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파월, 사막의 순환③] 오래된 TV와 지붕 위의 새떼, 미국의 평범한 일상을 담은 사진

애덤 파월 첫 개인전 'The DESERT is a CIRCLE', 모텔과 주택에 남은 아메리카나 일상적인 가전제품과 교외 주택, 익숙한 생활공간에서 발견한 미국 사회의 풍경

2026-11-01     임민정 기자

[KtN 임민정기자]낮은 서랍장 위에 작은 TV가 놓여 있다. TV 안에는 어두운 수평선과 흐릿한 풍경이 펼쳐져 있고, 아래쪽 카펫에는 여러 색의 가로줄이 반복된다. 벽은 밝고 가구의 형태도 단순하다. 특별한 장식 없이 TV와 서랍장, 카펫으로 채워진 공간은 미국의 오래된 모텔이나 주택을 떠올리게 한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사진가 애덤 파월(Adam Powell)은 미국 서부의 사막과 도로를 여행하면서 사람들이 머무는 공간에도 카메라를 향했다. 주택과 모텔, 가전제품과 일상적인 건물은 자연 풍경이나 유명 관광지보다 평범하다. 파월은 특별한 사건이 없는 장소에서 사물의 배치와 색상, 순간적인 움직임을 찾아 사진에 담았다.

파월의 첫 개인전 'The DESERT is a CIRCLE'은 오는 11월 14일부터 2027년 1월 11일까지 도쿄 DIESEL ART GALLERY에서 열린다. 미국 서부의 풍경과 인물, 모텔과 고속도로를 담은 작품이 소개될 예정이다. 영국 에식스 출신인 파월은 뉴욕에서 음악과 패션 분야의 의뢰 작업을 진행하면서 개인적으로 미국의 거리와 일상적인 장소를 촬영해 왔다.

미국의 생활문화와 지역적 특징을 나타내는 아메리카나(Americana)는 파월의 개인 작업에서 중요한 소재다. 카우보이와 자동차, 도로와 모텔, 교외의 주택과 오래된 상업시설 등이 미국의 역사와 대중문화 속에서 익숙한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파월은 사막의 자연뿐 아니라 도로 주변에서 반복해서 만나는 생활공간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밝은 벽 앞에 놓인 작은 TV와 서랍장, 가로줄 무늬 카펫으로 구성한 애덤 파월의 실내 사진. 단순한 가구 배치와 TV 안의 풍경이 서로 다른 공간을 만든다. 사진=Adam Powell, Courtesy of DIESEL ART GALLERY.

서랍장은 밝은 색이며, 앞쪽에는 작은 손잡이가 달려 있다. TV는 서랍장 중앙에 놓였고 아래에는 붉은색과 갈색, 노란색 계열의 줄무늬 카펫이 펼쳐져 있다. 벽면은 거의 비어 있다. TV의 어두운 테두리와 카펫의 선명한 줄무늬가 밝고 단순한 실내에 색상 차이를 만든다.

가구와 가전제품은 모두 직사각형을 기본으로 한다. TV의 몸체와 서랍장의 앞면, 카펫의 가로줄이 수평과 수직으로 반복되며 공간을 구성한다. 건물의 구조나 가구 자체가 특별하지 않아도 반복되는 선과 색상만으로 일정한 질서가 형성된다.

TV 안에는 실내와 다른 풍경이 담겨 있다. 방 안의 가구는 움직이지 않지만 TV에는 멀리 떨어진 장소를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놓였다. 실내의 실제 공간과 전자기기를 통해 나타나는 또 다른 공간이 한곳에 겹쳐 있다.

작은 TV와 서랍장, 카펫은 미국의 오래된 숙박시설에서 볼 수 있는 익숙한 물건들이다. 여행자가 하룻밤 머무는 객실에는 침구와 조명, TV와 기본적인 가구가 갖춰져 있다. 지역이 달라도 객실의 구조와 시설이 비슷한 경우가 많다.

장거리 여행에서는 매일 새로운 지역에 도착하지만 숙박시설에서 경험하는 생활은 반복된다. 객실에 들어가 짐을 내려놓고 TV를 켜거나 잠을 자는 일은 장소가 달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파월이 전시에서 다루는 시간의 반복은 이러한 일상적인 경험과도 연결된다.

미국의 모텔은 20세기 자동차 여행과 함께 성장했다. 도로망이 확장되면서 운전자와 여행자를 위한 숙박시설이 늘어났고, 주차장과 객실을 결합한 모텔은 미국 도로 문화의 대표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장거리 이동과 일시적인 체류를 함께 나타내는 장소다.

사진가들은 오래전부터 이러한 생활공간에 관심을 기울였다. 윌리엄 이글스턴(William Eggleston)은 미국 남부의 가정과 거리, 생활용품을 컬러사진으로 담았다. 1976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은 일상적인 사물과 색채를 다룬 사진이 미술관에서 중요한 작품으로 받아들여지는 흐름과 연결된다.

파월의 TV와 서랍장도 미국의 평범한 생활공간을 다룬다는 점에서 이러한 사진의 전통과 맞닿아 있다. 유명한 건축물이나 특별한 인물이 없어도 방 안에 놓인 가구와 카펫의 색상, 전자기기의 형태가 하나의 사진을 구성한다.

TV가 놓인 실내에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객실을 사용한 사람의 이름이나 머문 시간도 드러나지 않는다. 가구와 전자기기는 남아 있지만 사람의 활동은 비어 있다.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물건만으로 사람의 생활을 짐작하게 하는 구도다.

사막과 고속도로를 이동하며 촬영한 사진에서 비어 있는 공간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사람이 드문 풍경과 정지한 차량, 한적한 모텔은 여행자가 지나간 흔적을 남기지만 구체적인 사건을 설명하지 않는다. TV와 서랍장이 놓인 실내도 누군가 머물렀을 법한 공간으로 남아 있다.

붉은 벽돌 주택의 지붕 위로 검은 새떼가 모여 날아오른다. 규칙적으로 배열된 창문과 벽면, 불규칙하게 흩어진 새들의 움직임이 대비를 이룬다. 사진=Adam Powell, Courtesy of DIESEL ART GALLERY.

붉은 벽돌 주택의 지붕 위에 새떼가 모여 있다. 지붕을 따라 검은 새들이 빽빽하게 자리하고, 일부는 하늘로 날아오른다. 창문과 벽면은 움직임 없이 정돈돼 있지만 지붕 위쪽에는 수많은 작은 검은 형태가 흩어져 있다.

주택은 낮은 지붕과 벽돌 외벽, 일정한 크기의 창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미국 교외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건축 형태다. 건물 자체보다 새떼가 모여 있는 지붕과 하늘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새들은 지붕선을 따라 밀집하다가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진다. 가까이 모인 새들은 하나의 검은 덩어리처럼 보이고, 하늘을 나는 새들은 작은 점으로 남는다. 새들의 위치와 간격이 일정하지 않아 벽돌과 창문이 만드는 규칙적인 구조와 차이를 보인다.

새떼는 특정한 순간에 한꺼번에 움직이는 자연현상이다. 지붕 위에 머물던 새들이 날아오르면 건물 주변의 풍경은 짧은 시간에 달라진다. 파월은 새들이 밀집하고 흩어지는 순간을 한 장의 사진에 담았다.

카메라가 포착한 시간은 매우 짧지만 새들의 움직임은 서로 다른 위치에 남아 있다. 지붕에 머무는 새와 공중으로 날아오른 새가 함께 등장해 움직임의 전후를 짐작하게 한다. 정지한 건물과 빠르게 움직이는 새떼의 차이가 뚜렷하다.

주택에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창문과 벽면은 보이지만 거주자의 모습이나 집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드러나지 않는다. 사람을 위해 지어진 건물이 새떼의 움직임을 담는 배경이 됐다.

미국 교외 주택은 사진과 영화에서 가족과 일상, 주거문화를 나타내는 공간으로 자주 사용된다. 건물의 외형과 잔디밭, 차고와 진입로는 지역의 생활 방식을 나타내는 요소다. 파월은 주택의 구조를 담으면서 지붕 위의 새떼를 함께 촬영했다. 인간의 생활공간과 자연의 움직임이 한곳에 놓였다.

TV가 놓인 실내와 새떼가 모인 주택은 모두 미국의 일상적인 생활공간이다. 실내에는 정지한 가구와 전자기기가 놓여 있고, 주택에서는 새들이 한순간에 날아오른다.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시간의 성격은 다르다.

서랍장과 TV는 오랫동안 같은 자리에 놓여 있었을 법한 사물이다. 반면 지붕 위의 새떼는 잠시 후면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 한쪽에는 반복되는 생활의 시간이, 다른 한쪽에는 짧게 지나가는 순간이 남았다.

파월의 개인 작업에서는 발견한 풍경을 촬영하는 방식과 상황을 구성하는 방식이 함께 사용된다. 일상적인 사물을 기록하면서 촬영 위치와 구도, 빛의 차이를 통해 평범한 장소를 낯설게 만든다. TV와 서랍장처럼 움직이지 않는 대상과 새떼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대상을 모두 사진의 소재로 삼는다.

미국 서부를 다룬 사진에는 사막과 산악지대, 붉은 노을처럼 자연의 규모를 강조하는 풍경이 많다. 파월은 모텔과 주택, 가전제품과 도로변 시설에도 같은 비중을 둔다. 미국을 상징하는 거대한 자연과 그 안에서 반복되는 평범한 생활을 함께 다루는 방식이다.

현대미술에서도 일상적인 공간을 바라보는 사진 작업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특별한 사건이나 유명 인물보다 건물과 가구, 지역의 생활환경을 기록한 작품들은 사회와 시대의 특징을 살펴보는 자료이기도 하다. 오래된 가전제품과 주택의 구조, 자동차와 상업시설은 특정 시기의 생활문화를 구체적으로 남긴다.

파월의 첫 개인전에는 사막과 도로, 모텔과 인물사진 등이 함께 전시될 예정이다. 미국의 자연을 담은 풍경과 생활공간을 다룬 사진이 하나의 전시를 구성한다. 빈 객실의 TV와 지붕 위 새떼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일상에서도 장소와 사물, 움직임을 통해 서로 다른 시간을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