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펑크와 록 음악에서 출발한 스트리트웨어, 몬트리올의 겨울에서 발견한 새로운 변화

강한 그래픽에서 소재와 비례, 개인의 취향으로 넓어진 패션의 기준… 대중화 이후 더욱 중요해진 브랜드의 정체성

2026-11-05     임우경 기자

[KtN 임우경기자]2015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출발한 플레저스(PLEASURES)는 펑크와 하드코어 음악을 옷에 담았다. 거친 문구와 낯선 이미지, 과거의 밴드와 음반을 떠올리게 하는 그래픽이 브랜드의 출발점이었다. 11년이 지난 2026년 겨울, 플레저스가 선택한 도시는 캐나다 몬트리올이다. 검은 코트와 회색 후디, 줄무늬 니트와 체크 팬츠가 흐린 거리와 오래된 건물 사이를 오간다. 음악과 반항의 상징으로 성장한 브랜드가 이제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어떤 옷을 입고 움직이며 생활하는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26 홀리데이 컬렉션 '시엘 쿠베르(Ciel Couvert)'는 프랑스어로 흐린 하늘을 뜻한다. 검은색과 회색, 짙은 남색과 갈색이 의류의 넓은 면적을 차지한다. 선명한 파란색 비니와 분홍색 신발, 밝은 아이보리 아우터가 등장하지만 전체적인 색채는 차분하다. 어깨를 넓힌 코트와 몸을 여유롭게 감싸는 니트, 그래픽 티셔츠와 와이드 팬츠는 익숙한 형태를 유지하면서 서로 다른 소재와 길이로 조합됐다.

플레저스는 2015년 알렉스 제임스(Alex James)와 블라드 엘킨(Vlad Elkin)이 설립했다. 제임스는 미국 동부의 하드코어와 펑크 문화에서 성장했고, 엘킨은 로스앤젤레스의 레이브와 뉴메탈 음악에 가까웠다. 서로 다른 도시에서 접한 음악과 하위문화의 경험이 브랜드의 디자인으로 이어졌다. 두 창업자는 자신들이 좋아했던 음악과 문화, 당시 거리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취향을 옷으로 표현하려 했다.

초기의 플레저스가 내세운 그래픽은 단순히 다른 브랜드보다 강한 이미지를 사용하기 위한 장식과는 성격이 달랐다. 음악을 듣고 공연장을 찾으며 형성한 경험이 디자인의 출발점이었다. 밴드의 이름과 음반, 당시의 문화적 기억을 알아보는 사람들에게 티셔츠는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물건이 됐다. 특정한 음악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옷을 선택하는 이유였고, 같은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은 그 의미를 공유할 수 있었다.

플레저스의 2026년 겨울은 당시와 다른 환경에 놓여 있다. 그래픽 티셔츠와 후디, 와이드 팬츠는 이미 스트리트웨어를 넘어 일반적인 캐주얼웨어로 널리 사용된다. 펑크와 록 음악의 이미지는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에 등장하며, 과거에 특정한 음악문화와 연결됐던 복식도 일상적인 옷차림으로 받아들여진다. 반항적인 이미지를 사용한다는 사실만으로 다른 브랜드와 구별되던 시대와는 거리가 생겼다.

몬트리올의 야외 놀이시설을 배경으로 검은색 그래픽 상의와 짧은 하의, 긴 검은색 부츠를 조합했다. 어두운 의복과 흐린 날씨가 어우러진 PLEASURES Holiday 2026 'Ciel Couvert' 컬렉션. 사진=PLEASURES·Aime-Ell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스트리트웨어가 대중화되면서 브랜드가 자신의 출발점을 설명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특정한 음악이나 지역 문화에 속해 있다는 사실이 강한 정체성을 만들었다. 지금은 같은 형태의 후디와 티셔츠를 훨씬 다양한 사람들이 입는다. 어떤 음악을 즐겨 듣는지와 관계없이 검은색 그래픽 상의를 선택할 수 있고, 스케이트보드를 타지 않아도 와이드 팬츠와 운동화를 일상복으로 활용한다.

반항적인 문화가 패션에 남기는 영향은 옷의 소유자가 바뀐다고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펑크와 하드코어 음악에서 발전한 그래픽은 기존의 단정한 복장 규범과 다른 미적 취향을 확산시키는 데 기여했다. 음악 공연장과 거리에서 형성된 의복의 조합이 더 많은 사람의 옷장으로 들어오면서 선택할 수 있는 스타일도 넓어졌다. 과거에 낯설게 여겨졌던 넉넉한 옷과 거친 그래픽이 익숙해진 과정에는 하위문화가 축적한 영향력이 남아 있다.

그러나 하위문화의 상징이 널리 소비될수록 처음 형성됐던 맥락은 약해질 수 있다. 밴드의 음악을 모르더라도 티셔츠의 디자인을 좋아할 수 있고, 펑크의 역사에 관심이 없어도 해당 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다. 문화적 경험에서 출발한 표현이 상품의 문양으로 유통되는 과정이다. 스트리트웨어 브랜드가 기존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대중적인 의류를 제작하려면 과거의 이미지를 반복하는 일보다 더 넓은 디자인 역량이 필요해진다.

플레저스가 2026년에도 크랜베리스(The Cranberries)와 데드 케네디스(Dead Kennedys) 등 음악 관련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브랜드의 방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음악의 유산을 버리고 새로운 시장으로 이동한 것이 아니다. 기존의 문화적 기반을 유지하면서 니트와 아우터, 데님과 다양한 하의의 구성에도 관심을 넓혔다. 음악과 그래픽에 대한 애정이 사라진 변화라기보다 브랜드를 표현하는 수단이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검은색 코트와 줄무늬 베스트, 격자무늬 니트와 회색 팬츠는 강한 문구 없이도 옷의 성격을 만든다. 어깨의 넓이와 몸통의 길이, 원단이 접히는 방식, 서로 다른 색상이 만나는 위치에 따라 실루엣이 달라진다. 브랜드의 이름을 크게 새기지 않아도 옷의 형태와 소재가 디자인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변화의 의미가 있다.

어두운 니트 상의에 여유로운 회색 팬츠를 조합했다. 오래된 목재 가구가 놓인 실내에서 니트의 단순한 형태와 넓은 바지통이 강조된다. 사진=PLEASURES·Aime-Ell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플레저스의 겨울 니트와 팬츠에는 복잡한 재단보다 익숙한 의복의 비례가 남아 있다. 어두운 상의와 회색 하의는 강한 색상 대비를 만들지 않지만 옷의 길이와 폭, 원단의 질감을 통해 차이를 만든다. 넓은 팬츠의 밑단이 신발 위에 어느 정도 내려오는지, 니트가 어깨에서 허리까지 어떤 형태로 이어지는지에 따라 전체적인 인상이 달라진다.

강한 그래픽에 의존하던 브랜드가 소재와 실루엣을 다루는 영역으로 확장하는 일에는 별도의 경쟁이 존재한다. 커다란 문구는 멀리서도 쉽게 구별되지만 어두운 니트와 회색 팬츠의 차이는 상대적으로 세밀하다. 원단의 조직과 두께, 봉제와 치수, 실제 착용했을 때의 형태가 제품을 평가하는 기준에 포함된다. 로고와 이미지가 차지하던 역할을 의복 자체의 완성도가 나누어 맡는 것이다.

스트리트웨어를 선택하는 소비자도 더 다양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게 됐다. 특정한 문구가 마음에 들어 티셔츠를 구매하는 사람도 있고, 원단의 질감이나 편안한 길이 때문에 니트와 팬츠를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기존에 가진 옷과 얼마나 자연스럽게 조합되는지, 반복해서 착용하기에 적합한지도 실제 옷장에서는 중요하다.

여기서 플레저스가 지향해 온 포용성의 의미를 다시 살펴볼 만하다. 알렉스 제임스는 브랜드 초기에 스트리트웨어가 여성혐오적이거나 폭력적인 이미지에 지나치게 기울어 있다고 느꼈고, 자신들이 경험한 음악과 공동체의 문화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한정된 소비자만 접근할 수 있는 브랜드보다 더 많은 사람이 자신에게 맞는 취향을 찾을 수 있는 브랜드를 지향한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포용성은 단순히 성별 구분을 없애거나 옷을 크게 만드는 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실제로 서로 다른 체형과 생활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입을 수 있는 의복을 제안해야 한다. 상체에 적당한 여유가 필요한 사람과 하체의 길이를 조절해야 하는 사람에게 같은 크기의 오버사이즈가 동일하게 어울리지는 않는다. 폭넓은 취향을 존중하는 일에는 다양한 치수와 비례, 소재의 착용감에 관한 고려도 뒤따라야 한다.

플레저스의 'Ciel Couvert'에는 긴 코트와 짧은 재킷, 미디스커트와 와이드 팬츠, 그래픽 티셔츠와 줄무늬 니트가 함께 등장한다. 특정한 성별이나 하나의 체형에 맞춘 스타일만 반복하지 않고 의복을 조합하는 범위를 넓혔다. 다만 다양한 실루엣을 제시하는 것과 실제 제품의 치수 선택권을 충분히 확보하는 일은 구분된다. 브랜드의 포용성은 디자인의 표현뿐 아니라 제품의 재단과 착용 경험에서도 평가받게 된다.

짙은색 아우터와 넉넉한 팬츠를 착용하고 붉은 꽃무늬 침대에 앉은 모습. 어두운 의류와 선명한 실내 패턴의 대비가 두드러진다. 사진=PLEASURES·Aime-Ell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스트리트웨어가 입는 장소도 달라졌다. 음악 공연장과 스케이트보드 문화에서 발전한 옷은 이제 집과 거리, 여행과 일상적인 외출을 오가는 의류가 됐다. 후디와 그래픽 티셔츠, 스웨트팬츠는 편안한 실내복과 캐주얼한 외출복 사이를 자유롭게 이동한다. 하나의 옷을 특정한 상황에서만 입기보다 다른 의류와 조합해 여러 환경에서 활용하는 방식이 익숙해졌다.

집과 거리를 오가는 옷에서는 착용감과 활용도가 중요하다. 오래 앉아 있을 때 원단이 지나치게 당기지 않는지, 아우터를 벗었을 때도 안쪽의 옷차림이 자연스러운지, 신발과 가방을 바꿔도 전체적인 인상이 크게 흐트러지지 않는지에 따라 실제 활용 범위가 달라진다. 강한 그래픽을 한 번 입는 즐거움과 같은 옷을 여러 차례 손이 가게 만드는 조건은 다를 수 있다.

스트리트웨어의 미래를 이야기하면서 화려한 로고의 쇠퇴나 단정한 옷의 부상만을 강조하는 설명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그래픽 티셔츠와 강한 문구는 앞으로도 음악과 예술, 개인의 취향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남을 수 있다. 동시에 차분한 색상의 니트와 편안한 팬츠도 중요한 상품이 될 수 있다. 서로 다른 디자인이 공존하는 시장에서 브랜드의 고유한 취향을 얼마나 일관되게 유지하는지가 더 중요해진다.

플레저스는 지난 10여 년 동안 음악문화에 대한 관심을 브랜드의 중심에 두면서 협업의 범위를 넓혀 왔다. 푸마(PUMA)와의 협업에서는 운동화의 형태를 다뤘고, 엄브로(Umbro)와의 협업에서는 축구복의 특징을 활용했다. 스포츠웨어와 음악 관련 의류, 겨울 니트와 아우터가 하나의 브랜드 안에 공존하는 구조다.

협업이 다양해질수록 브랜드의 독자성은 외부에서 가져온 이름에 의존할 위험도 커진다. 유명한 밴드의 로고나 스포츠 브랜드의 상징은 제품을 쉽게 알아보게 하지만 협업 상대가 바뀔 때마다 디자인의 중심도 이동할 수 있다. 여러 분야와 연결되면서도 플레저스 자체의 의복이 어떤 특징을 갖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장기적인 정체성이 유지된다.

'Ciel Couvert'는 그 가능성을 일상적인 겨울옷에서 제시한다. 줄무늬 니트의 색상과 조직, 검은 코트의 길이, 스웨트셔츠와 팬츠의 여유로운 조합은 외부의 이름을 빌리지 않고도 디자인을 구성하는 요소다. 강한 그래픽이 남아 있는 제품과 상대적으로 단순한 의류를 함께 제안하면서 플레저스가 다룰 수 있는 범위를 넓혔다.

밝은 회색 후디에 검은색과 회색의 체크무늬 팬츠를 조합했다. 가슴의 영문 레터링과 넉넉한 몸판, 넓게 내려오는 팬츠가 특징이다. 사진=PLEASURES·Aime-Ell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회색 후디와 체크 팬츠는 특별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익숙한 의류다. 후드와 주머니가 있는 스웨트셔츠, 가로와 세로의 격자무늬가 반복되는 팬츠는 스트리트웨어뿐 아니라 일반적인 캐주얼웨어에서도 널리 사용된다. 플레저스는 이러한 의복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길이와 폭을 넉넉하게 구성했다.

익숙함은 패션에서 때로 독창성의 부족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새로운 형태를 만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디자인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 사용해 온 옷을 실제 생활에 맞는 비례와 소재로 다시 구성하는 일도 디자인의 일부다. 다만 누구나 제작하는 기본적인 의류를 선보일 때는 브랜드의 이름만으로 차이를 설명하기 어렵다. 원단과 재단, 색상과 착용감이 실제로 얼마나 다르게 구현됐는지가 평가의 기준이 된다.

플레저스의 회색 후디와 체크 팬츠는 이러한 기준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강한 그래픽이 없는 옷이 세련됐다는 식의 단순한 평가보다 의복의 길이와 여유, 서로 다른 문양을 조합하는 방식에 주목하는 편이 정확하다. 개인의 체형에 따라 후디의 어깨선과 밑단을 조절하고 팬츠의 허리 위치를 달리하면 같은 옷도 다른 인상을 만든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선택하는 능력은 유행을 그대로 따라 입는 태도와도 다르다. 오버사이즈가 유행한다고 모든 옷을 크게 입을 필요는 없다. 어깨에 부피가 필요한 사람은 상의를 넉넉하게 선택하고, 하체에 여유가 필요한 사람은 팬츠의 폭을 조절할 수 있다. 얼굴 주변에 강한 색채가 부담스러운 사람은 차분한 니트를 선택하고, 선명한 색상을 즐기는 사람은 비니나 신발에 작은 면적의 색을 더할 수도 있다.

컬렉션이 제안한 옷을 그대로 재현하는 일보다 자신의 몸과 생활에 맞춰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패션의 선택은 더 구체적이 된다. 브랜드가 넉넉한 의복을 제안했다면 소비자는 필요한 여유를 어느 부분에 남길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선택이 가능할수록 하나의 컬렉션은 다양한 사람의 옷장에서 서로 다른 모습으로 활용될 수 있다.

회색 후디와 어두운 체크 팬츠를 착용하고 양팔을 벌려 누운 모습. 넉넉한 소매와 몸판, 다리의 움직임을 따라 펼쳐지는 팬츠의 폭이 드러난다. 사진=PLEASURES·Aime-Ell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플레저스가 선택한 넉넉한 의복에는 몸의 움직임에 따라 형태가 달라질 수 있는 여유가 있다. 팔을 벌리면 소매의 원단이 펼쳐지고, 자세를 바꾸면 팬츠의 주름도 달라진다. 몸을 정해진 형태 안에 밀어 넣기보다 어느 정도의 공간을 남겨 두는 옷이다.

패션에서 편안함은 오랫동안 실용적인 요소로 취급됐지만 일상복에서는 디자인과 구별하기 어려운 조건이기도 하다. 옷의 길이와 원단의 무게, 어깨와 겨드랑이에 남는 공간은 실제 움직임을 결정한다. 겉으로 넉넉해 보여도 소매가 지나치게 길거나 팬츠 밑단이 발에 걸리면 편안한 옷이라고 보기 어렵다. 의복을 감상하는 순간과 반복해서 착용하는 시간 사이에는 서로 다른 평가가 존재한다.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논할 때도 단순히 유행을 타지 않는 색상이나 형태만 강조해서는 부족하다. 소재와 봉제의 내구성, 세탁과 관리의 편의성, 체형에 맞는 치수, 기존 의류와의 조합이 함께 작용한다. 검은색 니트가 모든 사람에게 오래 입을 옷이 되는 것도 아니고, 선명한 그래픽 티셔츠가 반드시 짧은 유행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개인의 취향과 생활 방식에 맞는 의복이 반복적인 착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브랜드의 지속가능성을 옷의 외관만으로 판단할 수도 없다. 차분한 색상이나 단순한 디자인이 곧 환경적으로 우수한 제품을 뜻하지는 않는다. 원단의 생산과 가공, 실제 수명과 관리 방법, 생산량과 유통 구조까지 살펴야 환경적 영향을 평가할 수 있다. 'Ciel Couvert'가 보여주는 일상적인 디자인과 환경적 지속가능성은 구분해서 생각해야 한다.

몬트리올의 겨울이라는 배경 역시 단순한 색채의 선택을 넘어 생각할 부분을 남긴다. 흐린 날씨와 젖은 거리, 오래된 건물은 어두운 니트와 코트의 분위기와 연결된다. 하지만 도시의 겨울을 디자인에 담는 일과 실제 추위에 대응할 의복을 만드는 일은 같지 않다. 니트의 두께와 아우터의 보온성, 비와 바람에 대응하는 기능은 실제 소재와 제작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도시의 분위기를 패션으로 옮기는 작업에는 미적 표현과 사용 환경이라는 두 가지 조건이 존재한다. 플레저스의 2026 홀리데이 컬렉션은 어두운 색채와 여러 겹의 의복으로 몬트리올의 겨울을 표현했다. 실제 착용자는 자신의 지역과 생활환경에 맞춰 아우터의 종류와 이너웨어를 조절해야 한다. 특정한 도시에서 제안한 옷을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입을 수 있는지는 기후와 생활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밝은 회색 후디와 체크무늬 와이드 팬츠를 착용한 채 움직이는 모습. 소매와 바지통이 동작에 따라 접히며 여유로운 스트리트웨어의 형태를 만든다. 사진=PLEASURES·Aime-Ell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플레저스의 현재를 2015년의 펑크 그래픽과 2026년의 회색 니트 사이에서 단순하게 구분할 필요는 없다. 브랜드는 여전히 음악을 사랑하고 밴드의 이미지를 옷에 담는다. 동시에 니트와 코트, 팬츠와 스커트처럼 오랫동안 사용돼 온 의복의 형태를 다시 조합한다. 음악문화에서 출발한 취향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입을 수 있는 옷의 영역까지 확장됐다.

스트리트웨어가 대중화된 이후 브랜드의 경쟁은 더욱 복잡해졌다. 강한 그래픽과 새로운 협업은 여전히 관심을 끄는 수단이지만 그것만으로 제품의 가치가 완성되지는 않는다. 여러 브랜드가 비슷한 형태의 후디와 티셔츠를 제작하는 환경에서는 원단과 재단, 실제 착용 경험에서 차이를 만들어야 한다. 자신의 문화적 출발점을 유지하면서도 더 다양한 생활방식에 어울리는 의류를 제안할 수 있는지가 브랜드의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플레저스가 펑크의 영향을 버리고 단정한 일상복으로 이동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2026년에도 음악 협업과 그래픽웨어는 브랜드의 주요한 활동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Ciel Couvert'에서는 강한 문구만큼 회색의 명도, 니트의 조직, 아우터와 팬츠의 길이가 옷의 인상을 결정한다. 음악적 취향을 표현하는 방식이 그래픽에서 복식의 구성으로도 확장된 것이다.

반항적인 문화가 패션산업의 상품으로 자리 잡은 시대에 스트리트웨어 브랜드가 선택할 수 있는 방향은 하나가 아니다. 과거의 상징을 더욱 강하게 사용할 수도 있고, 새로운 음악과 예술을 받아들일 수도 있으며, 일상적인 의류의 형태와 소재를 발전시킬 수도 있다. 어느 하나의 방식만으로 독창성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브랜드가 실제로 경험해 온 문화와 새로운 디자인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연결되는지가 장기적인 정체성을 결정한다.

플레저스의 2026 홀리데이 컬렉션은 넉넉한 니트와 검은 코트, 체크 팬츠와 그래픽 티셔츠를 통해 그 연결을 시도했다. 'Ciel Couvert'의 흐린 색채는 브랜드의 강한 음악적 배경과 대립하지 않는다. 화려한 문구가 없는 옷에서도 취향은 남을 수 있고, 편안하게 입는 일상복에도 디자이너의 선택은 개입한다. 11년 전 음악과 공동체의 경험을 티셔츠에 새겼던 플레저스는 이제 같은 취향을 소재와 비례, 겨울옷의 겹침으로 넓히고 있다.

스트리트웨어가 더 많은 사람의 일상복이 됐다는 사실은 하위문화의 영향력이 약해졌다는 의미만으로 읽히지 않는다. 한때 일부가 공유하던 복식과 그래픽이 널리 받아들여지면서 새로운 선택의 범위를 만들었다. 이제 브랜드는 과거의 상징을 반복하는 것과 더불어 그 문화가 오늘날의 옷장에서도 의미 있게 남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몬트리올의 흐린 겨울에 놓인 플레저스의 코트와 니트, 후디와 팬츠는 반항의 문화가 일상으로 확장된 현재의 스트리트웨어를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