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AI 대전환④] AI가 60개 업무 처리, 사람은 세 번 검토…은행의 감독 구조 바뀐다
자금 출처 조사 15~30분 처리 시스템 등장…AI 운영비에서 인간 감독 비중 70~75%, 금융 전문가의 판단과 승인 책임 확대
[KtN 김상기기자]유럽의 한 은행이 구축한 인공지능(AI) 자금 출처 검증 시스템은 약 60개 세부 작업을 연결해 한 차례 조사 절차를 15~30분에 실행하도록 설계됐다. 고객의 경력과 소득 정보를 정리하고, 재산 형성 경위를 분석하며, 조사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 AI 에이전트가 참여한다. 은행 직원이 개입하는 검토 단계는 세 곳이다. 고객의 경제활동 이력을 확인하고, 증빙이 부족한 판단을 검토한 뒤 최종 보고서의 사실관계와 수치를 점검한다.
고객확인(KYC)과 자금세탁방지(AML) 업무에 에이전틱 AI(Agentic AI)가 도입되면서 금융기관의 업무 분담이 달라지고 있다. 은행 직원이 직접 처리하던 자료 수집과 문서 작성은 AI가 수행하고, 금융 전문가는 조사 결과의 신뢰성과 판단의 적절성을 검증하는 방식이다.
업무 처리속도가 빨라졌다고 감독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같은 비율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은행 고객서비스 AI의 경제성을 분석한 별도 연구에서는 AI 운영에 따른 변동비 가운데 인간의 감독 비용이 70~75%를 차지했다. 모델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토큰 비용은 20~25%였다. AI가 작업을 대신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사람이 결과를 확인하는 절차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설계했는지가 운영비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금융범죄 예방 분야에서도 자동화와 감독의 균형이 중요해지고 있다. AI가 수십 개 작업을 신속하게 수행하더라도 고객의 자금 출처와 거래 위험에 관한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금융기관은 어떤 결과를 사람이 승인하고, 어떤 업무를 AI가 자율적으로 처리하도록 허용할지 세부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2025~2026년 유럽 은행들의 에이전틱 AI 도입 경험에서는 기존 대비 약 두 배의 생산성을 달성하면서 품질을 유지하거나 높인 프로젝트가 관찰됐다. AI가 금융 전문가를 보조하는 단계에서 나타난 성과다. AI 에이전트들이 광범위한 업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하고 사람이 전체 시스템을 감독하는 운영 방식은 아직 충분한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경력 확인부터 최종 보고서까지…세 차례 인간 검토
은행의 자금 출처 검증은 고객이 보유한 재산이 어떤 경제활동을 통해 형성됐는지 확인하는 업무다. 급여와 사업소득, 부동산 수익, 금융투자, 상속과 증여 내역을 수집하고 서로 다른 자료에 기록된 금액과 발생 시점을 대조한다.
고객의 자산이 여러 국가에 분산돼 있거나 경제활동 기간이 길면 조사 절차는 복잡해진다. 해외 소득의 통화를 변환하고 누락된 기간의 소득을 검토하며, 자산 증가와 경제활동 사이의 관계를 분석해야 한다.
유럽 은행의 한 자금 출처 검증 시스템은 여러 작업을 AI 에이전트와 기존 자동화 프로그램에 나눠 배정했다. 비정형 문서에서 정보를 추출하고 서로 다른 증빙을 대조하며 조사 보고서를 작성하는 업무에는 AI가 참여한다. 환율 변환과 수치 계산처럼 정해진 규칙으로 처리할 수 있는 작업에는 기존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약 60개 세부 작업으로 구성된 조사 절차에는 세 차례 인간 검토가 포함됐다. AI가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더라도 금융 전문가가 개입해야 할 시점을 미리 정한 것이다.
첫 번째 검토에서는 고객의 경력과 경제활동 이력을 확인한다. 근무기간과 직업 이력이 빠짐없이 정리됐는지, 서로 다른 자료에 기록된 내용이 일치하는지 살핀다.
고객이 여러 회사에서 근무했거나 중간에 직업을 바꿨다면 소득이 발생한 시점과 근무기간을 정확히 연결해야 한다. 동일한 소득을 두 차례 집계하거나 서로 다른 근무기간을 잘못 연결하면 재산 형성 과정에 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두 번째 검토에서는 고객의 재산 형성 경위에 관한 설명을 평가한다. 외부 자료로 확인되지 않았거나 일부만 확인되는 정보 가운데 조사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항목을 집중적으로 점검한다.
고객이 사업소득으로 상당한 재산을 형성했다고 설명했지만 관련 증빙이 충분하지 않다면 추가 자료의 필요성을 판단해야 한다. AI가 작성한 설명의 문장이 자연스럽고 계산 결과가 맞더라도 실제 경제활동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부족할 수 있다.
세 번째 검토에서는 최종 조사 보고서에 포함된 사실과 수치를 확인한다. 고객의 소득과 자산 내역이 제출된 증빙과 일치하는지, 계산 과정에 오류가 없는지, 조사 결과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충분한지 검증한다.
은행 직원이 조사 과정의 모든 작업을 반복하는 대신 판단이 필요한 부분에 집중하도록 구성한 방식이다. AI 시스템의 실행 속도와 별도로 인간의 검토 범위와 승인 기준을 정하는 작업이 중요해지고 있다.
보고서 작성에서 위험 판단으로 이동하는 은행원의 업무
자금세탁방지 업무는 반복적인 문서 처리와 전문적인 판단이 함께 필요한 분야다.
고객의 신원을 확인하고 거래 상대방의 정보를 조회하는 작업은 상당 부분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된다. 반면 고객의 재산 형성 과정이 합리적인지, 서로 다른 자료의 불일치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업무에는 금융 전문가의 경험이 필요하다.
AI 에이전트는 고객이 제출한 문서를 정리하고 필요한 정보를 추출한 뒤 외부 자료와 대조할 수 있다. 조사 보고서의 초안을 작성하고 소득과 자산 관련 수치를 정리하는 작업에도 활용된다.
담당자는 AI가 작성한 내용을 검토하면서 증빙이 불충분한 항목과 판단 오류를 찾아야 한다.
고객과 관련된 부정적인 언론 보도를 조사하는 업무에서는 동명이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기사에 등장한 인물과 실제 고객을 동일인으로 판단하면 잘못된 위험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
AI가 수집한 인물의 소속과 직업, 활동 지역, 기업 관련 정보를 대조하고 실제 고객과의 연관성을 검토해야 한다. 일부 정보가 일치하더라도 다른 기록에서 차이가 나타날 수 있어 판단 근거의 신뢰성이 중요하다.
자금 출처를 검증하는 과정에서도 소득과 자산의 숫자를 맞추는 일만으로 조사가 끝나지 않는다. 금융 전문가는 고객이 제시한 경제활동의 이력과 재산 증가 사이의 관계를 평가하고,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항목을 결정한다.
AI가 반복적인 자료 수집과 문서 작성을 담당할수록 은행 직원의 업무는 정보의 신뢰성 검토와 예외 사항 처리, 분석 결과 승인으로 옮겨간다.
경험 많은 금융 전문가의 역할도 달라질 수 있다. 개별 조사 결과를 검토하는 업무와 함께 AI가 반복해서 잘못 판단하는 항목을 파악하고, 업무 지침과 검증 기준을 개선하는 역할이 중요해진다.
은행이 축적해 온 금융범죄 예방 관련 전문지식도 AI의 업무 수행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정리해야 한다. 내부 규정과 조사 기준을 여러 AI 에이전트에 일관되게 적용하고, 규정이 변경되면 관련 업무에도 반영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AI의 분석 능력이 향상될수록 금융 전문가는 자료를 직접 처리하는 능력뿐 아니라 자동화된 결과의 적정성을 판단하고 오류를 통제하는 전문성을 요구받게 된다.
인간 감독 비용 70~75%…모든 결과를 검토할 때의 부담
AI가 조사와 보고서 작성을 자동화하더라도 사람이 결과를 일정한 비율로 검토해야 한다면 업무량이 늘어날수록 감독 비용도 증가한다.
은행 고객서비스 AI의 경제성 분석에서는 인간의 감독 비용이 전체 변동 운영비의 70~75%를 차지했다. AI 모델 실행에 사용하는 토큰 비용은 20~25%였다.
고객서비스 업무에서 측정된 결과로, 자금세탁방지나 고객확인 업무 전체에 같은 비율이 적용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AI 도입의 경제성을 계산할 때 모델 실행료 외에 인적 검토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드러낸다.
AI가 처리하는 고객 요청이 늘어나도 정해진 비율의 결과를 사람이 확인하도록 설계하면 검토 건수도 증가한다. 자동화를 통해 자료 처리시간을 단축하더라도 감독 업무에 상당한 인력이 필요할 수 있다.
금융범죄 예방 분야에서는 자동화된 품질관리도 비용 부담으로 나타났다.
유럽의 한 대형 은행이 거래 감시 업무에 도입한 AI 시스템에서는 최적화 이전 건당 한계비용이 약 2.50유로였다. 절반가량은 거래 분석이 아니라 AI가 작성한 결과를 자동으로 검증하는 품질관리 절차에 사용됐다.
거래 감시 시스템은 AI가 작성한 조사 결과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포함됐는지, 필요한 정보가 빠졌는지, 내부 규정에 맞게 작성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별도의 AI가 조사 결과를 다시 검토하거나 여러 단계에 걸쳐 답변을 수정하면 추가적인 모델 실행 비용이 발생한다.
은행은 단순한 세부 작업에 비용이 낮은 모델을 사용하고, 반복적인 데이터 호출을 줄이며, AI 에이전트 사이에서 전달하는 정보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운영비를 조정할 수 있다.
모든 조사 결과를 동일한 강도로 검증하는 방식도 비용 측면에서 검토 대상이 된다. 오류의 영향이 작은 단순 정보 처리와 고객의 금융서비스 이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판단에 같은 수준의 검토를 적용할 필요가 있는지 구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범죄 예방 업무에서 검증 횟수를 줄이는 결정은 운영비뿐 아니라 내부 통제 수준에도 영향을 준다. 위험도가 높은 업무에는 충분한 검토를 유지하고, 오류 가능성과 영향이 낮은 업무에는 자동화된 통제를 활용하는 방식이 고려된다.
감독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과 조사 결과의 신뢰성을 유지해야 하는 요구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AI의 자율성 네 단계…승인 권한도 구분
AI 에이전트에 어느 정도의 권한을 부여할 것인지에 따라 은행 직원의 감독 방식도 달라진다.
가장 제한적인 구조에서는 AI가 조사 결과와 권고안을 작성하고 지정된 직원이 실제 결정을 내린다. AI는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지만 최종 승인 권한은 사람에게 남는다.
다음 단계에서는 AI가 정해진 작업을 직접 실행하되 사람이 일정한 시간 안에 결정을 변경하거나 취소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자율성을 더 높이면 AI가 작업을 수행한 뒤 담당자에게 결과를 알리되 별도의 사전 승인을 요구하지 않는 방식도 가능하다.
가장 높은 단계에서는 승인된 범위 안에서 AI가 사람의 개별적인 개입 없이 작업을 수행한다.
유럽 은행들이 검토한 자율성 단계는 기술적 기능의 차이뿐 아니라 업무의 위험 수준과 판단의 신뢰도에 따라 구분된다.
고객이 제출한 문서에서 회사명이나 날짜를 추출하는 작업과 재산 형성 경위의 타당성을 판단하는 작업에는 서로 다른 검토 기준이 필요하다.
AI가 높은 신뢰도로 처리할 수 있는 단순 업무에서는 자동화 범위를 넓힐 수 있지만, 해석의 비중이 크거나 오류가 고객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업무에는 인간의 판단이 요구된다.
승인 권한을 정할 때는 결과의 정확성뿐 아니라 관련 법규와 내부 통제 기준도 고려해야 한다. 특정 업무를 AI가 직접 처리할 수 있는지, 사람이 반드시 승인해야 하는지, 오류가 발생하면 어떤 절차로 수정해야 하는지 구분하는 방식이다.
AI가 단순히 직원에게 답변을 제시하는 수준을 넘어 직접 작업을 실행하게 되면서 금융기관의 권한 관리도 세분화되고 있다.
자율성이 높은 AI 시스템일수록 업무 범위와 실행 권한, 중단 조건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AI가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와 프로그램, 외부 시스템의 접근 권한을 제한하고 실제 실행 내역을 기록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신뢰도 낮은 결과는 차단…사람에게 전달되는 정보도 통제
유럽의 한 은행은 AI가 생성한 결과에 대해 정보 출처의 신뢰성과 조사 대상의 동일성 확인 수준을 평가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AI가 고객 관련 정보를 수집하면 자료의 출처와 실제 고객 사이의 연관성을 검토해 신뢰도 등급을 부여한다. 가장 높은 등급의 결과만 사람의 별도 검토 없이 후속 업무에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충분한 근거를 확보하지 못한 답변은 주의 문구를 붙여 그대로 전달하는 대신 출력하지 않도록 했다.
AI가 생성한 정보가 사실처럼 받아들여진 뒤 조사 보고서에 반영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방식이다.
자금세탁방지 업무에서는 잘못된 정보가 후속 조사와 위험 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부정적인 언론 보도를 잘못 연결하거나 고객의 자금 출처에 관한 증거를 과도하게 해석하면 부정확한 조사 결과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은행은 AI가 작성한 모든 결과를 직원에게 전달한 뒤 검토하도록 하는 방식과 함께 근거가 부족한 정보의 사용을 사전에 제한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검토 대상이 되는 결과를 구분하고, 위험이 높은 판단에 인간의 승인 절차를 집중시키는 구조다.
AI가 높은 신뢰도를 가진 정보를 처리할 때와 추가적인 해석이 필요한 정보를 처리할 때 서로 다른 감독 절차를 적용하면 검토 인력을 배분하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AI의 판단이 외부 자료와 일치하는지, 실제 고객과 관련된 정보인지, 충분한 증빙을 갖췄는지를 검증하는 과정이 자동화 범위와 인간의 감독 범위를 구분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7'의 휴먼엣지…AI 시대 금융 전문가의 가치
김난도 서울대 명예교수 연구진이 지난 9월 출간한 '트렌드 코리아 2027'은 2027년 소비 트렌드 가운데 하나로 '휴먼엣지(Human Edge)'를 제시했다. AI가 다양한 업무와 창작 활동에 활용되면서 결과물에 남아 있는 인간의 선택과 판단, 시간과 책임이 차별화 요소가 된다는 내용이다.
은행의 AI 업무 재편에서도 인간의 판단이 담당하는 영역이 구체적으로 나뉘고 있다.
AI는 고객의 여러 소득 자료를 신속하게 정리하고 조사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지만, 서로 다른 증거 가운데 어느 정보가 신뢰할 만한지 판단하고 최종 조사 결과를 승인하는 절차에는 금융 전문가가 참여한다.
고객이 제출한 자료에서 숫자를 추출하는 능력과 재산 형성 과정에 관한 설명이 충분한 증거를 갖췄는지 평가하는 능력은 차이가 있다.
AI가 정리한 결과를 검토하는 과정에서는 금융 지식뿐 아니라 판단의 근거를 검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고객의 위험을 평가할 때 추가 자료를 요청해야 하는지, 상충하는 기록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일도 전문가의 역할이다.
은행에서 AI를 활용하는 업무가 늘어날수록 사람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가 사라지기보다 재배치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반복적인 자료 처리에 들어가던 시간이 줄어드는 대신 판단의 적정성을 검증하고 AI가 수행한 업무를 관리하는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금융안정위원회도 인간 감독 강조…자율성과 위험에 따른 관리
금융안정위원회(FSB)는 2026년 10월 15일 금융회사의 책임 있는 AI 도입을 위한 12개 관리 원칙을 확정했다.
금융기관의 이사회와 최고경영진이 AI 도입 전략과 위험관리 체계를 감독하고, AI 시스템의 성능과 데이터 품질, 설명 가능성, 인간의 감독, 사이버보안과 외부 기술업체에 대한 의존 위험을 관리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이다.
인간의 감독을 다룬 열 번째 원칙에서는 AI의 위험도와 자율성, 복잡성, 설명 가능성에 맞는 적절하고 효과적인 감독 체계를 마련하도록 제시했다.
모든 AI 업무에 동일한 방식으로 인간의 승인을 적용하기보다 각 업무의 특성과 위험 수준을 고려해 감독 범위를 정하는 접근이다.
AI 시스템이 처리하는 업무가 늘어나면 사람이 모든 결정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금융기관은 AI가 허용된 범위에서 작업을 수행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록과 검증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은행 내부에서도 일선 업무 담당자와 위험관리 부서, 내부감사가 맡는 역할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고객확인이나 자금세탁방지 업무를 수행하는 담당자는 AI가 작성한 조사 결과의 적정성을 검토한다. 독립적인 위험관리 기능은 AI의 운영 기준과 검증 절차를 점검하고, 내부감사는 관련 통제 체계가 적절하게 작동하는지 평가하는 구조다.
AI가 잘못된 판단을 내렸을 때는 어떤 자료를 사용했고 어떤 절차를 거쳐 결론에 도달했는지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 판단에 관여한 직원과 승인 절차, 검증 기록도 확인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금융안정위원회의 12개 원칙은 금융기관이 위험 수준에 맞게 활용하도록 권고하는 지침이다. 국가별 법규와 금융감독 기준을 대체하는 강제 규정은 아니지만, 이사회와 경영진의 책임, 인간의 감독, 지속적인 성능 평가를 국제적인 금융 AI 관리 체계의 주요 항목으로 제시했다.
자동화가 늘어도 판단 책임은 남는다
유럽 은행들의 에이전틱 AI 도입 경험에서는 금융범죄 예방 업무의 생산성이 기존 대비 약 두 배로 높아진 프로젝트가 관찰됐다. AI가 자료 수집과 분석, 문서 작성에 참여하면서 금융 전문가가 반복 업무에 투입하는 시간을 줄인 결과다.
자금 출처 검증에서 약 60개 세부 작업을 연결하고 인간의 검토 단계를 세 곳에 배치한 운영 구조는 AI의 처리능력과 전문가의 판단을 함께 활용하는 방식이다.
업무별 위험에 따라 검토 수준을 조정하고, 근거가 충분한 결과와 추가 판단이 필요한 결과를 구별하는 체계도 적용되고 있다.
은행 고객서비스 AI의 변동 운영비에서 인간의 감독이 차지한 70~75%와 거래 감시 AI의 건당 처리비용 약 2.50유로는 자동화 이후에도 검증과 감독에 상당한 비용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감독의 범위를 어떻게 정하는지에 따라 AI 도입의 실제 경제성도 달라질 수 있다.
금융안정위원회가 10월 확정한 관리 원칙 역시 AI의 자율성이나 복잡성이 증가할수록 위험 수준에 맞는 인간의 감독이 필요하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AI 에이전트가 수행하는 작업의 수와 처리속도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유럽 은행들이 구축한 시스템에서는 자료의 수집과 정리, 분석과 보고서 작성이 자동화되는 동안 금융 전문가가 확인해야 할 증빙과 판단의 기준이 더욱 구체화됐다. AI의 실행 권한을 구분하고 인간의 검토 지점을 정하는 업무 재편은 금융범죄 예방 시스템의 생산성과 통제 수준을 함께 결정하는 운영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