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elier] 유리 스탄벡 쉬가예프 ‘알타이의 소녀’, 전통 의상에 새긴 여성의 삶과 공간의 기억

2006년 유화에 등장한 붉은 머리장식과 전통 의상, 마주 선 두 건물…인물화와 풍경화를 결합한 쉬가예프의 색채 구성

2026-10-31     박준식 기자

[KtN 박준식기자]유리 스탄벡 쉬가예프(Yuristanbek Shygaev)의 2006년작 ‘알타이의 소녀(Girl from Altai)’에는 붉은색과 흰색이 교차하는 높은 머리장식을 착용한 여성이 두 건물 사이에 서 있다. 왼쪽 건물의 열린 문에는 붉은색과 노란색이 겹쳐 있고, 오른쪽에는 짙은 붉은 지붕과 어두운 출입구를 지닌 건물이 자리한다. 여성의 몸 앞에는 녹색과 황갈색의 넓은 색면이 펼쳐지며, 아래쪽으로는 줄무늬가 반복되는 천이 길게 내려온다. 인물과 건축물, 의상의 문양이 서로 다른 색채와 형태로 연결된 작품이다.

쉬가예프는 ‘알타이의 소녀’에서 전통 복식의 특징을 살린 여성의 모습을 마을의 건축적 공간과 함께 구성했다. 여성의 얼굴은 간결한 선으로 표현하고, 머리장식과 의상의 색채는 비교적 선명하게 남겼다. 주변의 건물은 세부 묘사를 줄인 넓은 색면으로 정리했다. 인물의 구체적인 모습과 단순화된 건축물이 하나의 공간을 이루면서 쉬가예프가 오랫동안 탐색해 온 인간과 생활환경의 관계가 드러난다.

유리 스탄벡 쉬가예프(Yuristanbek Shygaev), ‘알타이의 소녀(Girl from Altai)’, 2006, 캔버스에 유채, 54×70㎝, 작가 소장.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여성의 얼굴은 작품 중앙에서 약간 오른쪽에 자리한다. 높은 머리장식 아래로 좁고 긴 얼굴이 드러나며, 두 눈은 가늘게 내려뜨고 있다. 눈썹과 눈꺼풀은 짙은 갈색의 짧은 선으로 표현됐고, 코는 얼굴의 중앙을 따라 간결하게 내려온다. 입술은 작은 선으로 정리돼 있으며 얼굴 전체에는 황갈색과 연한 회색이 겹쳐 있다. 얼굴의 세부를 절제한 표현은 머리장식과 의상의 색채를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머리장식은 붉은색과 흰색, 검은색의 가로선들이 교차하는 원통형 구조다. 윗부분에는 짙은 붉은색의 넓은 띠가 놓여 있고, 그 아래에는 흰색의 가는 선들이 비스듬히 이어진다. 머리장식의 왼쪽에는 흰색과 연두색의 장식이 길게 내려와 귀와 목 부근까지 이어진다. 높은 머리장식과 길게 내려오는 장식은 인물의 수직적인 형태를 강조한다.

여성의 상반신에는 검은색과 흰색이 강하게 대비된다. 목과 가슴의 왼쪽에는 검은색의 넓은 면이 놓여 있고, 오른쪽에는 흰색의 곡선형 색면이 펼쳐져 있다. 흰색 영역에는 붉은색과 갈색의 짧은 선들이 남아 있으며, 검은색과 만나는 경계에는 거친 붓질이 이어진다. 서로 다른 색채가 몸의 중심을 따라 나뉘면서 의상의 구조가 단순하고 분명하게 드러난다.

가슴 아래에는 녹색과 붉은색, 황갈색이 겹친 넓은 색면이 자리한다. 녹색의 밝은 부분은 왼쪽으로 펼쳐지고, 붉은색과 황갈색은 중앙에서 서로 교차한다. 일부에는 짧은 검은 선과 흰색의 흔적이 남아 있다. 여러 색채가 겹친 부분은 인물의 몸과 의상의 경계를 연결하며 작품 중앙에 복합적인 색채의 움직임을 만든다.

허리 아래에는 황갈색과 갈색의 넓은 면이 이어진다. 여성의 몸 앞에 놓인 천은 아래쪽으로 길게 내려오며, 왼쪽에는 밝은 황갈색과 짙은 갈색의 가로줄이 반복된다. 줄무늬의 간격은 일정하지 않고 일부는 거친 붓질로 표현됐다. 이러한 반복은 작품 하단에 수직적인 흐름과 함께 규칙적인 리듬을 만든다.

여성의 왼쪽에는 낮은 건물이 자리한다. 황갈색과 회색이 섞인 벽면은 넓은 색면으로 정리돼 있으며, 위쪽에는 짙은 녹색과 검은색의 가로선이 길게 이어진다. 건물의 중앙에는 붉은색과 노란색으로 나뉜 문이 열려 있다. 밝은 노란색의 문 안쪽에는 붉은색의 길쭉한 형상이 나타나며, 어두운 갈색의 주변 벽과 대비된다.

왼쪽 건물의 문은 작품에서 가장 강한 색채 대비를 이루는 부분 가운데 하나다. 붉은색과 노란색이 좁은 공간에 나란히 놓여 있고, 주변에는 회색과 황갈색의 넓은 면이 펼쳐져 있다. 문 아래에는 붉은색의 넓은 영역이 이어지며 건물의 바닥과 주변 공간을 연결한다. 건물의 형태는 비교적 단순하지만 열린 문과 강한 색채가 시선을 집중시킨다.

건물의 오른쪽에는 작은 사각형의 창문이 자리한다. 짙은 회색과 황갈색이 겹친 창문은 검은색의 가는 선으로 구분돼 있다. 창문 주변에는 거친 붓질과 긁힌 흔적들이 남아 있으며, 일부에는 아래에 칠한 색채가 드러난다. 건물의 벽면은 평평한 색면과 거친 질감이 함께 나타나는 구조다.

여성의 오른쪽에는 짙은 붉은 지붕을 지닌 건물이 놓여 있다. 지붕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뻗어 있으며, 아래에는 어두운 갈색과 검은색의 넓은 영역이 이어진다. 건물의 출입구는 둥근 아치형에 가까운 윤곽을 지니고 있고, 내부에는 짙은 갈색과 검은색의 붓질이 겹쳐 있다. 왼쪽 건물의 밝은 문과 대비되는 어두운 출입구다.

오른쪽 건물의 지붕에는 붉은색과 검은색이 겹쳐 있으며, 가장자리에는 짙은 녹색의 선이 이어진다. 지붕 위쪽에는 작은 황갈색의 구조물이 솟아 있고, 주변에는 붉은색과 회색의 거친 붓질이 남아 있다. 건물의 형태는 세부를 생략한 넓은 색면으로 표현돼 있으며, 지붕과 출입구의 대비가 구조를 분명하게 만든다.

두 건물은 서로 다른 방향에서 여성을 둘러싸고 있다. 왼쪽 건물은 비교적 낮고 수평적인 구조를 지니며, 오른쪽 건물은 붉은 지붕과 어두운 출입구가 강조된다. 여성은 두 건물 사이에서 수직적인 형태를 이루고, 높은 머리장식과 길게 내려오는 의상은 작품의 중심축을 형성한다. 인물의 수직적인 구성과 건물의 수평적인 구조가 균형을 이룬다.

작품의 배경에는 황갈색과 연한 회색이 넓게 펼쳐져 있다. 상단에는 푸른색과 붉은색의 작은 흔적들이 흩어져 있으며, 왼쪽 위에는 흐릿한 회색의 형상이 나타난다. 여성의 머리장식 위쪽에는 짙은 푸른색의 짧은 붓질이 놓여 있고, 오른쪽에는 붉은색과 자주색의 넓은 흔적이 자리한다. 이러한 색채는 비교적 단순한 배경에 작은 변화를 만든다.

작품의 색채는 붉은색과 황갈색, 검은색과 흰색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붉은색은 여성의 머리장식과 왼쪽 건물의 문, 오른쪽 건물의 지붕에 반복된다. 황갈색은 얼굴과 의상, 건물의 벽면과 바탕에 넓게 나타난다. 검은색은 여성의 상반신과 오른쪽 건물의 출입구에 집중되고, 흰색은 머리장식과 가슴 부분에 배치됐다. 색채의 반복은 인물과 건축물을 하나의 구성으로 연결한다.

‘알타이의 소녀’에서 인물의 자세는 비교적 차분하다. 여성은 몸을 약간 옆으로 돌린 채 고개를 숙이고 있으며, 두 팔은 몸 앞에서 의상의 넓은 색면과 연결된다. 얼굴의 가는 눈매와 작은 입은 조용한 분위기를 만들고, 높은 머리장식과 길게 내려오는 천은 인물의 형태를 강조한다.

쉬가예프는 1980년대부터 중앙아시아의 자연과 인간의 생활을 주요 소재로 다뤘다. 초기 색채 판화에서는 산과 집, 말과 사람을 구체적인 모습으로 표현했고, 1980년대 후반에는 이러한 형상들을 단순화하면서 상징적인 기호와 결합하는 회화를 발전시켰다. 1990년대에는 인간과 동물, 신화적 존재가 하나의 공간에서 관계를 맺는 구성이 두드러졌다.

1986년 ‘비둘기를 든 소녀’에서는 소녀와 말, 비둘기가 분명한 윤곽을 지니고 있었다. 소녀의 몸과 옷, 말의 머리와 비둘기의 날개가 구체적으로 표현됐으며, 멀리에는 건물의 형태가 나타났다. 인간과 동물, 생활의 공간이 하나의 풍경에 배치된 작품이었다.

2006년의 ‘알타이의 소녀’에서는 인물과 생활환경의 관계가 다른 방식으로 나타난다. 여성의 얼굴은 간결한 선으로 정리됐고, 머리장식과 의상은 강한 색채 대비로 표현됐다. 주변의 건물은 넓은 색면으로 단순화됐으며, 문과 지붕, 출입구의 특징이 강조됐다. 현실의 인물과 건축물이 쉬가예프 특유의 조형적 언어로 재구성된 것이다.

2002년 ‘가을’에서는 노란색의 넓은 바탕에 흰 모자를 쓴 인물과 초승달, 기호로 변형된 사물들이 배치됐다. 인물의 몸은 길고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로 표현됐고, 아래쪽에는 작은 사각형들이 밀집했다. ‘알타이의 소녀’에서도 높은 머리장식과 길게 내려오는 의상이 인물의 수직적인 구조를 강조하지만, 주변에는 구체적인 건축물이 함께 등장한다.

2002년 ‘나의 딸 알림칸’에서는 붉은 원뿔형 모자를 쓴 소녀와 말, 집을 닮은 몸의 구조가 결합했다. 소녀의 몸은 여러 색채의 직사각형으로 이루어졌고, 아래에는 두 동물의 형상이 수평으로 놓였다. 인간과 동물, 건축적인 형태가 하나의 상징적 구조로 결합한 작품이었다. ‘알타이의 소녀’에서는 인물과 건물이 서로 독립적인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색채와 구도를 통해 연결된다.

2003년 ‘알림칸’에서는 흰 모자를 쓴 인물이 밝은 연두색 옷을 입고 두 손을 모은 채 서 있었다. 얼굴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한 두 형상이 겹쳐진 모습으로 표현됐으며, 주변에는 회색과 녹색, 붉은색의 거친 색면들이 이어졌다. ‘알타이의 소녀’에서는 얼굴의 형태가 비교적 단순하게 정리되고, 전통 복식의 색채와 건축적인 배경이 더욱 강조됐다.

‘알타이의 소녀’는 쉬가예프가 인물과 생활환경을 함께 다뤄온 흐름 속에서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이다. 여성의 높은 머리장식과 길게 내려오는 의상은 인물의 특징을 드러내고, 양옆의 건물은 생활의 공간을 구성한다. 인물과 건축물은 서로 다른 형태를 지니지만 붉은색과 황갈색, 검은색과 흰색의 반복으로 연결된다.

작품의 표면에는 거친 붓질과 물감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여성의 의상에는 여러 색채가 겹쳐 있고, 건물의 벽면에는 긁힌 자국과 짧은 선들이 이어진다. 배경은 비교적 얇은 색채로 펼쳐져 있으며, 일부에는 아래에 칠한 색이 드러난다. 이러한 질감의 차이는 인물과 건축물의 형태를 구분하면서도 하나의 회화적 공간으로 연결한다.

여성의 머리장식은 작품의 상단에서 가장 뚜렷한 형태다. 붉은색과 흰색의 가로선이 교차하는 높은 원통형 구조는 인물의 얼굴 위로 솟아 있으며, 아래로 내려오는 장식은 목과 어깨를 따라 이어진다. 머리장식의 수직적인 형태와 오른쪽 건물의 비스듬한 지붕, 왼쪽 건물의 수평적인 지붕선이 서로 다른 방향의 움직임을 만든다.

2006년의 ‘알타이의 소녀’는 쉬가예프가 여성의 초상과 생활의 공간을 결합한 작품이다. 높은 머리장식과 전통 의상을 착용한 여성은 두 건물 사이에 서 있고, 왼쪽의 밝은 문과 오른쪽의 어두운 출입구는 서로 다른 색채와 구조를 지닌다. 붉은색과 황갈색, 검은색과 흰색의 대비는 인물과 건축물을 하나의 구성으로 묶는다.

여성의 얼굴은 간결한 선으로 표현됐고, 의상의 색채와 문양은 강한 대비를 이룬다. 양옆의 건물은 세부를 줄인 넓은 색면으로 정리돼 있으며, 열린 문과 붉은 지붕, 어두운 출입구가 각각의 특징을 드러낸다. 쉬가예프는 알타이의 여성을 마을의 공간과 함께 배치하고, 인물의 모습과 생활환경을 색채와 형태의 관계로 구성했다. ‘알타이의 소녀’는 중앙아시아의 인물과 생활문화를 지속적으로 탐색해온 쉬가예프 회화의 한 흐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