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환②] AI 활용 400% 급증…한국 제조업 42곳 생산성 30.1% 개선
가트너, 기업별 AI 활용 사업 1년 새 400% 이상 증가…기술 도입 규모보다 실제 생산성·경제적 성과에 주목 이재명 정부 제조업 AI 전환 본격화…AI 팩토리 170곳 지원, 2030년 500곳 구축 추진
[KtN 임우경기자]한국의 제조업 AI 전환(AX) 지원사업에 참여한 42개 사업장에서 생산성이 평균 30.1% 높아지고 제품 불량률은 15.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도체 장비 검사부터 자동차 부품 생산, 선박 용접까지 인공지능(AI)이 실제 제조공정에 적용되면서 생산시간과 품질관리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AI 팩토리 500개를 구축하고 제조업의 AI 활용을 산업단지와 공급망 전반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세계 기업의 AI 도입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정보기술 연구기관 가트너(Gartner)가 10월 19일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IT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조사에서는 기업별 AI 활용 사업이 1년 사이 평균 400%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긍정적인 투자수익을 거둔 AI 활용 사업은 전체의 약 20%에 머물렀다. 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속도와 실제 경제적 성과를 확보하는 속도에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다.
제조업에서는 AI를 설치한 공장의 수보다 생산공정에서 발생한 변화를 측정할 수 있다. 제품을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불량률, 설비 가동시간, 품질검사 비용, 원자재와 에너지 사용량 등이 주요 지표다. AI가 생산설비와 연결돼 실제 작업을 수행하거나 작업자의 판단을 지원하면서 기업의 운영비용을 줄이는지가 산업 전환의 경제적 가치를 결정한다.
산업통상부는 8월 4일 제조업 AI 대전환(M.AX·Manufacturing AI Transformation)의 추진 성과와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AI 팩토리 선도 프로젝트를 통해 약 170개 사업장을 지원했으며, 사업에 비교적 일찍 착수한 42개 사업장을 점검한 결과 생산성과 불량률에서 개선이 나타났다.
생산성 평균 30.1% 증가와 불량률 평균 15.5% 감소는 해당 42개 사업장의 성과다. 제조업 전체의 평균이나 지원받은 170개 사업장 모두의 실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수치는 아니다. 생산공정의 종류와 기존 자동화 수준, 설비의 노후 정도에 따라 AI 도입의 효과가 달라지는 만큼 산업별·기업별 성과를 구분해 살필 필요가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품질검사와 장비 재자원화 공정에서 변화가 나타났다. 신한다이아몬드는 반도체 웨이퍼 연마공정에 사용하는 CMP 디스크에 AI 기반 자동검사 시스템을 도입해 품질검사 시간을 33% 줄였다. 서플러스글로벌은 반도체 장비를 해체하고 부품을 선별·회수하는 공정에 AI를 적용해 생산성을 66.7% 높였다.
반도체 제조와 관련된 두 기업이 AI를 적용한 업무는 서로 다르다. 신한다이아몬드는 제품의 품질을 검사하는 과정에 AI를 활용했고, 서플러스글로벌은 중고 장비를 해체하고 부품을 회수하는 공정의 효율을 높이는 데 적용했다. 같은 산업에 속하더라도 생산과 검사, 재자원화에 필요한 데이터와 AI의 역할에는 차이가 있다.
품질검사에 적용하는 AI는 제품의 이미지와 검사 데이터를 분석해 불량 가능성이 있는 부분을 찾아내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기존 검사장비와 연계하면 반복적인 검사시간을 줄이고 작업자가 이상이 발생한 제품을 집중적으로 살피도록 지원할 수 있다. 실제 생산성은 검사에 걸리는 시간뿐 아니라 판정의 정확성, 추가 검사와 재작업에 필요한 비용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배터리 생산과 설비 유지관리에서 성과가 나타났다. 아산성우하이텍은 전기차 배터리 무인 자율제조 시스템을 도입해 품질검사 시간을 90% 단축했다. 화신은 배터리 케이스 생산공정에 설비 예지보전 시스템을 적용해 제품 불량률을 20% 낮췄다.
아산성우하이텍의 품질검사 시간 단축은 생산공정에서 AI와 자동화 기술을 결합해 작업시간을 줄인 결과다. 화신의 예지보전 시스템은 설비의 상태를 분석하고 이상 징후를 조기에 파악해 품질관리를 개선하는 방식이다. 한쪽은 검사공정의 속도를 높였고, 다른 한쪽은 설비의 상태를 관리해 불량 발생을 줄였다.
자동차 부품 생산에서는 수많은 공정이 연결돼 있어 특정 설비의 작동 상태가 다른 생산라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설비 고장으로 생산이 중단되면 작업시간과 납품 일정, 재고관리에 부담이 발생한다. AI를 활용한 예지보전은 센서와 운전 기록을 분석해 설비의 이상 가능성을 판단하고 정비 일정을 조정하는 데 활용된다.
예지보전의 경제적 효과는 설비를 얼마나 자주 점검했는지보다 계획하지 않은 생산 중단과 수리비용이 얼마나 줄었는지에 따라 평가할 수 있다. 부품 교체 시기를 적절하게 조정하고 설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면 생산량과 품질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조선업에서는 용접과 검사공정의 개선이 눈에 띈다. HD현대삼호는 선박의 조타장치와 방향타를 연결하는 축을 지지하는 구조물인 러더트렁크의 용접·생산공정에 AI 기반 자율용접 및 검사 솔루션을 적용했다. 해당 공정의 생산성은 50% 높아졌다.
이엔케이는 조선 및 특수가스용 고압 실린더 검사에 AI 비전검사 시스템을 도입해 검사시간을 22% 줄였다. AI가 제조공정의 반복적인 작업과 품질검사를 지원하면서 생산현장의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선박 제조는 자동차와 반도체의 대량생산 공정과 다른 특성을 갖는다. 선종과 선박의 크기, 발주 조건에 따라 작업 내용이 달라지고, 대형 구조물의 제작과 조립에는 다양한 협력업체가 참여한다. 작업공간과 부품의 크기가 일정하지 않은 용접공정에서는 설비의 위치와 작업 조건에 맞춰 로봇과 AI를 조정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조선소의 AI 전환은 개별 공정의 자동화를 넘어 설계와 생산계획, 자재 운송, 품질검사까지 연결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설계 정보와 생산 일정이 연계되면 부품 제작과 조립 순서를 조정하고 공정 간 대기시간을 줄이는 데 활용할 수 있다.
10월 12일 전남 목포에서 열린 조선 M.AX 얼라이언스 전략회의에서는 이러한 산업구조를 반영한 새로운 투자계획이 제시됐다. 산업통상부와 해양수산부는 기존 자율운항선박 중심의 협력체계를 조선소 생산공정까지 확대하고, 2030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1조4000억원 이상을 투입하는 3대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목포·영암 지역에서는 약 5960억원의 민관 투자를 통해 AI 조선소 등대공장을 구축하고 중·대형 블록 조립공정을 개선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HD현대삼호가 블록 생산공정의 AI 기술개발과 실증을 담당하고, HD한국조선해양은 자율물류와 운영 시스템 개발에 참여한다.
대아산업 등 인근 협력업체에도 실증된 기술을 확산할 계획이다. 정부는 관련 기술개발에 약 1600억원, 협력업체의 설비 도입 지원에 약 360억원을 투입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조선소의 핵심 생산기술을 대형 기업에서 검증한 뒤 부품과 블록을 공급하는 기업으로 확대하는 구조다.
거제·부산에서는 약 5000억원 규모의 민관 투자를 통해 조선 기자재 기업의 설계와 생산정보를 연결하는 AI 기반 협업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설계 정보의 표준화와 AI 전환에 참여하며, 기자재 기업이 공유된 정보를 활용해 생산공정을 자동화하도록 지원한다.
대형 조선소는 자체적인 설계 시스템과 생산관리 인력, 기술개발 조직을 갖추고 있지만 중소 기자재 업체는 주문에 따라 다양한 부품을 제작해야 한다. 기업마다 사용하는 설계 프로그램과 생산설비가 다르면 공정 데이터를 공유하는 데 추가적인 시간과 비용이 발생한다.
설계와 생산정보의 표준화는 이러한 차이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같은 설계 정보를 협력업체와 공유하고 공정에 적합한 형태로 가공하면 도면을 다시 작성하거나 데이터를 변환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AI가 작업 순서와 자재 사용량을 분석하는 과정에서도 공통된 데이터 체계가 필요하다.
제조업에서 AI를 하나의 공정에 도입하는 일과 여러 기업의 생산체계를 연결하는 일은 적용 범위가 다르다. 개별 공장의 생산성 개선은 해당 기업의 설비와 인력, 데이터에 영향을 받지만 공급망 전체의 생산성은 원청기업과 협력업체의 일정 및 정보 공유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이재명 정부가 제조업 AI 전환을 산업단지와 지역 단위로 확대하는 정책도 이러한 구조를 반영한다.
2025년 9월 출범한 M.AX 얼라이언스는 제조기업과 AI 기업, 대학, 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는 산·관·학·연 협력체다. 출범 당시 약 1000개 기관이 참여했으며 올해 8월에는 참여 기관이 약 1500개로 늘었다.
올해 2월에는 산업단지의 AI 전환을 담당하는 산단 AX 분과가 신설됐다. AI 팩토리와 AI 반도체, AI 로봇 등 11개 분과로 협력체계를 구성해 제조공정과 제품개발, 지역 산업단지에 AI를 적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제조기업과 AI 기업의 협업은 산업용 AI의 개발 방식에도 영향을 준다. 제조기업은 설비 운영과 공정의 특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AI 기업은 해당 데이터를 학습해 생산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모델과 서비스를 개발한다. 대학과 연구기관은 알고리즘 개발과 성능 검증, 전문인력 양성 등의 역할을 맡는다.
기업들이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조 AI 모델과 데이터를 확보하면 기술개발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비슷한 공정을 운영하는 기업이 기존에 개발된 기술을 활용하고 자체 설비에 맞춰 조정하는 방식도 가능해진다.
가트너가 제시한 AI 가치·위험 플라이휠(Value-Risk Flywheel)은 이러한 기업의 운영 방식과 연결해 살펴볼 수 있다. AI 사업에서 얻은 기술과 데이터, 업무 경험을 축적해 다른 사업에 활용하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때 필요한 개발기간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제조업에서도 한 공장의 품질검사 시스템을 다른 공장에 적용하거나 설비 예지보전 기술을 비슷한 생산라인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와 경험을 활용할 수 있다. 공장의 규모와 설비가 다르더라도 공통으로 사용하는 분석 기술과 데이터 관리체계를 확보하면 기술의 확산 속도를 높일 수 있다.
AI 활용 사업이 400% 넘게 늘어났다는 가트너의 조사 결과는 기업 전반의 기술 도입 속도를 보여준다. 한국의 AI 팩토리 42개 사업장에서 집계된 평균 생산성 개선율은 실제 제조공정의 변화를 보여주는 별개의 수치다. 두 결과는 조사 대상과 측정 기준이 다르지만 AI 활용 규모와 생산성 성과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산업적 흐름을 설명한다.
한국 제조업에서는 개별 공정에서 검증된 기술을 다른 기업과 산업단지로 확대하는 일이 정책의 주요 방향으로 설정됐다.
산업통상부는 2030년까지 AI 팩토리 500개 구축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제조 데이터의 수집과 AI 모델의 개발·실증을 지원하고, 생산공정 전체를 AI가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풀스택 AI 팩토리의 핵심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풀스택 AI 팩토리는 생산공정의 일부를 자동화하는 수준에서 생산계획과 설비 운영, 물류와 품질관리 등 공장 운영의 여러 기능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개별 설비에서 수집한 정보가 공장 전체의 생산관리 시스템과 연결되면 작업 순서와 설비 가동계획을 종합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공장 전체의 AI 운영에는 여러 종류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설비의 작동 상태와 생산기록, 품질검사 결과, 작업시간과 자재 사용량 등을 연계해야 한다. 데이터가 수집되는 방식과 정확도가 서로 다르면 AI 모델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정리와 검증이 필요하다.
기업의 생산정보에는 제품의 제조방법과 공정 조건 등 중요한 영업정보도 포함돼 있다. 제조 데이터를 공동으로 활용하는 과정에서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범위와 활용 목적을 정하고, 기업별 기술과 영업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관리체계를 갖춰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제조데이터 라이브러리는 AI 팩토리와 제조업 관련 사업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관리하고 산업용 AI 개발에 활용하기 위한 기반이다. 기업과 사업별로 분산된 데이터를 연결하면서 반복적인 기술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이려는 정책이다.
산업별 데이터의 특성을 반영하는 일도 중요하다. 반도체 공정에서는 미세한 품질 차이와 장비의 운전 조건을 다뤄야 하고, 자동차 부품 생산에서는 제품의 치수와 조립 상태, 설비의 반복 정밀도가 중요하다. 조선업에서는 대형 구조물과 설계정보, 용접과 물류공정에 관한 데이터를 함께 처리해야 한다.
서로 다른 산업의 데이터를 공통 시스템에서 관리하더라도 실제 AI 모델을 개발할 때는 현장의 작업 조건과 전문지식을 반영해야 한다. 생산공정을 이해하는 기술자와 데이터 분석 인력이 협력하는 구조가 필요한 이유다.
제조업의 AI 전환에는 숙련노동자가 축적한 경험을 활용하는 정책도 포함돼 있다.
현장에서는 설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판단하거나 제품의 작은 변화를 감지하는 데 숙련자의 경험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작업자가 오랜 기간 축적한 노하우 가운데 일부는 표준작업서나 설비 운전 기록에 상세하게 남아 있지 않을 수 있다.
정부는 명장과 숙련공이 보유한 경험과 작업 노하우를 데이터로 전환하고 이를 학습한 AI 모델을 개발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숙련인력의 고령화와 세대교체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기존 기술자의 경험을 산업현장에 남기려는 정책이다.
숙련자의 지식을 데이터로 정리하려면 작업 과정과 판단 기준을 구체적으로 기록해야 한다. 어떤 설비 상태에서 작업 조건을 조정하는지, 제품의 품질을 판단할 때 어떤 특징을 살피는지,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어떤 조치를 선택하는지 등을 체계화하는 과정이다.
AI 모델이 학습한 결과를 실제 생산현장에 적용할 때도 경험 많은 작업자의 검증이 필요하다. 생산환경과 설비의 상태가 달라지면 기존 데이터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장 인력의 전문성을 AI 개발과 운영에 활용하는 방식은 기술의 신뢰성과 생산성 개선에도 영향을 준다.
산업 AI 전환이 확대되면서 작업자의 역할도 달라질 수 있다. 반복적인 검사와 자료 정리 업무의 일부를 AI가 수행하면 직원은 설비 관리와 품질 판단, 생산공정 개선에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가 실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려면 직무교육과 작업 절차의 조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특히 중소 제조기업은 AI 전문인력을 자체적으로 확보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 기존 설비를 운영하는 직원이 AI 시스템의 결과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 AI 공급기업이 제조업체와 협력하는 체계도 인력 수요에 대응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재명 정부는 2027년 산업통상부 예산안에 제조 AI 전환과 메가프로젝트 지원 분야 예산 3조7261억원을 편성했다. 2026년보다 128.5% 증가한 규모다. 해당 분야에는 제조 AX와 함께 반도체 등 주요 산업 프로젝트가 포함돼 있어 예산 전체를 AI 팩토리 구축비로 볼 수는 없다.
정부는 제조공장 전체의 AI 운영체계 개발과 숙련인력의 작업 노하우를 데이터로 전환하는 사업, 국가 제조데이터 라이브러리 구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로봇의 주요 부품과 관련 기술의 국산화, 제조업별 AI 활용도 투자 대상에 포함된다.
지역 산업단지의 AI 전환도 확대된다. 기존 10개 실증 산업단지와 올해 추가 선정된 3개 산업단지를 기반으로 지역 제조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이 협력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2030년에는 AI 전환 실증 산업단지를 25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산업단지는 규모가 다른 여러 기업이 생산과 물류, 인력과 설비를 공유하는 공간이다. 대기업이 개발한 생산기술을 협력업체에 적용하거나 대학과 연구기관의 기술을 주변 제조기업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AI 활용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
기업별로 구축하기 어려운 데이터 처리시설과 기술 인프라를 지역에서 공동으로 활용하면 중소기업의 초기 도입비용을 줄일 수 있다. 산업단지의 주력 업종에 맞는 AI 모델과 설비를 개발하고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적용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정부 지원사업의 성과를 평가할 때는 참여 기업 수와 실증사업의 규모에 더해 생산현장의 개선 결과를 살펴야 한다. 기업이 도입한 기술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는지, 제품의 품질과 생산시간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추가적인 운영비용은 어느 정도 발생하는지에 따라 사업의 경제적 효과가 구체화된다.
AI를 도입한 뒤 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지더라도 설비투자와 소프트웨어 이용료, 유지보수 비용을 함께 계산해야 실제 투자수익을 판단할 수 있다. 품질검사 시간이 단축됐다면 작업시간 절감과 함께 검사 정확도와 불량품의 유출 여부도 살펴야 한다. 예지보전 시스템은 고장과 생산 중단을 줄이는 효과뿐 아니라 센서와 분석 시스템을 운영하는 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
생산성 향상이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이어지는 과정에는 시장 수요도 작용한다. 제품의 생산시간이 줄더라도 주문량이 유지되거나 감소하면 설비의 활용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 생산비용을 절감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거나 품질을 개선해 새로운 거래처를 확보하는 경우에는 기술 도입의 경제적 효과가 다른 방식으로 나타난다.
AI 도입으로 확보한 시간과 인력을 새로운 생산활동에 배치하는 방식도 기업마다 다를 수 있다. 작업자의 숙련도와 업무의 특성을 고려해 품질관리와 설비 운영, 공정 개선에 인력을 활용하면 생산성 향상을 장기적인 경쟁력으로 연결할 수 있다.
가트너가 강조한 AI 성과의 축적도 기술의 재사용과 업무 재설계, 조직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기업이 하나의 AI 사업에서 확보한 데이터와 기술을 다른 공정에 활용하고 직원의 업무와 생산관리 방식을 조정할 때 성과를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제조업 정책은 개별 공정의 AI 도입에서 공장 전체의 운영체계와 산업단지, 기업 간 공급망을 연결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170여 개 사업장에 대한 AI 팩토리 지원과 42개 사업장의 초기 성과 측정, M.AX 얼라이언스의 확대, 조선업의 대기업·협력업체 공동 실증사업이 이러한 흐름을 보여준다.
2027년 정부 예산안에는 제조 AI와 주요 산업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확대가 포함됐고, 2030년까지 AI 팩토리 500개와 실증 산업단지 25개를 구축하는 목표도 제시됐다. 제조 데이터의 공동 활용과 현장 전문인력 양성, 대기업에서 검증한 기술의 협력업체 확산이 주요 추진 방향이다.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분야에서 집계된 검사시간 단축과 불량률 감소, 생산성 향상은 AI가 실제 제조공정에 적용되면서 나타난 변화다. 앞으로 산업별 기술을 더 많은 사업장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는 초기 실증에서 확보한 성과를 유지하고 기업의 운영비용과 품질관리 수준을 함께 개선하는 일이 중요해진다.
AI 활용 사업이 세계적으로 1년 사이 400% 넘게 늘어난 가운데 한국 제조업에서는 생산현장의 변화가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AI 팩토리의 확대와 산업단지 중심의 기술 공유, 숙련인력의 지식 활용이 함께 추진되면서 제조업의 생산성 개선은 개별 설비의 자동화에서 공장과 공급망 전체의 운영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넓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