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My Friends①] 임하나, 말레이시아 ARTO Open 2026 참여…푸른 초상으로 전한 안부

109명 작가·137점 작품 선보이는 쿠알라룸푸르 국제전…일상의 얼굴에 담은 희망과 슬픔, 암 환자 지원 위한 나눔에도 동참

2026-11-03     박준식 기자

[KtN 박준식기자]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지난 10월 31일 개막한 국제 현대미술전 ‘ARTO Open 2026’에 한국 작가 임하나(LIMHANA)의 ‘Hello My Friends’ 연작이 소개됐다. 검은 윤곽선과 푸른색으로 그린 인물들은 짧은 인사말과 일상적인 소품을 통해 친숙한 얼굴을 만들어낸다. 임하나는 서로 다른 사람을 닮았으면서도 특정한 인물로 한정되지 않는 초상에 희망과 슬픔, 삶의 어려움 속에서도 지키고 싶은 감정을 담았다.

‘ARTO Open 2026’은 말레이시아 독립 예술단체 ARTO Movement가 마련한 공개 모집 형식의 국제 그룹전이다. 올해는 한국과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인도 출신 해외 작가 9명을 포함해 모두 109명의 작가가 참여했으며, 회화와 판화, 조각, 뉴미디어, 사진 등 다양한 매체로 제작된 작품 137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쿠알라룸푸르 타만 툰 닥터 이스마일(Taman Tun Dr Ismail·TTDI)에 자리한 그레이디아 스튜디오(Greydea Studio)에서 11월 17일까지 이어진다.

작품의 주제나 표현 방식을 하나로 제한하지 않는 운영 방식도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작가들은 각자의 관심과 경험, 작업 과정에서 발전시켜 온 조형적 접근을 바탕으로 작품을 출품했다. 공개 모집을 통해 선정된 서로 다른 경력의 작가들이 한 공간에서 작품을 소개하면서 말레이시아 현지 작가와 해외 참여 작가의 작업을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임하나의 ‘Hello My Friends’는 인물의 외형적인 특징을 최소한의 선으로 정리한 초상 연작이다. 둥근 눈과 작은 입, 굵은 머리카락의 윤곽은 만화나 일러스트레이션에서 익숙하게 접하는 표현을 떠올리게 한다. 얼굴의 세부 묘사를 줄인 대신 인물의 옷차림과 소품, 짧은 문구에 차이를 두어 서로 다른 일상의 분위기를 담았다.

말레이시아 ‘ARTO Open 2026’에 참여한 임하나 작가의 ‘Hello My Friends’ 연작. 검은 윤곽선과 푸른색을 중심으로 구성된 인물 초상에 일상의 소품과 짧은 문구가 함께 놓였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직사각형으로 구획된 인물 초상은 증명사진처럼 정면을 향한 얼굴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Don't Worry’, ‘Think Positive’, ‘Hello, Summer!!’ 등 간결한 문구가 인물 옆에 놓이고, 줄무늬 의상과 음료, 디저트, 종이배 같은 소품들이 각기 다른 일상을 암시한다.

눈은 작은 점으로, 입은 둥글게 열린 형태로 반복된다. 나이와 국적, 구체적인 신분을 짐작할 단서를 최소화한 얼굴들은 특정인의 초상이라기보다 일상에서 만나는 익숙한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인물마다 머리 모양과 옷차림은 달라도 표정의 기본 구조는 크게 바뀌지 않는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비슷한 감정을 경험한다는 연작의 주제와 맞닿는 구성이다.

푸른색은 인물의 감정을 구분하는 중요한 요소다. 밝고 선명한 블루부터 짙은 청색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농도의 파란색이 의상과 소품에 사용된다. 검은색과 흰색을 중심으로 구성된 인물들 사이에서 파란색은 시선을 붙잡고 각 초상의 분위기를 조절한다.

임하나는 푸른색이 지닌 희망과 슬픔의 양면성에 주목해 왔다. 같은 색이더라도 주변의 형태와 명암, 다른 색과의 관계에 따라 감정의 온도가 달라진다. ‘Hello My Friends’에서는 이러한 차이를 활용해 일상에 남아 있는 작은 기대와 불안, 위로의 감정을 표현한다.

작품에 담긴 영어 문구도 인물의 성격을 규정하는 설명문보다 일상적인 인사에 가깝다. 걱정하지 말라는 말이나 여름을 맞이하는 인사는 특별한 사건을 서술하지 않지만, 누구나 한 번쯤 듣거나 건네본 말이라는 점에서 친숙하다. 초상과 문구를 나란히 배치한 구성은 인물의 모습과 감정을 함께 읽도록 한다.

‘Hello My Friends’는 임하나의 초기 디지털 드로잉에서 출발해 파인아트 프린트 작업으로 이어진 연작이다. 한때 손으로 직접 그림을 그리기 어려웠던 시기에 오래된 태블릿을 사용하면서 인물의 형태가 만들어졌다. 선을 긋고 지우고 다시 다듬는 과정이 반복됐고, 그렇게 완성된 이미지들이 판화 작업을 거쳐 물리적인 작품으로 제작됐다.

인물의 윤곽을 이루는 검은 선에는 이러한 제작 과정이 반영돼 있다. 겉으로는 몇 개의 간결한 선으로 그린 얼굴처럼 보이지만, 형태를 정리하기까지 반복적인 수정이 이루어졌다. 움직임을 보정하는 디지털 도구와 작가의 손이 함께 관여하면서 단순한 외곽선이 만들어진 것이다.

연작의 색채도 변화해 왔다. 처음 사용했던 블루에서 모노톤으로 옮겨갔다가 다시 블루로 돌아온 과정에는 작가가 자신의 감정과 주변 환경의 변화를 작업에 반영해 온 시간이 담겨 있다. 이번 출품작에서 푸른색은 삶의 어려움 속에서도 잃지 않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는 색으로 사용됐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국제 현대미술전 ‘ARTO Open 2026’ 포스터. 전시는 10월 31일부터 11월 17일까지 그레이디아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며 임하나를 포함한 국내외 작가 109명이 참여한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전시가 열리는 그레이디아 스튜디오는 2019년 세라(Serra)와 아짐 주크스타(Ajim Juxta)가 설립한 작가 운영 공간이다. 작업실과 갤러리, 문화행사 공간의 기능을 함께 갖추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작품을 소개하고 교류하는 장소로 운영되고 있다.

ARTO Movement는 2010년 말레이시아의 미술 전공 학생들이 창작 기회와 자원,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 결성한 예술단체다. 전시와 미술 관련 글쓰기, 공개 모집 프로그램 등을 통해 작가들의 활동을 소개해 왔다. 올해 ARTO Open에서는 모집 범위를 해외로 확대해 말레이시아 작가들과 다른 아시아 국가 작가들의 작업을 함께 전시한다.

그레이디아 스튜디오에서 열리는 전시는 특정 작가나 양식을 중심으로 작품을 배치하기보다 다양한 표현 방식을 한자리에서 소개하는 성격을 지닌다. 전통적인 회화와 판화, 디지털 제작 방식이 적용된 작품, 입체 조형물 등이 함께 전시되며 관람객은 작가마다 다른 재료와 표현 방식을 비교할 수 있다.

임하나의 ‘Hello My Friends’ 역시 이러한 전시 구성 안에서 인물 초상이라는 친숙한 형식으로 관람객을 만난다. 정면을 향한 얼굴과 일상적인 문구는 언어와 문화가 다른 관람객에게도 비교적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요소다. 구체적인 인물의 신분이나 개인사를 앞세우지 않고 일상의 감정에 집중한 구성은 각자의 경험을 떠올릴 여지를 남긴다.

‘ARTO Open 2026’에서는 작품 판매와 연계한 기부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전시 기간 판매되는 모든 작품 수익금의 10%를 말레이시아 암 환자 지원단체 MAKNA(Majlis Kanser Nasional)에 기부하는 방식이다. MAKNA는 암 환자와 가족을 지원하고 관련 교육과 인식 개선 활동을 수행하는 비정부기구다.

전시 주최 측은 작품을 구매하는 일이 작가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동시에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활동으로 이어지도록 판매 구조를 마련했다. 작품 판매를 통한 기부는 개별 작가의 작품 주제와 별도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이며, 전시를 관람하는 사람들과 작품 구매자들이 지역사회 지원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임하나가 ‘Hello My Friends’에서 다루는 회복의 의미도 이러한 전시 환경에서 관람객과 만난다. 연작 속 인물들은 특별한 사건이나 극적인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음료를 마시거나 디저트를 들고 있는 평범한 모습에 짧은 인사말이 더해진다. 삶의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일상 속에서 지키고 싶은 감정을 인물의 얼굴과 색채로 표현한 작업이다.

KoN의 ‘Fractal Universe: Score: Caprice’와 임하나(LIMHANA)의 ‘신진경산수화 新眞景山水畵 Score: Sonnet 1’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임하나는 ‘신진경산수화’, ‘SCORE’, ‘Replenish’ 등에서 시간과 기억, 소모와 회복의 문제를 회화와 설치, 음악적 기보의 구조로 다뤄왔다. ‘Hello My Friends’에서는 복잡한 공간 구성 대신 단순한 초상과 제한된 색채를 사용한다. 작가의 관심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를 표현하는 재료와 형식은 달라진다.

말레이시아에서 진행되는 ‘ARTO Open 2026’은 국제 공개 모집을 통해 선정된 작가들이 각자의 작업을 소개하는 그룹전이다. 임하나에게는 ‘Hello My Friends’를 현지 관람객에게 선보이는 전시 일정이며, 회화와 판화, 디지털 작업을 포함한 다른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소개되는 자리다.

11월 17일까지 이어지는 전시에서는 109명의 작가가 출품한 137점이 공개되고, 작품 판매 수익금 일부를 활용한 MAKNA 지원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된다. 임하나의 ‘Hello My Friends’는 검은 선과 푸른색, 평범한 얼굴에 담긴 짧은 인사말로 일상의 감정과 회복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