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30-XI-71 #212', 28억원부터 경매…1971년 뉴욕 전면점화 국내 첫 공개

푸른 점 사이로 이어지는 붉은색과 노란색의 수평 배열…반복과 색채의 변화 11월 23일 서울옥션 출품, 미국 개인 소장자가 보유해 온 작품

2026-11-03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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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홍은희기자]김환기(1913~1974)가 1971년 뉴욕에서 제작한 전면점화 '30-XI-71 #212'가 11월 23일 서울옥션 경매에 나온다. 미국 개인 소장자가 오랫동안 보유해 온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처음 공개된다. 낮은 추정가는 28억원이다. 가로로 긴 화폭을 채운 푸른 점들 사이로 노란색과 붉은색 점들이 이어지며 김환기 후기 회화의 색채와 반복 구조를 드러낸다.

'30-XI-71 #212'는 면천에 유채로 제작됐으며 크기는 46.8×152㎝다. 세로보다 가로가 세 배 이상 긴 형태다. 작은 점들이 캔버스 전반에 촘촘히 놓여 있고, 푸른색을 중심으로 노란색과 붉은색이 수평으로 이어진다. 제한된 색채와 반복적인 점의 배열 속에서 농담과 간격의 차이가 나타난다.

김환기의 전면점화에서 점은 특정 사물의 윤곽을 만드는 수단이 아니다. 점 하나하나가 독립된 흔적으로 남으면서 주변의 점들과 관계를 맺는다. 같은 색을 사용한 부분에서도 안료의 농도와 점의 형태가 조금씩 달라지고, 반복되는 배열은 일정한 규칙 안에서 미세한 변화를 만든다.

'30-XI-71 #212'에서는 가로로 긴 캔버스의 형태가 점의 배열과 밀접하게 맞물린다. 푸른색이 작품 전체의 바탕을 이루는 가운데 붉은색과 노란색의 수평 배열이 시선을 가로 방향으로 이동시킨다. 색채의 변화는 특정 형상을 강조하기보다 반복되는 점들 사이에 차이를 만드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김환기는 1963년 뉴욕으로 건너간 뒤 점과 선을 중심으로 추상회화를 발전시켰다. 산과 달, 항아리 등 구체적인 대상을 작품에 담았던 이전 시기와 달리 뉴욕에서는 형태를 점차 단순화했다. 점은 풍경이나 사물의 일부를 나타내는 요소에서 벗어나 작품 전체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로 자리 잡았다.

1970년대 전면점화는 점을 캔버스 전체에 반복하는 방식으로 전개됐다. 일정한 형태를 되풀이하면서도 점의 크기와 간격, 안료의 농담을 달리해 균일한 무늬와는 다른 회화적 밀도를 형성했다. 반복의 규칙성과 손으로 그린 흔적의 차이가 한 작품 안에 공존한다.

푸른색은 김환기가 뉴욕으로 건너가기 전부터 지속적으로 사용해 온 색채다. 산과 달, 바다와 밤하늘 등 구체적인 대상과 함께 등장하던 푸른색은 후기 전면점화에서 형상과 분리된다. '30-XI-71 #212'에서는 푸른 점들의 반복 자체가 작품의 주요 구성을 이루며, 붉은색과 노란색은 제한된 범위에서 색채의 변화를 만든다.

작품명에 포함된 '30-XI-71'은 1971년 11월 30일을 뜻한다. 김환기는 뉴욕 시기 작품에 제작 날짜와 번호를 사용하는 방식을 정착시켰다. '30-XI-71 #212' 역시 날짜와 번호로 이루어진 제목을 갖고 있다. 구체적인 사물이나 정서를 가리키는 이름 대신 제작 시점이 작품을 식별하는 기준이 됐다.

미국 개인 소장자가 보유해 온 '30-XI-71 #212'는 그동안 전시나 경매에 출품되지 않았던 작품이다. 캔버스 뒷면에는 작가의 서명이 있으며, 환기재단을 통해 진품으로 인정받았다. 국내 첫 공개와 함께 경매시장에 등장한다는 점에서 작품의 소장 이력도 거래 조건의 일부를 이룬다.

김환기의 후기 회화는 한국 근현대미술 경매에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해 왔다. 그러나 같은 뉴욕 시기 작품이라도 제작 연도와 크기, 색채 구성, 보존 상태, 소장 이력에 따라 시장 평가는 달라진다. 전면점화라는 공통된 형식만으로 개별 작품의 거래가격을 동일하게 판단할 수는 없다.

이번 작품의 낮은 추정가 28억원은 경매 전 책정된 평가금액이다. 실제 낙찰가격은 응찰 경쟁과 경매 조건에 따라 결정된다. 추정가가 제시됐다는 사실과 거래가 성사됐다는 사실은 구분된다.

서울옥션의 11월 23일 이브닝 세일에는 김환기의 다른 시기 작품도 함께 출품된다. 1969년 십자 구도 회화와 1960년대 '산월' 작품이 포함돼 있다. 산과 달을 연상시키는 형상에서 점과 선을 중심으로 한 구성, 캔버스 전체에 점을 반복하는 전면점화로 이어지는 김환기의 조형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구성이다.

이우환의 1977년작 '점으로부터(From Point)'도 같은 경매에 나온다. 낮은 추정가는 12억5000만원이다. 김환기의 전면점화와 이우환의 점 회화는 점을 주요 요소로 사용하지만, 점을 배치하고 공간을 구성하는 방식은 다르다.

김환기는 수많은 점을 반복해 색채의 밀도와 배열을 구축한다. 이우환의 '점으로부터' 연작에서는 붓질에 담긴 안료가 점차 옅어지는 과정과 점 사이의 여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같은 점이라는 형식에서도 김환기는 반복과 축적을, 이우환은 붓질의 변화와 여백을 중심으로 서로 다른 회화적 구조를 발전시켰다.

'30-XI-71 #212'는 11월 23일 오후 5시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열리는 이브닝 세일에 출품된다. 1971년 제작된 전면점화의 국내 첫 공개에 이어 실제 거래가격은 경매 당일 응찰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