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인간의 조건③] 정답을 잘 찾는 교육의 한계…경험과 실패가 만드는 새로운 능력
AI가 완성한 답안과 학생의 실제 학습 능력 사이의 격차…한국 AI 중점학교 1141곳 확대 속 성적 중심 교육과 경험·판단력의 가치 재조명
[KtN 임우경기자]생성형 인공지능(AI)이 글을 쓰고 수학 문제를 풀며 프로그램 코드까지 작성하는 시대에 학교 교육의 평가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학생들은 AI를 활용해 복잡한 개념을 설명받고 외국어 문장을 번역하며 보고서를 완성할 수 있다. 과거에는 오랜 시간 공부해야 가능했던 작업을 짧은 시간에 처리하는 환경이 마련됐지만 완성된 결과물의 수준과 학생이 실제로 습득한 지식 사이에서는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정답을 빠르게 찾아내는 능력이 학업 성취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었던 교육체계도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다.
2026년 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생성형 AI가 학생들의 학습 결과물을 개선하더라도 실제 학습 능력의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교육적 목적과 지도 없이 AI에 학습활동을 맡기면 숙제나 보고서의 완성도는 높아질 수 있지만 학생의 이해와 사고 능력이 같은 수준으로 발전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AI가 대신 수행한 작업과 학생이 스스로 습득한 능력을 구분하는 일이 교육현장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독일 뮌헨공과대(TUM) 연구진이 2026년 발표한 프로그래밍 교육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대학의 기초 프로그래밍 강좌 수강생 275명을 대상으로 90분 동안 실습을 진행하면서 AI의 도움을 받는 집단과 일반적인 웹 자료를 활용하는 집단을 비교했다. AI를 사용한 학생들은 프로그램 작성 실습에서 더 높은 점수를 얻었지만 사전·사후 지식평가와 코드 이해도에서는 뚜렷한 학습 향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학생들이 실습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마쳤는지와 프로그래밍의 원리를 얼마나 이해했는지는 서로 다른 결과였다. AI는 작업을 빠르게 완성하도록 도왔고 실습 과정에서 느끼는 부담도 줄였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작동 원리를 배우고 다른 문제에 적용하는 능력은 결과물의 완성도만큼 높아지지 않았다. AI가 제공하는 편리함이 교육적 성취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2025년 발표된 또 다른 무작위 실험에서는 장기적인 기억 유지에서도 차이가 관찰됐다. 대학생 120명을 대상으로 ChatGPT를 활용한 학습과 전통적인 학습 방식을 비교한 연구에서 45일 뒤 실시한 평가의 정답률은 AI 활용 집단이 57.5%, 비교 집단이 68.5%였다. 학습 도구를 사용하는 동안의 편리함과 시간이 지난 뒤 스스로 기억하고 설명하는 능력이 다를 수 있다는 결과였다.
개별 실험의 결과를 모든 학생과 교과목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학습 내용과 AI를 사용하는 방식, 교사의 지도 여부, 평가 시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 실제로 AI가 학생의 학습을 돕는다는 연구도 발표되고 있다. 교육현장에서 나타나는 차이는 기술의 존재 자체보다 학생이 어떤 활동을 AI에 맡기고 어떤 부분을 스스로 수행하는지와 깊이 연결돼 있다.
2026년 7월 공개된 노동경제연구소(IZA)의 무작위 실험에서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대학생들의 지식평가 점수가 평균 0.27표준편차 높아졌다. 학습 직후 나타난 효과는 일주일 뒤 AI 없이 실시한 평가에서도 유지됐다. 특히 AI를 이용해 개념을 설명받고 내용을 이해하는 데 활용한 학생들에게서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반면 글의 작성을 AI에 맡겨 단기적으로 얻은 이점은 도구 없이 다시 작성할 때 유지되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AI의 도움을 받는 방식에 따라 학습 성과가 달라진 것이다. 학생이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설명받거나 자신의 풀이를 검토받는 활동에서는 지식의 습득이 가능했다. 이미 완성된 문장과 답안을 받아들이는 활동에서는 학생이 직접 사고하고 표현하는 과정이 줄어들 수 있었다. 같은 AI 도구를 사용하더라도 학습을 돕는 방식과 학습을 대신하는 방식은 서로 다른 결과를 낳았다.
세계은행이 2025년 발표한 나이지리아 중등학생 대상 실험에서도 AI를 활용한 교육의 가능성이 나타났다. 학생들은 6주 동안 교사의 지도 아래 생성형 AI를 활용해 영어를 학습했다. 영어와 AI 지식, 디지털 역량을 함께 평가한 결과 참가 집단은 비교 집단보다 평균 0.31표준편차 높은 성과를 보였고, 주요 교육 목표였던 영어에서는 0.23표준편차의 향상이 나타났다.
교사는 학생들이 AI와 대화하면서 내용을 이해하도록 지도했고, 학생들은 설명과 연습을 반복하며 학습했다. 학생에게 완성된 답안을 제공하는 대신 이해를 돕는 보조 교사로 AI를 활용한 방식이었다. 교사의 지도와 교육과정에 맞춘 활용이 결합됐을 때 기술이 학습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AI 교육을 둘러싼 연구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변화는 학습 결과물을 만드는 속도와 실제 학습 능력의 관계다. 이전에는 학생이 보고서를 작성하려면 관련 자료를 찾고 핵심 내용을 정리한 뒤 자신의 언어로 문장을 구성해야 했다. 수학 문제를 해결할 때도 공식을 이해하고 풀이 과정을 거쳐야 했다. 생성형 AI는 이러한 작업의 상당 부분을 대신 수행할 수 있다.
학습 과정에서 반복적인 작업을 줄이면 새로운 내용을 배우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개념을 이해하고 자신의 판단으로 답을 구성하는 과정까지 생략하면 완성된 결과물이 학생의 실제 능력을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학생이 AI의 도움으로 작성한 글을 제출한 뒤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거나 비슷한 문제를 독립적으로 풀지 못하는 상황은 교육평가의 신뢰성과도 연결된다.
학교가 오랫동안 활용해 온 수행평가와 보고서, 발표 등의 평가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해졌다. 학생이 직접 조사하고 정리한 내용을 평가한다는 전제 아래 마련된 방식이 AI의 등장으로 달라졌기 때문이다. 완성된 글의 문장력과 구조만으로 학생의 이해도를 판단하기 어려워졌고, 실제 자료 조사와 사고 과정, 내용에 대한 설명 능력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수학에서는 정답을 구하는 과정과 풀이의 근거를 설명하는 능력을 함께 평가할 수 있다. 역사에서는 여러 기록의 작성 시기와 관점을 비교하고 해석의 차이를 설명하는 작업이 중요해진다. 과학에서는 실험을 직접 설계하고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타난 원인을 분석하는 활동을 통해 이해 수준을 살필 수 있다. 문학에서도 작품의 줄거리를 정리하는 활동을 넘어 인물과 사건을 해석하고 자신의 경험과 연결하는 능력이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AI가 정확한 답을 제공할수록 학생이 시행착오를 경험하는 과정의 가치는 달라진다. 새로운 개념을 익히는 과정에서는 잘못 이해한 내용을 고치고 실패한 풀이를 다시 검토하는 활동이 반복된다. 자신의 생각이 실제 결과와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지식의 한계를 이해하고 새로운 방법을 배우게 된다.
교육심리학에서는 학습자의 노력이 필요한 활동이 장기적인 기억과 이해에 도움이 되는 현상을 '바람직한 어려움(desirable difficulties)'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적절한 수준의 어려움을 경험하고 스스로 내용을 떠올리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학습의 지속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어려움이 교육적으로 유익한 것은 아니지만 학습에 필요한 사고 활동까지 기술이 대신하면 지식의 형성 과정도 달라질 수 있다.
학생이 AI로 수학 문제를 해결했다면 완성된 풀이를 읽는 활동만으로 학습을 마치기보다 다른 조건의 문제를 스스로 풀어보는 경험이 필요하다. 글쓰기에서도 AI가 만든 문장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과 자신의 생각을 먼저 구성한 뒤 표현과 논리의 오류를 수정하는 방식은 차이가 있다. 학습자의 사고가 먼저 형성되고 AI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때 기술은 지적 능력을 확장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는 '지식인초대석' 대담에서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과정을 자전거 타기에 비유했다. 자전거에 관한 설명을 여러 차례 읽거나 강의를 듣는 것만으로는 실제로 탈 수 없으며 직접 움직이고 넘어지는 경험을 거쳐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AI 활용 능력도 기술에 관한 정보를 아는 데 머물지 않고 직접 사용하면서 시행착오를 경험해야 형성된다는 취지다.
학생의 재능과 진로를 발견하는 과정에서도 경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김 교수는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기술을 가르쳐 경쟁하게 하는 방식보다 개인이 관심을 갖고 잘할 수 있는 분야를 발견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코딩 교육을 예로 들며 특정 기술을 배우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입하는 동안 학생이 자신의 다른 능력을 발전시킬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국의 교육문화에서는 성적과 진학 실적이 학생의 진로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해 왔다.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은 선호도가 높은 대학과 학과에 지원하고, 입학 이후에는 안정적인 직장과 높은 소득을 기대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성적은 개인의 학업 성취를 평가하는 수단이지만 학생의 흥미와 적성, 실제 직업에서 요구되는 능력까지 모두 설명하지는 못한다.
AI가 지식노동의 일부를 수행하는 환경에서는 특정 직업이 장기간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불확실해지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과 디자인, 번역과 사무행정 등에서 업무 방식이 달라지고 있으며 전문직에서도 AI를 활용한 분석과 자료 처리가 확대되고 있다. 직업의 이름만으로 미래의 안정성을 판단하기 어려워지는 만큼 교육과정에서 학생의 관심과 능력을 구체적으로 발견할 기회가 중요해진다.
학생은 직접 경험하지 않은 분야에 대해 자신의 적성을 충분히 알기 어렵다. 예술과 과학, 스포츠와 기술, 역사와 지역문화 등 다양한 활동을 접하면서 처음에는 관심이 없던 분야에서 새로운 능력을 발견할 수도 있다. 반대로 성적이 좋다는 이유로 선택한 분야가 실제로는 자신의 흥미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깨닫기도 한다.
학교 교육에서 이러한 경험을 충분히 제공하려면 교실 안의 지식 전달과 함께 실험, 현장 관찰, 공동 작업과 창작 활동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직접 작품을 만들고 지역의 자연환경을 조사하며 사람들과 협력하는 과정에서는 정해진 답을 찾아내는 능력 외에 관찰력과 의사소통, 책임감과 판단력이 요구된다.
미술에서는 실제 재료를 다루고 색과 질감을 비교하는 경험이 작품 제작에 영향을 미친다. 음악과 무용에서는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소리와 동작을 조절하는 능력이 형성된다. 과학 실험에서는 예상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 원인을 찾고 실험 조건을 수정하는 과정이 지식의 이해로 연결된다. AI가 작품의 이미지나 실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어도 학생이 직접 재료를 다루고 몸을 움직이며 얻는 경험과 동일하지는 않다.
현장 경험은 학생의 관심과 능력을 구체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지역 박물관에서 유물을 관찰하고 전시 설명을 작성하는 활동, 생태 현장에서 식물과 지형의 변화를 기록하는 조사, 지역 주민을 만나 생활문화를 기록하는 작업은 교과서에 담긴 지식을 실제 환경과 연결한다. 학생들은 자신의 관찰과 판단이 다른 사람의 경험과 어떻게 달라지는지 배우고 공동 작업의 책임도 경험한다.
AI는 이러한 활동을 지원할 수 있다. 현장 조사 이전에 관련 지식을 정리하고 관찰 항목을 구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조사 이후에는 수집한 자료를 비교하고 결과를 분석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학생이 실제로 관찰한 내용과 AI가 생성한 설명을 구분하고, 사실과 다른 부분을 수정하는 과정에서는 기술 활용 능력과 비판적 사고를 함께 발전시킬 수 있다.
2024년 유네스코(UNESCO)는 학생을 위한 AI 역량 체계를 마련하면서 인간 중심의 사고, AI 윤리, 기술과 응용, 시스템 설계 등 네 영역에 걸쳐 12개 역량을 제시했다. 기술의 사용 방법뿐 아니라 결과에 대한 비판적 판단과 사회적 책임, 창의적인 활용 능력을 교육 목표에 포함했다. AI를 능숙하게 다루는 기술자 양성에만 집중하지 않고 시민으로서 책임 있게 활용하는 능력을 강조한 구성이다.
유네스코의 접근은 AI 교육이 단순한 소프트웨어 사용법 교육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학생은 기술의 기능과 한계를 이해해야 하며 생성된 정보가 사회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저작물과 개인정보를 다루는 방식, AI의 편향과 오류, 자동화된 판단의 책임도 교육과정에 포함될 수 있다.
한국에서도 AI 교육 확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교육부는 2026년 3월 초·중·고교 1141곳을 AI 중점학교로 선정했다. 올해 특별교부금 385억 원을 지원하고 2027년 1500곳, 2028년 2000곳으로 운영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학생들이 학교 교육과정에서 AI를 이해하고 책임 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수업과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AI 중점학교 운영은 기존 교육과정에 AI 관련 교육을 확산하는 정책이다. 학교마다 인력과 시설, 교육과정 운영 여건이 다른 만큼 학생들이 실제로 경험하는 교육의 내용과 수준도 달라질 수 있다. 프로그램의 수나 AI 기기의 보급 실적만으로 학생의 학습 능력이 향상됐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AI 디지털교과서의 법적 지위도 변경됐다. 2025년 개정된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지능정보기술을 활용한 학습지원 소프트웨어는 교과용 도서와 구별되는 교육자료로 규정됐다. 2026년 3월부터 시행된 관련 제도에서는 학교가 이러한 소프트웨어를 선정할 때 개인정보 보호 기준과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절차를 따르도록 했다.
학생에게 AI를 제공하는 일이 확대되면서 교육적 효과와 개인정보 보호, 학교의 선택권이 함께 고려되는 구조다. AI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비용과 학생의 실제 학습 성과를 비교하는 일도 중요해졌다. 기술을 학교에 보급한 규모보다 수업에서 학습자의 이해와 성장에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지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교사의 역할 역시 달라지고 있다. AI가 학생에게 개별 설명을 제공하고 연습문제를 만들어줄 수 있지만 학생이 내용을 얼마나 이해했는지 살피고 학습 방향을 조정하는 일에는 교사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같은 답을 틀린 학생이라도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경우와 계산 과정에서 실수한 경우에는 서로 다른 지도가 요구된다.
학생의 관심과 성향을 파악하는 일도 교실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글을 쓰는 데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실제로는 뛰어난 관찰력을 갖고 있을 수 있고, 시험 성적이 높지 않은 학생이 실험이나 제작 활동에서 두드러진 능력을 보여줄 수도 있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학생의 능력을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교육은 동일한 정답을 중심으로 한 평가와 다른 접근을 필요로 한다.
AI의 활용이 확대되면서 학습 격차가 새로운 방식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가정에서 고성능 AI 도구와 유료 교육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학생은 다양한 설명과 학습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디지털 기기와 교육환경이 부족한 학생은 같은 기회를 누리기 어렵다. 기술을 활용하는 능력도 가정의 경제적 여건과 학교의 교육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학교가 기본적인 AI 활용 기회와 교사의 지도를 제공하면 가정환경에 따른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대로 AI 교육이 새로운 사교육 상품과 고가의 서비스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기존의 교육 격차가 디지털 환경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공교육에서 제공하는 AI 교육의 질과 접근성은 기술 보급과 함께 살펴야 할 부분이다.
학생들에게 AI를 얼마나 자주 사용하게 할 것인지와 어떤 활동에는 스스로 사고할 시간을 보장할 것인지도 구체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 기초 문해력과 수리력, 외국어의 기본 문장 구조, 논리적인 글쓰기 능력은 다른 학습을 수행하기 위한 토대다. 학생이 개념을 이해하기 전에 AI가 답을 대신 제공하면 학습의 기초를 형성하는 과정이 약해질 수 있다.
기초 지식이 갖춰진 학생에게 AI는 더 어려운 자료를 읽고 다양한 관점을 비교하도록 돕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과학에서는 새로운 가설을 검토하고, 역사에서는 서로 다른 기록을 비교하며, 문학에서는 작품 해석에 대한 반론을 살펴보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학생의 지식과 경험이 쌓일수록 AI가 제공하는 정보의 정확성과 한계를 판단하는 능력도 높아질 수 있다.
교육과정에서는 AI를 사용하지 않고 스스로 수행하는 활동과 AI의 도움을 받아 수행하는 활동을 구분할 수 있다. 학생이 직접 문제를 해결한 뒤 AI의 설명과 자신의 풀이를 비교하거나, AI가 생성한 글의 오류를 찾아 수정하는 방식이다. 최종 결과물뿐 아니라 자료를 선택한 근거와 수정 과정, 직접 수행한 활동을 평가하면 학생의 실제 이해 수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지식과 기술의 변화가 빨라질수록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평생 그대로 사용하는 일은 어려워지고 있다. 직업에 따라 새로운 도구와 업무 방식이 등장하고 기존 기술의 활용 범위도 달라진다. 특정 프로그램을 익히는 교육과 함께 새로운 정보를 이해하고 자신의 경험과 연결하며 다른 분야의 지식을 배우는 능력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학생이 자신에게 맞는 분야를 발견하는 과정 역시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실제 경험을 비교하고 실패한 활동을 수정하면서 관심과 능력은 발전한다. 진로를 선택한 뒤에도 새로운 기술과 직업을 접하면서 이전에 배우지 않았던 분야로 이동할 수 있다. 여러 분야를 경험할 수 있는 교육환경은 학생이 자신의 능력을 좁은 직업군에 한정하지 않도록 돕는다.
AI가 일상적인 학습 도구가 된 사회에서도 교육은 학생이 스스로 이해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형성하는 과정이다. 정보를 빠르게 찾아내는 기술과 내용을 깊이 이해하는 능력, 완성된 결과물을 만드는 일과 실제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은 구분해 평가해야 한다. AI가 제공하는 설명을 활용하면서도 직접 읽고 계산하고 실험하며 오류를 수정하는 경험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2026년 선정된 AI 중점학교 1141곳은 새로운 교육 방식을 학교 현장에 적용하는 출발점에 있다. 학생들이 AI를 사용해 숙제와 보고서를 완성하는 데 익숙해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수업에서는 스스로 해결하는 기초학습과 실험, 창작, 토론이 유지돼야 하며 AI가 생성한 결과를 분석하고 검증하는 능력도 길러야 한다.
교육의 성과는 학생이 제출한 답안뿐 아니라 새로운 내용을 이해하고 실제 문제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발견하고 실패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도전하며 다른 사람과 협력하는 능력도 오랜 학습을 통해 형성된다. AI가 정답을 대신 만들어주는 시대일수록 학교에는 학생이 직접 생각하고 경험하며 자신만의 능력을 쌓아갈 시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