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지 않는 일상①] 하루 86% 움직이지 않는 현대인, 오래 앉는 생활이 바꾼 건강

파리 도심에 등장한 유리관 속 인간 모형, 소파와 휴대전화에 갇힌 현대인의 생활 풍자 31개국 3만4000명 조사서 신체활동 부족 드러나… 심혈관질환·당뇨병 위험과 좌식 생활의 관계

2026-10-30     윤상길 주필

[KtN 윤상길주필]프랑스 파리 라빌레트 광장에 사람을 전시한 투명한 유리관이 등장했다. 소파에 몸을 기대고 앉아 전자기기를 바라보는 인간 모형이다. 몸은 거의 움직이지 않고 시선은 손에 든 기기와 주변의 스크린을 향한다. 자연사박물관에서 동물의 생태를 관찰하듯 현대인의 생활습관을 전시했다. 유리관에는 '호모 스크롤루스 카나푸스(Homo Scrollus Canapus)'라는 이름이 붙었다.

2026년 10월 9일부터 이틀 동안 파리 그랑드 알 드 라빌레트(Grande Halle de La Villette) 앞에서 선보인 설치물이다. 세계 정신건강의 날을 맞아 스포츠 브랜드 아식스(ASICS)가 마련한 행사로, 소파에 앉아 화면을 넘기며 시간을 보내는 현대인의 모습을 가상의 생물 종으로 표현했다. 전시관에는 박물관의 표본 설명을 연상시키는 안내문과 다큐멘터리 형식의 음성 해설도 마련됐다.

전시 속 인간은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소파에 앉아 영상을 보고,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확인하고, 온라인 콘텐츠를 넘기는 일상을 반복한다.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극적인 사건이나 신체적 변화를 묘사하지 않았다. 집과 직장, 이동 중에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자세를 그대로 재현했다.

2026년 7월 세계 31개국 성인 3만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들이 깨어 있는 시간의 평균 86%를 움직이지 않고 보낸다고 답했다. 하루 16시간 깨어 있다고 가정해 응답한 활동량을 분석한 결과다. 실제 신체활동을 측정 장치로 기록한 수치가 아니라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고 답한 설문 결과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53%는 권장 신체활동 수준에 미치지 못했고, 23%는 일주일 운동량이 30분 미만인 집단으로 분류됐다. 64%는 현대 생활이 편리해 하루 종일 거의 움직이지 않고도 생활하기 쉽다고 답했다. 운동 부족이 개인의 의지뿐 아니라 생활환경의 변화와도 관계가 있음을 짚어볼 수 있는 수치다.

프랑스 파리 라빌레트에 설치된 '호모 스크롤루스 카나푸스' 전시관 앞에서 시민이 내부를 바라보고 있다. 투명한 유리관에는 소파에 앉아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실물 크기로 재현했다. 사진=Hypebeast·ASICS.

장시간 앉아 있는 생활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사무실에서 컴퓨터로 일하고, 자동차나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며, 집에서는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는 생활이 오래전부터 이어졌다. 최근에는 휴대전화 한 대로 업무와 금융거래, 쇼핑과 여가까지 해결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처리할 수 있는 활동의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직접 지점을 방문하거나 물건을 사기 위해 상점까지 걸어갈 필요가 줄었다. 식사는 배달로 해결하고,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영상통화와 온라인 메시지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집을 나서지 않고도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환경이 일상으로 들어왔다.

이동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이 줄어드는 것은 현대 생활의 편리함이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나 이동에 제약이 있는 사람에게 온라인 서비스는 생활의 접근성을 높여주기도 한다. 동시에 직접 걷고 이동하던 활동이 줄어들면서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소비하던 신체활동량도 달라질 수 있다.

직장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난다. 서류를 전달하거나 회의실을 오가던 업무의 상당 부분을 컴퓨터와 온라인 협업 도구로 처리한다. 책상 앞에 앉아 여러 일을 연속으로 끝낼 수 있지만, 업무 도중 자리를 벗어나는 횟수는 줄어들기 쉽다.

출퇴근 시간에는 자동차와 대중교통 좌석에 앉고, 사무실에서는 책상 앞에 머문다. 퇴근 후에는 소파에서 휴대전화나 영상을 보는 시간이 이어질 수 있다. 서로 다른 활동을 하고 있어도 신체는 비슷한 자세를 유지하는 생활이다.

현대인의 건강을 살펴볼 때 운동 부족과 오래 앉아 있는 행동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좌식 행동을 깨어 있는 동안 앉거나 기대거나 누운 자세에서 에너지 소비가 낮은 활동을 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사무실에서 컴퓨터로 일하거나 자동차를 운전하고, 앉아서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일이 여기에 포함된다.

신체활동 부족은 일정 기간 동안 권장되는 활동량을 채우지 못한 상태를 뜻한다. 오래 앉아 있는 사람도 출퇴근 전후 운동을 충분히 할 수 있고, 정기적인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직업과 생활환경에 따라 하루 동안 걷거나 움직이는 시간이 많을 수 있다.

하루 한 시간 운동한 뒤 나머지 시간을 거의 앉아서 보내는 사람과 별도의 운동시간은 없지만 하루 종일 걷고 움직이는 사람의 생활은 같지 않다. 운동시간과 좌식 시간은 서로 관련되지만 각각 살펴봐야 하는 건강 지표다.

투명한 전시관 안에 소파와 전자기기, 생활용품을 배치한 '호모 스크롤루스 카나푸스' 설치물. 소파에 머무는 사람의 자세를 자연사박물관의 생물 표본처럼 구성해 장시간 움직이지 않는 생활을 풍자했다. 사진=Hypebeast·ASICS.

유리관 속 인물은 소파에 앉은 채 몸을 앞으로 굽히고 있다. 손에 든 기기를 바라보는 동안 어깨와 목은 앞으로 향하고, 하체는 앉은 자세를 유지한다. 장시간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사람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자세다.

앉아 있는 자세 자체가 건강에 해로운 것은 아니다. 휴식과 학습, 업무를 위해 앉는 시간은 일상생활에 필요하다. 건강과 관련된 차이는 같은 자세를 얼마나 오래 유지하는지, 하루 전체에서 움직임이 어느 정도를 차지하는지, 충분한 신체활동이 함께 이루어지는지에 따라 나타난다.

오랫동안 앉아 생활하는 습관은 심혈관 건강과 혈당 조절, 대사질환의 위험과 관련이 있다. WHO는 성인의 좌식 시간이 길수록 전체 사망률과 심혈관질환,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연관성이 있다고 평가한다. 신체활동을 늘리는 것과 함께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도록 권고하는 배경이다.

근육은 몸을 움직일 때 에너지를 소비한다. 걷거나 계단을 오르는 동안 다리와 몸통의 근육이 활동하며 에너지 사용량도 증가한다. 장시간 앉아 있으면 이러한 근육 활동이 적어지고, 움직이는 시간과 비교해 에너지 소비도 낮아진다.

혈당 조절에서도 근육의 움직임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식사 후 혈액 속 포도당을 근육이 이용하는 과정에 신체활동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앉아 있는 시간을 중간에 끊고 잠시 걷는 활동이 식후 혈당과 인슐린 반응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들도 이어져 왔다.

2026년 발표된 관련 연구들을 종합한 분석에서는 장시간 계속 앉아 있는 경우보다 중간에 짧게 걷는 시간을 넣었을 때 식후 혈당과 인슐린 반응이 개선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실험 조건에서 관찰된 단기적인 대사 반응으로, 잠깐 걷는 행동만으로 당뇨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신체활동은 심장과 혈관, 근육과 뼈의 건강에도 관여한다. 규칙적인 활동은 심혈관질환과 제2형 당뇨병 등 여러 만성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며, 불안과 우울 증상을 줄이고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효과와도 관련이 있다.

WHO는 성인에게 일주일에 중강도 유산소 신체활동 150~300분 또는 고강도 신체활동 75~150분을 권장한다. 주요 근육을 사용하는 근력운동도 일주일에 2일 이상 시행하도록 권고한다. 걷기와 자전거 타기, 운동뿐 아니라 일과 이동, 가사활동에서 이루어지는 움직임도 신체활동에 포함된다.

좌식 행동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하루 최대 허용 시간을 하나의 숫자로 제시하지 않는다.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고 가능한 범위에서 신체활동으로 대체하도록 권고한다. 가벼운 움직임도 오래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는 데 의미가 있다.

2022년 기준 전 세계 성인 약 18억 명이 권장 신체활동 수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됐다. 전체 성인의 약 31%에 해당한다. 2010년과 비교하면 신체활동 부족 비율은 약 5%포인트 증가했다. WHO는 당시의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30년에는 비율이 35%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 세계 인구를 대상으로 추정한 WHO의 신체활동 부족 비율과 2026년 31개국 온라인 설문에서 나타난 53%는 조사 시기와 대상, 측정 방식이 다르다. 두 수치를 단순 비교해 최근 4년 동안 운동 부족이 급격히 늘었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제적인 인구 조사와 최근 설문 모두 충분한 신체활동을 확보하지 못하는 생활이 중요한 공중보건 문제라는 사실을 다루고 있다.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좌식 생활은 단순히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만 나타나지 않는다. 정기적으로 달리기나 근력운동을 하는 사람도 직장과 가정에서 오랫동안 앉아 있을 수 있다. 운동량이 충분하더라도 하루의 대부분을 움직이지 않고 보내는 생활은 별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정한 시간에 운동하는 것과 일상에서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는 일은 서로 보완할 수 있다. 출근 전 운동을 하더라도 업무 중 장시간 앉아 있다면 중간에 잠시 일어나 걷는 활동을 추가할 수 있다. 운동시설에 갈 시간이 부족한 사람도 생활 속에서 움직이는 횟수를 늘리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장시간 앉아 있는 행동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개인의 나이와 건강 상태, 운동량과 식습관 등 여러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시간 앉아 있더라도 모든 사람이 동일한 건강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아니다. 흡연과 음주, 수면, 만성질환 등 다른 요인도 심혈관질환과 대사질환 발생에 함께 영향을 준다.

특히 오랜 시간 책상 앞에서 일해야 하는 직장인에게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라는 권고는 실천 환경과 연결된다. 업무 중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사람과 정해진 자리에서 계속 근무해야 하는 사람은 움직일 수 있는 기회가 다르다. 장시간 운전하는 직업이나 고객 응대, 감시 업무처럼 자리를 벗어나기 어려운 노동도 존재한다.

직장과 가정의 구조 역시 신체활동에 영향을 준다.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상점과 공원, 계단과 대중교통이 가까운 환경에서는 이동 중 자연스럽게 움직일 기회가 생긴다. 반대로 자동차를 이용해야만 필요한 시설에 접근할 수 있는 지역에서는 일상적인 보행을 확보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건강관리를 개인의 결심에만 맡기기 어려운 이유다. 일터에서 휴식과 이동을 허용하는 운영 방식, 생활권에 마련된 보행 공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원과 체육시설은 신체활동을 지속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일상적인 움직임은 생활 습관인 동시에 주변 환경과도 관계가 있다.

파리 라빌레트의 전시관 앞에서 관람객이 '호모 스크롤루스 카나푸스'의 설명문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있다. 유리관 전시와 관람객의 전자기기 사용이 함께 담겼다. 사진=Hypebeast·ASICS.

전시관 앞에서는 관람객이 휴대전화로 설명문을 촬영한다. 유리관 안에는 전자기기를 바라보며 움직이지 않는 사람의 모습이 놓였고, 유리관 밖에서는 시민들이 전시를 둘러보거나 안내문을 살펴본다. 전시의 소재가 된 휴대전화는 관람객이 정보를 기록하는 도구로도 사용된다.

휴대전화 사용과 신체활동 부족을 동일하게 취급하기 어려운 이유도 일상적인 사용 방식에 있다. 휴대전화로 길을 찾으며 걸을 수도 있고, 집에서 운동 영상을 따라 할 수도 있다. 반대로 책을 읽거나 업무를 처리하면서 오랫동안 앉아 있을 수도 있다. 전자기기의 사용 여부보다 사용 중의 자세와 시간, 생활 전반의 움직임이 건강과 더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짧은 영상을 계속 넘겨 보거나 여러 편의 콘텐츠를 연속으로 시청하는 행동은 오랜 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하게 만드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다음 콘텐츠를 즉시 볼 수 있는 디지털 서비스에서는 휴식을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시점을 스스로 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영상 시청이나 온라인 소통을 모두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여가를 즐기고 다른 사람과 연락하며 정보를 얻는 활동도 생활에 필요하다. 그러나 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몸을 움직일 기회가 줄어들거나 수면시간까지 영향을 받는다면 사용 습관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소파에 앉아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을 게으른 인간으로 규정하는 방식 역시 건강 문제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신체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은 사람마다 다르고, 업무와 돌봄, 건강 상태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범위도 달라진다.

장시간 앉아 지내는 생활을 바꾸려면 운동에 대한 개인적인 동기뿐 아니라 생활 속 움직임을 가로막는 조건도 살펴야 한다. 근무시간과 이동 방식, 주거환경, 휴식과 여가의 선택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파리의 전시가 활용한 자연사박물관 형식은 사람을 관찰의 대상으로 바꿔 놓았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생물 종의 이름을 붙이고, 소파와 전자기기를 서식 환경처럼 배치했다. 현대인의 일상적인 습관을 한 걸음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도록 만든 풍자다.

전시장에서는 소파에 앉은 인간 모형이 거의 움직이지 않지만 유리관 밖의 사람들은 걷거나 멈춰 서서 전시를 살펴본다. 관람객이 오가는 거리와 움직이지 않는 인체 모형의 차이도 분명하다. 움직임이 사라진 생활을 재현한 전시가 실제 사람들이 이동하는 공공장소에 설치된 것이다.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을 다루는 건강 논의는 운동을 얼마나 많이 해야 하는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하루 동안 신체활동이 어느 시점에 얼마나 이루어지는지, 오랫동안 같은 자세를 유지하는 시간이 얼마나 지속되는지까지 살펴보는 방향으로 넓어지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움직임을 늘리는 방법도 특별한 운동시설이나 장비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실내에서 일어나 걷거나 가까운 거리를 걸어서 이동하고, 장시간 앉아 있는 도중 짧은 활동을 넣는 일부터 시작할 수 있다. 개인의 건강과 활동 능력에 맞춰 움직이는 시간과 강도를 점차 늘리는 방식이다.

세계보건기구의 권고에서도 운동량과 좌식 시간은 별도로 다뤄진다. 일주일에 충분한 신체활동을 확보하는 일과 하루 동안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는 일은 함께 고려할 수 있는 건강관리 방법이다.

2026년 파리 라빌레트에 등장한 '호모 스크롤루스 카나푸스'는 실제 새로운 인간 종이 아니라 소파와 전자기기 중심으로 바뀐 생활을 풍자한 가상의 이름이다. 전시가 끝난 뒤에도 사무실의 의자와 자동차 좌석, 집 안의 소파는 일상에 남는다. 생활의 편리함을 유지하면서 움직이는 시간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가 장시간 앉아 있는 현대인의 건강을 좌우하는 중요한 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