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메세나③] 인도 직물에서 세계 현대미술까지, NMACC의 전시 전략

샤넬·디올에 남은 인도 복식의 흔적부터 안젤름 키퍼와 인도 현대미술의 만남까지…전통 공예와 국제 예술 교류를 아우른 두 개관 전시

2026-10-30     박준식 기자
인도 뭄바이의 니타 무케시 암바니 문화센터(NMACC) 전경. 사진=Fuzheado/Wikimedia Commons(CC0)

[KtN 박준식 기자] 18세기 영국 동인도회사 선장 존 푸트(John Foote)가 입었던 인도식 의복이 2023년 4월 인도 뭄바이에 등장했다. 영국 화가 조슈아 레이놀즈(Joshua Reynolds)가 1761~1765년 제작한 초상화 속 푸트는 꽃무늬가 장식된 인도식 자마(jama)와 터번을 착용하고 있다. 초상화 옆에는 실제 의복과 허리에 두르는 파트카(patka), 숄이 놓였다. 영국 상류사회가 인도 직물과 의복을 받아들였던 260여 년 전의 복식문화가 되살아난 것이다.

조슈아 레이놀즈가 1761~1765년 제작한 '존 푸트 대위의 초상'. 2023년 NMACC 개관 전시 '인디아 인 패션'에 출품됐다. 사진=York Museums Trust(Public Domain)

인도 뭄바이의 니타 무케시 암바니 문화센터가 2023년 3월 개관과 함께 마련한 '인디아 인 패션(India in Fashion)'에는 18세기부터 현대까지 인도 직물과 복식이 세계 패션에 끼친 영향을 보여주는 의상과 복식 자료 140여 점이 모였다. 유럽 귀족들이 사용한 인도산 직물부터 파리 오트쿠튀르(haute couture)의 드레스, 현대 인도 디자이너들의 작품까지 약 300년에 걸친 복식의 변화가 소개됐다.

같은 시기 NMACC의 현대미술 전용 공간인 아트 하우스(Art House)에서는 '상감/융합(Sangam/Confluence)'이 열렸다. 인도 작가 5명과 해외 작가 5명이 참여해 회화와 조각, 사진, 설치미술 등 50점이 넘는 작품을 선보였다. 독일의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와 인도 전통 목각 장인 샨티바이(Shantibai), 현대미술가 바르티 케르(Bharti Kher)와 란자니 셰타르(Ranjani Shettar) 등의 작품이 네 개 층에 걸쳐 설치됐다.

두 전시는 2023년 4월 3일부터 6월 4일까지 일반 관객에게 공개됐다. 인도 직물의 국제적인 영향과 현대미술가들의 활동을 각각 다루면서 인도의 전통기술과 문화유산이 세계 패션과 미술에 남긴 흔적을 폭넓게 소개했다.

'인디아 인 패션'의 기획은 패션 저널리스트이자 의상사 연구자인 해미시 보울스(Hamish Bowles)가 맡았다. 전시 디자인에는 무대미술가 패트릭 킨먼스(Patrick Kinmonth)와 인도 건축가 루샤드 슈로프(Rooshad Shroff)가 참여했다. 지오 월드 컨벤션센터의 약 5만 제곱피트 규모 공간에는 인도의 전통 건축과 1851년 런던 만국박람회에서 사용된 전시 건축의 특징이 반영됐다.

무굴 건축의 아치와 인도의 계단식 우물, 런던 만국박람회의 수정궁(Crystal Palace)에서 착안한 구조물 사이로 역사적인 의상과 직물들이 배치됐다. 인도의 전통 건축과 유럽의 전시문화를 결합한 공간에서 직물의 생산과 교역, 복식의 변화가 시대별로 이어졌다.

인도는 유럽의 산업화가 본격화되기 이전부터 세계적인 면직물 생산지였다. 벵골과 구자라트, 코로만델 해안에서는 면직물과 견직물이 대량 생산됐고, 17세기 이후 영국과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무역망을 통해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로 수출됐다. 가벼운 질감과 선명한 색채, 정교한 염색기술을 갖춘 인도산 직물은 유럽 상류사회에서 높은 인기를 얻었다.

특히 꽃과 나무, 새 등의 문양을 표현한 친츠(chintz)는 유럽 복식의 변화를 가져온 대표적인 직물이었다. 인도 장인들은 면직물에 천연염료를 사용하고 매염과 방염기법을 결합해 여러 색의 문양을 만들어냈다. 염료가 섬유에 정착하도록 처리하는 과정과 반복적인 염색, 정교한 문양 표현에는 상당한 숙련이 필요했다.

유럽에서는 친츠를 여성 의복뿐 아니라 침대 덮개와 커튼 등 실내 장식에도 사용했다. 인도산 면직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자 영국의 모직물과 견직물 생산업자들은 자국 산업 보호를 요구했다. 18세기 초 영국에서는 인도산 면직물의 수입과 사용을 제한하는 법률이 시행됐다. 인도의 직조와 염색기술이 유럽의 섬유산업 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쳤던 시기였다.

18세기 초 인도 코로만델 해안에서 유럽 수출용으로 제작된 친츠 면직물. 사진=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산업혁명 이후 영국의 기계식 면직물 생산이 확대되면서 인도와 유럽의 섬유 교역도 달라졌다. 영국 직물업체들은 인도산 면직물의 문양과 염색기술을 모방해 대량생산에 나섰고, 산업화된 영국에서 생산한 면직물은 다시 인도 시장으로 유입됐다. 인도 장인들이 오랫동안 발전시켜 온 제작기술이 유럽의 산업 발전에 활용되는 동안 식민지 지배와 무역구조의 변화는 인도 전통 섬유산업에 부담을 안겼다.

인도산 직물이 유럽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만큼 제작에 참여한 장인들의 이름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직물을 생산하고 염색하며 자수를 놓은 사람들의 작업은 유명 패션하우스가 제작한 완성 의상에 포함됐지만, 의상 제작의 역사는 주로 유럽 디자이너의 이름을 중심으로 기록됐다. 18세기 인도 직물과 현대 오트쿠튀르의 의상을 함께 살펴보면 유럽 패션의 발전에 인도 섬유산업이 기여한 범위를 확인할 수 있다.

벵골 지역에서 생산된 모슬린(muslin)도 유럽 여성복의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얇고 가벼운 모슬린은 부드러운 질감과 섬세한 직조기술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인도 장인들이 제작한 모슬린은 유럽에서 가벼운 드레스와 실내 의복을 만드는 데 사용됐다. 몸을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직물의 특성은 기존의 무겁고 장식적인 의복과 다른 형태의 드레스를 제작하는 데 활용됐다.

카슈미르 숄은 18~19세기 유럽 상류사회에서 고급 의복으로 유행했다. 인도 북부 카슈미르 지역에서 제작된 숄은 부드러운 양모와 정교한 직조, 꽃과 덩굴을 활용한 장식 문양이 특징이다. 프랑스와 영국의 귀족 여성들은 드레스 위에 카슈미르 숄을 걸쳤고, 유럽 직물업체들은 인도 숄의 문양을 모방한 제품을 생산했다.

카슈미르의 전통적인 부타(buta) 문양은 스코틀랜드의 직물 생산도시 페이즐리(Paisley)에서도 사용됐다. 굽은 식물 형태의 장식이 반복되는 문양은 유럽의 직물 생산기술과 결합해 대량생산됐고, 이후 페이즐리 문양이라는 이름으로 국제 패션계에 정착했다. 인도의 전통 장식이 유럽의 산업도시를 거쳐 세계적인 디자인 요소로 자리 잡은 것이다.

1851년 런던 만국박람회에서는 인도의 직물과 공예품이 영국 제국의 주요 전시품으로 소개됐다. 카슈미르 숄과 자수 직물, 보석과 장식품은 유럽 관람객의 관심을 받았다. 인도 장인들의 정교한 기술이 국제적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됐지만, 당시 전시는 영국의 식민지 지배와 무역질서 안에서 진행됐다. 인도산 직물이 유럽의 소비시장과 패션산업에 편입되는 과정에는 산업과 정치, 문화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19세기 말부터 유럽의 고급 의상 제작에는 인도에서 생산한 직물과 자수가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영국령 인도 총독의 배우자 메리 커즌(Mary Curzon)이 입었던 의상도 인도 장인들의 직물 제작기술과 유럽 오트쿠튀르의 관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복식이다. 파리의 워스(House of Worth)가 제작한 궁정 의상에는 인도에서 만든 금실 자수 직물이 사용됐다.

20세기 들어 샤넬(Chanel)과 디올(Dior), 이브 생로랑(Yves Saint Laurent), 엘자 스키아파렐리(Elsa Schiaparelli), 장 폴 고티에(Jean Paul Gaultier) 등 유럽 디자이너들은 인도의 직물과 자수, 장식 문양, 전통 의복의 형태를 작품에 활용했다. 인도 복식에서 발전한 소재와 장식기법은 유럽 오트쿠튀르의 고급 수공예와 결합하며 새로운 의상으로 제작됐다.

인도 여성의 대표적인 전통 의상인 사리(sari)는 천의 길이와 주름, 드레이프를 이용해 다양한 형태를 만드는 복식이다. 긴 직물을 몸에 감고 어깨에 걸치는 방식에 따라 실루엣이 달라진다. 허리와 어깨를 따라 형성되는 주름과 부드러운 드레이프는 유럽 이브닝드레스의 디자인에도 활용됐다.

장 폴 고티에는 사리의 드레이프와 장식에서 영향을 받은 의상을 제작했고, 인도 디자이너 타룬 타힐리아니(Tarun Tahiliani)는 현대적인 소재와 재단기술을 활용해 사리의 형태를 새롭게 발전시켰다. 서로 다른 문화권의 디자이너들이 인도 전통복식의 구조와 장식을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해 왔다.

1956년 제작된 디올의 실크 라메 이브닝드레스와 2020년 타룬 타힐리아니의 드레이프 드레스도 함께 소개됐다. 디올은 광택이 있는 실크 소재로 몸을 감싸는 형태를 구현했고, 타힐리아니는 주름을 가공한 튤을 사용해 사리의 드레이프를 현대적인 드레스에 적용했다. 제작 시기가 60년 이상 차이 나는 의상에서 천을 접고 늘어뜨리는 복식 구조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활용됐다.

1960~1970년대 서구의 청년문화에도 인도 의복의 영향이 나타났다. 당시 유럽과 미국의 젊은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은 인도의 종교와 음악, 철학에 관심을 보였고, 현지에서 사용되는 의복과 직물, 장식품을 패션에 받아들였다. 화려한 색채와 프린트, 수공 자수, 느슨한 실루엣은 서구 청년문화의 의복을 구성하는 요소가 됐다. 잔드라 로즈(Zandra Rhodes)와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 등의 작품에도 인도의 색채와 문양, 장식기법이 활용됐다.

현대 인도 패션 디자이너들은 전통 직물과 수공예기술을 국제 패션시장에 맞게 발전시켜 왔다. 사비아사치 무케르지(Sabyasachi Mukherjee)는 인도 전통 자수와 직물을 고급 신부복과 드레스에 활용했고, 마니시 아로라(Manish Arora)는 화려한 색채와 장식적인 문양을 현대적인 의상에 적용했다.

라훌 미슈라(Rahul Mishra)는 인도 장인들의 수공 자수기술을 바탕으로 국제 오트쿠튀르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꽃과 식물, 해양생물 등의 형태를 입체적인 자수로 표현하는 작업에는 여러 장인의 손기술이 사용된다. 전통적인 자수가 의복의 가장자리를 장식하는 역할에서 나아가 드레스 전체의 형태와 질감을 구성하는 요소로 활용된다.

2023년 오트쿠튀르 컬렉션 '코스모스(Cosmos)'의 의상도 소개됐다. 식물과 자연에서 착안한 정교한 수공 자수와 입체적인 장식은 인도 장인들의 제작기술이 현대 고급 패션에서도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업이다. 인도의 전통 직물과 자수기술은 오랜 역사 속의 유물로 남지 않고 현대 디자이너들의 창작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

해미시 보울스는 2023년 전시와 함께 동명의 도록 'India in Fashion: The Impact of Indian Dress and Textiles on the Fashionable Imagination'을 출간했다. 리졸리(Rizzoli)가 발행한 도록에는 인도의 복식과 직물, 유럽과 미국의 패션에 미친 영향, 식민지 무역과 문화교류 등에 관한 연구가 실렸다. 수백 년에 걸친 인도 섬유문화가 복식사와 경제사, 미술사의 자료로 정리됐다.

현대미술 분야에서는 인도와 해외 작가들이 함께 참여한 '상감/융합'이 아트 하우스의 개관을 알렸다. 미국의 전시기획자 제프리 다이치(Jeffrey Deitch)와 인도의 시인이자 미술평론가인 란짓 호스코트(Ranjit Hoskote)가 공동 기획을 맡았다. 회화와 조각, 사진, 설치작품이 네 개 층에 걸쳐 소개됐다.

인도 작가로는 바르티 케르(Bharti Kher), 부펜 카카르(Bhupen Khakhar), 란자니 셰타르(Ranjani Shettar), 라티시 T.(Ratheesh T.), 샨티바이(Shantibai)가 참여했다. 해외 작가는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 세실리 브라운(Cecily Brown), 프란체스코 클레멘테(Francesco Clemente), 린다 벵글리스(Lynda Benglis), 라키브 쇼(Raqib Shaw)였다.

독일 작가 안젤름 키퍼는 고대 문명과 역사, 신화와 종교를 소재로 작품을 제작해 왔다. 인도의 고대 건축과 유럽 문명의 관계에도 관심을 기울였으며, 고대 유적과 사원을 촬영한 사진을 회화와 설치작업에 활용했다. '고대 사유의 형태(The Shape of Ancient Thought, 1996~2012)'는 인도와 그리스·로마 문화권의 고대 사원을 촬영한 흑백사진 아홉 점으로 구성됐다.

키퍼의 작품과 가까운 곳에는 인도 차티스가르주 바스타르 지역에서 활동하는 샨티바이의 목조 기둥이 설치됐다. 샨티바이는 지역 공동체에서 전승해 온 목각기술을 바탕으로 사람과 동물, 식물의 형태를 새긴 작품을 제작해 왔다. 마리아 캄바(Maria Khamba)로 불리는 목조 기념 기둥은 바스타르 지역의 공동체 문화와 신앙, 자연에 대한 인식을 담고 있다.

키퍼의 사진에는 고대 건축물의 석조 구조와 역사적인 유적이 담겼고, 샨티바이의 목조 기둥에는 지역 공동체의 생활과 신앙에서 발전한 조형기술이 사용됐다. 고대 문명과 공동체의 기억을 다루는 두 작가의 작품이 서로 다른 재료와 제작 방식으로 전시장에 놓였다.

키퍼의 '비옥한 초승달 지대(The Fertile Crescent, 2009)'도 소개됐다. 고대 문명의 발생과 역사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으로, 인도의 건축과 역사적 유산에 관한 작가의 연구가 반영됐다. 인도에서 경험한 문화와 역사가 해외 현대미술가의 작품 제작에 영향을 미쳐 온 흐름도 이어졌다.

바르티 케르는 인도 여성들이 이마에 붙이는 빈디(bindi)를 주요 작업 재료로 사용한다. 빈디는 인도의 종교와 관습, 여성의 장식문화에서 사용돼 온 물건이다. 케르는 다양한 색과 크기의 빈디를 평면에 반복적으로 배열하거나 입체작품에 부착해 추상적인 구성을 만든다.

'존재하게 되는 단순한 행위를 두드리는 알고리즘(Algorithm that Taps the Simple Act of Becoming, 2019)'에는 여러 개의 빈디가 원형으로 배열됐다. 작은 장식물의 반복과 간격, 색채가 작품의 형태를 구성한다. 일상적인 장식품을 현대미술의 재료로 활용하면서 인도의 전통문화와 추상적인 조형 표현을 연결한 작업이다.

란자니 셰타르는 자연에서 얻은 재료와 전통적인 제작기술을 활용해 현대 조각을 제작한다. 목재와 섬유, 천연 안료, 금속 등을 사용하며 식물과 자연물에서 착안한 유기적인 형태가 특징이다.

'또 다른 시간에(In another time, 2020)'는 스테인리스 구조물과 모슬린, 천연 염료 등을 사용한 작품이다. 염색한 모슬린을 금속 구조에 감아 가볍게 떠 있는 유기체와 같은 형태를 만들었다. 천의 부드러운 질감과 금속의 곡선이 결합하면서 복잡한 입체 구조를 이룬다.

모슬린은 인도에서 오랫동안 의복 제작에 사용해 온 직물이다. 벵골의 얇고 섬세한 면직물은 유럽의 드레스 제작에 영향을 미쳤고, 현대미술에서는 조각의 형태와 공간을 구성하는 재료로 활용되고 있다. 직조와 염색으로 완성된 천이 의복과 조각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맡고 있다.

부펜 카카르는 인도의 도시생활과 사람들의 관계, 개인의 정체성을 회화로 다뤄왔다. 실내 공간과 거리, 일상에서 만나는 인물을 소재로 삼았으며 인도 사회의 다양한 계층과 생활문화를 작품에 담았다. 라티시 T. 역시 인도 케랄라 지역의 생활과 사람들의 경험을 회화로 표현해 왔다.

해외 작가들도 인도 문화와 다양한 관계를 맺어 왔다. 이탈리아 출신의 프란체스코 클레멘테는 인도에서 오랫동안 생활하고 작업하며 현지의 종교와 철학, 회화 전통을 작품에 반영했다. 카슈미르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하는 라키브 쇼는 섬세한 장식과 환상적인 풍경, 동물과 식물의 형상을 결합한 회화를 제작한다.

미국의 조각가 린다 벵글리스는 입체적인 재료와 형태를 활용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상감/융합'에는 '파워 타워(Power Tower)'가 소개됐다. 영국 출신의 세실리 브라운은 인물의 형태와 추상적인 붓질이 결합된 회화로 현대미술계에서 활동해 왔다. 인도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서로 다른 지역과 세대의 회화, 조각, 설치작품이 전시됐다.

니타 암바니와 릴라이언스 재단(Reliance Foundation)이 설립한 NMACC는 대규모 공연장과 현대미술 전용 공간을 갖춘 민간 복합문화시설이다. 개관 당시 '인디아 인 패션'에는 해외 박물관과 개인 소장가들이 보유한 역사적인 의상이 모였고, '상감/융합'에는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작가들과 인도 지역 예술가들이 참여했다.

역사적인 의상의 국제 대여에는 운송과 보존, 온도·습도 관리, 전문인력의 설치 작업이 필요하다. 대형 설치미술 역시 작품의 크기와 재료, 공간의 구조에 맞춰 전문적인 전시 설계와 설치가 이뤄져야 한다. 릴라이언스 재단의 문화시설 투자는 국제 전시를 개최하는 데 필요한 시설과 전문인력, 해외 미술기관과의 협력을 뒷받침했다.

인도 직물은 오랫동안 유럽과 북미의 박물관에서 수집·연구돼 왔다. 18세기 친츠와 모슬린, 카슈미르 숄부터 유럽 오트쿠튀르의 역사적인 의상까지 주요 소장품을 뭄바이로 모으면서 인도 관객들이 자국의 직물과 복식이 세계 패션에 끼친 영향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인도의 현대미술가들도 해외 작가들과 함께 작품을 발표했다. 바르티 케르의 빈디와 란자니 셰타르의 모슬린, 샨티바이의 목조 기둥은 인도의 전통적인 재료와 제작기술을 활용한 작품이다. 안젤름 키퍼와 프란체스코 클레멘테, 라키브 쇼 등 해외 작가들의 작업에도 인도의 건축과 종교, 회화 전통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반영돼 있다.

2023년 6월 4일 막을 내린 두 개관 전시에는 역사적인 의상 140여 점과 현대미술 작품 50여 점이 소개됐다. '인디아 인 패션'에는 세계 패션사에 영향을 미친 인도 직물과 복식의 역사가 담겼고, '상감/융합'에는 인도와 해외 작가 10명의 회화와 조각, 설치작품이 모였다.

인도의 직물과 자수, 전통 회화와 조각기술은 오랜 세월에 걸쳐 세계 패션과 미술의 발전에 영향을 미쳐 왔다. 현대 인도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은 전통적인 재료와 제작기법을 새로운 작품에 활용하며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NMACC의 국제 전시를 통해 인도의 문화유산과 현대미술 작품이 뭄바이에 모였고, 릴라이언스 재단이 마련한 전시공간에서는 인도 예술의 역사와 현재를 함께 살펴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