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지 않는 일상③] 휴대전화로 쉬는 밤, 끝없는 스크롤이 바꾼 수면과 정신건강
잠들기 전 화면 이용과 수면 부족의 연관성, 성인 12만 명 조사서 수면시간·수면의 질 차이 부정적 뉴스의 반복 소비와 짧은 영상 시청… 디지털 생활 속 휴식과 신체활동의 변화
[KtN 윤상길주필]잠자리에 들기 전 매일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평일 수면시간이 평균 7.6분 짧았다. 수면의 질이 나쁘다고 응답한 비율도 33% 높았다. 미국 성인 12만2058명을 대상으로 화면 이용과 수면의 관계를 분석해 2025년 3월 국제학술지 'JAMA Network Open'에 발표한 연구 결과다. 휴대전화와 컴퓨터가 일상 깊숙이 들어오면서 잠들기 직전까지 이어지는 디지털 생활이 수면건강의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퇴근 후 소파에 앉아 휴대전화로 짧은 영상을 보고,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게시물을 확인하거나 온라인 뉴스를 읽는 일은 익숙한 휴식 방식이다. 별다른 준비 없이 손에 든 기기로 즐길 수 있고, 새로운 콘텐츠도 끊임없이 이어진다. 몸은 쉬고 있어도 잠들기 전까지 화면을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는 환경이다.
프랑스 파리 라빌레트에 지난 10월 9일부터 이틀 동안 설치된 '호모 스크롤루스 카나푸스(Homo Scrollus Canapus)'는 이러한 생활을 풍자한 전시였다. 투명한 유리관 안에 소파와 전자기기를 배치하고, 화면을 바라보며 움직이지 않는 사람의 모습을 실물 크기로 재현했다. 자연사박물관에서 동물의 생태를 살펴보듯 현대인의 생활습관을 관찰하도록 만든 설치물이다.
스포츠 브랜드 아식스(ASICS)가 세계 정신건강의 날을 맞아 마련한 전시는 휴대전화와 영상 시청, 장시간 앉아 있는 생활을 하나의 공간에 모았다. 소파에 몸을 기댄 자세와 전자기기,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는 신체는 현대인의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모습이다.
소파에 앉아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동안 몸의 움직임은 제한된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넘기거나 기기를 움직이는 작은 동작은 반복되지만 다리와 몸통의 큰 근육을 사용하는 활동은 적다. 휴식시간에도 신체는 오랫동안 같은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전자기기를 이용하는 모든 시간이 같은 성격을 갖는 것은 아니다. 가족이나 친구와 대화하고 필요한 정보를 찾거나 음악을 듣는 활동은 사회적 관계와 여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교육과 업무, 건강관리에도 디지털 기술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화면을 보는 시간만으로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같은 한 시간이라도 친구와 영상통화를 하는 경우와 부정적인 뉴스를 계속 읽는 경우, 짧은 영상을 반복해서 시청하는 경우는 경험의 성격이 다르다. 사용자가 콘텐츠를 직접 선택하는지, 원하지 않아도 이용을 계속하는지에 따라서도 차이가 발생한다.
온라인에서 부정적인 뉴스와 불안감을 유발하는 정보를 계속 찾아보는 행동은 '둠스크롤링(doomscrolling)'으로 불린다. 전쟁과 재난, 범죄, 경제위기 등 불안한 소식을 반복해서 확인하거나 다음 소식을 찾기 위해 화면을 계속 넘기는 행동을 가리킨다.
둠스크롤링은 단순히 뉴스를 많이 읽는 것과 구별된다. 사회적 사건에 관한 정보를 얻으려는 행동 자체보다 부정적인 내용을 반복해서 소비하고, 이용을 중단하기 어려워지는 상태와 관련이 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새로운 정보가 나왔는지 확인하려는 행동이 되풀이되면 휴식시간에도 긴장과 걱정이 이어질 수 있다.
2026년 9월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Psychology'에는 둠스크롤링과 정신건강의 관계를 다룬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이 발표됐다. 연구진은 관련 연구 44편을 검토했으며, 이 가운데 21편을 주요 통계 분석에 포함했다.
분석에서는 둠스크롤링이 잦은 사람일수록 불안과 우울, 심리적 고통을 더 많이 경험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불안과 우울의 상관계수는 각각 약 0.35였고, 심리적 고통과의 상관계수는 약 0.51로 집계됐다. 심리적 안녕감과 삶의 만족도에서는 반대 방향의 관계가 관찰됐다.
연구 결과를 둠스크롤링이 우울증을 직접 일으킨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불안하거나 우울한 사람이 부정적인 정보를 더 많이 찾아볼 가능성도 있고, 스트레스나 사회경제적 조건처럼 두 행동에 동시에 영향을 주는 요인도 존재한다. 연구마다 조사 대상과 측정 방식이 달랐으며, 전체 근거의 확실성도 매우 낮은 수준으로 평가됐다.
디지털 콘텐츠와 정신건강의 관계를 살펴볼 때는 사용량과 사용 방식, 기존의 심리 상태를 함께 구분해야 한다. 오래 사용한다고 모두 같은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며, 적은 시간이라도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콘텐츠를 반복해서 소비할 수 있다.
짧은 영상의 반복 시청도 별도로 연구되고 있다. 수십 초에서 몇 분 안팎의 영상이 연속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에서는 사용자가 새로운 콘텐츠를 찾기 위해 별도의 검색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하나의 영상이 끝나면 다음 영상이 이어지고, 화면을 넘기는 짧은 동작만으로 다른 콘텐츠를 볼 수 있다.
2026년 3월 'Journal of Medical Internet Research'에 발표된 메타분석은 짧은 영상 이용과 정신건강의 관계를 다룬 연구 58편, 총 9만6676명의 자료를 종합했다. 영상 이용은 우울과 불안, 스트레스, 외로움 등 부정적인 심리 상태와 통계적인 연관성을 나타냈다.
특히 이용을 조절하기 어려운 문제적 사용에서 부정적인 정신건강 지표와의 연관성이 더 뚜렷했다. 일반적인 사용시간이나 이용 빈도만으로 분석했을 때는 결과의 일관성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화면을 얼마나 오래 보느냐뿐 아니라 이용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게 다뤄진 연구다.
짧은 영상은 빠른 시간에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고 오락과 교육, 창작 활동에도 활용된다. 이용 목적과 콘텐츠의 종류, 개인의 생활환경에 따라 경험이 달라진다. 따라서 짧은 영상을 시청한다는 사실만으로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디지털 피로는 사용시간뿐 아니라 화면을 떠난 뒤에도 이어지는 정보 처리와 관련이 있다. 업무용 메시지를 확인하고 뉴스를 읽다가 소셜미디어로 이동하면 서로 다른 성격의 정보가 계속 들어온다. 화면을 닫은 뒤에도 업무나 사회적 사건에 관한 생각이 이어질 수 있다.
휴식은 단순히 의자에 앉아 몸을 움직이지 않는 상태와 같지 않다. 몸을 쉬게 하는 시간에도 긴장이나 걱정이 계속될 수 있고, 반대로 가벼운 산책이나 취미 활동처럼 몸을 움직이면서 심리적인 휴식을 경험할 수도 있다. 육체적인 휴식과 정신적인 회복은 서로 관련되지만 항상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밤에 사용하는 휴대전화는 수면시간과 직접 맞닿아 있다. 잠자리에 누워 뉴스를 읽거나 영상을 보는 시간이 길어지면 실제 잠들기 시작하는 시각이 늦어질 수 있다. 다음 날 기상 시간이 정해져 있다면 수면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도 줄어든다.
2025년 발표된 미국 성인 12만2058명 연구에서는 잠들기 전 매일 전자기기 화면을 사용하는 집단이 화면을 사용하지 않는 집단보다 평일 수면시간이 평균 7.64분 짧았다. 수면의 질이 나쁘다고 응답할 비율은 33% 높았으며, 저녁에 활동성이 높아지는 사람들에게서 수면시간과 취침 시각의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났다.
하루 7~8분의 차이는 작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집단 평균으로 나타난 수치이며 모든 이용자가 같은 정도로 수면시간이 줄어든다는 뜻은 아니다. 조사 대상자의 평소 수면습관과 생활환경, 업무시간 등이 함께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25년 발표된 또 다른 메타분석에서는 21개 코호트 연구에 참여한 54만8338명의 자료를 종합했다. 하루 화면 이용시간이 길수록 수면시간이 짧아지고 늦게 잠자리에 드는 경향이 나타났다. 수면시간의 감소 폭과 불면 증상과의 관계는 연구마다 차이가 있었으며, 연령과 국가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랐다.
전자기기가 수면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하나가 아니다. 밤늦게 콘텐츠를 시청하면서 잠잘 시간을 미루는 행동이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고, 불안이나 흥분을 유발하는 내용이 수면 준비를 방해할 수도 있다. 화면에서 나오는 빛 역시 생체시계와 수면을 조절하는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밝은 빛은 잠을 준비하는 신체의 생리적 과정과 관련이 있다. 특히 밤에 강한 빛에 노출되면 멜라토닌 분비와 수면 시각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화면의 밝기와 이용시간, 주변 조명 등도 함께 작용하므로 모든 전자기기의 영향이 동일한 것은 아니다.
화면의 색온도를 바꾸는 기능만으로 늦은 취침이나 수면 부족을 해결할 수는 없다. 잠자리에 들기 전 계속 영상을 시청한다면 화면의 색상과 관계없이 실제 잠잘 시간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수면 부족은 다음 날의 집중력과 감정 조절, 피로에도 영향을 준다. 충분히 잠들지 못하면 낮 동안 졸음이 늘어나고 주의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수면 문제와 정신건강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이기도 하다. 불안과 우울 증상이 수면을 방해할 수 있고, 지속적인 수면 부족 역시 정서적 어려움과 관련된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사실보다 잠자리에 드는 시각과 수면의 질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이용시간이 같아도 낮에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과 잠들기 직전까지 사용하는 사람은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 있다.
파리 라빌레트의 전시관에는 투명한 유리벽 너머로 소파와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사람의 모습이 놓였다. 관람객은 전시관 밖에서 모형을 살펴보고, 유리 표면에는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과 건물의 모습이 함께 비친다.
실내에서 화면을 바라보는 인간 모형과 전시장 밖에서 걷거나 멈춰 서 있는 시민은 서로 다른 생활 동작을 나타낸다. 휴대전화와 소파, 전자기기를 가상의 인간 종이 생활하는 환경처럼 구성한 전시는 화면 이용과 움직임이 적은 생활을 하나의 풍경으로 묶었다.
2026년 7월 세계 31개국 성인 3만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는 응답자들이 깨어 있는 시간의 평균 86%를 움직이지 않고 보낸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53%는 주간 권장 신체활동량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분류됐다.
86%라는 수치는 하루 중 화면을 이용한 시간의 비율이 아니다. 책상 앞에서 일하거나 차를 타고 이동하고, 앉아서 대화하거나 쉬는 활동도 움직이지 않는 시간에 포함될 수 있다. 설문 응답에 기반한 수치인 만큼 실제 활동량 측정 결과와도 구별된다.
휴대전화 사용과 오래 앉아 있는 생활에는 서로 겹치는 부분이 많지만 같은 행동은 아니다. 밖에서 걸으며 통화하거나 지도 앱을 사용할 수 있고, 실내에서 운동 영상을 따라 하면서 화면을 볼 수도 있다. 반대로 화면을 사용하지 않고 책을 읽거나 자동차를 타는 동안에도 오랫동안 앉아 있을 수 있다.
정신건강을 위한 신체활동에서도 구별이 필요하다. 몸을 움직이는 시간이 많다고 모든 사람이 정서적으로 안정되는 것은 아니며, 움직임이 적은 사람의 정신건강이 반드시 나쁘다고 볼 수도 없다. 스트레스와 소득, 직업과 건강 상태, 사회적 관계와 수면 등 다양한 조건이 함께 작용한다.
2026년 글로벌 활동량 조사에서는 일주일에 150분 이상 활동한 집단의 정신상태 지수가 주당 활동량 30분 미만 집단보다 평균 11점 높았다. 정신상태 지수는 자신감과 만족감, 평온함, 집중력 등 정서와 인지 상태를 설문으로 평가한 점수다.
조사에서 활동량이 많은 집단의 점수가 높게 나타났다고 운동만으로 11점을 높일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신체활동과 정신상태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가능성이 있고, 기존의 건강 상태와 생활환경에 따라서도 두 지표가 함께 달라질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규칙적인 신체활동이 우울과 불안 증상을 줄이고 수면과 인지 건강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권고한다. 신체활동과 정신건강 사이에는 관찰 연구뿐 아니라 운동 프로그램의 효과를 비교한 무작위 임상시험도 축적돼 있다.
2026년 2월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 발표된 종합 분석은 기존 메타분석 81건에 포함된 1079개 연구, 약 7만9551명의 자료를 검토했다. 운동은 우울과 불안 증상을 낮추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냈으며, 유산소 운동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가 관찰됐다.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2024년 'BMJ'의 분석에서도 걷기와 조깅, 요가, 근력운동 등 여러 운동 방식에서 우울 증상 완화 효과가 나타났다. 운동 강도와 방식, 참여자의 특성에 따라 효과는 달랐고, 운동은 개인의 상태에 맞춘 치료와 관리의 한 부분으로 고려할 수 있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가 있는 사람이 산책이나 운동만으로 치료를 대신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증상이 지속되거나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라면 전문적인 평가와 치료가 필요하다. 신체활동은 적절한 치료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건강관리 수단이다.
정신적 피로를 줄이기 위해 반드시 고강도 운동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가벼운 걷기와 자전거 이동, 자신에게 맞는 운동은 생활 속 신체활동을 늘리는 방법이다. 수면과 휴식, 사회적 관계를 함께 관리하는 과정에서 신체활동을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
디지털 생활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이용자가 처한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가까운 사람과 연락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온라인 소통은 사회적 고립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정보와 상담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에게는 온라인 서비스가 필요한 지원을 찾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세계보건기구 유럽지역사무소가 2025년 발표한 디지털 기술과 청소년 정신건강 관련 검토에서도 사용 방식과 콘텐츠의 종류에 따라 긍정적·부정적 관계가 모두 관찰됐다. 수동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행동과 적극적인 소통은 서로 다른 경험이며, 이용시간과 심리 상태의 관계도 일관되게 나타나지 않았다.
디지털 기기를 완전히 사용하지 않는 생활을 이상적인 건강관리 방식으로 제시하기 어려운 이유다. 직장과 학교, 가족과의 연락, 금융거래와 의료서비스 이용까지 전자기기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화면 이용은 현대인의 일상을 구성하는 주요 활동이 됐다.
휴대전화가 정신적인 부담으로 이어지는 상황은 개인적인 이용 습관뿐 아니라 업무환경과도 관계가 있다. 퇴근한 뒤에도 업무 메시지를 확인해야 하거나 늦은 밤까지 연락을 기다리는 사람은 전자기기를 내려놓기 어렵다. 휴대전화가 휴식과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면서 두 시간의 구분이 흐려지는 것이다.
업무와 여가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면 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도 새로운 연락이 올지 신경 쓰게 될 수 있다. 알림을 확인하는 빈도와 응답을 요구받는 정도가 심리적 부담에 영향을 준다. 개인의 사용시간을 제한하는 일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업무 구조의 문제도 함께 존재한다.
영상과 소셜미디어 서비스의 설계 역시 이용자의 행동과 관련된다. 영상이 자동으로 재생되거나 새로운 게시물이 계속 나타나는 서비스에서는 이용을 끝내는 시점을 사용자가 직접 정해야 한다. 알림과 추천 콘텐츠가 반복되면 원래 계획했던 시간보다 오래 머무를 수 있다.
디지털 서비스의 편리함은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제공하는 데 있지만, 이용시간이 길어질수록 다른 생활활동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도 줄어든다. 잠자리에 드는 시각을 늦추거나 예정했던 운동과 외출을 미루는 일이 반복된다면 화면 이용과 생활습관의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신체활동을 늘리는 생활과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생활은 서로 대립하지 않는다. 걷는 동안 음악을 듣거나 이동 경로를 확인할 수 있고, 운동 기록 앱으로 활동량을 살펴볼 수도 있다.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목적과 활동하는 신체의 상태가 함께 중요하다.
정신건강을 위한 휴식에서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좋아하는 영화를 감상하거나 친구와 대화하는 시간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휴식 때문에 수면시간이 줄어들거나 장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하는 생활이 반복된다면 일과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잠들기 전에는 화면을 이용하는 시간을 줄이고 일정한 취침 시각을 유지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부정적인 뉴스를 계속 확인하는 습관이 스트레스로 이어진다면 뉴스 확인 시간을 따로 정하거나 알림을 조절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이용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접근이다.
디지털 기기의 사용시간을 기록하는 기능은 자신의 생활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하루 화면 이용시간이 같아도 사용 목적과 시간대에 따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다를 수 있다. 늦은 밤의 영상 시청과 낮 시간의 업무, 가족과의 연락을 하나의 수치로 합산하는 방식만으로는 생활의 차이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수면시간과 일상적인 신체활동, 기기 이용의 목적을 함께 살펴봐야 보다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 잠을 충분히 자고 규칙적으로 움직이면서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는 사람과 수면을 줄이면서까지 화면을 보는 사람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하기는 어렵다.
2026년 파리 라빌레트의 유리관에는 소파에 앉아 전자기기를 바라보는 인간 모형이 놓였다. 시민들은 전시관 앞을 걸어가거나 멈춰 서서 내부를 살펴봤다. 소파와 휴대전화, 영상 시청은 현대인의 평범한 생활이지만 사용시간과 수면, 신체활동이 어떻게 맞물리는지에 따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진다.
2025년 성인 12만여 명의 수면 연구와 2026년 발표된 둠스크롤링·짧은 영상 관련 연구에서는 화면 이용의 시간과 방식이 수면 및 정신건강 지표와 관련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동시에 이용자의 기존 심리 상태와 생활환경, 콘텐츠의 성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휴대전화는 업무와 소통, 여가를 한 기기에서 해결하도록 만들었다. 소파에 앉아 쉬는 동안에도 뉴스와 영상, 메시지는 계속 이어진다. 디지털 생활이 넓어진 2026년의 건강관리에서는 전자기기를 얼마나 사용하는지뿐 아니라 잠들고 움직이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시간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