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은행은 안전한가… AI 시대 자산을 지키는 법
연체율 10년 만에 최고 수준, 부실채권 18조9000억원…AI 금융 확산 속 은행 건전성과 예금자 보호, 개인의 자산관리 기준도 달라져야
[KtN 조종식기자]국내 은행의 대출 연체율이 약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2026년 8월 말 원화대출 연체율은 0.69%로 2016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6월 말 부실채권 규모는 18조9000억원으로 늘었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차주가 증가하고 있다. 은행이 보유한 자본은 충분한 수준이지만 빌려준 돈을 회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국내은행의 총자본비율은 6월 말 15.77%, 보통주자본비율은 13.62%였다. 모든 국내은행이 규제 기준을 웃돌았다. 금융당국도 은행권의 전반적인 건전성을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연체율이 상승했다는 사실만으로 은행의 지급능력에 문제가 생겼다고 판단할 근거는 부족하다. 실제 8월 연체율 0.69%는 코로나19 이전 10년간 장기 평균인 0.78%보다 낮다. 그러나 부실채권의 증가 속도와 대출자의 상환능력 악화는 은행의 재무상태를 평가할 때 계속 살펴야 할 변화다.
은행의 안전성은 자본 규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예금자에게 지급할 자금을 확보하고 있는지, 기업과 가계에 빌려준 돈을 정상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지, 대출 부실이 발생했을 때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자본비율이 양호한 은행이라도 특정 업종에 대출이 집중되거나 기업의 연쇄 부실이 발생하면 추가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대규모 예금 인출이 발생했을 때 필요한 현금을 확보하는 능력도 별도의 관리 대상이다.
2026년 2분기 국내은행에서 새로 발생한 부실채권은 7조2000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매각과 상각, 담보처분 등을 통해 정리한 부실채권은 6조1000억원으로 신규 발생액을 밑돌았다. 대손충당금 잔액은 26조9000억원으로 증가했지만 부실채권 대비 충당금적립률은 142.9%로 낮아졌다. 은행이 손실에 대비하는 동안에도 부실채권이 더 빠르게 늘어난 것이다. 기업의 영업실적과 자영업자의 현금흐름이 회복되지 않으면 채권 회수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도 증가할 수 있다.
은행이 부실채권을 외부 투자회사에 매각하면 장부에서 해당 채권을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의 빚이 자동으로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채권을 인수한 회사가 상환을 요구하거나 담보 처분에 나설 수 있다. 대손상각 역시 은행의 회계처리와 채무자의 법적 상환의무를 구분해야 한다. 금융회사에서 부실채권을 얼마나 많이 정리했는지와 실제 대출자의 상환능력이 얼마나 회복됐는지는 서로 다른 문제다.
은행의 건전성은 결국 돈을 빌린 기업과 가계의 경제활동에 영향을 받는다. 중소기업의 매출이 줄고 자영업자가 영업을 지속하기 어려워지면 연체가 증가한다. 연체가 장기화하면 금융회사는 충당금을 더 쌓거나 채권을 매각해야 한다. 동시에 신용위험이 높아진 차주에 대한 신규 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질 수 있다.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줄이면 가계소득과 소비에도 영향을 미친다. 은행의 부실채권 관리는 금융회사 내부의 손실 관리에 그치지 않고 실물경제와도 연결돼 있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채무조정 정책 역시 은행의 자산건전성과 연관돼 있다. 정부는 장기연체채권 정리를 추진하는 한편 금융회사의 채무조정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10월 28일 발표된 포용금융 종합평가체계는 국내 17개 은행을 대상으로 자금공급과 채무조정에 각각 전체 배점의 35%를 부여한다. 채무조정 규모뿐 아니라 조정 이후 정상적인 상환이 유지되는 정도도 평가한다. 2026년 실적은 시범평가하고 이후 평가부터 인센티브와 불이익을 연계할 계획이다.
채무조정의 확대는 상환능력이 회복될 가능성이 있는 차주에게 재기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은행도 장기간 채권을 회수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원금 감면과 상환기간 연장에 따른 금융회사의 손실 부담, 정상적으로 채무를 상환하는 차주와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 채무자의 실제 소득과 재산, 향후 상환 가능성을 평가하고 조정 이후 재연체 여부까지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정부의 채무조정 정책이 금융소비자의 재기와 은행의 건전성 관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실제 상환 실적을 통해 평가할 수 있다.
은행권의 채권관리 방식은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또 한 번 변화를 맞고 있다. 과거에는 연체가 발생한 뒤 담당 직원이 고객에게 연락하고 상환조건을 협의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AI는 대출자의 거래 이력과 상환기록, 재무상태를 분석해 연체 가능성을 예측하고 고객별 상담 방식과 채무조정 방안을 제안할 수 있다. 연체가 장기화하기 전에 위험을 포착하고 상환 가능성이 있는 차주에게 지원 방안을 제시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McKinsey & Company)는 2026년 10월 발표한 은행 채권관리 분석에서 AI가 고객 분류와 상담, 상환조건 제안, 채무조정, 회수업무까지 연결하는 운영모델을 제시했다. 여러 AI 에이전트가 고객정보를 분석하고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며 복잡한 채무조정이나 예외적인 결정은 직원에게 넘기는 방식이다. 은행이 AI를 활용해 업무를 처리하는 속도를 높이고 회수비용을 줄일 가능성은 있지만 고객의 상환능력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운영체계가 함께 필요하다.
AI가 제시한 결과가 언제나 정확한 것은 아니다. 과거의 금융거래 정보를 학습한 모형은 경제환경이 달라지거나 고객의 소득과 재산상태가 급격하게 변하면 실제 상환능력을 잘못 평가할 수 있다. 직장을 잃었다가 재취업한 고객이나 일시적으로 매출이 감소한 자영업자의 현재 상황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대출심사에 잘못된 정보가 사용되면 고객은 실제 상환능력과 다른 신용평가를 받을 수 있으며 채무조정 과정에서도 부적절한 조건이 제안될 수 있다.
은행의 의사결정에 AI가 깊숙이 관여할수록 판단 근거와 책임을 분명히 하는 일이 중요해진다. 대출한도가 줄거나 채무조정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고객은 결정에 영향을 미친 주요 요인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자동화된 신용평가에 잘못된 정보가 활용됐다면 정정과 재평가를 요구할 수 있는 절차도 필요하다. 금융소비자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AI가 제안하더라도 최종적으로 판단하고 책임지는 주체는 금융회사에 남아 있어야 한다.
금융위원회가 올해 6월 22일부터 시행한 금융분야 AI 가이드라인은 AI를 현 단계에서 업무의 보조수단으로 규정하고 최종 의사결정과 책임을 임직원이 수행하도록 했다. 금융회사의 경영진이 AI 위험관리 조직과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활용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은행의 AI 활용 능력은 기술의 성능뿐 아니라 오류를 발견하고 수정하거나 필요한 경우 자동화된 업무를 중단할 수 있는 관리 역량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예금자에게는 은행의 경영상 위험과 별도로 살펴야 할 문제가 있다. 은행이 정상적으로 영업하더라도 금융사기나 개인정보 유출, 계좌 접근정보 탈취로 개인의 자산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모바일뱅킹과 비대면 금융거래가 일상화되면서 금융회사를 방문하지 않고도 대규모 자금을 이체할 수 있게 됐다. 편리한 거래환경은 금융소비자에게 혜택을 주지만 잘못된 송금이나 금융사기에 노출되는 경로도 넓혔다.
지난 10월 금융당국은 일부 금융회사의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보이스피싱·스미싱 피해에 대한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유출된 개인정보를 이용해 금융회사 직원을 사칭하거나 대환대출과 피해보상을 미끼로 접근하는 사기 가능성을 경고했다. 금융사기범이 고객의 이름과 거래정보 일부를 알고 접근하면 금융회사의 정식 안내로 오인하기 쉽다. AI로 사람의 음성과 문장을 정교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에서는 목소리나 전화번호 표시만으로 상대방의 신원을 신뢰하는 방식도 위험하다.
개인이 자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금융회사의 안내를 확인하는 방식부터 달라져야 한다. 대출금 상환이나 개인정보 확인을 이유로 송금을 요구하는 연락을 받았다면 통화를 종료하고 금융회사 공식 앱이나 대표번호를 통해 직접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문자메시지에 포함된 주소로 접속하거나 상대방이 안내한 앱을 설치하는 행동도 피해야 한다. 계좌의 거래 알림을 활성화하고 이체한도를 필요에 맞게 관리하며 금융거래 인증정보를 타인에게 제공하지 않는 습관도 중요하다. 명의도용 대출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금융거래 안심차단서비스 등 예방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
금융회사 자체의 안전성을 판단하는 기준도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높은 예금금리만 보고 거래은행을 선택하기보다 자본비율과 연체율, 부실채권비율, 유동성 지표 등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은행권 전체의 자본비율이 양호하더라도 개별 은행의 여신 구조와 수익성, 손실흡수능력에는 차이가 있다. 특정 업종에 대출이 집중돼 있는지, 부실채권이 얼마나 늘고 있는지, 예상 손실에 대비한 충당금이 충분한지도 은행의 위험 수준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정보다.
예금보호제도는 개인이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안전장치다. 국내에서는 2025년 9월 1일부터 예금보호한도가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높아졌다. 보호 대상 예금과 적금은 금융회사별로 예금자 1인당 원금과 소정의 이자를 합쳐 1억원까지 보호받는다. 같은 은행의 여러 지점에 돈을 나눠 예치하더라도 금융회사가 동일하면 보호한도는 합산 적용된다. 보호한도를 넘는 예금을 보유했다면 서로 다른 금융회사에 분산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금융회사별 보호한도와 금융상품별 보호 여부도 구분해야 한다. 은행의 예금과 적금은 보호 대상에 해당하지만 펀드와 실적배당형 투자상품,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은 상품의 법적 성격에 따라 보호 여부가 다르다. 같은 금융회사에서 가입했더라도 상품에 따라 원금 손실 가능성과 법적 보호 수준이 달라진다. 높은 수익률이나 우대금리보다 먼저 살펴야 할 내용은 금융상품의 실제 운용구조와 원금 보장 여부, 예금보호 대상에 해당하는지다.
자산을 여러 금융회사에 나누는 일과 자산의 성격을 분산하는 일도 구분해야 한다. 여러 은행에 예금을 나눠 두는 것은 금융회사별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지만 예금만 보유하면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 구매력 감소를 피하기 어렵다. 반대로 높은 수익을 기대해 투자자산의 비중을 지나치게 늘리면 시장가격이 하락할 때 생활에 필요한 자금까지 손실을 볼 수 있다. 가까운 시일에 사용할 생활비와 비상자금은 유동성이 높은 안전자산으로 관리하고 장기간 사용하지 않을 자금은 투자기간과 손실 감내 능력을 고려해 운용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금융상품의 종류가 많아지고 AI를 활용한 자산관리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개인의 투자 판단도 복잡해지고 있다. AI는 금융상품을 비교하고 시장정보를 분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을 대신 지지는 않는다. 과거 수익률과 데이터를 분석해 추천한 상품도 시장 상황이 바뀌면 손실을 볼 수 있다. AI가 제시한 수익률 전망이나 투자전략을 검토할 때는 상품의 위험과 비용, 투자기간, 현금화 가능성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투자자가 이해하지 못한 금융상품을 자동화된 추천만으로 매입하는 일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은행을 이용하는 개인은 예금자이면서 대출자이고 투자자이기도 하다. 예금자에게 중요한 것은 금융회사의 지급능력과 예금보호 범위지만 대출자에게는 상환 가능한 수준으로 채무를 관리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투자자는 상품의 수익성과 손실 가능성, 금융회사와 운용사의 역할을 구분해야 한다. 금융자산이 늘어날수록 보유한 상품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계좌별 잔액과 만기, 보호한도, 부채 규모를 관리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AI 시대의 금융안전은 은행과 금융소비자가 함께 관리해야 하는 영역으로 넓어지고 있다. 은행은 충분한 자본과 유동성을 유지하면서 부실채권과 기술적 위험을 통제해야 한다. 금융소비자는 예금보호제도를 이해하고 거래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금융상품의 위험을 살펴야 한다. 개인정보와 인증정보를 보호하고 금융사기 가능성을 점검하는 일도 자산관리의 일부가 됐다.
국내은행은 여전히 규제 기준을 웃도는 자본을 확보하고 있다. 동시에 연체채권과 부실채권은 증가하고 있으며 AI는 대출심사부터 채무조정과 자산관리까지 금융업무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금융회사의 재무건전성이 양호하다는 사실과 개인의 모든 금융자산이 안전하다는 판단은 같지 않다. 예금보호 대상과 한도를 확인하고, 만기와 사용 목적에 따라 자산을 분산하며, 디지털 금융거래의 보안을 직접 관리하는 일이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비책이다.
은행을 신뢰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은행의 재무상태와 금융상품의 위험을 제대로 이해하고 자신의 자산이 어떤 제도와 절차로 보호받는지 아는 것이다. AI가 금융거래의 속도와 편의성을 높일수록 금융회사의 책임 있는 판단과 금융소비자의 신중한 결정이 함께 요구된다. 은행의 안전성은 자본과 유동성, 부실채권 관리 능력으로 평가하고 개인의 자산은 예금보호와 분산관리, 금융보안을 통해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