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My Friends②] 임하나, 같은 표정의 네 얼굴…검은 선과 파란색으로 그린 일상
증명사진을 닮은 초상과 반복되는 눈·입의 형태…줄무늬 의상부터 여름 음료·디저트·종이배까지, 블루에 담은 희망과 슬픔의 감정
[KtN 박준식기자]파란 줄무늬 옷을 입은 인물이 작은 눈과 동그랗게 열린 입으로 정면을 바라본다. 곁에는 'Don't worry'와 'Think Positive'라는 짧은 문구가 놓여 있다. 다른 인물들은 여름 음료와 디저트를 들거나 작은 종이배를 손에 쥐고 있다. 얼굴의 표정은 비슷하지만 옷차림과 소품, 글자의 내용에 따라 서로 다른 일상의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임하나(LIMHANA) 작가의 'Hello My Friends' 연작이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국제 현대미술전 'ARTO Open 2026'에 소개된 작업으로, 검은 윤곽선과 흰 여백, 제한된 파란색을 이용해 평범한 사람들의 감정을 표현했다. 정면을 향한 얼굴과 사각형 구도는 증명사진을 떠올리게 하지만, 인물의 신분이나 외형적 특징보다 일상에서 경험하는 감정과 내면에 집중했다.
네 초상에는 작은 검은 눈과 둥근 입이 반복된다. 코와 얼굴의 굴곡은 대부분 생략됐고, 머리카락은 굵고 가느다란 곡선으로 정리됐다. 얼굴 주변에는 넓은 흰 여백이 남아 있다. 검은 선으로 인물의 기본 형태를 만들고, 파란색을 의상과 소품에 배치해 각기 다른 분위기를 형성한 구성이다.
같은 표정을 반복하면서도 인물마다 다른 인상을 주는 이유는 머리카락의 방향과 의상의 형태, 색채가 차지하는 면적에 있다. 눈과 입의 위치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 가운데 머리카락의 선과 주변 사물이 인물의 성격을 구분한다.
파란 줄무늬 의상을 입은 인물은 검은 선과 흰 여백의 대비가 뚜렷하다. 이마 위로 흩어지는 머리카락은 짧고 긴 곡선으로 나뉘고, 귀와 턱선은 비교적 굵은 선으로 연결된다. 목 아래에는 파란색 줄무늬가 수평으로 놓여 인물의 상반신을 안정적으로 구분한다.
머리카락의 불규칙한 곡선과 의상의 곧은 수평선은 서로 다른 움직임을 만든다. 검은 선이 얼굴의 형태를 강조하는 동안 파란색 줄무늬는 아래쪽에 시각적 무게를 더한다. 얼굴과 의상 사이에 남은 흰 여백은 두 요소를 분리하면서도 인물의 간결한 구성을 유지한다.
'Don't worry'는 굵은 검은 글자로, 'Think Positive'는 가는 회색 글자로 표현했다. 두 문구는 같은 방향으로 배열돼 있지만 글자의 크기와 명도는 다르다. 검은 글자가 먼저 눈에 들어오고, 회색 글자가 뒤따르면서 짧은 격려의 말에도 시각적 순서가 생긴다.
문구와 인물 사이에는 검은 세로선이 놓여 있다. 얼굴의 둥근 곡선과 글자의 직선적인 배열이 대비를 이루고, 사각형 안에서 인물과 언어가 독립적인 영역을 차지한다. 얼굴은 누군가에게 말을 걸려는 듯 입을 열고 있지만, 실제로 전해지는 말은 옆에 놓인 문구를 통해 전달된다.
걱정을 덜어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말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표현이다. 특별한 사건이나 극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얼굴에 이러한 문장을 더하면서 평범한 순간에도 위로와 격려가 필요하다는 정서가 담긴다.
'Hello, Summer!!'라는 문구 옆에는 레몬 조각을 곁들인 음료를 든 인물이 등장한다. 얼굴은 정면을 향하고 있지만 머리카락은 여러 방향으로 흩어져 있다. 이마와 귀 주변을 따라 길고 짧은 곡선이 이어지며, 굵은 검은 선 사이에 넓은 흰 공간이 남는다.
음료는 얼굴 아래쪽에 배치돼 있다. 컵의 윤곽과 안쪽의 형태는 가는 검은 선으로 나뉘고, 레몬 조각에는 연한 색채가 더해져 있다. 파란색은 의상과 소품 일부에 제한적으로 사용돼 흰 배경 안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얼굴과 음료의 표현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인물의 눈과 입은 단순한 기호에 가깝지만, 컵과 레몬 조각은 여러 선이 교차하며 비교적 구체적인 형태를 이룬다. 관람자의 시선은 인물의 얼굴에서 음료로 이동하고, 다시 계절을 알리는 문구로 이어진다.
'Hello, Summer!!'는 여름을 맞이하는 짧은 인사다. 계절을 상징하는 음료와 레몬 조각이 함께 놓이면서 인물의 일상적인 행동에도 계절감이 더해진다. 파란색은 시원한 음료와 여름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하지만, 작품 전체를 밝은 색으로 채우지 않고 흰색과 검은색의 대비를 유지했다.
디저트를 든 인물에게도 'Hello, Summer!!'라는 문구가 놓여 있다. 검은 선으로 그린 머리카락과 둥근 얼굴, 작은 눈과 열린 입은 다른 인물들과 비슷하지만 색채의 배치에는 차이가 있다.
짙은 파란색 의상이 비교적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귀에는 노란색 원형 장식이 달려 있다. 흰 디저트 위에는 붉은색 체리가 놓여 있다. 파란색과 노란색, 붉은색이 각각 다른 크기로 배치되면서 네 초상 가운데 색채의 대비가 풍부하게 나타난다.
노란색 귀걸이는 검은 머리카락 주변에서 작은 원형을 이루고, 붉은 체리는 밝은 디저트 위에서 시선을 붙잡는다. 짙은 파란색은 인물의 몸을 이루는 넓은 면을 차지하고, 노랑과 빨강은 작은 부분에 집중돼 있다. 세 색의 면적 차이가 인물과 소품 사이에 시각적 리듬을 만든다.
디저트를 표현한 곡선도 머리카락의 선과 다른 성격을 지닌다. 머리카락은 길고 불규칙하게 흩어지는 반면, 디저트의 윤곽은 짧고 둥근 선들이 겹쳐지며 부드러운 부피를 만든다. 굵은 선으로 정리한 얼굴과 여러 겹의 곡선으로 표현한 소품이 한 작품 안에서 대비를 이룬다.
같은 여름 인사말을 사용한 음료 초상과 디저트 초상은 서로 다른 분위기를 갖는다. 음료를 든 인물은 흰 여백이 넓고 파란색의 사용이 절제돼 있다. 디저트를 든 인물에게는 짙은 청색과 노랑, 빨강이 함께 사용돼 색채의 밀도가 높아진다.
계절을 맞이하는 같은 문장 아래에서도 인물이 경험하는 일상의 모습은 달라진다. 음료를 마시는 순간과 디저트를 즐기는 순간이 서로 다른 사물과 색채로 표현되면서 반복되는 표정에도 차이가 생긴다.
종이배를 든 인물은 비교적 짧게 정리된 머리카락과 짙은 파란색 의상이 특징이다. 얼굴은 검은 윤곽선과 작은 눈, 둥근 입으로 구성됐고, 목 아래에는 의상의 흰색과 파란색이 뚜렷하게 구분돼 있다.
손에 쥔 종이배는 여러 직선이 교차하는 형태로 그려졌다. 접힌 종이의 모서리와 삼각형의 윤곽은 인물의 둥근 얼굴, 머리카락의 곡선과 대비된다. 손가락은 굵은 검은 선으로 표현돼 있으며, 종이배와 손이 맞닿은 부분에는 짧은 선들이 집중돼 있다.
종이배와 함께 놓인 문장은 'Dreams that drift often find the brightest shores'다. 떠다니는 꿈이 밝은 해안에 닿는다는 의미를 담은 문구는 손에 든 작은 종이배와 연결된다. 종이배가 이동과 기다림을 떠올리게 한다면, 문장은 그 이동에 기대와 희망의 감정을 더한다.
짙은 파란색은 인물의 의상을 넓게 채우고, 흰 종이배와 검은 윤곽선을 더욱 뚜렷하게 만든다. 파란색 옷과 흰 종이의 대비가 강해지면서 종이배의 작은 형태에도 시선이 머문다.
인물의 얼굴과 종이배를 이루는 선은 서로 다른 구조를 지닌다. 얼굴에는 둥근 곡선이 반복되고, 종이배에는 접힌 종이의 각진 형태가 나타난다. 단순한 초상 안에 직선적인 사물을 배치함으로써 얼굴의 부드러운 윤곽과 소품의 기하학적 형태가 함께 강조된다.
작은 종이배에는 실제 바다나 항해의 모습이 그려져 있지 않다. 인물이 손에 쥔 사물과 짧은 문구만으로 이동과 기대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제한된 조형 요소를 통해 일상의 사물에 감정적인 의미를 부여한 구성이다.
네 초상에서 반복되는 눈과 입의 형태는 인물의 개별적인 표정을 단순화한다. 얼굴의 윤곽은 일정한 규칙을 유지하지만 머리카락의 방향과 의상의 구성, 소품과 문구는 서로 다르게 배치됐다. 인물의 감정은 얼굴 자체보다 주변에 놓인 요소들과의 관계에서 형성된다.
파란색의 사용 방식도 작품마다 달라진다. 줄무늬 의상에서는 수평으로 반복되고, 음료를 든 인물에게는 작은 강조색으로 사용된다. 디저트를 든 인물에게는 노랑과 빨강을 돋보이게 하는 넓은 색면이 되고, 종이배를 든 인물에게는 흰색과 대비를 이루는 짙은 바탕이 된다.
임하나는 'Hello My Friends'에서 블루가 지닌 희망과 슬픔의 양면성에 주목했다. 밝고 선명한 파란색은 맑은 하늘과 바다를 연상시키지만, 고요함과 그리움 같은 정서와도 연결된다. 같은 계열의 색을 사용하면서도 농도와 면적, 주변 색채를 달리해 감정의 폭을 넓혔다.
흰 여백은 검은 선과 파란색 사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인물의 얼굴을 대부분 흰색으로 남겨두었기 때문에 검은 눈과 입, 머리카락의 형태가 더욱 뚜렷해진다. 의상에 사용된 파란색은 넓은 배경과 구별되면서 각 초상의 중심 색채로 자리한다.
문구의 배열 역시 네 작품을 연결한다. 인물 옆에는 굵은 검은색 글자와 가는 회색 글자가 세로로 놓여 있고, 글자와 초상 사이에는 구분선이 자리한다. 얼굴의 곡선과 문자의 수직적 배열이 반복되면서 사각형마다 일정한 조형적 질서가 형성된다.
'Don't worry'와 'Think Positive'에는 격려의 감정이, 'Hello, Summer!!'에는 계절을 맞이하는 반가움이 담겨 있다. 종이배 곁의 문장은 꿈과 기다림, 앞으로 향하는 마음을 떠올리게 한다. 일상적인 말들이 인물의 곁에 놓이면서 표정만으로 드러나지 않는 감정이 자연스럽게 더해진다.
증명사진을 닮은 구도도 이러한 구성과 맞닿아 있다. 증명사진은 일반적으로 인물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사용되지만, 임하나의 초상에서는 구체적인 나이와 국적,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단서가 줄어들었다. 인물의 이름이나 개인사를 설명하지 않고, 짧은 인사와 친숙한 사물을 통해 관람자의 경험을 불러오는 방식이다.
'Hello My Friends'는 누군가를 닮은 얼굴을 통해 일상의 감정과 내면을 다루는 연작이다. 인물들은 같은 눈과 입을 지녔지만 서로 다른 옷을 입고 다른 사물을 들고 있다. 반복되는 얼굴의 형태 속에서도 개별적인 일상의 모습이 구분된다.
파란 줄무늬 의상과 짧은 격려의 말, 레몬 조각을 곁들인 음료, 체리가 올려진 디저트, 손에 든 종이배는 특별한 사건보다 평범한 순간을 담는다. 검은 윤곽선과 흰 여백을 중심으로 구성된 얼굴에 블루의 농도와 위치를 달리하면서 각 초상은 서로 다른 정서를 갖는다.
임하나가 'Hello My Friends'에 담은 희망과 슬픔은 극적인 표정보다 일상의 구체적인 사물과 색채를 통해 전달된다. 네 인물의 닮은 얼굴과 서로 다른 소품, 짧은 인사말은 누군가의 평범한 하루를 떠올리게 하며, 삶의 어려움 속에서도 간직하고 싶은 감정을 푸른색 안에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