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elier] 레슬리 카바르가 '동키콩' 원화, 1981년 마리오의 탄생을 그린 일러스트레이션

분홍색 철골과 원색의 대비, 고전 애니메이션의 조형 언어…32만9400달러 낙찰에 담긴 게임 원화의 미술적·시장적 가치

2026-11-08     임민정 기자

[KtN 임민정기자]거대한 고릴라가 나무통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깊게 찌푸린 눈썹 아래로 이빨이 드러나고, 얼굴 주변에는 땀방울이 흩어져 있다. 뒤편의 금발 여성이 분홍색 드레스를 휘날리며 몸을 기울인다. 아래쪽에서는 빨간 모자와 멜빵바지를 입은 작은 남자가 굴러 내려오는 나무통 사이를 지나 철골 구조물을 올라간다.

미국 일러스트레이터 레슬리 카바르가(Leslie Cabarga)가 1981년 제작한 'Donkey Kong North American Arcade Flyer Original Art'다. 닌텐도의 아케이드 게임 '동키콩(Donkey Kong)'을 북미 시장에 소개하기 위해 그린 작품으로, 훗날 마리오(Mario)라는 이름으로 세계적인 캐릭터가 되는 점프맨(Jumpman)의 초기 모습이 담겨 있다.

세로 약 50㎝, 가로 42㎝의 원화에는 동키콩과 폴린(Pauline), 점프맨이 분홍색 철골 구조물을 따라 배치돼 있다. 푸른색 바닥과 굴러 내려오는 나무통, 짙은 회색으로 처리한 배경이 세 인물을 연결한다. 만화적인 신체 표현과 대각선 구도, 선명한 원색을 결합해 1981년 아케이드 게임의 움직임을 한 장의 그림에 압축했다.

지난 10월 28일 미국 랜드리 팝 옥션(Landry Pop Auctions)에서 열린 경매에서 작품은 32만9400달러에 낙찰됐다. 추정가 10만~15만 달러를 크게 웃도는 금액으로, 공개 경매에서 거래된 비디오게임 오리지널 아트의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광고를 위해 제작된 상업 일러스트레이션이 45년 만에 미술품과 대중문화 수집품의 경계에서 새로운 평가를 받은 것이다.

분홍색 철골 구조물은 작품의 공간과 움직임을 결정하는 중심 요소다. 동키콩이 자리한 상단에서 점프맨이 이동하는 아래쪽까지 여러 층의 바닥이 비스듬하게 이어진다. 철골 내부에는 삼각형 지지대가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되고, 층마다 푸른색 바닥이 놓여 있다. 수평과 수직으로 정리된 건축물 대신 사선을 강조해 게임의 진행 방향을 시각적으로 드러냈다.

구조물의 기울기는 두 인물의 움직임과 맞물린다. 동키콩이 들어 올린 나무통은 아래쪽으로 굴러 떨어지고, 점프맨은 반대 방향으로 올라간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는 인물과 장애물은 철골을 따라 교차한다. 게임에서 반복되는 추격과 회피, 이동과 충돌의 관계가 하나의 구도 안에 담겨 있다.

철골의 선명한 분홍색과 바닥의 청색은 실제 건축물의 색채보다 훨씬 강렬하다. 분홍색 구조물은 짙은 회색의 지지대와 교차하며 뚜렷한 윤곽을 만들고, 바닥에는 밝고 어두운 청색의 사선이 반복된다. 구조물 자체는 비교적 단순하지만 색의 대비와 반복되는 기하학적 형태가 공간에 깊이를 부여한다.

작품 왼쪽에는 검은색에 가까운 배경이 넓게 놓여 있다. 오른쪽 벽면은 분홍색에서 보라색, 짙은 회색으로 이어지는 명암으로 처리됐다. 철골과 인물에 사용된 굵은 윤곽선이 배경의 부드러운 색채와 대비되면서 캐릭터의 존재가 선명해진다.

분홍색과 청색, 갈색과 붉은색의 조합은 작품 전체의 시각적인 질서를 형성한다. 동키콩의 갈색 몸은 밝은 분홍색 배경과 맞닿고, 점프맨의 빨간색 의상은 푸른 바닥 위에서 두드러진다. 폴린의 노란 머리카락과 분홍색 드레스도 주변의 보라색 배경과 색채 차이를 이룬다. 인물과 공간을 구분하는 동시에 시선을 위아래로 이동시키는 구성이다.

'Donkey Kong North American Arcade Flyer Original Art' 전체 이미지. 분홍색 철골과 푸른색 바닥을 대각선으로 교차시키고, 동키콩과 폴린, 점프맨을 서로 다른 높이에 배치했다. 반복되는 나무통과 기울어진 철골이 게임의 이동 경로와 속도감을 표현한다. 카드보드 위의 잉크·에어브러시와 투명 아세테이트 필름 위의 아크릴 채색을 결합한 원화다. 사진=Landry Pop Auctions 제공,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동키콩의 신체는 둥글고 육중한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머리와 어깨, 팔과 가슴을 굵은 검은 선으로 구분하고, 두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 상체를 크게 부각했다. 굽힌 무릎과 커다란 발은 몸의 무게를 강조한다. 갈색 털과 밝은 갈색 얼굴의 경계에는 짧고 불규칙한 선을 사용해 털의 질감을 표현했다.

얼굴에는 작은 면적에 여러 감정 표현이 집중돼 있다. 안쪽으로 깊게 모인 눈썹과 한쪽으로 치우친 시선, 크게 벌어진 입과 불규칙하게 드러난 이빨이 위협적인 표정을 이룬다. 두꺼운 입술과 볼의 주름, 얼굴 주변에 흩어진 땀방울은 과장된 인상을 더한다. 거대한 체구와 달리 세밀한 표정의 변화가 인물의 성격을 설명한다.

머리 위에 놓인 나무통은 원통형의 몸체와 양 끝의 타원형 단면으로 입체감을 얻는다. 갈색 나뭇결 위에는 푸른 회색의 금속 띠가 둘러져 있다. 통을 움켜쥔 동키콩의 커다란 손은 손가락의 마디를 굵은 곡선으로 구분했고, 팔과 어깨의 움직임도 짧은 선의 반복으로 강조했다.

동키콩 뒤편의 폴린은 가늘고 긴 신체로 표현됐다. 밝은 금발과 분홍색 드레스, 길게 뻗은 팔과 다리가 동키콩의 둥근 몸과 대조된다. 한 손을 이마에 대고 다른 팔을 뒤로 뻗은 자세는 몸을 젖히는 움직임과 연결된다. 드레스의 자락과 머리카락 역시 같은 방향으로 펼쳐져 있다.

두 인물의 표정과 자세에는 미국 고전 만화의 조형적 특징이 반영돼 있다. 동키콩의 과장된 눈썹과 입, 폴린의 가느다란 신체와 펄럭이는 드레스는 20세기 전반 애니메이션에서 사용된 표현과 닿아 있다. 신체 비례의 정확성보다 성격과 행동을 우선하는 방식이다.

레슬리 카바르가의 1981년 '동키콩' 원화 상단 부분. 나무통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린 동키콩의 굵은 팔과 찌푸린 얼굴, 뒤로 몸을 기울인 폴린의 금발과 분홍색 드레스가 대비를 이룬다. 과장된 이목구비와 움직임에는 1920~1930년대 미국 만화·애니메이션의 표현 방식이 반영돼 있다. 사진=Landry Pop Auctions 제공,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레슬리 카바르가는 미국 언더그라운드 코믹스 분야에서 활동하며 일러스트레이션과 출판 디자인 작업을 이어왔다. 1976년에는 미국 초기 애니메이션 제작사 플라이셔 스튜디오(Fleischer Studios)의 역사를 다룬 'The Fleischer Story in the Golden Age of Animation'을 출간했다. 플라이셔 스튜디오는 베티 붑(Betty Boop)과 뽀빠이(Popeye) 등 미국 고전 애니메이션의 주요 캐릭터를 제작한 회사다.

카바르가는 1981년 닌텐도의 광고대행사 덴쓰(Dentsu)의 의뢰로 '동키콩' 북미 홍보 일러스트레이션을 제작했다. 고전 만화의 둥근 손과 발, 크게 표현한 눈과 입, 유연하게 굽어지는 관절의 움직임을 게임 캐릭터에 적용했다. 단순한 픽셀로 구현된 인물에 세부적인 표정과 신체의 부피를 더하면서 북미 시장에 익숙한 만화적 이미지를 완성했다.

작품 아래쪽에 자리한 점프맨은 동키콩과 폴린보다 작은 체구지만 움직임이 가장 크게 표현된 인물이다. 한쪽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고 반대쪽 팔은 몸 가까이에서 굽혔다. 양쪽 다리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벌어져 있고, 커다란 검은 신발이 발끝의 움직임을 강조한다.

점프맨은 빨간 모자와 멜빵바지, 파란색 상의와 흰 장갑을 착용하고 있다. 오늘날 마리오의 대표적인 복장으로 정착한 빨간 상의와 파란 멜빵바지와는 색채의 배치가 다르다. 그러나 모자와 검은 콧수염, 커다란 코와 멜빵바지라는 기본적인 특징은 이미 등장한다.

작은 체구와 커다란 신발, 둥근 장갑의 조합은 인물의 동작을 쉽게 읽도록 만든다. 얼굴 중앙의 큰 코와 짙은 콧수염은 검은 윤곽선으로 강조됐고, 붉은 바지와 푸른 상의는 몸통과 다리의 움직임을 구분한다. 점프맨의 짧은 팔과 다리에는 과장된 만화적 비례가 적용돼 있다.

레슬리 카바르가의 '동키콩' 원화 하단에 등장하는 점프맨(Jumpman). 빨간 모자와 멜빵바지, 파란색 상의와 흰 장갑을 착용한 초기 캐릭터로, 이후 마리오(Mario)라는 이름을 얻었다. 굴러 내려오는 나무통과 불꽃, 사선으로 기울어진 철골 구조물이 당시 아케이드 게임의 장애물 회피 동작을 표현한다. 사진=Landry Pop Auctions 제공,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점프맨 주변에는 서로 다른 크기의 나무통이 놓여 있다. 통의 몸체는 갈색과 짙은 주황색으로 채색됐고, 양 끝에는 검은 윤곽과 금속 띠가 둘러져 있다. 일부 나무통에는 노란색과 주황색 불꽃이 날카롭게 뻗어 있으며, 바닥에 맞닿은 부분에는 흰색 곡선이 반복된다. 회전과 충돌을 짧은 선으로 표현한 만화적 기법이다.

가장 큰 나무통은 점프맨의 오른쪽에 놓여 있고, 작은 나무통들은 아래쪽 철골을 따라 반복된다. 물체의 크기 차이와 사선의 중첩은 서로 다른 깊이의 공간을 만든다. 점프맨의 동작과 나무통의 회전 방향은 반대로 설정돼 있어 장애물을 피하며 이동하는 게임의 기본적인 상황이 전달된다.

원화에서 곡선과 직선은 서로 다른 역할을 한다. 동키콩의 둥근 머리와 몸, 나무통의 원형 단면, 점프맨의 장갑과 신발에는 곡선이 반복된다. 반면 철골 구조물과 사다리, 바닥에는 직선과 삼각형이 사용됐다. 둥근 인물이 사선으로 교차하는 구조물 위에 놓이면서 캐릭터의 움직임과 건축적 공간 사이에 시각적인 긴장이 생긴다.

카바르가는 배경과 캐릭터를 서로 다른 재료로 제작했다. 두꺼운 카드보드에 잉크와 에어브러시로 건물과 공간을 그리고, 투명한 아세테이트(acetate) 필름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인물과 나무통 등을 채색했다. 두 층을 겹쳐 최종 이미지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에어브러시로 처리한 벽면에는 분홍색과 보라색, 회색이 부드럽게 이어지고, 아크릴로 그린 캐릭터와 나무통에는 비교적 선명한 윤곽이 남아 있다. 서로 다른 재료가 갖는 명암과 질감의 차이는 인물과 배경을 분리하는 효과를 낸다. 실제 필름과 물감, 종이를 겹쳐 제작한 아날로그 상업미술의 특징이다.

1981년의 홍보 원화는 게임 캐릭터가 인쇄 매체에 맞는 시각적 형태를 갖추는 과정도 담고 있다. 제한된 픽셀로 움직이던 점프맨에게는 손가락과 신발, 옷의 주름과 표정이 더해졌다. 동키콩과 폴린 역시 실제 게임보다 정교한 얼굴과 신체를 지닌 만화적 인물로 표현됐다.

당시 닌텐도는 북미 아케이드 시장에서 새로운 사업 기반을 마련하던 시기였다. 앞서 출시한 '레이더 스코프(Radar Scope)'의 판매가 부진하자 미야모토 시게루(Shigeru Miyamoto)가 새로운 게임을 개발했다. 1981년 출시된 '동키콩'에는 점프맨과 동키콩, 폴린이 등장했고, 장애물을 피해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진행 방식이 적용됐다.

점프맨은 이후 마리오라는 이름을 얻으며 독립적인 캐릭터로 발전했다. 1982년 '동키콩 주니어(Donkey Kong Jr.)'를 거쳐 1983년 '마리오 브라더스(Mario Bros.)', 1985년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Super Mario Bros.)'로 이어졌다. 카바르가가 그린 점프맨의 모습은 마리오의 의상과 신체 비례가 일정한 형태로 정착되기 전의 특징을 간직하고 있다.

게임의 시각적 요소를 미술과 디자인의 역사 속에서 다루려는 움직임은 미술관 전시에서도 이어져 왔다.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은 2012년 '팩맨(Pac-Man)'과 '테트리스(Tetris)' 등을 포함한 비디오게임 14종을 소장품으로 선정했다. 게임의 상호작용과 시각 디자인, 이용자 경험을 디자인의 영역에서 다룬 결정이었다.

영국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V&A)은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열린 'Videogames: Design/Play/Disrupt' 전시에서 게임의 콘셉트 아트와 캐릭터 스케치, 프로토타입을 소개했다. 완성된 게임뿐 아니라 제작 과정에서 만들어진 그림과 디자인 자료를 전시 대상으로 확장했다.

카바르가의 '동키콩' 원화는 완성된 게임의 홍보를 위해 제작됐지만 독립적인 일러스트레이션으로도 살펴볼 수 있는 요소를 갖추고 있다. 고전 만화에서 이어진 신체 표현과 강한 원색의 대비, 움직임을 압축한 대각선 구도, 아세테이트 필름을 겹친 제작 방식이 함께 남아 있다. 디지털 게임의 시각적 언어가 아날로그 인쇄 기술과 만났던 시기의 작품이다.

작품의 보존 경위도 시장 평가와 연결된다. 1980년대 후반 닌텐도 미국 법인에서 광고 업무를 담당했던 도나 다부스(Donna Darbous)는 사무실 정리 과정에서 폐기될 예정이던 원화들을 발견했다. 상사의 허락을 받아 여러 작품을 보관했고, 카바르가의 '동키콩' 원화도 포함돼 있었다.

다부스가 보관했던 작품들은 수십 년 동안 개인 소장품으로 남았다. '동키콩' 원화는 오래된 커피 테이블의 서랍에서 다른 인쇄물과 함께 보존됐다. 대량으로 복제된 홍보 전단과 달리 제작에 사용된 원본은 물감과 필름, 카드보드 등 실제 제작 재료를 간직하고 있었다.

비디오게임 관련 미술품의 경매에서는 제작연도와 작가, 원본의 보존 상태, 사용 이력과 소장 경위가 거래 가격을 가르는 요소로 작용한다. 게임기와 카트리지가 제조 수량이나 보존 등급을 중심으로 평가받는 것과 달리 제작 원화는 개별 작품의 희소성과 디자인 역사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함께 고려된다.

2023년 1월 미국 헤리티지 옥션(Heritage Auctions)에서는 1989년 게임 '페르시아의 왕자(Prince of Persia)' 패키지에 사용된 원화가 6만3000달러에 거래됐다. 일러스트레이터 로버트 플로르차크(Robert Florczak)가 제작한 유화로, 게임 패키지용 상업 회화가 수집 대상 미술품으로 거래된 주요 기록이었다.

2026년 '동키콩' 원화의 낙찰가 32만9400달러는 당시 '페르시아의 왕자' 원화 거래액의 약 5.2배에 이른다. 두 작품의 제작연도와 게임의 역사, 원본의 희소성은 서로 다르지만 초기 게임 홍보 이미지에 형성되는 가격 수준을 비교할 수 있다.

같은 경매에서 1985년 무렵 제작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마리오·루이지 원화는 1만7080달러에 거래됐다. 보존 등급 8.0을 받은 1985년 NES용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카트리지는 3만4160달러에 낙찰됐다. 카바르가의 1981년 원화는 마리오·루이지 제작 원화보다 약 19배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최근 미술시장에서 오래된 상업 이미지와 대중문화 관련 작품은 제작자의 인지도뿐 아니라 특정 캐릭터나 디자인의 형성 시기, 원본의 희소성이 함께 평가되는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게임 원화는 아직 거래 규모가 제한적인 분야지만, 초기 캐릭터와 연결된 작품에는 일반적인 홍보 인쇄물과 다른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이번 낙찰가 역시 게임 원화 시장의 개별 고가 거래 기록으로, 전체 게임 관련 미술품의 가격 상승률과 구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술품 경매시장 전반에서는 작품의 출처와 보존 이력, 미술사적 위치가 가격 판단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2025년 세계 미술시장에서는 거래가 고가 작품에 집중되는 경향도 나타났다. 카바르가의 원화는 전통적인 회화 경매와 다른 수집 분야에 속하지만, 최초 제작 시기와 명확한 소장 경위, 대중문화 역사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높은 낙찰가에 반영됐다는 점에서 비교할 만하다.

1981년 카바르가가 그린 점프맨은 오늘날 마리오의 정착된 이미지와 다르다. 빨간 멜빵바지와 파란 상의, 검은 콧수염과 커다란 코, 과장된 팔과 다리에는 아케이드 게임 초기의 디자인과 미국 만화의 표현 방식이 함께 남아 있다. 분홍색 철골과 파란색 바닥, 굴러가는 나무통은 점프맨이 움직이는 경로와 속도를 구성한다.

10월 28일 32만9400달러에 낙찰된 원화는 닌텐도의 북미 홍보물로 제작된 뒤 수십 년 동안 보존됐다. 카드보드에 그린 배경과 아세테이트 필름 위의 캐릭터가 결합한 작품에는 게임 속 인물이 대중적인 시각 이미지로 발전하던 과정이 남아 있다. 레슬리 카바르가의 1981년 일러스트레이션은 마리오의 초기 디자인뿐 아니라 게임과 만화, 상업미술이 연결됐던 시대의 제작 방식까지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