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안전한가①] 연체율 0.69%, 부실채권 18조9000억원…은행 건전성에 켜진 경고등
자본비율 15.77%로 규제 기준 웃돌지만 기업·자영업자 대출 부실 증가…대손충당금 적립률 하락 속 은행권 손실흡수능력 주목
[KtN 조종식기자]국내 은행의 대출 연체율이 약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2026년 8월 말 원화대출 연체율은 0.69%로 2016년 10월 이후 9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6월 말 부실채권 규모도 18조9000억원으로 2018년 6월 이후 가장 많았다. 은행권의 자본비율은 여전히 규제 기준을 웃돌고 있지만 기업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대출 부실이 누적되면서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6월 말 15.77%였다. 보통주자본비율은 13.62%, 기본자본비율은 14.84%로 모두 규제 기준을 상회했다. 은행이 예상하지 못한 손실에 대비해 확보한 자본은 충분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차주가 늘어나면서 연체율과 부실채권비율은 상승했다. 은행의 자본건전성과 대출자산의 건전성이 서로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8월 말 원화대출 연체율 0.69%는 전월보다 0.06%포인트,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08%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원화대출 연체율은 원금이나 이자를 한 달 이상 갚지 못한 대출이 전체 원화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연체가 발생했다고 곧바로 은행의 손실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상환 지연이 장기화할수록 부실채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최근 연체율 상승은 일부 업종과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대출 상환 부담이 누적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8월 말 0.86%로 전월보다 0.08%포인트 상승했다.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1.00%에 도달했고 중소법인 대출은 1.10%, 개인사업자 대출은 0.86%를 기록했다. 기업 규모별로 차이가 있지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대출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연체율이 이어지고 있다. 매출 부진과 자금조달 비용 부담이 장기화할 경우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만으로 원리금을 상환하기 어려운 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
대기업대출에서도 연체 증가가 나타났다. 8월 말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0.39%로 지난해 같은 기간 0.15%보다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일부 기업의 기업회생과 워크아웃에 따른 신규 연체가 반영된 결과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비해 자금조달 수단이 다양하지만 개별 기업의 대규모 채무가 부실화하면 은행의 자산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업대출의 위험을 판단할 때 연체율과 함께 차주별 여신 규모, 업종별 부실 집중도 등을 살펴야 하는 이유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45%로 기업대출보다 낮았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31%였지만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신용대출 등의 연체율은 0.91%까지 상승했다. 담보가 있는 대출과 신용대출 사이에 상환 상황의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신용대출은 담보 처분을 통한 회수 수단이 제한적인 만큼 차주의 소득과 고용 상태가 악화할 경우 은행의 손실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은행의 대출 부실은 연체율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6월 말 국내은행의 고정이하여신, 즉 부실채권은 18조9000억원으로 3월 말보다 1조2000억원 늘었다. 부실채권비율도 0.60%에서 0.63%로 상승했다. 은행은 대출채권의 회수 가능성을 평가해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로 분류한다. 고정이하여신에는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로 분류된 채권이 포함된다. 연체가 발생했더라도 상환 가능성이 유지되는 대출과 회수가 어려워진 대출은 구분해 관리한다.
부실채권 18조9000억원 가운데 기업여신은 15조2000억원으로 전체의 약 80%를 차지했다. 가계여신은 3조4000억원, 신용카드채권은 3000억원이었다. 기업여신 부실채권비율은 0.77%, 중소기업여신은 0.92%, 개인사업자여신은 0.67%를 기록했다. 기업대출에서 발생한 부실이 은행권 전체 부실채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기업의 영업실적과 채무상환능력이 향후 은행 건전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 발생하는 부실채권도 늘었다. 2026년 2분기 국내은행의 신규 부실채권은 7조2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조700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은행이 매각과 상각, 담보처분, 여신 정상화 등을 통해 정리한 부실채권은 6조1000억원이었다. 은행이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동안 신규 부실채권이 더 많이 발생하면서 전체 부실채권 잔액이 증가했다. 연체채권의 회수와 신규 부실 발생 사이의 격차가 은행권 건전성 관리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을 판단하는 대손충당금 지표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6월 말 국내은행의 대손충당금 잔액은 26조9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2000억원 증가했다. 대손충당금은 대출채권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손실에 대비해 은행이 미리 비용으로 인식하는 금액이다. 은행의 수익을 줄이는 요인이지만 실제 부실이 발생했을 때 손실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대손충당금 잔액이 증가했음에도 부실채권 대비 대손충당금적립률은 142.9%로 낮아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 165.5%보다 22.6%포인트 하락했다. 부실채권이 충당금보다 빠르게 늘어난 영향이다. 대손충당금적립률이 100%를 웃돌고 있다는 점에서 부실채권 규모보다 많은 충당금을 확보하고 있지만 적립률 하락이 지속되면 은행의 추가 충당금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은행권은 여전히 상당한 이익을 내고 있다. 2026년 상반기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3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조7000억원보다 9000억원 감소했다. 이자이익은 32조2000억원으로 2조5000억원 증가했지만 비이자이익 감소와 판매관리비 증가 등이 전체 순이익에 영향을 미쳤다. 대손비용도 3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000억원 늘었다. 대출 부실이 증가하면서 예상 손실에 대비하는 비용도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은행이 벌어들이는 이익은 부실채권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감당하고 자본을 확충하는 데 중요한 재원이 된다. 이자이익이 늘어나더라도 연체채권과 부실채권이 빠르게 증가하면 충당금 적립 부담이 커지고 순이익은 줄어들 수 있다. 특히 기업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은 특정 업종의 경기 악화나 대규모 차주의 부실이 수익성과 자본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은행별 대출 포트폴리오와 충당금 적립 수준에 따라 같은 경기 상황에서도 손실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국내은행의 6월 말 BIS 총자본비율 15.77%는 은행권 전체의 자본건전성이 여전히 양호한 수준임을 나타낸다. 보통주자본비율은 전분기보다 0.12%포인트, 기본자본비율은 0.08%포인트, 총자본비율은 0.03%포인트 상승했다. 은행의 보통주자본 증가폭이 위험가중자산 증가폭을 웃돌면서 자본비율이 개선됐다. 부실채권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자본비율이 상승했다는 점은 은행권이 손실에 대응할 수 있는 재무적 여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은행의 자본비율과 실제 자금 지급 능력은 구분해서 살펴야 한다. 은행은 예금자로부터 받은 자금을 기업과 가계에 대출하며 예금과 대출의 만기는 서로 다르게 형성된다. 예금자는 만기나 상품 조건에 따라 돈을 돌려받지만 대출금은 약정된 일정에 맞춰 회수된다. 대출금 회수가 지연되는 가운데 예금 인출이 급격하게 증가하면 자본이 충분한 은행에서도 유동성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은행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이러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대표적인 지표다. 금융시장에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향후 30일 동안 예상되는 순현금유출액을 감당할 수 있도록 고유동성자산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를 측정한다. BIS 자본비율이 예상하지 못한 손실을 견디는 능력을 나타낸다면 유동성커버리지비율은 단기간에 필요한 자금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판단하는 데 활용된다. 은행의 건전성을 평가할 때 자본비율과 연체율, 부실채권비율, 유동성 지표를 함께 살펴야 한다.
예금자의 안전과 관련해서는 예금보호제도도 중요하다. 국내 예금보호한도는 2025년 9월 1일부터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높아졌다. 보호 대상 예금과 적금은 금융회사별로 예금자 1인당 원금과 소정의 이자를 합쳐 1억원까지 보호받는다. 예금보호제도는 금융회사가 예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됐을 때 예금자의 손실을 일정 범위에서 줄이는 장치다. 보호 대상이 아닌 펀드나 일부 투자상품은 같은 방식으로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은행의 자본건전성과 개별 금융상품의 보호 여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대출 부실에 따른 은행권의 부담은 해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자동차대출과 신용카드대출의 심각한 연체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McKinsey & Company)가 2026년 10월 발표한 'Banking on AI: How a New Operating Model Can Transform Distressed Credit Management'에 따르면 미국의 2026년 2분기 자동차대출 잔액 가운데 90일 이상 연체 상태로 새롭게 진입한 비율은 연율 환산 3%, 신용카드대출은 7%였다. 신용카드대출의 해당 비율은 2022년 이전보다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미국의 수치는 신규로 심각한 연체 상태에 진입한 대출잔액을 기준으로 산출돼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과는 집계 방식이 다르다.
브라질에서는 특정 가계 신용대출의 연체율이 최근 18개월 동안 40% 넘게 상승해 8%에 도달했다. 유럽에서도 여러 국가에서 초기 연체가 전년보다 증가했다. 국가마다 금리 수준과 대출구조, 채무조정제도에 차이가 있지만 차주의 상환능력이 악화하면서 은행의 채권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연체가 장기화하기 전에 차주의 재무상태를 파악하고 상환조건을 조정하는 능력이 은행의 비용과 회수 실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글로벌 은행권에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연체 가능성을 예측하고 채권관리 업무를 개선하려는 움직임도 확대되고 있다. 맥킨지는 은행들이 고객과의 상담, 상환조건 제안, 규정 확인, 문서 작성 등에 AI를 도입하고 있지만 개별 업무의 자동화를 넘어 채권관리 운영체계 전체를 바꾼 금융기관은 아직 많지 않다고 분석했다. 연체 이후 채권을 회수하는 업무에 AI를 활용하는 데서 나아가 고객의 상환 이력과 거래정보를 분석해 연체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고 적절한 지원 방안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AI를 통한 채권관리에는 금융소비자 보호와 의사결정 책임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 채무자의 재무상태와 상환능력을 분석해 연락 시점이나 채무조정 조건을 제안하더라도 고객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에는 적절한 감독이 필요하다. 맥킨지는 정형화된 단순 업무에서는 AI의 자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예외적인 채무조정이나 비표준 상환조건을 결정할 때는 사람의 판단을 유지하는 운영모델을 제시했다. 은행의 채권관리 효율을 높이는 과정에서 채무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장치도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2026년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국내 금융시스템이 대체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가계 취약차주와 일부 업종 기업의 신용위험, 업황이 부진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증가하는 부실여신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권 전체의 자본비율은 양호하지만 부실 위험이 특정 차주와 업종에 집중될 가능성을 경계한 것이다.
8월 한 달 동안 국내은행에서 새로 발생한 연체액은 3조원이었다. 같은 기간 은행이 정리한 연체채권은 1조5000억원으로 신규 연체 발생액의 절반 수준이었다. 연체채권을 매각하거나 상각하고 상환을 유도하더라도 새로운 연체가 계속 발생하면 전체 연체율을 낮추기 어려워진다. 신규 부실 발생 규모와 채권 회수 속도는 앞으로 은행권 자산건전성의 변화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국내은행은 현재 규제 기준을 웃도는 자본을 확보하고 있으며 수익 창출 능력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과 자영업자 대출을 중심으로 연체와 부실채권이 증가하고 대손충당금적립률은 하락했다. 은행의 안전성을 유지하려면 충분한 자본과 유동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부실채권이 발생하는 속도를 관리하고 회수 가능한 채권의 정상화를 지원해야 한다.
2026년 6월 말 총자본비율 15.77%, 부실채권 18조9000억원, 8월 말 대출 연체율 0.69%는 국내 은행권의 서로 다른 재무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자본건전성이 양호한 가운데 대출 부실이 누적되고 있다는 사실은 은행별 여신 구조와 충당금 적립 수준, 채무자의 상환능력을 함께 살펴야 할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연체가 부실채권으로 얼마나 전환되는지, 은행이 신규 부실 발생 규모를 웃도는 채권 정리와 정상화를 달성할 수 있는지가 향후 건전성 지표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