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창길 가산농협 조합장…책에서 얻은 지혜 농업현장 아이디어로 승화
문학 소년으로 소설가 꿈꾸기도…창발적 마인드로 농업 혁신 이끌어
[KtN 조영식기자] 한때 소설가를 꿈꿨던 문학 소년이 포도농업의 선두주자가 되고, 농협 조합장으로서 농업인의 권익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포천시 가산농협 김창길 조합장 이야기다.
그의 삶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독서다. 책에서 얻은 지혜는 농업 현장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됐고, 사람을 대하는 겸손과 배려의 밑바탕이 됐다.
책이 귀했던 어린 시절, 김 조합장은 한 권의 책을 몇 번이고 읽으며 마음에 와닿는 명언과 명문장을 따로 기록했다.
김 조합장은 “어렸을 때 주변의 책을 모두 읽고 나니 읽을 책이 없자 농업 전문지 ‘새농민’까지 빠짐없이 반복해서 읽었다.”라면서 “‘새농민’에 수록된 성공한 농가의 경험과 새로운 농업기술, 참신한 아이디어가 훗날 농업경영에 창의적 영감이되었다.”고 회고했다.
문학에 대한 열정도 남달랐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신춘문예에 응모할 생각으로 소설을 한 편 썼다. 떨리는 마음으로 국어 선생님에게 보여줬다.
하지만 돌아온 말은 충격적이었다. 선생님께서 “이래 가지고 밥 벌어 먹고 살겠냐?”고 말했던 것. 충격을 받은 그는 이후 글쓰기를 접었다.
그러나 책 읽는 것은 포기하지 않았다. 지금도 한 달에 3~5권을 읽으며, 가슴에 남는 문장은 반드시 메모하는 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그의 독서법은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 ‘다중독서’다. 집에 읽는 책과 직장에서 읽는 책이 다른 것.
김 조합장은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으면 독서의 피로감을 줄일 수 있고, 책마다 갖고있는 다른 생각이 연결되면서 사고의 폭도 넓어진다”고 설명했다.
독서는 사랑을 전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그는 아내에게 수많은 편지를 썼고, 책에서 배운 아름다운 문장으로 마음을 전해 결혼에 이르렀다.
독서에서 얻은 김창길 조합장의 겸손과 존중은 조직문화에도 스며들었다. 그는 직위와 관계없이 상대방에게 존칭을 사용했다. 나아가 비정규직 직원들의 생일을 특별히 챙기며 낮은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을 살폈다.
‘과수봉지’ 개선… 독서가 농업분야 창의적 혁신 아이디어 원천
김 조합장의 창의성이 돋보이는 대표적인 사례는 과수봉지 개선 사업이다.
기존 과수봉지는 비에 젖으면 찢어져 포도 품질을 저해하여, 상품성을 떨어뜨리는 문제가 있었다. 봉지를 묶는 철끈도 작업 효율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
그는 봉지에 코팅을 해서 내구성을 높였다. 포도 봉지 작업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결속부위 라운딩 방식을 개선에 나섰다. 현장의 불편을 발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겨 사업화에 나선 것이다.
김창길 조합장은 농협중앙회에 과수봉지 개선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공장 설비비의 50%를 지원받았고, 포천시에서도 30%의 지원을 확보해 과수봉지 공장 설립했다. 해당 제품과 방식은 포천을 넘어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되며 농업 현장 개선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조합원 복지카드’로 편의 높여
조합원 복지카드 역시 김 조합장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이전에는 농협에서 지원하는 복지지원과 영농혜택, 그리고 명절이나 생일 등에 구매권을 지급해 왔다. 이는 분실 위험과 잔액 관리의 번거로움이 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김 조합장은 하나의 카드에 필요할 때마다 지원금을 충전하는 방식을 구상했다. 사용 내역과 잔액은 휴대전화 문자로 확인하고, 분실 시 재발급도 가능하도록 했다.
이 방식은 조합원들의 호응을 얻었다. 나아가 다른 금융기관 기관 등에서도 벤치마킹하는 대박사례가 됐다.
책 속 명문장을 ‘손편지’로 나눠…‘인문학 조합장’ 별칭 생겨
김 조합장은 직원들에게도 독서를 권장했다. 하지만 책 읽기가 의무로 느껴지지 않도록 방법을 바꿨다. 자신이 책을 읽으며 필사한 명문장을 손편지에 담아 직원들에게 전달하기 시작한 것이다.
직원들은 책을 직접 읽지 않더라도 김 조합장의 좋은 문장과 감정을 공유하며 조합의 인문학적 분위기가 선순환되었다. 고객 응대와 조합원 관리로 지친 직원들에게 손편지는 정서적 위로이자 격려가 됐다. 이러한 연유로 김창길 조합장은 ‘인문학 조합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때 소설가를 꿈꿨던 문학 소년은 작가의 길을 걷지는 못했다. 하지만 책에서 얻은 지혜를 농업 현장의 아이디어로 발전시키고, 조합원의 편의를 높이며, 직원들의 마음을 살피는 삶을 살아왔다.
그에게 독서는 지식을 쌓는 취미를 넘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을 이해하는 힘의 원천으로 나타났다.
책 속 문장을 가슴에 새기던 소년은 이제 농업 현장에 혁신을 더하고, 사람들의 삶에 따뜻한 문장을 남기는 조합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창길 조합장의 향후 아이디어 키워드는 무엇이 될까?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