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현장포토] 엄기준, 웃음 뒤에 감춘 괴짜 황제의 고독…뮤지컬 ‘마제스티!’
뮤지컬 마제스티 프레스콜 - 엄기준 엄기준, 낡은 제복을 입은 황제…표정으로 풀어낸 노턴의 삶
[KtN 김동희기자] 깃털이 꽂힌 커다란 검은 모자에 금빛 견장이 달린 제복을 입은 엄기준이 입을 크게 벌리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덥수룩한 수염과 양옆으로 말아 올린 콧수염, 앞으로 몸을 기울인 자세가 어우러지며 스스로 황제를 자처한 노턴 1세의 독특한 모습이 드러났다.
배우 엄기준이 지난 10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NOL 씨어터 우리카드홀에서 열린 창작뮤지컬 '마제스티!(Majesty!)' 프레스콜에서 노턴 1세 역으로 주요 장면을 시연했다.
검은 모자를 벗은 엄기준은 한층 차분한 표정으로 무대에 섰다. 흐트러진 검은 머리와 낡은 흰색 셔츠, 금빛 견장이 달린 짙은색 외투는 그대로였지만 눈빛과 입가의 변화가 인물의 분위기를 달리했다.
고개를 살짝 기울인 채 한쪽을 응시하는 모습에서는 앞서 보여준 과장된 표정과 달리 생각에 잠긴 듯한 진지함이 느껴졌다. 눈썹을 미세하게 움직이고 입술을 다문 얼굴은 익살스러운 외양 속에 감춰진 노턴의 고독과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냈다.
엄기준은 커다란 모자와 과장된 수염으로 괴짜 황제의 희극적인 성격을 표현하면서도 시선과 표정의 변화로 인물의 감정을 구분했다. 모자를 쓰고 몸을 앞으로 기울인 자세와 모자를 벗고 차분하게 서 있는 모습의 대비가 노턴 1세의 서로 다른 면모를 보여줬다.
창작뮤지컬 '마제스티!'는 19세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스스로를 '미합중국의 황제이자 멕시코의 수호자'라고 선포했던 실존 인물 조슈아 에이브러햄 노턴(Joshua Abraham Norton)의 삶을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1869년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빈부 격차와 이민자 차별, 사회적 갈등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노턴 1세는 기상천외한 칙령과 엉뚱한 행동으로 사람들의 조롱을 받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인간에 대한 믿음을 이어가는 인물이다.
이날 프레스콜에는 엄기준을 비롯해 박재윤, 박정원, 김우석, 김수로 등 출연 배우들과 창작진이 참석해 주요 장면 시연과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엄기준은 과장된 몸짓과 크게 벌린 입으로 노턴의 익살스러움을 표현하고, 절제된 표정과 가라앉은 눈빛으로 인물의 진지한 감정을 전달했다. 같은 제복을 입고도 표정과 자세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에서 괴짜 황제 노턴 1세의 희극성과 고독이 교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