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지 않는 일상④] 걷기 실천율 서울 69%·강원 37.6%… 건강을 가르는 도시의 생활환경
2025년 지역사회건강조사서 지역별 걷기 실천율 큰 차이, 보행로와 이동 환경이 신체활동에 영향 '트렌드 코리아 2026' 건강지능 시대… 개인의 건강관리 능력과 일상에서 움직일 수 있는 사회적 조건
[KtN 윤상길주필]서울의 걷기 실천율은 69.0%, 강원은 37.6%였다. 2025년 지역사회건강조사에서 나타난 지역별 차이다. 전국 시·군·구 중앙값은 49.2%로 전년보다 0.5%포인트 낮아졌다. 같은 기간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 실천율도 26.0%에 머물렀다. 건강을 위해 걷고 운동하는 일이 일상적인 생활습관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실제로 몸을 움직이는 정도는 지역과 생활환경에 따라 크게 달랐다.
걷기 실천율은 최근 일주일 동안 하루 30분 이상 걷기를 주 5일 이상 실천한 사람의 비율이다. 질병관리청이 전국 258개 지역의 성인 23만1615명을 조사한 결과다. 서울은 2024년 68.0%에서 2025년 69.0%로 높아졌고, 강원은 같은 기간 39.6%에서 37.6%로 낮아졌다. 지역별 인구의 연령과 성별 차이를 보정한 수치에서도 격차가 나타났다.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 실천율은 제주가 38.9%로 가장 높았고 대구가 23.2%로 가장 낮았다. 걷기 실천율이 높은 지역과 비교적 강도가 높은 신체활동을 많이 하는 지역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았다. 일상적으로 걷는 시간과 운동 강도를 높여 활동하는 시간이 서로 다른 생활환경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는 결과다.
집에서 직장까지 이동하는 거리와 교통수단, 보행로의 연결 상태, 공원과 체육시설의 접근성은 일상적인 신체활동에 영향을 준다. 가까운 상점이나 지하철역까지 걸어갈 수 있는 사람과 자동차를 이용해야 생활시설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하루 동안 움직일 기회부터 다르다. 거주지역의 보행환경은 운동을 별도로 계획하지 않아도 몸을 움직이게 하는 생활조건 가운데 하나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지난 10월 9일부터 이틀 동안 현대인의 움직임이 줄어든 생활을 풍자하는 전시가 열렸다. 그랑드 알 드 라빌레트(Grande Halle de La Villette) 앞에 설치된 투명한 유리관에는 소파에 앉아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인간 모형이 놓였다. '호모 스크롤루스 카나푸스(Homo Scrollus Canapus)'라는 가상의 이름을 붙여 장시간 앉아 있는 현대인을 자연사박물관의 생물 표본처럼 재현했다.
전시관 바깥으로는 시민들이 걸어 다녔다. 광장을 지나 목적지로 향하는 사람과 전시를 구경하기 위해 멈춰 선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 모였다. 일상적인 이동이 이루어지는 보행 공간 한쪽에 움직이지 않는 인간 모형을 배치한 것이다.
파리의 라빌레트는 문화시설과 공공공간, 보행 동선이 연결되는 도시의 한 구역이다. 시민들은 광장을 지나거나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이동하고,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잠시 멈춰 선다. 도시의 공공공간은 사람들이 이동하는 길이면서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는 생활의 일부다.
운동시설에 들어가 러닝머신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일상적인 보행은 신체활동에 포함된다. 출퇴근길에 걷거나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면서 계단을 이용하는 활동, 가까운 생활시설을 방문하는 움직임도 하루의 활동량을 구성한다. 정해진 운동시간 밖에서 반복되는 보행이 신체활동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유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체활동을 골격근의 움직임으로 에너지를 소비하는 모든 활동으로 정의한다. 운동이나 스포츠뿐 아니라 일과 이동, 가사활동과 여가에서 이루어지는 움직임도 포함한다. 걷기와 자전거 타기, 휠체어 등을 이용한 이동 역시 개인의 신체 조건과 활동 방식에 따라 일상적인 신체활동이 될 수 있다.
2024년 발표된 세계 신체활동 통계에서는 성인 약 18억 명이 권장 활동량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됐다. 전체 성인의 약 31%다. 2010년보다 신체활동 부족 비율이 약 5%포인트 높아졌다. WHO는 성인에게 일주일에 중강도 유산소 신체활동 150~300분 또는 고강도 활동 75~150분을 권장하고 있다.
일상에서 운동할 기회를 확보하는 일은 개인의 건강관리 방법과 함께 도시의 구조를 살펴봐야 하는 사안이다. 보행로가 끊기거나 자동차 통행이 많은 도로를 건너야 한다면 가까운 거리도 걷기 어렵다. 안전한 횡단보도와 적절한 보도 폭, 이동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없는 보행환경은 주민이 일상적으로 걸을 수 있는 조건이 된다.
보행로의 연속성은 특히 어린이와 고령자, 이동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에게 중요하다. 자동차와 보행자가 뒤섞이는 구간에서는 교통사고 위험이 높아지고, 보도의 턱과 경사가 심한 구간에서는 휠체어나 보행보조기를 이용하는 사람의 이동이 제한될 수 있다. 길이 존재한다는 사실보다 누구나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구조인지가 중요하다.
보행 신호의 길이도 이동의 편의에 영향을 준다. 걸음이 느린 사람이 넓은 도로를 건너기에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으면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에서도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보행로에 자동차가 주차돼 있거나 물건이 쌓여 있다면 사람은 차도로 내려가 이동해야 할 수도 있다. 도시의 보행환경은 일상적으로 이동하는 사람의 안전과 활동 범위를 좌우한다.
걷기 실천율이 높은 지역이 반드시 모든 주민에게 걷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의 높은 수치에는 대중교통 이용과 도보 이동이 잦은 도시구조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지만 지역별 차이를 보행로의 수준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직업과 연령, 소득, 건강 상태, 교통수단 선택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
강원 지역의 낮은 걷기 실천율 역시 주민의 운동 의지가 부족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생활시설까지의 거리와 자동차 의존도, 지형과 기후, 인구구성에 따라 일상적인 이동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산악지대와 농어촌 지역은 도심과 생활시설의 배치가 다르며, 일과 이동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신체활동의 종류도 차이가 있다.
지역사회건강조사에서도 걷기와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은 별도 지표로 관리한다. 하루 동안 많은 거리를 걸어 이동하는 사람과 농업이나 노동 과정에서 신체를 사용하는 사람은 활동 방식이 다르다. 보행량만으로 한 지역 주민의 전체 활동량이나 건강 상태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도시의 공공공간은 이동하는 사람과 잠시 머무는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장소다. 공원에서는 산책과 휴식이 이루어지고, 광장에서는 보행과 만남, 문화행사가 이어진다.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나면 생활 속에서 움직이거나 야외에 머무를 기회도 다양해진다.
공원과 녹지는 신체활동뿐 아니라 정신건강과도 관련이 있다. 나무와 녹지가 있는 야외 공간에서는 걷기와 가벼운 운동, 휴식과 사회적 교류가 이루어질 수 있다. 도시의 녹지 접근성과 정신건강의 관계를 다룬 연구에서도 긍정적인 연관성이 보고돼 왔다. 효과는 녹지의 면적과 질, 이용 빈도, 개인의 생활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공원까지의 거리가 지나치게 멀거나 이동 경로가 안전하지 않다면 실제 이용은 제한될 수 있다. 시설이 있어도 운영시간과 접근성, 유지관리 상태에 따라 주민의 이용 경험은 달라진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공원이 있는지, 걷거나 이동보조기기를 사용해 갈 수 있는지, 필요한 휴식시설이 마련돼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여름철 높은 기온과 겨울철 추위는 야외 활동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특히 폭염이 이어지는 시기에는 그늘이 부족한 도로에서 오랫동안 걷는 일이 건강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이 필요하고, 기온과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활동시간을 조절해야 한다.
도시의 보행환경에서는 가로수와 그늘,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공간도 중요하다. 고령자나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은 이동 중 휴식할 장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공원과 보행로가 가까워도 실제로 몸을 움직이기 편한 환경인지에 따라 이용 빈도는 달라질 수 있다.
WHO는 2025년 5월 걷기와 자전거 이용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 지침을 발표했다. 보행로와 횡단보도, 자동차와 분리된 자전거도로를 안전하게 확보하고, 교통과 보건, 환경 및 교육 정책을 함께 추진하도록 권고했다. 건강을 위한 신체활동을 의료나 체육 분야의 문제로만 다루지 않고 교통과 도시계획의 영역까지 넓힌 것이다.
전 세계 도로 가운데 자전거 전용도로를 갖춘 구간은 0.2%에 불과하다는 WHO의 집계도 있다. 보행로와 안전한 횡단시설이 충분하지 않은 지역도 많다. 걷기와 자전거 이동은 비용이 적게 들고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신체활동이지만 안전한 이동환경이 확보되지 않으면 실제 선택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자동차 중심의 도로에서는 보행자가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이 좁아지기 쉽다. 횡단보도가 멀리 떨어져 있거나 도로를 여러 차례 건너야 한다면 가까운 생활시설에 접근하는 데도 시간이 더 걸린다. 반대로 보행로와 대중교통 정류장, 상점과 공원이 연결된 지역에서는 짧은 거리를 걸어서 이동하기가 수월하다.
자전거 역시 이동과 운동을 함께 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안전한 주행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자전거도로가 중간에 끊기거나 자동차와 좁은 도로를 함께 사용해야 한다면 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자전거 보관시설과 도로 연결성, 교차로 안전시설은 일상적인 이용을 뒷받침하는 조건이다.
신체활동을 늘리기 위한 정책은 사람들에게 운동을 권하는 방식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사람들이 실제로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는 길을 만들고, 생활시설에 접근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는 일도 필요하다. 도시의 보행환경은 교통정책과 건강정책이 만나는 영역이다.
직장에서도 움직일 수 있는 조건은 업무에 따라 달라진다. 책상 앞에서 일하는 사무직 근로자는 근무시간 대부분을 앉아서 보낼 수 있고, 장거리 운전자는 업무 자체가 오랜 좌식 생활을 요구한다. 고객 응대나 감시 업무처럼 정해진 자리를 벗어나기 어려운 직종도 있다.
업무 중 잠시 일어나 걷는 행동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해도 근로자가 자유롭게 자리를 비울 수 없다면 실천하기 어렵다. 휴식시간을 정하는 방식과 업무량, 근무 공간의 구조가 실제 움직임에 영향을 준다. 계단과 휴게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지, 휴식시간에 짧게 걸을 수 있는 장소가 있는지도 중요하다.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근로자에게 높이 조절 책상은 자세를 바꾸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서 있는 시간을 늘리는 것만으로 충분한 신체활동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래 서 있는 자세 역시 다리와 허리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앉기와 서기를 반복하면서 짧은 보행을 함께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일정한 시간에 운동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과 육아·돌봄·교대근무 때문에 개인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사람도 활동 조건이 다르다. 운동을 위해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지, 주거지 가까이에 이용할 만한 시설이 있는지에 따라서도 실천 가능성이 달라진다.
개인에게 권장되는 운동량은 같아도 생활에서 확보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에는 차이가 있다. 운동 부족을 개인의 의지나 건강에 대한 관심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걷기는 일상적인 이동과 가장 밀접한 신체활동 가운데 하나다. 특별한 장비를 준비하지 않아도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상점에 가거나 대중교통 정류장으로 이동하는 시간, 점심 식사 후 잠시 걷는 활동도 하루 동안의 보행량에 포함된다.
걷는 속도와 거리, 개인의 체력에 따라 운동 강도는 달라진다. 천천히 걷는 활동과 숨이 조금 가빠질 정도로 빠르게 걷는 활동은 같은 시간을 사용해도 신체에 주는 부담이 다르다. 건강 상태에 따라서는 짧은 거리의 보행도 상당한 활동이 될 수 있다.
일상에서 걷는 시간을 늘리는 행동은 운동 계획을 따로 세우는 일보다 생활환경과 더 직접적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가까운 목적지까지 걸을 수 있는지, 이동 중 쉬어갈 장소가 있는지, 날씨와 교통 여건이 안전한지에 따라 선택이 달라진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에게는 걷기 대신 다른 형태의 움직임이 필요할 수 있다. 휠체어를 이용한 이동이나 상체를 활용하는 운동, 개인의 기능 수준에 맞춘 근력운동도 건강을 위한 신체활동에 포함된다. 모든 사람에게 같은 보행량을 요구하기보다 신체 조건에 맞는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접근이 중요하다.
고령자에게는 집 주변의 짧은 이동과 균형을 유지하는 능력이 일상생활의 독립성과 연결된다. 보행 중 넘어질 위험이 크다면 운동을 많이 하는 것보다 안전한 이동환경과 적절한 보조가 우선될 수 있다. 보도의 높낮이와 미끄러운 바닥, 야간 조명과 휴식시설이 실제 외출에 영향을 준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도 생활환경은 중요한 조건이다. 학교와 주거지 사이의 이동 경로가 안전하고 운동장과 공원을 이용하기 쉬우면 수업 외 시간에 몸을 움직일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부모의 동행이나 자동차 이동에 의존해야 하는 환경에서는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범위가 좁아질 수 있다.
세계 각국의 건강정책이 신체활동을 개인의 운동 습관뿐 아니라 교통과 교육, 노동과 도시계획의 문제로 다루는 배경에는 이러한 차이가 있다. 같은 건강정보를 알고 있어도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조건은 사람마다 다르다.
2026년 국내 소비 트렌드에서도 자신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필요한 정보를 선택하는 능력이 주목받고 있다. 김난도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집필한 '트렌드 코리아 2026'은 10대 소비 키워드 가운데 하나로 '건강지능 HQ'를 제시했다.
건강지능은 자신의 건강 상태를 이해하고 관련 정보를 찾아 판단한 뒤 적절한 제품과 서비스, 생활습관을 선택하는 능력을 가리킨다. 건강에 좋다는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과학적 근거를 살피고 자신의 상태에 맞는 방법을 선택하는 데 의미를 둔다.
스마트워치와 휴대전화의 건강관리 기능은 이러한 변화를 반영한다. 하루 걸음 수와 심박수, 운동시간과 수면시간을 기록하고 이전 기록과 비교할 수 있다. 건강 관련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반드시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일상에서 여러 지표를 살펴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건강정보가 많아진 만큼 정보를 해석하는 능력도 중요해졌다. 하루 만 보를 걸어야 한다는 목표나 특정한 심박수, 수면 점수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나이와 질환, 신체 기능과 평소 생활습관에 따라 적절한 활동량과 관리 방법은 달라질 수 있다.
걸음 수가 많다고 반드시 권장 신체활동량을 충족하는 것도 아니다. 걷는 속도와 운동 강도, 근력운동 여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자전거와 수영처럼 걸음 수로 충분히 표현되지 않는 활동도 있고, 휠체어 이용자의 신체활동은 다른 방식으로 평가해야 한다.
건강관리 기기가 기록한 수치에도 측정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손목에 착용하는 기기의 심박수와 활동량 측정은 움직임의 종류와 착용 상태에 따라 정확도가 달라진다. 소비자용 기기의 지표를 의료기관에서 이루어지는 진단과 동일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건강지능을 단순히 건강정보를 많이 알고 기기를 잘 사용하는 능력으로 제한하기 어려운 이유다. 자신의 생활과 건강 상태에 맞는 정보를 선택하고, 실천할 수 있는 활동을 지속하는 능력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지역사회건강조사에서 나타난 걷기 실천율의 격차도 건강정보와 실제 생활 사이의 차이를 생각하게 한다. 서울과 강원의 걷기 실천율은 30%포인트 넘게 벌어졌지만 건강정보를 접하는 정도나 개인의 운동 의지만으로 나타난 결과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거주지역의 구조와 이동 방식, 직업과 소득, 건강 상태가 함께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운동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도 퇴근 후 걸을 만한 길이 없거나 근무시간이 지나치게 길다면 실천하기 어렵다. 스마트워치가 걸음 수를 기록해도 보행로가 끊겨 있거나 안전한 이동 경로를 찾기 어렵다면 활동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생긴다. 건강관리 정보를 실천으로 연결하는 과정에는 개인의 판단과 주변 환경이 함께 필요하다.
국내에서도 지역별 건강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은 지자체의 보건사업과 생활환경 개선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보건소의 건강증진 프로그램과 공공 체육시설, 공원과 보행로를 서로 연결하면 주민이 일상적으로 움직이는 기회를 넓힐 수 있다. 주민의 연령과 직업, 지역의 교통 여건에 따라 필요한 시설과 운영 방식도 달라진다.
2025년 지역사회건강조사에서는 전국 258개 지역의 걷기와 신체활동, 건강생활 실천 수준이 집계됐다. 시·군·구별 지표는 지역보건의료계획을 수립하고 지역 간 건강 격차를 살펴보는 데 활용된다. 걷기 실천율과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 실천율을 별도로 관리하면서 생활습관의 변화를 살피는 구조다.
WHO 역시 2018~2030년 신체활동 증진을 위한 국제 행동계획에서 활동적인 사회와 환경, 사람, 제도를 함께 강조해 왔다. 걷기와 자전거 이용을 위한 교통환경,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공간, 연령과 신체 능력에 맞는 활동 기회를 넓히는 것이 주요 방향이다.
2025년 발표된 걷기·자전거 이용 촉진 정책 지침에는 안전한 보도와 횡단보도, 자전거도로 구축과 차량 속도 관리, 교통·보건·교육 정책의 연계가 포함됐다. 신체활동 부족을 줄이기 위해 운동을 권장하는 것과 실제로 움직일 수 있는 도시환경을 만드는 일을 함께 다루고 있다.
프랑스 파리 라빌레트의 유리관은 지난 10월 10일 세계 정신건강의 날을 맞아 이틀 동안 설치됐다. 전시관 안에는 소파에 앉아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인간 모형이 놓였고, 바깥에서는 시민들이 광장을 걸어 다녔다. 움직이지 않는 생활을 풍자한 전시는 사람들이 실제로 이동하는 공공장소에서 진행됐다.
한국의 2025년 걷기 실천율은 시·군·구 중앙값 49.2%였다. 서울은 69.0%, 강원은 37.6%로 지역 간 차이가 컸다. 같은 해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 실천율은 26.0%였으며, 지역별로 제주와 대구 사이에서도 격차가 나타났다.
2026년 건강관리에서 개인이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고 적절한 활동을 선택하는 능력은 중요해지고 있다. 주민이 걷고 운동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는 일도 함께 요구된다. 보행로와 공원, 대중교통과 생활시설의 연결성, 일터에서 움직일 수 있는 근무환경은 건강정보를 일상적인 행동으로 옮기는 데 필요한 조건이다.
운동을 결심한 사람이 집 밖으로 나섰을 때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 있고, 직장에서 잠시 몸을 움직일 시간이 주어지며, 나이와 신체 조건에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공간이 마련돼 있다면 신체활동을 지속할 기회도 늘어난다. 2025년 지역별 걷기 실천율에서 나타난 격차는 개인의 생활습관과 함께 도시의 이동환경, 지역의 건강증진 정책을 살펴봐야 할 근거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