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세계섬박람회, 723억 원 투입에도 전시 콘텐츠 빈약…예산 집행 검증 필요

10월 24일 우천 속 현장 안내·자원봉사 운영 양호…국제교류관은 관광사진·설명 패널 중심, 식당·마켓섬 메뉴 차별성 부족 속 계약·검수 논란 확산

2026-10-27     박준식 기자
여수세계섬박람회, 723억 원 투입에도 전시 콘텐츠 빈약…예산 집행 검증 필요.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10월 24일 전남 여수시 돌산읍 진모지구의 2026여수세계섬박람회 주행사장에는 비가 내렸다. 우산을 든 관람객들이 젖은 보행로를 따라 전시관으로 이동했고, 안내 인력과 자원봉사자들은 곳곳에서 관람객의 이동을 도왔다. 실내 전시관과 야외 시설을 연결하는 안내는 궂은 날씨에도 이어졌다. 현장 운영과 방문객 응대는 일반적인 국제박람회나 대규모 전시행사에서 기대하는 수준을 대체로 유지했다.

실내 전시관에서는 아쉬움이 컸다. 세계 여러 섬의 자연과 역사, 문화를 소개하는 국제교류관에는 관광사진과 설명 패널, 전통공예품, 소규모 영상시설이 배치돼 있었다. 하와이와 키리바시, 가나 등 참가 지역의 관광자원과 문화를 접할 수 있었지만 개별 국가의 소개 자료를 나열하는 방식이 두드러졌다. 세계 섬의 생태와 생활, 문화적 차이를 깊이 있게 살펴보기에는 전시물의 내용과 구성이 충분하지 않았다.

2026여수세계섬박람회는 9월 5일부터 11월 4일까지 61일간 돌산 진모지구와 개도·금오도, 여수세계박람회장 일원에서 열린다. '섬, 바다와 미래를 잇다'를 주제로 세계 여러 섬의 자연환경과 생활문화, 미래기술을 소개하는 국제행사다. 10월 24일까지 누적 관람객은 177만5898명으로 집계됐다. 당초 목표인 300만 명의 59.2%에 해당한다.

박람회 직접 사업비는 정부의 국제행사 승인 당시 248억 원에서 723억8000만 원으로 증가했다. 전시·체험 콘텐츠 개발과 운영에 약 90억 원, 공연 등 행사 프로그램에 약 65억 원이 편성된 가운데 실제 전시의 완성도와 제작비 집행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전시가 계약한 내용과 수준으로 제작됐는지, 기존 지역행사에서 활용한 프로그램과 새롭게 제작한 콘텐츠가 명확히 구분됐는지, 납품과 검수·대금 지급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뤄졌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10월 24일 비가 내리는 여수세계섬박람회 주행사장에서 관람객들이 우산을 쓰고 이동하고 있다. 궂은 날씨에도 행사장 안내와 관람객 응대는 이어졌다.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행사장 중심에는 높이 20m, 가로와 세로 각각 40m 규모의 피라미드형 주제관이 자리한다. 외벽에는 대형 미디어파사드가 설치돼 푸른 바다와 물결, 빛의 움직임을 표현한 영상이 재생됐다. 검은색 격자 구조를 따라 영상이 펼쳐지면서 건축물 전체가 하나의 대형 영상시설로 활용됐다. 행사장 밖에서도 시선을 끄는 규모였다.

미디어파사드와 대형 영상은 국내외 박람회와 미술 전시에서 이미 폭넓게 활용되는 기법이다. 건축물 전체를 영상으로 채우거나 자연환경을 디지털 이미지로 표현하는 방식도 새로운 전시 형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여수의 섬과 세계 여러 섬을 소개하는 국제행사라면 영상의 규모뿐 아니라 표현에 사용된 자료와 제작 방식, 콘텐츠가 전달하는 정보의 깊이에서 차별성이 드러나야 한다.

여수는 다도해의 자연환경과 해양생태, 어업과 해운의 역사, 섬 주민의 생활문화 등 풍부한 전시 자원을 갖고 있다. 섬마다 다른 주거 형태와 생활 도구, 해양환경에 적응해 온 방식, 고령화와 인구감소에 따른 변화까지 살펴볼 수 있는 지역이다. 주민의 기록과 실제 생활 도구, 지역별 조사자료를 활용한다면 자연경관을 소개하는 영상보다 한층 깊은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

주제관의 외형과 영상 연출은 시각적 효과를 갖췄지만 섬의 역사와 주민의 생활을 이해할 만한 자료가 얼마나 충실하게 담겼는지는 다른 문제로 남았다. 건축물과 영상시설에 상당한 비용을 투입한 국제행사에서 전시의 문화적 성과는 시설 규모보다 콘텐츠 자체의 완성도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여수세계섬박람회 주제관 외벽에 바다를 형상화한 대형 미디어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피라미드형 건축물과 미디어파사드는 박람회의 대표적인 전시시설이다.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실내 전시관에는 붉은색과 흰색이 교차하는 등대 모형이 설치돼 있었다. 바닥에는 바다를 연상시키는 푸른색 공간이 조성됐고, 주변에는 기둥형 조형물과 사진, 설명 패널, 영상시설이 배치됐다. 등대와 섬의 생활환경을 소개하는 자료들이 이어졌지만 개별 전시물 사이의 연결성은 약했다.

등대는 섬과 육지를 오가는 선박의 안전을 지켜온 해양시설이다. 지역마다 건립 배경과 운영 역사가 다르고 항로의 변화에 따라 기능도 달라졌다. 등대의 외형을 재현하는 데서 나아가 실제 항로와 지역 해양사, 항해기술의 변화, 주민들의 이동에 관한 자료가 함께 제시됐다면 해양시설이 지역사회에서 맡아온 역할까지 살펴볼 수 있었을 것이다.

섬의 주거문화와 생활환경을 소개하는 전시에서도 사진과 설명 패널이 중심을 이뤘다. 해안 지형과 기후에 따라 달라지는 주거 방식, 식수와 전력의 확보, 어업에 사용해 온 도구, 자연재해에 대응하는 생활기술 등은 섬의 특성을 설명하는 중요한 요소다. 개별 정보를 나열한 전시물만으로는 서로 다른 섬의 생활환경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했는지 비교하기 어려웠다.

실물 자료와 기록, 연구 성과를 활용한 전시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으면 관람객에게 전달되는 정보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세계섬박람회라는 국제행사의 성격을 고려하면 섬의 이미지를 소개하는 데서 나아가 주민의 삶과 자연환경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할 필요가 있었다.

여수세계섬박람회 실내 전시관에 붉은색과 흰색이 교차하는 등대 모형이 설치돼 있다. 주변에는 섬과 해양문화를 소재로 한 조형물과 전시시설이 배치됐다.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제교류관의 하와이 전시 공간에는 'HAWAII ISLAND'라는 표기와 함께 여러 관광지의 사진과 자연경관을 소개하는 자료들이 마련됐다. 관광객에게 알려진 명소와 지역의 풍경을 소개하는 이미지가 중심을 이뤘다. 하와이가 가진 자연적·문화적 특성에 비해 전시 내용은 관광 안내에 가까웠다.

하와이는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지질환경과 독자적인 문화, 해양생태, 관광산업의 발전에 따른 지역사회 변화 등 다양한 내용을 다룰 수 있는 지역이다. 자연경관과 관광지를 소개하는 자료에 원주민 문화와 지역의 역사, 관광산업이 주민 생활에 미친 영향까지 연결했다면 섬의 특성을 더욱 풍부하게 전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여수세계섬박람회 국제교류관의 하와이 전시 공간. 자연경관과 관광지를 소개하는 사진, 지역 상징물과 안내자료가 마련돼 있다.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가나 관련 전시 공간에는 국기와 전통공예품, 관광사진, 문화 소개 자료 등이 전시됐다. 지역의 생활문화와 전통적인 장식을 접할 수 있었고, 참가 관계자가 관람객을 직접 응대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국가별 관계자들이 자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활동은 국제교류행사에서 의미 있는 부분이다.

국제교류관 전체의 전시 구성은 개별 국가와 지역의 자료를 나열하는 방식이 강했다. 세계 여러 지역에서 발전해 온 섬과 해양문화를 하나의 주제로 연결하는 전시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자연환경과 생활 방식의 차이, 해양산업의 발전, 주민들이 겪는 사회적 변화를 비교할 수 있는 구성도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

세계의 섬과 해안지역은 해수면 상승과 기후변화, 해양자원 보호, 교통과 물류, 인구감소 등 여러 현안을 안고 있다. 국가와 지역마다 대응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세계섬박람회의 국제교류관이라면 참가국의 관광자원을 소개하는 공간을 넘어 이러한 현실을 비교하고 논의할 수 있는 자료와 전시가 갖춰져야 했다.

여수세계섬박람회 국제교류관의 가나 관련 전시 공간. 국기와 전통공예품, 지역 문화 소개 자료 등이 마련돼 있다.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개막 이후 조직위원회는 전시 해설 인력을 추가 배치하고 인공지능 안내와 드론 조종, 종이배 만들기,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 등을 보강했다. 가족 단위 관람객의 참여를 확대하고 개막 초기 제기됐던 콘텐츠 부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였다.

드론 조종이나 만들기 프로그램은 어린이와 가족 관람객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다. 지역축제와 과학체험 행사에서도 널리 운영되는 프로그램으로, 섬의 역사와 생태, 주민의 생활에 관한 내용이 결합돼야 세계섬박람회만의 전시 경험으로 발전할 수 있다.

미래 교통기술을 소개하는 체험에서도 섬 주민의 생활과 기술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전달할 여지가 있었다. 섬에서는 기상과 해상교통 여건에 따라 주민의 이동이 제한되기도 한다. 새로운 항공·해양 교통기술이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실제 운항에 필요한 비용과 안전 기준은 무엇인지 등을 소개한다면 기술 전시의 내용도 한층 풍부해질 수 있다.

체험 프로그램의 숫자를 늘리는 방식으로는 전시 자체의 독창성과 전문성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 기존 지역축제나 관광행사에서 운영해 온 프로그램과 이번 박람회를 위해 새롭게 제작한 콘텐츠의 범위가 얼마나 다른지도 살펴야 한다.

국제박람회의 전시기획에는 자료 조사와 연구, 저작권 확보, 전문인력의 참여, 실물 전시와 체험시설 제작 등 여러 작업이 포함된다. 과거에 제작된 영상이나 사진을 다시 활용한 경우와 새로운 조사·촬영·제작을 거친 콘텐츠는 비용 구조가 다르다. 기존 자료를 재편집한 작업과 신규 제작한 콘텐츠가 계약과 납품 내역에 어떻게 반영됐는지가 예산 검증의 주요 항목이다.

여수세계섬박람회, 723억 원 투입에도 전시 콘텐츠 빈약…예산 집행 검증 필요.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전시의 일부가 익숙한 형식으로 구성됐다는 사실만으로 기존 행사 콘텐츠를 부당하게 재활용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기존 자료를 적법하게 사용하면서도 새로운 기획을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제작 범위와 비용의 적정성은 계약서와 납품 결과물, 검수조서, 대금 지급 내역을 대조해야 판단할 수 있다.

비가 내리던 10월 24일 안내 인력과 자원봉사자들은 관람객의 이동을 도우며 맡은 업무를 이어갔다. 조직위원회는 박람회 기간 자원봉사자 880명이 참여하며, 하루 약 230명을 현장에 배치하는 체계를 운영해 왔다. 우천 상황에서도 관람객 응대와 기본적인 안내가 유지된 것은 현장 인력의 활동과 맞닿아 있다.

전시 콘텐츠의 기획과 제작, 체험 프로그램 구성, 사업비의 계약·검수·지급은 조직위원회와 발주기관, 제작·운영업체가 담당하는 영역이다. 관람객을 안내하는 현장 인력의 업무 수행은 양호했지만 국제행사에 걸맞은 콘텐츠를 마련하고 결과물을 검수했는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평가가 필요하다.

식음료 시설에서도 박람회 고유의 음식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구성은 제한적이었다. 식당·마켓섬에는 국내외 음식을 판매하는 업체들이 입점해 있었다. '탄탈라이즈(Tantalize)'와 '탐라돈' 등의 매장 간판 아래 메뉴 안내판과 주문·결제 시설이 설치돼 있었고, 관람객들이 식사를 하거나 음식 판매시설을 이용했다.

여수세계섬박람회 식당·마켓섬의 음식 판매시설. 탄탈라이즈 등 외식업체의 매장 간판과 메뉴 안내판, 주문시설이 설치돼 있다.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식당·마켓섬의 공식 메뉴에는 게장반상 1만4900원, 꼬막비빔밥 1만2000원, 갓육회비빔밥 1만5000원, 해물칼국수 1만2000원, 서대회무침 2만5000원, 칠게강정 1만9000원 등이 포함됐다. 세계 음식 메뉴에는 제주탐라돈까스 1만5500원, 목살 바비큐 1만8000원, 비프커리 1만3000원, 규동 1만1000원, 올리브파스타 1만3000원, 쌀국수 1만1000원 등이 마련됐다.

매장별 안내가격은 공식 식당·마켓섬 메뉴와 일치한다. 행사장에는 '탄탈라이즈'의 슬러시 4000원과 '차이홍'의 짜장면 9000원 등 비교적 낮은 가격의 메뉴도 있었다. 식사 메뉴 가운데 상당수는 1만 원을 넘었지만 모든 음식이 고가에 편성된 것은 아니었다.

가격만으로 음식의 품질을 판단할 수는 없다. 식재료와 제공량, 조리 방식, 매장 운영비에 따라 판매가격은 달라진다. 행사장 이용객이 지불하는 비용에 상응하는 음식의 구성과 조리 수준, 서비스가 제공됐는지가 평가의 대상이다.

식당·마켓섬의 메뉴는 일반적인 대형 행사장의 식당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돈가스와 파스타, 국수, 덮밥 등 대중적인 외식 메뉴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지역의 특색을 살린 음식도 마련됐지만 세계 여러 섬의 식재료와 조리문화가 어떤 방식으로 발전해 왔는지 설명하는 내용은 충분하지 않았다.

여수세계섬박람회 식당·마켓섬의 음식 판매시설. 탄탈라이즈 등 외식업체의 매장 간판과 메뉴 안내판, 주문시설이 설치돼 있다.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여수에는 게장과 서대회, 갓김치, 다양한 해산물 요리 등 지역의 음식문화를 소개할 수 있는 자원이 풍부하다. 남해안의 섬마다 어획물과 식재료, 저장 방식과 조리법에도 차이가 있다. 실제 식재료와 전통적인 조리 방식, 지역 주민의 식생활을 함께 소개했다면 식당·마켓섬은 일반적인 식사 공간을 넘어 박람회의 전시 주제와 연결될 수 있었다.

개막 초기에는 1만4900원짜리 게장반상의 가격과 음식 구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9월 9일 공개된 음식 리뷰 영상에는 간장게장과 밥, 김치, 콘샐러드, 김, 국물 등이 제공된 모습이 담겼다. 게장의 살이 충분하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밥의 상태와 반찬 구성, 지역 음식으로서의 특색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조직위원회는 해당 게장반상에 일반적인 돌게보다 원재료 가격이 높은 연평도산 꽃게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업체의 서울 매장보다 3000원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점도 밝혔다. 이후 반찬 종류를 확대하고 조리·배식 과정의 관리와 이용자 만족도 조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개막 초기의 음식 논란은 가격 자체보다 국제행사에서 제공하는 식사의 구성과 지역적 특색에 관한 문제를 남겼다. 여수의 음식문화를 소개하는 행사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식재료와 조리 방식, 음식에 담긴 생활문화를 얼마나 충실하게 구현했는지가 중요한 평가 요소다.

10월 24일 식당·마켓섬에서는 조리 담당자가 철판에서 음식을 만드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즉석 조리와 판매를 위한 시설은 운영되고 있었다. 개별 음식의 실제 맛과 제공량, 재료의 상태는 현장에서 판매된 식사를 직접 확인해야 평가할 수 있는 영역이다. 메뉴의 구성과 가격, 운영 방식은 식당·마켓섬의 문화적 차별성을 살펴볼 수 있는 근거다.

여수세계섬박람회 식당·마켓섬의 조리 담당자가 철판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다. 행사장에는 즉석 조리와 판매가 가능한 식음료 매장이 운영됐다.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주요 식음시설 운영사업자는 외식전문기업 아모제푸드다. 조직위원회는 지난 7월 아모제푸드를 선정하면서 국내외 섬과 연안지역의 음식문화를 반영한 메뉴를 제공하고 식재료 검수와 위생관리, 가격 적정성, 음식 품질을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아모제푸드는 2012여수세계박람회와 2018평창동계올림픽 등 대규모 국제행사의 식음시설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주요 국제행사에서 축적한 운영 경험은 많은 관람객에게 음식을 공급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다. 이번 박람회에서 실제 판매된 메뉴와 제공 방식이 당초 계획한 섬 음식문화의 특색을 충분히 구현했는지는 별도로 살펴볼 부분이다.

대규모 행사에서 안정적인 식음료 공급은 필수적인 운영 조건이다. 동시에 지역 음식을 국제행사의 문화 콘텐츠로 소개하려면 지역 생산자와 식당, 조리 전문가의 참여와 음식에 관한 설명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역 이름이 붙은 메뉴를 판매하는 것과 지역의 음식문화를 깊이 있게 전달하는 일은 서로 다른 수준의 기획을 요구한다.

여수세계섬박람회, 723억 원 투입에도 전시 콘텐츠 빈약…예산 집행 검증 필요.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전시와 식음료 콘텐츠에 대한 평가는 사업비 집행 문제와도 연결된다. 여수세계섬박람회는 2021년 8월 기본사업비 248억 원으로 국제행사 승인을 받았다. 이후 2024년 12월 지방비 428억 원이 추가돼 676억 원으로 늘었고, 2026년에는 사업비가 703억 원과 713억 원을 거쳐 723억8000만 원으로 확대됐다.

국비와 지방비, 행사 자체 수입으로 구성된 직접 사업비와 도로·교통·관광시설 등 연계사업비는 구분해야 한다. 관련 연계사업 77개에 1136억 원이 편성됐다는 자료도 있다. 직접 사업비와 연계사업을 합친 1800억 원대 규모 전체가 전시 콘텐츠 제작에 투입된 예산은 아니다.

직접 사업비에는 주행사장과 전시시설 조성, 안전관리, 콘텐츠 제작, 공연과 홍보, 운영비 등이 포함됐다. 전시·체험 콘텐츠 개발과 운영에 약 90억 원, 테마존 조성에 약 50억 원, 안전시설에 약 47억 원, 홍보·마케팅과 관람객 유치에 약 102억 원이 배정됐다.

여수세계섬박람회, 723억 원 투입에도 전시 콘텐츠 빈약…예산 집행 검증 필요.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주제관 외벽 미디어파사드 구매·설치 사업은 약 24억2000만 원 규모로 발주돼 21억3000만 원에 낙찰됐다. 건축과 설비, 영상시설, 콘텐츠 제작이 서로 다른 계약과 비용 구조를 갖고 있는 만큼 시설 설치비와 영상 콘텐츠 제작비를 구분해 살펴야 한다.

사업비 증액 과정에서는 국제행사 변경 승인 절차도 논란이 됐다. 정부의 국제행사 승인을 받은 뒤 사업 규모가 크게 늘었지만 별도의 사업변경 승인 요청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수시는 지방비 증액에 별도의 변경 승인이 필요하지 않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국제행사 관련 규정의 적용과 실제 승인·협의 내역을 통해 절차의 적정성을 판단해야 하는 사안이다.

10월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전시 콘텐츠와 공연 프로그램의 예산이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국민의힘 진종오 의원은 전시 콘텐츠 90억 원과 행사 프로그램 65억 원 등 모두 155억 원이 편성됐지만 실제 결과물의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여수세계섬박람회, 723억 원 투입에도 전시 콘텐츠 빈약…예산 집행 검증 필요.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당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행사 개막 전 현장을 방문했을 때 전시 콘텐츠가 설치되기 전이어서 시설을 중심으로 점검했다고 설명했다. 콘텐츠 제작은 행정안전부가 직접 지원한 분야가 아니라는 점도 밝혔다. 행사 종료 후 필요하면 감사할 수 있다는 입장도 제시했다.

시설의 구조와 전기·소방, 관람객 이동 동선에 대한 점검과 전시 콘텐츠의 계약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검수는 담당 업무가 다르다. 대형 국제행사의 안전관리와 전시 제작, 공연 운영, 회계 집행에는 각각 책임 있는 기관과 사업자가 참여한다. 실제 전시물의 내용과 완성도, 계약에 따른 납품과 검수는 관련 발주기관의 업무와 직접 연결된다.

10월 14일에는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시민 6732명의 서명을 받아 감사원에 국민감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사업비 증가와 예산 편성·집행, 주행사장 선정과 시설 조성, 전시·체험·공연 콘텐츠의 계약 이행과 검수, 시설 철거와 사후 활용, 연계사업의 중복·부당 집행 의혹 등이 감사 청구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 청구가 이뤄졌다는 사실만으로 계약 위반이나 부당 집행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콘텐츠 제작과 운영, 사업비 증액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은 실제 계약서와 설계·제작 내역, 납품자료, 검수조서, 대금 지급자료를 통해 가려질 사안이다.

여수세계섬박람회 식당·마켓섬의 음식 판매시설. 탄탈라이즈 등 외식업체의 매장 간판과 메뉴 안내판, 주문시설이 설치돼 있다.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세계섬박람회가 기존 지역행사와 차별화된 전시를 제공했는지도 제작 자료와 계약 내역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과거에 사용한 영상과 사진, 프로그램을 활용했다면 사용 범위와 권리 관계, 새로운 기획과 제작에 투입된 비용을 구분해야 한다. 신규 조사·연구를 거친 콘텐츠와 기존 자료를 재편집한 콘텐츠의 비용이 계약서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도 검토할 부분이다.

국제행사에 필요한 공공예산은 계약과 집행, 검수와 정산을 거쳐 사용된다. 실제 납품된 전시물과 행사 프로그램이 계약에서 정한 수준에 도달했는지, 변경 계약과 추가 비용 지급은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기존 자료를 재사용한 작업에 신규 제작비를 지급한 내역은 없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 콘텐츠에 대한 미학적·문화적 평가와 공공예산의 적정성 검증이 만나는 부분이다.

관람객 수와 입장권 실적도 국회에서 논란이 됐다. 10월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이 제시한 9월 말 기준 자료에 따르면 입장권 판매량은 39만3827장이었지만 실제 유료 입장에 사용된 수량은 9만4105장에 그쳤다.

여수세계섬박람회, 723억 원 투입에도 전시 콘텐츠 빈약…예산 집행 검증 필요.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공공기관과 기업 등의 대량 구매도 확인됐다. 한 공공기관은 약 5억 원에 4만8000장을 구매했고,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등을 포함한 6개 기관·기업이 약 11억 원어치의 입장권을 구입한 것으로 제시됐다. 공공기관의 구매 목적과 승인 절차, 입장권의 실제 배부와 사용 내역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다.

입장권 판매량과 실제 관람에 사용된 수량은 성격이 다르다. 행사 개최 전 단체로 구매한 입장권이 이후 사용될 수도 있다. 실제 판매 수입과 유료 관람 실적, 무료 관람객의 규모를 함께 살펴야 행사의 수입과 이용 실적을 파악할 수 있다.

10월 5일까지의 누적 관람객 71만8840명 가운데 유료 관람객은 11만2335명으로 15.6%였고, 무료 관람객은 60만6505명으로 84.4%였다. 조직위원회는 추석과 10월 연휴 기간 무료입장 혜택을 확대하고 공연과 특별행사를 편성해 관람객 유치를 추진했다.

여수세계섬박람회, 723억 원 투입에도 전시 콘텐츠 빈약…예산 집행 검증 필요.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실제 10월 4일에는 13만1905명이 방문해 개막 이후 하루 최대 관람객을 기록했다. 공연을 보기 위한 대기 인파가 몰렸고, 연휴 기간 방문객 수가 크게 늘었다. 전체 관람객 증가에는 무료입장과 공연, 휴일 나들이 수요 등이 함께 작용했다.

10월 24일까지 집계된 177만5898명은 개막 50일간 누적 관람객 수다. 전시와 공연, 무료입장과 특별행사를 통해 행사장을 방문한 관람객이 포함돼 있다. 전시 관람을 목적으로 유료 입장한 사람과 공연 관람을 위해 행사장을 찾은 사람의 구성은 전체 방문객 수만으로 구분할 수 없다.

당초 300만 명으로 설정한 관람객 목표의 산정 과정도 논란이 됐다. 행사 개최 시기를 봄에서 가을로 옮기고 기간을 늘리는 과정에서 관람객 목표가 기존 200만 명에서 300만 명으로 높아졌지만 별도의 수요조사를 다시 실시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예상 입장권 수입과 실제 판매 실적 사이의 차이는 지방재정 부담과도 연결될 수 있다.

여수세계섬박람회, 723억 원 투입에도 전시 콘텐츠 빈약…예산 집행 검증 필요.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조직위원회는 당초 입장권 판매 등을 통해 자체 수입 120억 원 이상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이 가운데 입장권 판매 목표는 96억 원이었다. 10월 5일까지 판매된 입장권은 40만3423장, 판매액은 약 37억6700만 원으로 집계됐다. 목표에 미치지 못하는 자체 수입을 어떤 재원으로 충당할 것인지도 행사 종료 후 결산에서 다뤄질 부분이다.

여수시는 박람회 개최 이후 지역 관광객과 카드 소비가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9월 1일부터 10월 17일까지 주요 관광지 방문객은 약 277만 명으로 집계돼 최근 5년 같은 시기 평균보다 34.4% 많았다. 9월 관광객 카드 소비액도 488억7500만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9% 증가했다.

방문객 증가와 관광 소비 확대는 지역경제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지표다. 박람회 개최와 추석 연휴, 계절적 여행 수요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한 기간인 만큼 전체 증가분을 박람회만의 성과로 계산하기는 어렵다. 관광객의 지출이 실제 지역 업체의 매출과 소득으로 얼마나 이어졌는지도 별도의 분석이 필요한 부분이다.

여수세계섬박람회 식당·마켓섬의 음식 판매시설. 탄탈라이즈 등 외식업체의 매장 간판과 메뉴 안내판, 주문시설이 설치돼 있다.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여수는 2012년 세계박람회를 개최한 경험을 갖고 있으며 남해안의 섬과 해양문화,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국제행사를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도시다. 섬 주민의 생활과 이동, 해양생태, 음식문화, 지역경제와 해양산업 등 전시와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자원도 풍부하다.

10월 24일 현장에서는 일부 자료가 사진과 영상, 설명 패널, 조형물로 소개됐다. 참가국의 문화와 관광자원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도 운영되고 있었다. 그러나 전시의 상당 부분은 익숙한 관광홍보 방식에 머물렀고, 섬의 역사와 주민의 생활, 자연환경의 변화를 깊이 있게 전달하는 구성은 부족했다.

식당·마켓섬에도 여러 나라와 지역의 음식이 마련됐지만 대중적인 외식 메뉴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세계의 섬과 여수의 음식문화를 전시 주제와 연결하는 구성은 제한적이었다. 개막 초기에 제기된 음식 가격과 반찬 구성 논란은 국제행사에서 제공하는 식사의 내용과 수준에 대한 평가로 이어졌다.

여수세계섬박람회 식당·마켓섬의 음식 판매시설. 탄탈라이즈 등 외식업체의 매장 간판과 메뉴 안내판, 주문시설이 설치돼 있다.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우천 속 안내와 운영을 맡은 자원봉사자들은 관람객을 응대하며 맡은 역할을 수행했다. 행사장의 기본적인 운영과 이동 안내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뤄졌다. 전시 콘텐츠의 기획과 제작, 식음료 운영업체의 관리, 사업비의 계약과 검수·지급은 조직위원회와 발주기관, 제작·운영업체가 담당한 업무다.

2026여수세계섬박람회는 11월 4일 폐막한다. 행사 종료 후에는 최종 관람객과 입장료 수입, 전시·체험 콘텐츠의 제작 및 운영 계약, 사업비 변경과 지급 내역, 시설 철거와 사후 활용 비용 등이 결산 대상에 오른다. 국민감사 청구와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의혹도 계약과 회계자료를 통한 검증을 앞두고 있다.

723억8000만 원의 직접 사업비가 투입된 국제행사에서 전시와 체험 콘텐츠가 당초 계약한 수준으로 제작됐는지, 기존 지역행사에서 사용한 자료와 프로그램을 어느 범위까지 활용했는지, 신규 제작과 연구에 지급한 비용이 적정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야 한다. 사업비 증액과 변경 승인, 입장권 판매 및 실제 사용 실적, 시설의 사후 활용 역시 감독기관이 확인할 사안이다.

여수세계섬박람회 식당·마켓섬의 음식 판매시설. 탄탈라이즈 등 외식업체의 매장 간판과 메뉴 안내판, 주문시설이 설치돼 있다.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10월 24일 여수세계섬박람회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안내 인력과 자원봉사자들의 현장 운영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뤄졌다. 반면 전시 콘텐츠는 국제박람회의 규모와 취지에 걸맞은 깊이와 독창성이 부족했고, 식음료 시설에서도 섬 고유의 식문화와 지역적 특색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723억8000만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만큼 조직위원회와 발주기관은 전시·체험 콘텐츠의 제작 내역과 계약금액, 기존 콘텐츠 활용 여부, 납품·검수 결과 및 대금 지급 내역을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감독기관도 사업비 증액 과정과 콘텐츠 제작비의 적정성, 계약 이행과 예산 집행 전반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지난 10월 14일 접수된 국민감사 청구에도 전시·체험 콘텐츠의 계약 이행과 검수, 사업비 증액 및 시설 사후 활용 문제가 포함돼 있다. 11월 4일 폐막을 앞둔 여수세계섬박람회의 사업비 집행과 콘텐츠 제작 실태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