식과 전자음악을 결합한 음악으로 알려진 리히터의 공연은 해외 뮤지컬 중심으로 출발한 대극장의 국제 음악 공연 편성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규모 뮤지컬과 현대음악 공연, 시각예술 전시를 병행하는 NMACC의 운영 방식도 이어지고 있다.

2023년 문을 연 NMACC는 공연장 세 곳과 4층 규모의 전시공간을 바탕으로 국제 뮤지컬과 인도 고전음악, 현대미술, 전통 공예, 어린이 문화교육을 선보여 왔다. 릴라이언스 재단의 자본과 국제적인 협력망은 해외 공연 제작사와 미술가들을 뭄바이로 불러들이는 데 활용됐고, 인도 음악가와 공예 장인들에게도 작품을 발표할 공간을 제공했다.

뭄바이는 타타그룹의 후원으로 출발한 NCPA와 연극 중심의 프리트비 극장에 이어 릴라이언스 재단이 설립한 NMACC까지 서로 다른 성격의 민간 문화시설을 갖추게 됐다. NMACC의 대형 공연장과 전시공간은 국제적인 문화예술 프로그램의 유치 기반을 넓혔으며, 소극장과 교육 프로그램은 인도 예술가들의 활동 영역을 보완하고 있다. 개관 3년을 넘긴 문화센터에서는 2026년에도 국제 공연과 장기 현대미술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기업이 설립한 문화시설의 지속적인 운영과 지역 예술가의 참여, 시민의 관람 기회는 앞으로도 NMACC의 문화적 역할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