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두의 인터뷰⑧] 누군가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인형이 되기까지, 작가 116room

한 사람의 평온한 잠을 바라던 마음에서 시작된 ‘116호 다락방’ 기묘하고 불완전한 수호인형

2026-11-03     팻두 아티스트

[KtN 팻두 아티스트]  누군가의 악몽을 대신 가져갈 수 있다면 어떨까. 116room의 수호인형은 사랑하는 사람이 잠든 동안만큼은 불안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태어났다. 단 한 사람을 위해 만들었던 인형은 이제 저마다의 이야기와 수호 능력을 지닌 존재가 되어 더 많은 사람의 곁으로 향하고 있다. 

작가가 만든 ‘116호 다락방’에는 조금 기묘하고 불완전한 아이들이 머문다. 반쯤 감긴 눈과 무심한 표정, 조금씩 다른 봉합의 흔적은 고쳐야 할 결점이 아니라 각자를 특별하게 만드는 개성이다. 모두에게 예쁜 인형보다 누군가에게 가장 사랑스러운 인형을 만들고 싶다는 116room 작가를 만나, 작은 존재에 담긴 깊은 마음을 들어봤다.

수호인형을 품에 안고 자신의 작품들 앞에 선 116room 작가. 사진 제공=116room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팻두]
116room 작가님, 안녕하세요! ‘116호 다락방’이라는 이름이 독특한데요. 어떤 세계인지, 작가님 소개와 함께 부탁드립니다.

[116room]
안녕하세요. 수호인형과 수호종을 만드는 116room입니다. 116호 다락방은 조금 기묘하고 불완전한 존재들이 머무는 공간입니다.

각자의 수호 능력을 가진 아이들은 자신을 필요로 하는 주인을 만나면 다락방을 떠납니다. 116이라는 숫자는 제가 태어난 1월 16일에서 가져왔습니다. 말 그대로 저만의 작은 다락방이라는 뜻이에요.

[팻두]
수호인형이라는 개념이 인상적이에요. 처음 인형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전시 현장에서 다양한 수호인형을 직접 선보이고 있다. 각기 다른 개성과 이야기를 담은 인형들이 관람객의 눈길을 끈다. 사진 제공=116room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116room]
오랫동안 사랑했던 사람이 악몽을 자주 꾸었습니다.

그 사람이 잠든 동안만큼은 불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처음 인형을 만들었습니다.

악몽과 아픈 마음을 대신 가져가 주는 존재였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빨간 머리 앤』을 좋아했습니다. 특히 작품 속 다락방에 대한 동경이 컸어요. 전생에 앤이 아니었을까 생각할 정도로 닮은 점도 많다고 느꼈고,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그 공간이 이상하게 늘 그리웠습니다.

어쩌면 그런 마음들이 모여 지금의 116호 다락방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단 한 사람을 위한 인형이었지만, 지금은 더 많은 사람을 지켜주는 아이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팻두]
116room의 인형들은 어딘가 기묘하고 불완전하지만 사랑스럽습니다. 이런 디자인을 추구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116room]
원래 반듯하고 완벽한 것보다 조금 이상하고 낯선 것들을 좋아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기괴하거나 못생겼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그런 모습에서 매력을 느낍니다. 처음에는 제가 갖고 싶은 인형을 찾다가 직접 만들기 시작했어요. 국내에서는 제가 원하는 느낌의 인형을 찾기 어려웠거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금의 디자인이 만들어졌습니다. 모두에게 예쁜 인형보다는 누군가에게 가장 사랑스러운 인형을 만들고 싶습니다.

따스한 햇살이 스며드는 빈티지한 공간에 레이스와 리본으로 장식된 수제 인형들이 놓여 있다. 몽환적이고 포근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사진 제공=116room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팻두]
대표 캐릭터인 토끼 수호종 ‘꾸’는 어떤 존재인가요?

[116room]
꾸는 반쯤 감긴 눈과 무심한 표정이 특징인 토끼 수호종입니다. 꾸는 하나의 정해진 모습만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같은 꾸라도 어떤 모습으로 태어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이야기와 수호 능력을 갖게 됩니다. 같은 존재이지만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가는 셈이죠.

앞으로도 다양한 모습의 꾸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팻두]
수호종마다 특별한 능력과 이야기가 있던데, 이런 설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116room]
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사람마다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가지고 있는 상처나 바라는 것들도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제가 그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나 대신 해주고 싶은 일들이 생깁니다.

그래서 제가 누군가에게 해주고 싶었던 것들을 인형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었습니다. 어떤 아이는 악몽을 먹고, 어떤 아이는 행운을 가져다주고, 또 어떤 아이는 아무 말 없이 곁을 지켜줍니다.

꼭 특별한 능력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작업 노트에 그려진 캐릭터 스케치와 이를 바탕으로 제작된 인형. 작가의 아이디어가 실제 작품으로 탄생하는 창작 과정을 엿볼 수 있다.사진 제공=116room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팻두]
모든 인형을 손으로 직접 만드시는데, 수작업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116room]
같은 도안으로 만들어도 완전히 똑같은 인형은 나오지 않습니다. 눈의 위치나 표정, 봉합의 흔적이 조금씩 달라지기도 합니다. 저는 그런 차이가 오히려 그 아이만의 개성이 된다고 생각해요.

사람도 모두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듯이 인형들도 각자의 모습이 있는 거니까요. 조금 삐뚤어지고 어설픈 부분까지도 그 인형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불완전함이 수작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팻두]
인형을 만들면서 오히려 작가님 자신의 마음이 위로받거나 치유된 경험도 있으셨나요?

[116room]
사실 수호인형을 만들기 시작한 것도 누군가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에서였지만, 돌이켜보면 저 역시 누군가에게 보호받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인형을 만드는 동안에는 복잡했던 생각들이 조금씩 정리되기도 하고, 제가 만든 존재들에게 오히려 위로받는 순간도 있습니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태어난 아이들이지만, 어쩌면 가장 먼저 지켜준 사람은 저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분홍빛 몸체에 독특한 바느질 자국과 리본 장식이 더해진 116room의 수호인형. 불완전함 속에서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작품이다.사진 제공=116room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팻두]
수호인형이 인간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116room]
인간으로 만들어 줄 것 같습니다.

수호인형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태어났지만, 그렇다고 평생 누군가를 위해서만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삶이 생겼다면 그 선택도 존중해 주고 싶습니다. 다만 인간이 된다는 것이 마냥 행복한 일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려주고 싶네요. 그래도 인간이 되고 싶다고 한다면 기꺼이 보내줄 것 같습니다.

[팻두]
앞으로 116room에서 보여주고 싶은 작품과 계획이 궁금합니다!

[116room]
앞으로는 인형뿐 아니라 다양한 오브제와 새로운 형태의 작품으로 116room의 세계를 넓혀가고 싶습니다.

아직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다락방의 모습과 그곳에 사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것들을 하나씩 실제 작품으로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리고 누군가 제 인형을 데려갔을 때 단순히 인형을 샀다기보다, 나를 지켜주는 작은 존재가 생겼다고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의 일상 속에서 오래도록 함께하는 존재가 되었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느리고 따뜻한 것들을 계속 만들어가겠습니다.

다양한 수호인형들이 전시된 공간. 독특한 형태와 섬세한 장식의 인형들이 신비롭고 기묘한 다락방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진 제공=116room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팻두]
감사합니다! 앞으로 116호 다락방에서 태어날 기묘하고 사랑스러운 작업도 기대하겠습니다!


[취재·인터뷰]

팻두

스토리텔링 화가
現) 김포대학교 겸임교수
그림 에세이 『틀에서 깨어나기』 저자
유튜브 〈팻두의 스토리텔링〉 구독자 11만 명
음악 활동 (2006~ / 400여 곡 발표)
국내외 개인전 및 단체전 다수 참여
아트토이 캐릭터 〈도로보도그〉, 〈악구리〉 작가

이메일: kisskell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