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두의 인터뷰⑥] 음악 속으로 잠수하는 작은 탐험가들, 아트토이 작가 CH.75의 ‘소닉오션’

레트로 기계와 심해의 상상력이 만난 아트토이 김철호 작가가 펼치는 ‘Dive into Music’의 세계

2026-10-29     팻두 아티스트

[KtN 팻두 아티스트]  좋아하는 음악에 깊이 빠져드는 순간을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아트토이 작가 CH.75(김철호)는 그 몰입의 경험을 낡은 잠수복을 입은 작은 탐험가들로 표현한다. 오래된 라디오와 카세트 플레이어, 투박한 기계 장치에서 얻은 영감은 그의 손을 거쳐 소리와 음파로 이루어진 우주의 바다, ‘SONIC OCEAN(소닉오션)’으로 이어진다.

이 세계를 탐험하는 ‘스키마코’ 다이버들은 지구에서 흘러온 음악과 감정의 잔향을 모으고, 생명의 에너지원인 ‘사운드 코어’를 정제한다. 벗겨진 페인트와 녹슨 금속의 질감은 이들이 오랫동안 바닷속을 누벼 온 듯한 인상을 남긴다. 

KtN의 팻두 아티스트가 CH.75 작가와 함께 소닉오션의 탄생부터 디지털 조형의 매력,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모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CH.75 작가의 개성 넘치는 아트토이 캐릭터들. 빈티지한 금속 질감과 기계적 요소가 조화를 이룬다. 사진 제공=CH.75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팻두]
CH.75 김철호 작가님, 안녕하세요! ‘D.I.M – SONIC OCEAN’이라는 이름부터 신비로운 바닷속 세계가 떠오르는데요. 이 세계를 만드는 작가님은 어떤 분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CH.75]
안녕하세요. CH.75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트토이 작가 김철호입니다.

제가 만들고 있는 'SONIC OCEAN(소닉오션)'은 먼 우주 어딘가에 존재하는, 소리와 음파로 이루어진 신비로운 바다 세계입니다.

이곳에는 '사운드 코어(Sound Core)'라는 에너지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기계 생명체들이 존재하고, 스키마코는 그중 하나의 다이버 시리즈입니다.

저는 평소 레트로 퓨처리즘, 스팀펑크, 카세트 퓨처리즘 같은 장르를 좋아합니다. 오래된 전화기나 라디오, 카세트 플레이어처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전자기기와 옛날 음악에서도 많은 영감을 받고 있어요.

특히 저는 작업할 때 항상 음악을 듣는 편인데요.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작업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게 됩니다. 어느 순간 이런 제 모습이 마치 음악 속으로 깊이 잠수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Dive into Music', 음악에 빠지다.

이 문장이 제 작업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라고 생각했고, 지금은 작품과 세계관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로 삼고 있습니다.

가재 모양과 잠수복을 연상시키는 금속 질감과 독특한 색감이 돋보인다. 사진 제공=CH.75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팻두]
작가님의 작품을 보면 오래된 잠수복과 기계 장치가 합쳐진 듯한 독특한 매력이 있어요. 처음 이런 스타일의 캐릭터를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특히 음악과 심해, 로봇이라는 요소를 결합하게 된 이유와 영향을 받은 작품이나 작가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CH.75]
가장 큰 출발점은 역시 'Dive into Music'이라는 문장이었습니다.

영어에서 Dive라는 단어는 물속으로 뛰어들거나 잠수한다는 의미가 있지만, 무언가에 깊이 몰입한다는 느낌으로도 사용할 수 있잖아요.

저는 이 두 가지 의미를 시각적으로 표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음악에 빠져든다는 추상적인 감정을 실제로 바닷속을 탐험하는 모습으로 표현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잠수복을 입은 작은 탐험가들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여기에 제가 좋아하는 오래된 기계와 레트로 퓨처리즘의 감성을 더하면서 지금의 디자인이 만들어졌어요.

특히 예전 사람들이 상상했던 미래의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지금 보면 조금 투박하고 비효율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당시에는 굉장히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이었을 테니까요.

저는 그런 투박한 기계들이 가진 묘한 따뜻함이 좋습니다.

그래서 제 작품에도 녹슨 금속이나 낡은 도색, 두꺼운 장갑, 오래된 잠수 장비 같은 요소를 자주 사용합니다. 차갑고 딱딱한 기계이지만 어딘가 살아 있는 것 같고, 낯설면서도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처럼 친근하게 느껴지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습니다.

[팻두]
스키마코는 동물이나 곤충의 특징을 가진 다이버부터 TV나 전화기처럼 일상적인 사물이 결합된 캐릭터까지 정말 다양하잖아요. 이렇게 다양한 시리즈가 탄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또 이 친구들은 SONIC OCEAN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요?

개성 넘치는 아트토이 캐릭터들. 빈티지한 금속 질감과 기계적 요소가 조화를 이룬다. 사진 제공=CH.75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CH.75]
SONIC OCEAN은 지구와 보이지 않는 주파수로 연결되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공생하는 세계입니다.

지구에서 발생하는 음악과 소리, 사람들의 감정과 기억들이 음파가 되어 우주를 떠돌다가 소닉오션으로 흘러들어옵니다.

이곳에서는 우리가 듣는 소리나 느끼는 감정이 단순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물질처럼 축적됩니다.

그리고 그 영향을 받아 다양한 형태의 생명체들이 탄생합니다.

지구의 동물이나 곤충을 닮은 다이버가 있는가 하면, 오래된 TV나 전화기, 오디오 장비의 모습을 가진 기계 생명체들도 존재하죠. 다이버들은 소닉오션을 탐험하며 흩어져 있는 음파와 감정의 잔향을 수집하고, 이를 '사운드 코어'라는 에너지 결정체로 정제합니다.

사운드 코어는 이들에게 생명과도 같은 중요한 에너지원입니다.

하지만 모든 소리가 좋은 에너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의 분노나 불안, 왜곡된 소음 같은 부정적인 파장들이 모이면 '노이즈(Noise)'라는 오염된 생명체가 탄생하기도 합니다.

다이버들은 이런 노이즈를 정화하면서 소닉오션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도 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 과정이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이버들이 정제한 사운드 코어의 맑은 파장은 다시 지구로 돌아가 사람들에게 위로나 새로운 영감이 됩니다.

우리가 어떤 음악을 듣다가 갑자기 마음이 편안해지거나,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이 있잖아요.

저는 어쩌면 그 순간이 소닉오션의 다이버가 보내온 주파수와 우리의 마음이 연결된 순간일지도 모른다고 상상합니다.

[팻두]
작가님의 작품 중에는 TV CRAB, 소닉오션 시리즈, 붐박스 갤럭시처럼 이름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캐릭터가 많아요. 그중에서도 특별히 애착이 가는 작품이나 탄생 과정에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 캐릭터가 있을까요?

탱크 바퀴와 기계 장치를 결합한 CH.75 작가의 로봇 아트토이 시리즈. 독창적인 캐릭터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사진 제공=CH.75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CH.75]
아무래도 가장 애착이 가는 건 스키마코의  다이버 시리즈 입니다.

지금은 정말 다양한 모습의 다이버들이 있지만, 모든 시작은  잠수복을 입은 캐릭터 하나에서 출발했거든요. 처음에는 단순히 제가 좋아하는 잠수복과 기계적인 요소를 조합해 귀여운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하나씩 만들다 보니 이 친구가 어디에서 왔는지, 무엇을 찾으러 다니는지, 어떤 세상에서 살아가는지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됐어요.

그렇게 하나의 캐릭터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지금의 소닉오션이라는 세계로 확장되었습니다. TV CRAB이나 붐박스 갤럭시 같은 작품들도 제가 좋아하는 옛날 전자기기에서 출발한 디자인입니다. 저는 평범한 물건에 생명이나 의지를 부여하는 상상을 좋아해요.

오래된 TV가 어느 날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어떨까? 낡은 오디오가 우주 어딘가를 떠돌아다니고 있다면 어떨까?

이런 사소한 상상들이 새로운 작품의 시작이 되곤 합니다. 그래서 제게 각각의 작품은 독립적인 장난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소닉오션 어딘가에서 실제로 살아가고 있을 것 같은 작은 존재들이기도 합니다.

[팻두]
작가님은 주로 3D 모델링과 3D 프린팅을 활용해 작품을 제작하시잖아요. 전통적인 수작업 조형과 비교했을 때 디지털 조형만의 매력과 장점은 무엇인가요? 또 모델링부터 출력, 도색까지 작업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도 궁금합니다.

다양한 아트토이 작품을 선보이는 CH.75 김철호 작가. 사진 제공=CH.75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CH.75]
저는 3D 모델링의 가장 큰 매력이 머릿속에 떠오른 상상을 비교적 자유롭게 구체화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제가 만드는 작품은 기계적인 구조나 장갑의 분할선, 관절 같은 디테일이 많기 때문에 디지털 조형이 잘 맞는 편입니다.

좌우 대칭이나 부품 간의 비율을 조정하기도 편하고, 하나의 기본 디자인을 바탕으로 다양한 형태의 캐릭터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물론 손으로 직접 만드는 조형에도 디지털 작업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특유의 감성과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두 방식 중 하나가 더 우월하다기보다는 각자 표현할 수 있는 매력이 다르다고 봅니다. 제 작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실루엣과 질감입니다.

아무리 디테일이 많더라도 멀리서 봤을 때 캐릭터의 특징이 확실하게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3D 프린팅으로 출력한 작품이 너무 새것처럼 보이는 것보다는, 실제로 오랜 세월 소닉오션을 탐험해 온 것처럼 느껴지길 바랍니다.

그래서 도색할 때도 일부러 페인트가 벗겨진 표현이나 금속이 산화된 듯한 녹슨 질감을 넣습니다. 그렇게 작업을 마치면 단순한 플라스틱 조형물이 아니라, 정말 어딘가에서 오랫동안 사용되었던 작은 탐사 장비처럼 보이거든요. 저는 그 순간이 가장 재미있습니다.

[팻두]
어느 날 밤, 작업실에 있던 작품들이 전부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수많은 다이버 중 어떤 친구와 가장 먼저 이야기를 나누거나 함께 모험을 떠나고 싶으신가요?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CH.75]
아마 가장 먼저  소닉오션 시리즈의 다이버들를 찾아갈 것 같습니다.

제일 처음 만든 친구이기도 하고, 소닉오션이라는 세계를 함께 시작한 존재니까요. 사실 궁금한 게 정말 많습니다. 소닉오션의 깊은 곳에는 무엇이 있는지, 사운드 코어는 어떤 소리를 내는지, 그리고 이 친구들이 지구에서 흘러온 음악을 어떻게 느끼는지도 물어보고 싶어요.

무엇보다 제가 작업실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이 친구들을 만들었던 것처럼,  다이버 들도 자신만의 음악을 들으며 살아가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이버들과 함께 소닉오션의 가장 깊은 곳까지 잠수해 보고 싶습니다. 물론 심해에서 노이즈를 만나면 저는 뒤에 숨어 있을 것 같지만요. (웃음)

CH.75 작가가 선보이는 다양한 생물 형상의 아트토이. 정교한 금속 표현과 개성 있는 조형미가 돋보인다. 사진 제공=CH.75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팻두]
이번 TTF(대만 토이 페스티벌)에 참여하셨는데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현지 관람객들은 스키마코를 어떻게 바라봤나요? 특히 인기가 많았던 작품이나 기억에 남는 구매자들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CH.75]
해외 전시에 참가할 때마다 가장 흥미롭게 느끼는 부분은 언어와 문화가 달라도 작품을 통해 서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제 작품은 음악이나 오래된 기계처럼 많은 사람이 각자의 추억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 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같은 작품을 보더라도 서로 다른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관람객들이 작품을 보면서 단순히 귀엽다거나 독특하다고 느끼는 것을 넘어, 자신이 어릴 적 사용했던 물건이나 좋아했던 음악을 떠올릴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이번 TTF 역시 제 작품을 새로운 관객들에게 소개하고, 소닉오션이라는 세계가 다른 문화권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해외 전시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제 작품에 담긴 이야기를 조금씩 더 넓혀 가고 싶습니다.

[팻두]
소닉오션 의 세계는 앞으로도 계속 확장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SONIC OCEAN에 꼭 등장시키고 싶은 새로운 다이버나 생명체가 있나요? 그리고 CH.75 작가님이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나 계획도 알려 주세요.

다채로운 메탈릭 색감이 돋보인다. 사진 제공=CH.75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CH.75]
아직 만들고 싶은 캐릭터가 정말 많습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다이버와 다양한 기계 생명체들을 중심으로 작업해 왔지만, 앞으로는 소닉오션이라는 세계 자체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심해에서 살아가는 새로운 생명체들이나 다이버들이 사용하는 탐사 장비, 이동 수단, 그리고 노이즈처럼 다이버들과 대립하는 존재들도 만들어 보고 싶어요.

또 같은 다이버라도 어떤 음악과 감정의 파장을 받아들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설정을 활용해 더욱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고 싶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소닉오션을 단순히 피규어 시리즈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하나의 독립적인 세계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캐릭터뿐만 아니라 다양한 오브제와 움직이는 장치, 음악과 빛을 활용한 작품 등으로 표현의 범위도 넓혀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관람객들이 직접 소닉오션에 들어온 것처럼 느낄 수 있는 전시도 열어 보고 싶어요.

제가 음악을 들으며 느꼈던 몰입과 즐거움을 다른 사람들도 제 작품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Dive into Music.'

앞으로도 이 문장처럼 좋아하는 음악과 상상 속으로 계속 깊이 잠수하며 작업하고 싶습니다.

[팻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SONIC OCEAN에서 펼쳐질  새로운 탐험과 CH.75 작가님의 멋진 작품들을 기대하겠습니다!


[취재·인터뷰]

팻두

스토리텔링 화가
現) 김포대학교 겸임교수
그림 에세이 『틀에서 깨어나기』 저자
유튜브 〈팻두의 스토리텔링〉 구독자 11만 명
음악 활동 (2006~ / 400여 곡 발매)

kisskell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