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환⑥] AI 도입 사업체 28.6%…100만 명 직업훈련과 노동자의 새 역할
한국고용정보원, AI 도입 기업의 75.6% 생성형 AI 활용…업무 효율 개선 속 청년 숙련·직무 재설계 중요성 확대 이재명 정부, 2030년까지 100만 명 이상 AI 직업훈련 추진…가트너는 AI 오류 대응과 인간의 최종 감독 강조
[KtN 임우경기자]국내 사업체의 인공지능(AI) 도입률이 28.6%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AI를 도입한 사업체 가운데 75.6%는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인력 감축보다 반복 업무의 부담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술을 사용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기업의 업무 처리 방식이 빠르게 달라지는 가운데 청년의 직무 경험과 중장년의 재교육, AI의 판단을 검증하는 노동자의 전문성이 산업 전환의 주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2030년까지 100만 명 이상에게 AI 직업훈련을 지원하고 직무별 고용 변화를 분석하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8월 31일 발표한 '고용이슈' 2026년 여름호에는 AI가 국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 결과가 담겼다. 고용보험 행정통계와 사업체 실태조사, 재직자 및 청년층 조사를 통해 기술 도입과 고용, 생산성, 직무 변화의 관계를 살폈다. AI가 일부 업무를 대체하는 효과와 노동자의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 새로운 업무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를 함께 분석했다.
2,297개 사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서는 AI 도입률이 28.6%로 나타났다. AI를 도입한 사업체의 75.6%는 생성형 AI를 사용하고 있었다. 기업들은 주로 반복적인 업무를 줄이고 기존 공정을 개선하는 목적으로 기술을 활용한다고 응답했다. AI 도입에 따른 매출 성장 기대는 높았지만 고용이 같은 비율로 증가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기업이 생산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기존 인력의 업무 구성도 달라지고 있다. 사무직에서는 문서 작성과 자료 정리, 정보 검색에 AI를 활용하고, 제조업에서는 설비 상태 분석과 품질검사, 생산계획에 기술을 적용한다. 소프트웨어 개발과 디자인 분야에서도 초안 제작과 반복적인 작업을 AI가 지원하면서 사람이 직접 수행하는 업무의 비중과 순서가 바뀌고 있다.
AI 활용에 따른 효과는 업종별로 차이를 보였다. 기계장비와 연구개발, 정밀기기, 정보통신업 등에서는 AI 인력 수요와 신규 채용 수요가 함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사업지원서비스와 보건·사회서비스,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AI 관련 인력 수요와 신규 채용 수요가 모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 업종도 있었다.
같은 기술을 도입하더라도 기업이 생산을 확대하는지, 기존 업무를 자동화하는지,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지에 따라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진다. 업무의 일부를 자동화해 절약한 시간과 비용을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는 기업에서는 다른 종류의 인력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 기존 사업 규모를 유지하면서 업무 처리방식을 바꾸는 기업에서는 인력 배치와 직무 구성의 변화가 중심이 될 수 있다.
청년층의 고용 변화에는 AI 확산과 함께 인구구조와 노동시장 여건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023년 이후 고용보험 신규 취득자 감소를 분석한 결과 청년 인구 감소와 경제활동참가율 하락 등 노동 공급 요인의 영향이 크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AI에 대한 직무 노출도가 높은 직업과 낮은 직업 모두에서 신규 취득자가 줄어들었다.
30세 미만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는 AI 노출도가 높은 직업군의 고용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2022년을 100으로 설정한 고용지수는 2025년 고노출 직업군에서 86.6, 저노출 직업군에서 92.5를 기록했다. 두 집단의 차이는 5.9포인트였다.
청년층의 고용 감소는 생성형 AI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전부터 진행됐다. 저출생에 따른 청년 인구 감소와 경제활동 참여의 변화, 산업별 채용 여건 등이 함께 작용한 결과다. AI 기술의 확산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때 직업별 업무 내용과 인구구조의 변화를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청년 고용에서 주목할 부분은 일자리의 수와 함께 처음 일을 배우는 과정이다. 신입사원은 자료를 정리하고 문서를 작성하며 선배 직원이 수행한 업무를 보조하는 과정에서 전문성을 쌓는다. 업무의 기본 절차를 익히고 실수를 수정하면서 산업과 조직에 대한 이해를 넓힌다.
생성형 AI는 이러한 초급 업무 가운데 상당 부분을 지원할 수 있다. 문서 초안을 작성하고 데이터를 정리하며 프로그램의 기본 코드를 만드는 작업에 활용된다. 기업은 업무시간을 줄일 수 있지만 청년 직원이 기초적인 작업을 수행하며 숙련도를 높이던 방식도 함께 달라지게 된다.
소프트웨어 개발에서는 AI가 작성한 코드를 검토하고 수정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코드를 직접 작성하는 경험에 더해 프로그램의 구조와 보안, 성능을 이해해야 AI의 결과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 초기 경력자가 코드 작성 과정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하면 복잡한 오류를 해결하거나 시스템을 설계하는 단계에서 추가적인 교육이 필요할 수 있다.
디자인 분야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난다. AI가 시각자료의 초안을 제작하면 디자이너는 결과물을 선택하고 수정하는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색채와 비례, 구성, 제작 목적을 판단하는 전문성은 여전히 중요하다. 기술이 제작의 일부를 담당하더라도 결과물의 적합성을 평가하는 능력은 교육과 경험을 통해 축적된다.
기업의 초급 업무를 AI가 지원하는 환경에서는 직원이 전문성을 습득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단순한 자료 정리부터 시작해 복잡한 판단으로 이동하던 기존의 교육과정에 AI 결과물의 검증과 수정, 실제 업무 적용 경험을 포함하는 방식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정보기술 개발직과 시각·디지털 디자인, 일반 사무직 종사자 305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나타났다. AI 활용에 따른 역량 향상 정도를 5점 척도로 평가한 결과 업무 효율성은 3.4점, 문제해결 능력은 3.15점, 생산성은 3.14점을 기록했다.
창의성은 2.79점, 협업 역량은 2.3점으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AI를 활용하는 직원들이 업무 처리의 효율을 경험하면서도 창의적인 판단과 사람 사이의 협업에서는 다른 수준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는 의미다.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과 전문적인 역량이 성장하는 과정에는 차이가 있다. AI가 반복적인 작업을 줄여주면 직원은 복잡한 업무에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시간이 실제 전문성 향상으로 이어지려면 새로운 업무를 경험하고 결과를 평가받는 조직의 교육·인사체계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기업이 AI 활용 실적을 직원의 업무 평가에 반영하는 방식도 중요해지고 있다. 같은 업무를 더 짧은 시간에 처리하더라도 결과의 정확성과 수정에 필요한 시간, 다른 직원과의 협업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 직원의 업무량과 평가 기준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도 노동환경의 중요한 요소다.
이재명 정부는 이러한 산업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7월 9일 첫 번째 '산업전환 고용안정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안정 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법정 계획으로,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의 확산, 탄소중립 전환에 따른 산업구조와 고용의 변화를 함께 다룬다.
정부는 노사정이 합의한 산업전환 고용안정 7대 기본원칙을 바탕으로 선제 대응과 기회 창출, 성과 향유를 주요 추진 방향으로 설정했다. 기술 전환에 따른 고용 변화를 조기에 파악하고 노동자의 직무전환을 지원하면서 새로운 산업에서 발생하는 고용 기회를 확대하는 내용이다.
2027년에는 한국의 직업과 업무 특성을 반영한 '한국형 AI 노출지수(K-AIOE)'를 개발할 계획이다. 직업별로 수행하는 세부 업무 가운데 AI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을 분석해 산업과 직무의 변화를 파악하기 위한 지표다.
정부는 한국직업정보(KNOW)의 직무 자료 등을 활용해 실제 노동자가 수행하는 업무를 분석할 방침이다. 같은 직업이라도 기업의 규모와 설비, 사용하는 기술과 작업 절차에 따라 AI의 활용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하려는 것이다.
AI 노출지수는 직무가 기술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분석하는 지표다. 높은 노출도가 곧바로 고용 감소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AI가 업무의 일부를 대체할 수 있는 영역과 노동자의 작업을 지원하는 영역을 함께 구분해야 실제 직무 변화의 방향을 살필 수 있다.
정보를 검색하고 문서를 작성하는 업무에서는 생성형 AI의 활용도가 높을 수 있다. 사람의 직접적인 돌봄과 현장 판단, 물리적인 작업이 필요한 업무는 기술을 적용하는 방식이 다르다. 같은 직업 안에서도 자동화가 가능한 업무와 사람이 수행해야 하는 업무가 함께 존재한다.
한국형 AI 노출지수는 산업과 직업을 단순히 구분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실제 업무 단위의 변화를 살펴보는 데 활용될 수 있다. 기업과 노동자가 필요한 재교육의 종류를 선택하고, 정부가 직무전환 지원 대상을 구체화하는 데 필요한 정보도 제공할 수 있다.
노출지수와 함께 추진되는 '한국형 카나리아 대시보드'는 AI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직무의 고용 변화를 산업과 연령별로 추적하는 조기경보 체계다. 고용보험과 일자리 관련 정보를 활용해 특정 직업군의 신규 채용과 고용 유지에 나타나는 변화를 살펴보는 방식이다.
정부는 9월 한국고용정보원과 함께 두 지표의 명칭을 새롭게 정하기 위한 공모전도 진행했다. 카나리아 대시보드는 연구와 개발을 거쳐 2027년까지 구축하는 일정으로 추진되고 있다.
고용 변화를 조기에 파악하면 기업과 노동자, 정부가 직무전환에 필요한 준비를 시작할 수 있다. 특정 업종에서 신규 채용이 줄어들거나 중장년의 이직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날 경우 관련 직업훈련과 취업 지원, 지역 산업정책을 연계하는 방식이다.
지역별 고용 변화도 중요한 분석 대상이다. 산업단지와 제조업이 집중된 지역은 주력 기업의 설비투자와 생산방식에 따라 노동 수요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기업의 AI 도입이 확대되는 속도와 관련 직종의 채용 규모를 함께 살펴보면 지역별 교육훈련 수요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정부는 산업전환에 따른 지역과 업종의 고용 변화를 보여주는 '산업전환 일자리 지도'를 발간하고 한국고용정보원의 관련 분석 조직을 고용 변화 관측의 중심 기관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산업정책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단기 1년과 중장기 5년으로 구분해 사전평가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기업의 AI 투자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고용에 대한 평가를 별도로 추진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생산성과 매출 증가 등 산업적 성과를 측정하면서 노동자의 고용과 직무 변화도 함께 분석하는 구조다.
정부가 제시한 재교육 계획에는 2030년까지 100만 명 이상에게 AI 직업훈련을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목표로, 국민내일배움카드와 실무 중심 교육훈련, 지역별 훈련 기반 확충 등을 활용할 계획이다.
지원 방향은 생애주기에 따라 구분된다. 모든 국민이 필요한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청년에게는 실무 중심의 성장 기회를, 중장년에게는 경력 재설계와 새로운 분야로 이동할 수 있는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청년층의 교육은 AI 기술을 직접 개발하는 전문인력 양성과 기존 직업에서 AI를 활용하는 실무교육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산업별로 필요한 지식과 기술이 다르기 때문이다. 제조업에서는 설비와 공정 데이터를 이해하는 능력이 중요하고, 사무직에서는 문서와 정보의 정확성을 검증하는 역량이 중요하다.
AI 기술을 사용하는 능력은 프로그램의 조작 방법을 익히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는다. 어떤 업무에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판단하고 결과를 검토하며 오류가 발생했을 때 대응할 수 있어야 실제 업무에서 기술을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정부는 AI와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 분야의 교육훈련 이력을 기존 국가기술자격에 함께 기재하는 '플러스 자격' 제도도 2027년 신설할 계획이다. 노동자가 기존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습득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려는 정책이다.
전기와 기계, 설비관리 등의 국가기술자격을 가진 노동자가 관련 AI 교육을 이수한 경우 기존의 전문기술과 새로운 디지털 역량을 함께 나타내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산업현장에서 축적된 숙련기술을 유지하면서 기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다.
중장년 노동자의 직무전환도 정책의 주요 대상이다. 정부는 재취업지원서비스 의무 사업장의 기준을 2026년 상시근로자 1,000명 이상에서 2027년 500명 이상, 2029년 300명 이상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계획을 마련했다.
오랜 기간 같은 산업과 직무에서 근무한 노동자는 설비의 운전과 품질관리, 고객 응대 등에서 전문성을 축적한다. AI 기술을 도입하는 기업은 기존 직원의 경험을 새로운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과 직무 배치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제조업의 숙련노동자는 설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판단하고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변화를 살피는 경험을 갖고 있다. AI가 설비의 센서 정보와 생산기록을 분석하면 숙련자는 분석 결과를 현장의 조건과 비교하고 필요한 조치를 결정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설비 운영에 대한 경험이 많은 직원은 AI가 제시한 예측 결과의 적절성을 평가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작업 현장의 특성과 장비의 상태를 이해하는 능력이 기술 운영의 안전성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AI가 처리하는 업무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기술의 결과를 검증하는 노동자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글로벌 정보기술 연구기관 가트너(Gartner)는 10월 19일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IT 심포지엄에서 AI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람이 신속하게 대응하는 체계를 강조했다. AI의 자율성이 확대되면서 모델과 에이전트가 수행하는 작업을 감독하고 오류를 복구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가트너가 제안한 'AI 구조팀(AI Rescue Team)'은 AI 모델의 오류를 파악하고 문제가 발생한 시스템을 분리하며 필요한 경우 접근권한을 회수하거나 작동을 중단하는 역할을 맡는다. 기술적 오류가 다른 시스템으로 확산되는 것을 줄이고 안전한 운영 상태를 회복하기 위한 조직적 대응 개념이다.
AI 에이전트는 여러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연결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고객정보를 검색하고 문서를 작성하며 기업의 내부 시스템에 정보를 입력하는 작업도 가능하다. 이런 환경에서는 모델의 정확성과 함께 실행할 수 있는 작업의 범위와 승인 절차, 결과 기록을 관리해야 한다.
고객관리 시스템에 연결된 AI가 잘못된 정보를 입력한 경우에는 오류가 발생한 구간을 찾아 수정해야 한다. 외부 시스템에 부적절하게 접근한 상황에서는 권한을 회수하고 작업을 중단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담당자가 실행 결과와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기록을 남기는 체계도 중요하다.
제조업에서도 AI의 감독과 오류 대응은 작업자의 전문성과 연결된다. AI가 설비의 운전 조건을 분석해 변경을 제안한다면 현장에서는 생산설비의 안전성과 품질, 실제 작업 조건을 검토해야 한다. 자동화 수준이 높아질수록 기계와 소프트웨어, 작업자의 역할을 구분하는 운영 절차가 중요해진다.
AI가 수행한 작업의 결과를 사람이 검토하는 방식은 업무의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반복적인 정보 정리와 문서 작성에서는 결과를 확인하는 절차가 중심이 될 수 있고, 중요한 설비의 운영이나 고객의 권리에 영향을 미치는 업무에서는 사전 승인과 실행 중단 기능까지 갖춰야 할 수 있다.
AI의 오류를 감독하는 책임을 노동자에게 부여하는 기업에서는 직원이 실제로 시스템을 점검하고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을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 처리 과정을 이해하기 어려운 시스템이나 작업을 중단할 수 없는 운영환경에서는 담당자의 감독 기능이 제한될 수 있다.
기업의 정보기술 부서와 보안 담당자, 현장 관리자와 실무자가 서로 다른 역할을 맡는 만큼 오류 발생 시 보고와 승인, 복구 절차를 미리 정해둘 필요가 있다. 기술적인 대응 능력과 조직의 책임체계가 연결돼야 실제 사고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AI 구조팀이라는 개념은 노동자의 역할이 단순히 자동화된 업무를 감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한다. 새로운 AI 기술을 활용해 업무를 개선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능력 역시 사람의 전문성에서 출발한다.
기업에서 사용하는 AI 서비스의 범위와 한계를 이해하고 실제 업무에 적합한 기능을 설계하는 사람은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업무의 특성을 이해하는 직원과 기술개발 인력이 협력하면 AI를 적용할 수 있는 영역을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운영 과정에서 필요한 개선 방향을 찾을 수 있다.
AI와 인간의 협업이 확대되면서 노동환경의 관리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기업은 업무 배정과 작업시간, 성과평가에 디지털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AI 기반 업무관리 기술이 확대되면 작업자의 수행 기록과 처리 속도를 분석해 업무를 배정하거나 평가하는 방식도 가능해진다.
정부는 7월 발표한 산업전환 고용안정 기본계획에 일감 배정 알고리즘 등 디지털 기술과 노동자의 위험·사고 사이의 관계를 조사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AI와 자동화가 노동자의 작업 방식과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하려는 계획이다.
업무 배정에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시스템은 작업량과 위치, 처리시간 등 여러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작업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실제 노동자의 작업환경과 휴식시간, 업무 난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작업 속도를 높이는 목표와 노동자의 안전을 보호하는 기준을 조정하는 일이 중요해진다.
업무 성과를 평가하는 과정에서는 AI가 분석한 결과의 정확성과 직원이 설명하거나 수정할 수 있는 절차도 고려해야 한다. 같은 처리시간이라도 담당 업무의 복잡성과 고객의 상황, 장비의 상태에 따라 필요한 노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AI가 업무량과 생산성을 측정하는 기술로 사용될수록 노동자는 시스템의 평가 기준과 실제 업무 조건 사이의 관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기업 역시 기술을 도입하면서 평가와 보상, 근로시간 관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직원과 협의하는 구조를 마련할 수 있다.
이재명 정부는 AI·자동화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 노동시간 단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관련 모델을 개발하고 '실근로시간 단축 지원법' 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기술의 활용으로 절약한 시간을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노동자의 생활에 어떻게 반영할지에 관한 정책이다.
AI 도입 이후 업무 처리시간이 줄어들면 기업은 생산량과 서비스 규모를 늘리거나 직원의 근로시간을 조정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생산성 향상의 성과가 임금과 근로시간, 직무교육 기회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기업의 경영 방식과 노사 협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산업 전환의 성과를 기업과 노동자, 협력업체가 함께 누릴 수 있도록 성과공유제의 적용 범위를 넓히고 상생협력기금을 협력업체 노동자의 전환훈련과 고용유지에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 협력업체가 함께 참여하는 제조업 공급망에서는 기술 도입의 효과가 기업별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대기업은 AI 기반 생산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효율을 높이지만 협력업체는 새로운 설비와 교육에 비용을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기술과 데이터 기반을 확보하고 협력업체 직원의 교육을 지원하면 공급망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생산성 향상의 성과를 기술 투자와 교육, 고용유지로 연결하는 방식은 산업 전환의 지속성에도 영향을 준다.
지역별 산업구조 역시 고용 전환의 범위를 결정한다. AI와 자동화가 제조업의 생산방식을 바꾸는 동시에 탄소중립 정책으로 석탄발전과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등 주요 산업의 구조도 달라지고 있다.
정부는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과 지역경제의 변화가 집중되는 곳을 '정의로운 전환 특별지구'로 지정해 고용안정과 신산업 육성, 행정·재정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별 구조 변화가 지역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살피려는 정책이다.
지역의 주력 산업이 변화하면 해당 기업에 근무하는 노동자뿐 아니라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와 물류, 서비스업에도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 기술전환과 산업 재편에 따른 고용 변화를 지역 전체의 경제활동과 연결해 살펴야 하는 이유다.
직무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득의 변화도 정책 논의에 포함됐다. 정부는 2027년 소득기반 고용보험의 시행과 확대를 추진하고, 이직과 재취업 과정에서 임금이 낮아지는 경우 소득을 보전하는 방안도 사회적 논의 대상으로 제시했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기간에는 교육훈련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발생한다. 중장년 노동자가 기존 산업에서 다른 직무로 이동할 때는 이전 경력과 임금 수준이 새로운 직장에서 그대로 유지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재교육과 취업 지원, 고용보험과 소득 보장제도가 함께 작동할 때 노동자는 직무전환을 준비할 여건을 확보할 수 있다.
임금 하락분의 사회적 보전과 새로운 소득 보장 방식은 향후 논의를 통해 구체화할 정책으로 제시됐다. 현재 시행 중인 지원제도와 앞으로 추진할 제도 개편을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재명 정부가 마련한 산업전환 고용안정 기본계획에는 노사정의 사회적 대화를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정부는 산업전환 고용안정 위원회를 신설하고 업종별 분과위원회를 운영해 기업과 노동자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사람과 AI가 함께 일하는 환경을 고려한 노동 분야 AI 윤리 가이드라인 개발도 추진한다.
기술의 도입과 운영에 관한 협의는 실제 노동현장의 조건을 반영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AI가 어느 업무를 수행하는지, 직원의 업무와 평가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필요한 교육과 안전관리 절차는 어떤 방식으로 제공되는지 등을 기업과 노동자가 함께 논의하는 구조다.
AI 활용으로 업무의 일부가 자동화되는 상황에서도 노동자의 전문성을 발전시키는 경로는 유지돼야 한다. 청년은 처음 맡는 업무를 통해 숙련을 쌓고, 중장년은 오랫동안 축적한 경험을 새로운 기술과 연결하며, 현장 관리자는 AI가 수행하는 작업의 정확성과 안전성을 감독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재교육의 성과 역시 교육을 이수한 인원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훈련을 마친 뒤 실제 업무에 AI를 활용하는지, 새로운 직무로 이동했는지, 임금과 고용상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야 노동시장에 미친 효과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100만 명 이상 AI 직업훈련 계획에서도 산업별 수요와 교육과정의 적합성, 지역별 접근성, 교육 이후의 취업과 직무 활용이 중요하다. 직무에 필요한 기술을 구체적으로 구분하고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하면 노동자의 역량 개발과 기업의 인력 수요를 연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한국고용정보원의 2026년 조사에서는 AI를 도입한 사업체가 28.6%였고, 도입 사업체의 75.6%가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있었다. 재직자 조사에서는 효율성과 문제해결 능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나타났으며, 청년 고용에서는 인구구조와 산업별 노동수요가 함께 작용하고 있었다.
가트너는 같은 해 기업의 AI 활용이 늘어날수록 사람의 오류 대응과 감독 역할이 중요해진다고 분석했다. AI 모델을 점검하고 작업을 중단하며 시스템을 안전한 상태로 복구하는 능력은 실제 업무를 이해하는 전문인력과 조직의 관리체계에 의해 뒷받침된다.
이재명 정부는 7월 산업전환 고용안정 기본계획을 통해 2027년 한국형 AI 노출지수 개발과 고용변화 관측체계 구축, 2030년까지 100만 명 이상 AI 직업훈련 지원을 추진하기로 했다. 청년과 중장년의 직무전환을 지원하고 산업별 고용 변화를 분석하며 노동 분야 AI 윤리 기준과 노사정 협의체계도 마련할 계획이다.
AI가 기업의 업무와 생산공정에 적용되면서 노동자의 역할은 반복적인 작업 수행에서 결과 검증과 문제해결, 기술 운영과 새로운 업무 개발로 넓어지고 있다. 기존의 숙련기술과 새로운 AI 활용 능력을 연결하는 교육, 직원이 실제로 감독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운영체계, 산업 전환 과정에서 고용과 소득을 보호하는 제도가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한다.
2027년 한국형 AI 노출지수와 고용변화 관측체계가 구축되고 직업훈련 지원이 확대되면 산업별 직무 변화와 인력 수요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필 수 있게 된다. 기업의 AI 투자와 생산성 향상이 노동자의 역량 개발과 고용안정으로 연결되는 과정도 정책 성과를 판단하는 주요 기준이 될 것이다.
AI가 수행하는 업무가 늘어나는 산업현장에서는 기술의 성능과 함께 사람의 판단과 책임이 중요한 운영 요소로 남는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노동자의 전문성과 숙련을 축적하는 교육체계, 오류에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의 역량이 기업의 생산성과 노동환경을 함께 결정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