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안전한가④] 은행 AI 서비스 299개, 위험관리 기구 설치는 5곳…금융권에 커지는 통제 공백

대출심사·연체 예측·채무조정까지 AI 활용 확대…금융회사 85% 위험관리 기준 미비, 알고리즘 오류와 개인정보 보호·의사결정 책임 부각

2026-11-06     조종식 기자
심층기획 | 은행은 안전한가.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조종식기자]국내 은행 20곳이 활용하거나 도입을 준비한 인공지능(AI) 서비스는 299개였지만 AI 관련 위험을 관리하는 의사결정기구를 설치한 은행은 5곳에 그쳤다. 금융감독원이 2025년 4월 말 국내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점검 결과다. 은행 한 곳당 AI 서비스는 평균 15개로 금융업권 가운데 가장 많았지만 별도의 위험관리 의사결정기구를 갖춘 은행은 전체의 25%에 머물렀다. 대출심사와 신용평가, 연체고객 관리 등 금융회사의 주요 업무에 AI 활용이 확대되는 가운데 기술 도입 속도에 비해 내부통제체계 구축이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조사한 금융회사 118곳의 AI 서비스는 모두 653개였다. 은행 20곳이 299개, 보험회사 53곳이 145개, 증권회사 37곳이 143개, 카드회사 8곳이 66개를 활용하거나 준비하고 있었다. 회사별 평균 서비스 수는 은행이 15.0개로 가장 많았고 카드회사 8.3개, 증권회사 3.9개, 보험회사 2.7개 순이었다. AI 도입은 은행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었지만 이를 감독하는 조직과 위험관리 기준은 금융회사마다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AI 관련 의사결정기구를 설치한 금융회사는 은행 5곳, 보험회사 4곳, 증권회사 1곳이었다. 전체 조사 대상의 약 85%는 AI 윤리원칙이나 위험관리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였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AI 관련 가이드라인을 적용한 비율도 약 60%에 그쳤다. 금융회사들이 새로운 기술을 업무에 도입하면서도 AI가 잘못된 결과를 내놓거나 금융소비자에게 피해를 발생시켰을 때 대응할 조직과 절차는 충분히 갖추지 못했던 것이다.

은행의 AI 활용은 고객 상담이나 단순한 문서 작성에 머물지 않는다. 대출자의 상환 이력과 거래정보를 분석해 신용위험을 평가하고 연체 가능성이 높은 고객을 분류하는 업무에도 적용할 수 있다. 연체가 발생한 이후에는 고객의 재무상태를 파악하고 적절한 상담 방식과 상환조건을 제안하는 기능으로 확대될 수 있다. 대출을 실행할 때부터 채권을 회수하고 채무를 조정하는 단계까지 AI가 관여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은행이 고객의 신용도를 평가할 때는 소득과 기존 채무, 연체 이력, 금융거래 정보 등을 활용한다. AI는 대량의 정보를 분석해 차주별 상환 가능성을 예측하고 위험 수준에 따라 고객을 분류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기존 통계모형으로 파악하기 어려웠던 거래정보 간의 관계를 찾아내거나 상환능력의 변화를 조기에 감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부실채권이 발생하기 전에 위험을 파악하고 대출한도와 사후관리 방식을 조정할 수 있는 수단이 늘어나는 셈이다.

AI의 분석 결과가 실제 상환능력과 달라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신용평가모형은 과거 금융거래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학습해 미래의 상환 가능성을 추정한다. 과거의 경제환경과 현재 상황이 크게 달라지면 이전에 유효했던 위험 판단 기준이 정확하게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금리와 고용상황, 부동산가격, 기업 매출 등이 빠르게 변하는 시기에는 대출자의 실제 재무상태를 반영하는 정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업종과 영업형태에 따라 매출과 현금흐름의 변동 폭이 크다. 같은 매출 감소율을 기록한 기업이라도 보유 현금과 담보자산, 기존 채무의 만기 구조에 따라 상환능력은 달라진다. 계절적 요인으로 매출이 줄어든 사업자와 장기간 영업적자가 누적된 사업자를 동일한 위험 수준으로 평가하면 대출조건을 잘못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 AI가 분석한 거래정보와 기업의 실제 영업상황을 함께 검토하는 절차가 필요한 이유다.

금융회사들이 활용하는 AI의 정확성은 학습데이터의 품질에도 영향을 받는다. 대출자의 소득과 채무정보가 오래됐거나 거래기록에 오류가 있으면 신용평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과거 연체가 발생한 사실을 반영하더라도 이후 상환을 완료했거나 채무조정을 성실히 이행한 정보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으면 현재의 신용상태를 정확하게 평가하기 어렵다. AI가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할수록 잘못된 정보가 여러 판단에 반복적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커진다.

대출심사에 활용하는 AI에서는 평가 결과의 공정성도 중요한 문제다. 학습데이터에 특정 연령대나 지역, 직업군에 불리한 금융거래 기록이 집중돼 있다면 실제 상환능력과 관계없이 특정 고객군에 불리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소득이나 직업, 거주지역처럼 경제활동과 연관된 정보도 활용 방식에 따라 다른 개인적 특성을 간접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 신용위험을 합리적으로 평가하는 데 필요한 정보와 부당한 차별을 발생시킬 수 있는 요소를 구분해야 한다.

같은 신용평점을 받은 고객이라도 AI의 내부 평가 과정은 다를 수 있다. 일부 AI 모형은 여러 변수의 복잡한 관계를 바탕으로 결과를 산출하기 때문에 특정 고객의 대출한도나 금리가 어떤 요인에 의해 결정됐는지 설명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은행이 AI가 제시한 결과를 그대로 적용하면서 판단 근거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 잘못된 결정을 수정하는 데도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신용평가모형의 예측 정확도뿐 아니라 결과를 설명하고 검증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국내 신용정보법은 자동화평가 결과에 대한 설명과 이의제기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개인인 신용정보주체는 법에서 정한 대상 기관에 자동화평가 여부와 평가 결과, 주요 기준, 평가에 이용된 기초정보의 개요 등을 설명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평가에 활용된 정보의 정정이나 삭제, 평가 결과의 재산출도 일정한 요건에 따라 요청할 수 있다. AI를 활용한 신용평가와 금융거래 결정이 확대되더라도 고객이 자신의 평가 결과를 확인하고 잘못된 정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는 유지돼야 한다.

연체채권 관리에서는 AI의 판단이 금융소비자의 실제 생활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은행이 연체 가능성이 높은 차주를 분류하면 AI는 고객별 연락 시점과 상담 방식, 상환 안내 내용을 제안할 수 있다. 채무자의 상환능력과 담보가치, 예상 회수금액 등을 분석해 상환기간 연장이나 채무조정 조건을 추천하는 기능도 개발되고 있다. 은행이 채권 회수에 필요한 비용을 줄이면서 고객의 상환상태를 관리할 수 있는 방식이다.

연체 위험을 높게 평가한 고객에게 연락을 집중하거나 상환조건 변경을 제안할 때는 실제 채무자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소득이 일시적으로 감소한 차주와 장기간 상환이 어려운 차주에게 동일한 방식으로 대응하면 채무조정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연체 가능성을 정확하게 예측하더라도 채무자에게 적합한 해결 방안을 선택하지 못하면 채권 회수와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두 가지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기 어렵다.

AI가 연체고객과 직접 상담하는 기능으로 확대되면 다른 위험도 발생한다. 생성형 AI는 고객의 질문에 맞춰 문장을 만들고 대화의 맥락에 따라 답변을 조정할 수 있지만 실제 은행 규정과 다른 상환조건이나 채무조정 내용을 안내할 가능성이 있다. 고객이 안내받은 조건을 은행의 확정적인 약정으로 받아들이면 상담 내용과 실제 계약조건 사이에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금융회사가 AI 상담에 사용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와 안내 가능한 조건을 구체적으로 제한해야 하는 이유다.

채무조정은 대출자의 향후 상환기간과 이자 부담, 원금 감면 여부에 영향을 미친다. AI가 고객의 소득과 담보가치, 예상 회수금액을 분석해 조정안을 제시하더라도 최종 승인에는 금융회사의 판단이 필요하다. 특히 일반적인 채무조정 기준을 벗어나는 원금 감면이나 예외적인 상환조건은 채무자의 개별 사정을 반영해야 한다. 채권 회수의 경제성과 금융소비자의 실제 상환능력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업무이기 때문이다.

2026년 10월 발표된 글로벌 은행권의 AI 채권관리 운영모델에는 고객 분류와 채널 배정, 상담, 채무조정, 법적 서류 작성 등을 여러 AI 에이전트가 나눠 처리하는 방식이 제시됐다. 고객의 연체 이력과 재무정보를 분석하는 AI가 적절한 상담채널을 선택하고, 다른 AI가 상환조건을 제안하거나 담당 직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구조다. 은행의 기존 전산시스템을 대체하기보다 여러 업무를 연결해 처리하는 운영방식에 가깝다.

AI 에이전트가 여러 업무를 연속적으로 수행하면 각각의 판단이 다음 업무에 영향을 미친다. 고객의 상환능력을 처음부터 잘못 평가하면 이후 연락 방식과 채무조정 대상 선정, 상환조건 제안에도 같은 오류가 반영될 수 있다. 앞선 단계에서 발생한 오류를 발견하지 못한 채 후속 업무를 자동으로 처리하면 잘못된 결과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개별 AI의 성능을 검증하는 것뿐 아니라 서로 연결된 업무 전체에서 오류를 발견하고 수정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글로벌 채권관리 운영모델은 AI의 자율성을 업무의 위험 수준에 따라 구분하고 있다. 고객 분류와 단순한 상담 안내, 기록 정리 등은 자동화 범위를 넓힐 수 있지만 비표준 채무조정 조건이나 예외적인 감면 결정은 담당자가 승인하도록 설계하는 방식이다. 고객이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거나 상담 내용이 복잡해지는 경우에는 AI가 직접 처리하던 업무를 직원에게 넘기도록 하는 절차도 포함돼 있다. AI의 업무 처리 범위를 넓히더라도 중요한 금융거래 판단은 별도의 통제 아래 두는 구조다.

은행이 AI를 활용해 얻으려는 성과와 금융소비자가 기대하는 결과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은행은 채권 회수율을 높이고 연체채권 관리비용을 줄이려 하지만 채무자는 자신의 소득과 재산상태에 맞는 상환조건을 필요로 한다. AI가 회수 가능성이 높은 채권에만 집중하도록 설계되면 지원이 더 필요한 취약차주가 충분한 상담을 받지 못할 수 있다. 반대로 회수가 어려운 채권에 일률적으로 높은 감면율을 제안하면 은행의 손실이 확대되거나 정상 상환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채권관리 AI의 성능을 평가할 때 회수금액과 상담 처리시간만을 기준으로 삼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채무조정 이후 정상상환을 유지한 비율과 재연체율, 고객 민원, 부적절한 상담 발생 여부 등을 함께 살펴야 금융회사의 실질적인 운영 성과를 판단할 수 있다. 높은 회수율을 달성한 AI라도 고객에게 과도한 연락을 하거나 잘못된 상환조건을 안내했다면 금융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별도의 점검이 필요하다.

은행이 활용하는 고객정보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개인정보 보호 부담도 커진다. 대출자의 금융거래 내역과 소득, 채무, 담보정보는 민감한 경제활동 정보를 포함한다. 연체 가능성을 예측하거나 맞춤형 상담을 제공하기 위해 여러 정보를 결합할 경우 수집과 이용 목적, 접근 권한, 보관기간 등을 적절하게 관리해야 한다. AI 개발과 학습, 운영에 참여하는 외부 사업자가 고객정보에 접근하는 경우에는 정보처리 과정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

생성형 AI의 외부 서비스 활용은 데이터 유출 위험과 연결된다. 은행 직원이 고객의 실제 거래정보나 채무조정 자료를 외부 AI 서비스에 입력하면 서비스 운영방식과 계약조건에 따라 정보가 은행의 직접적인 통제 범위를 벗어날 수 있다. 고객정보를 보호하려면 어떤 자료를 외부 서비스에서 처리할 수 있는지 구분하고 입력정보의 관리와 접근권한을 제한해야 한다. 금융회사가 AI 개발사와 맺은 계약에도 정보보호와 장애 대응, 사고 발생 시 책임 분담에 관한 기준이 필요하다.

AI를 활용한 금융사기 위험도 함께 커지고 있다. 생성형 AI는 자연스러운 문장과 음성을 만들 수 있어 금융회사를 사칭한 안내나 보이스피싱에 악용될 수 있다. 실제 은행의 상담 업무에서도 자동화된 음성서비스가 확대되면 고객은 금융회사의 정식 안내와 사칭 전화를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금융회사는 AI 상담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고객이 상담 주체를 확인하고 공식적인 연락채널을 통해 안내 내용을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은행 여러 곳이 같은 AI 개발사나 기반모델을 활용할 때는 위험이 개별 금융회사를 넘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공통으로 사용하는 모델에서 오류가 발생하거나 외부 서비스가 중단되면 여러 은행의 고객 상담과 위험평가 업무에 동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동일한 데이터와 평가방식을 사용하는 금융회사들이 비슷한 시점에 대출한도를 줄이거나 특정 고객군의 위험을 높게 평가하면 금융시장 전체의 신용공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제 금융감독 분야에서는 AI 관련 위험을 개인정보와 신용평가의 공정성뿐 아니라 금융시스템의 안정성과 연결해 다루고 있다. 2026년 4월 국제결제은행(BIS)에 게재된 금융 AI 관련 연설에서는 AI 모형의 오류가 대규모 고객에게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과 금융회사들이 소수 기술기업의 모델과 기반시설에 의존할 때 발생하는 집중위험을 지적했다. 금융회사 한 곳의 잘못된 판단에 머물던 위험이 공통 기술을 사용하는 여러 기관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다.

AI가 대규모 금융거래를 처리하는 과정에서는 장애 발생 시 업무를 중단하거나 기존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수단도 필요하다. 자동화된 업무가 잘못된 판단을 반복하거나 비정상적인 거래를 처리할 경우 금융회사는 해당 기능을 정지하고 고객 피해를 줄여야 한다. AI 서비스가 중단되더라도 대출 상환과 고객 상담, 채권관리 등 필수 업무를 계속 처리할 수 있도록 대체 절차를 마련하는 일도 중요하다. AI를 활용한 업무 효율화가 금융회사의 기본적인 서비스 제공 능력을 약화시키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국내 금융당국도 AI 도입 확대에 맞춰 금융회사의 위험관리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6년 6월 18일 금융권 인공지능 전환 관련 간담회를 열고 금융분야 인공지능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 가이드라인은 6월 22일부터 시행됐다. 금융회사의 AI 활용에 거버넌스와 합법성, 보조수단성, 신뢰성, 금융안정성, 신의성실, 보안성 등 7개 원칙을 적용하도록 한 자율규제다.

금융분야 AI 가이드라인은 AI를 현 단계에서 업무의 보조수단으로 규정하고 최종 의사결정과 책임을 임직원이 수행하도록 했다. 경영진의 역할과 책임을 분담하고 관련 조직과 내규를 마련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AI 개발과 활용 과정에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사용하고 금융소비자의 이익을 우선하도록 했으며 금융안정성 위험과 보안 위협에 대응하는 기준도 제시했다.

가이드라인은 업종과 업무에 관계없이 AI를 활용하는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한다. 개별 금융회사는 조직 규모와 AI 활용 범위, 서비스 위험 수준 등을 고려해 적용 수준을 정할 수 있다. 금융거래 제공에 영향을 미치는 AI를 사용하는 핀테크 기업 등 비금융회사도 적용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인공지능기본법상 고영향 AI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자율규제와 별도로 법령에 따른 의무도 적용된다.

금융감독원은 금융분야 AI 위험관리 프레임워크를 통해 위험관리 조직과 의사결정 체계, 서비스별 위험평가와 통제 절차를 구체화했다. AI를 도입하는 부서와 위험을 관리하는 부서의 책임을 구분하고 서비스 개발부터 운영과 변경, 중단에 이르는 과정에서 위험을 평가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은행이 AI 모델의 성능을 관리하는 것뿐 아니라 경영진이 관련 위험을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결정할 수 있도록 조직체계를 갖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은행의 AI 위험관리는 기존 전산시스템의 보안관리보다 넓은 범위를 다룬다. 전산망 장애와 해킹에 대응하는 기능은 금융회사의 정보보호체계에 포함돼 있지만 AI에서는 학습데이터의 편향과 예측 오류, 설명하기 어려운 판단, 자동화된 업무의 연속적인 오작동까지 점검해야 한다. 모델의 성능이 개발 당시에는 양호하더라도 경제환경과 고객의 거래행태가 달라지면 예측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 운영 중인 AI의 결과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필요할 때 수정하거나 사용을 중단할 수 있어야 한다.

AI의 판단 과정에 사람이 참여하는 방식도 업무별로 달라져야 한다. 고객 상담 내용을 요약하거나 반복적인 문서를 작성하는 업무와 대출을 거절하거나 채무조정 조건을 확정하는 업무는 금융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단순한 업무까지 모두 직원이 승인하면 자동화에 따른 효율이 줄어들지만 중대한 금융거래 결정을 AI에 맡기면 오판에 따른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은행은 업무의 위험 수준에 따라 자동화 범위와 승인권한을 구분하고 직원의 검토가 필요한 상황을 정해야 한다.

AI가 제안한 내용을 직원이 승인하는 절차만으로 충분한 통제가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담당자가 AI의 분석 근거를 이해하지 못한 채 결과를 반복적으로 승인하면 사실상 자동화된 판단과 다르지 않은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금융회사는 담당 직원이 원자료와 평가 기준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AI의 제안을 수정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 판단 근거와 승인 과정에 관한 기록도 남겨야 사후에 오류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

은행이 AI를 도입한 이후에는 실제 업무 성과를 지속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대출심사 AI라면 신용위험 예측 정확도와 실제 부실 발생률의 차이를 살펴볼 수 있고 채권관리 AI라면 연체 정상화율과 재연체율, 회수비용, 고객 민원 등을 평가할 수 있다. 특정 고객군에서 오류나 불리한 결과가 집중되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금융소비자의 이의제기와 직원의 수정 결과를 운영 과정에 반영하면 AI의 판단 기준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AI를 이용한 대출심사나 채무조정이 확대될수록 고객이 결정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절차도 중요해진다. 대출한도가 줄거나 채무조정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고객은 결정에 영향을 준 주요 요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은행이 AI의 판단 내용을 설명하지 못하면 금융소비자는 잘못된 정보를 수정하거나 자신의 상환능력을 입증할 기회를 충분히 갖기 어렵다. 금융회사의 판단을 검증하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는 신용평가의 정확성과 고객 보호를 함께 높이는 수단이다.

국내 금융권에서는 AI가 금융회사의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포용금융을 지원할 수 있는 기술로도 활용되고 있다. 고객의 거래정보를 분석해 연체 징후를 조기에 파악하면 채무자가 장기연체에 빠지기 전에 상담과 상환조건 조정을 제공할 수 있다. 영업점 방문이 어려운 고객에게 비대면 상담을 제공하고 반복적인 심사와 서류 작성 업무를 줄이는 방식도 가능하다. 금융회사가 비용 절감에 집중하는지, 고객의 상환능력 회복까지 관리하는지에 따라 AI 활용의 성과는 달라질 수 있다.

2026년 6월부터 적용된 금융분야 AI 가이드라인은 금융회사의 업무 효율성과 위험관리 책임을 함께 다루고 있다. AI가 금융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업무별로 사람의 개입 범위를 정하도록 한 점은 대출심사와 채권관리의 자동화 수준을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은행의 경영진과 위험관리 조직이 AI 서비스를 얼마나 파악하고 있는지, 오류가 발생했을 때 업무를 중단하거나 수정할 권한을 갖추고 있는지도 내부통제 수준에 영향을 미친다.

금융감독원의 2025년 실태점검 당시 은행 20곳 가운데 AI 위험관리 의사결정기구를 설치한 곳은 5곳이었다. 금융당국은 올해 AI 위험관리 프레임워크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서 금융회사의 자율적인 통제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대출심사와 연체 예측, 채무조정이 확대되는 금융환경에서 은행의 안전성은 자본과 유동성뿐 아니라 자동화된 판단을 검증하고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을 수 있는 내부통제 역량에도 영향을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