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가능한 사랑' 6일 넷플릭스 공개…베네치아 심사위원대상 수상작, 세계 관객과 만남

전도연·설경구·조인성·조여정 출연, 해고 노동자와 다큐멘터리 감독 두 부부의 관계…국내 극장 개봉 거쳐 전 세계 공개

2026-11-06     홍은희 기자

[KtN 홍은희기자]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인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이창동(Lee Chang-dong) 감독의 영화 '가능한 사랑(Possible Love)'이 6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지난 9월 23일 국내 극장 개봉 이후 약 한 달 반 만이다. 해고 노동자와 다큐멘터리 감독을 중심으로 서로 다른 형편에 놓인 두 부부의 관계를 그린 작품으로, 전도연과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이 주연을 맡았다. 2018년 '버닝' 이후 8년 만에 장편영화로 돌아온 이창동 감독은 노동과 계급, 인간관계, 예술가의 윤리를 한 작품에 담았다.

'가능한 사랑'은 지난 9월 12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경쟁 부문에 초청된 21편 가운데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에 이어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것이다. 이창동 감독이 베네치아영화제에서 수상한 것은 2002년 '오아시스'로 감독상을 받은 이후 24년 만이다. 영화는 베네치아에 이어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됐으며,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극장 개봉을 진행했다.

[가능한 사랑⑥] 국내 투자 막힌 이창동 신작, 베니스 은사자에서 아카데미 한국 출품작까지.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내에서는 9월 23일 일부 극장에서 먼저 개봉했다. 호주에서는 10월 22일, 미국과 캐나다, 영국, 아일랜드, 일본에서는 10월 23일 극장 상영을 시작했다. 영화제 상영과 국가별 극장 개봉을 거쳐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에게 공개하는 일정이다. 세계 영화제에서 작품을 선보인 뒤 극장 상영을 진행하고 스트리밍 서비스로 공개하는 배급 방식을 선택했다.

164분 분량의 '가능한 사랑'은 직장에서 해고된 호석과 아내 미옥,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와 남편 상우의 관계를 다룬다. 설경구가 호석을, 전도연이 미옥을 연기했다. 조여정은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 조인성은 예지의 남편 상우를 맡았다. 경제적 형편과 생활환경이 다른 두 부부는 예지가 해고 노동자들의 삶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면서 가까워진다.

호석은 오랫동안 일해 온 직장에서 해고된 뒤 일상의 균형을 잃은 인물이다. 노동이 삶의 중심이었던 만큼 일자리를 잃는 경험은 경제적 어려움에 그치지 않는다. 직장에서 쌓아온 인간관계와 자신의 역할, 가족 안에서 유지해 온 관계까지 영향을 받는다. 미옥은 남편이 겪는 고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가정을 유지하려 한다.

예지는 해고 노동자들의 삶을 기록하려는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호석의 이야기를 영화에 담기 위해 미옥에게 접근하고, 두 사람의 관계가 깊어지면서 두 가정은 서로의 생활을 가까이에서 보게 된다. 예지의 남편 상우는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생활을 하는 인물이다. 상우와 예지는 호석·미옥 부부보다 풍족한 환경에 있지만 각자의 욕망과 갈등을 안고 살아간다.

두 부부가 가까워지는 과정에는 경제적 차이에서 비롯된 감정이 복잡하게 얽힌다. 상대방의 생활을 부러워하거나 불편하게 느끼고, 자신에게 없는 것을 상대에게서 발견하면서 관계가 달라진다. 재산과 직업, 사회적 위치의 차이가 개인의 감정과 부부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영화는 계급 차이를 직접 설명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네 인물이 서로를 대하는 태도와 행동을 통해 갈등을 전개한다.

해고 노동자 호석이 겪는 고통은 한국 사회의 노동 현실과도 연결돼 있다. 오랫동안 한 직장에서 일한 노동자가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고, 생계를 유지하는 문제뿐 아니라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는 문제까지 마주하는 과정이다. 집단해고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의 싸움과 그 과정에서 남은 상처도 이야기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창동 감독은 노동자가 해고 이후 겪는 변화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다. '가능한 사랑'의 출발점에도 집단해고와 파업 진압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경험이 놓여 있다. 해고 노동자의 삶을 영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노동 현실을 다루는 방식과 고통을 표현하는 태도를 함께 고민했다. 노동자의 삶을 개인적인 비극으로만 그리지 않고 해고 이후에도 계속되는 인간관계와 일상을 다룬 이유다.

'전도연, 100년에 한 번 나올 명연기' 외신 찬사 봇물…베니스 발칵! 외신 평점 'A' 터졌다… 7분 기립박수 쏟아진 이창동 신작 '가능한 사랑'    사진=2026. 09.07 넷플릭스 '가능한 사랑  (이창동 감독과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이 함께한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월드 프리미어 현장 공개)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화 속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는 노동 현실을 기록하는 창작자의 위치를 드러낸다. 해고 노동자의 고통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카메라를 들지만 촬영 대상의 삶이 작품의 소재가 되는 과정에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발생한다. 예지는 노동자의 고통을 기록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영화를 만들고 있다. 취재와 기록을 통해 타인의 삶을 알리는 행위가 창작자의 성취와 연결될 때 발생하는 윤리적 갈등도 네 인물의 관계에 포함된다.

호석과 미옥에게 해고는 가족의 생활을 바꾼 현실이지만 예지에게는 다큐멘터리로 기록할 대상이다. 같은 일을 서로 다른 위치에서 받아들이는 차이는 두 부부가 가까워질수록 커진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하는 상우가 호석과 미옥을 대하는 태도도 관계를 복잡하게 만든다. 노동과 자본의 관계를 부부 사이의 감정과 연결한 구성이 영화의 중심을 이룬다.

전도연이 연기한 미옥은 네 인물 사이에서 관계가 바뀌는 과정을 겪는다. 남편 호석의 해고 이후 가족을 지키며 살아온 미옥은 예지를 만나면서 이전과 다른 삶을 접한다. 경제적으로 풍족한 예지와 상우의 생활은 미옥에게 자신이 처한 현실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된다. 미옥의 감정은 가족에 대한 책임과 개인의 욕망 사이에서 복잡하게 움직인다.

전도연과 이창동 감독의 만남은 2007년 '밀양' 이후 19년 만이다. 전도연은 '밀양'에서 남편을 잃고 아들과 함께 지방 도시로 내려간 신애를 연기했고, 제60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가능한 사랑'에서는 해고 노동자의 아내로서 가족의 삶을 지키려는 인물을 맡았다. 상실과 고통을 겪는 인물의 내면을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인물이 놓인 사회적 환경과 갈등은 서로 다르다.

설경구는 '박하사탕'과 '오아시스'에 이어 이창동 감독의 작품에 출연했다. '박하사탕'에서는 한국 현대사의 변화 속에서 삶이 무너진 영호를 연기했고, '오아시스'에서는 사회에서 소외된 종두를 맡았다. '가능한 사랑'의 호석 역시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사회적 변화와 맞닥뜨린 인물이다. 실직 이후의 고통과 부부관계의 변화를 통해 노동자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조여정이 맡은 예지는 경제적 여유와 창작자로서의 욕망을 함께 지닌 인물이다. 해고 노동자들의 삶에 관심을 갖고 기록하려 하지만 촬영 대상과 가까워질수록 사적인 감정도 개입한다. 예지에게 다큐멘터리 제작은 자신의 작품을 완성하는 일이면서 다른 사람의 고통을 다루는 일이기도 하다. 조여정은 창작자의 관심과 개인적인 욕망 사이에서 움직이는 예지의 관계를 연기했다.

[가능한 사랑⑤] 로튼토마토 100%…해외평단이 붙잡은 계급·욕망·카메라.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조인성이 연기한 상우는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유지하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는 욕망을 드러낸다. 호석과 미옥 부부가 경험하는 경제적 어려움과는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인물이다.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친절한 태도와 개인적인 욕망 사이의 차이가 관계에 영향을 준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네 사람이 만나면서 각자의 가치관과 결핍이 드러난다.

'가능한 사랑'의 각본은 이창동 감독과 오정미 작가가 함께 썼다. 촬영은 김지용 촬영감독, 편집은 김다원 편집감독이 맡았다. 음악에는 정재일 음악감독이 참여했다. 연출과 각본을 함께 맡은 이창동 감독은 해고 노동자의 현실과 두 부부의 관계,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갈등을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했다.

이창동 감독은 1997년 '초록물고기'로 장편영화 연출을 시작했다. 이후 '박하사탕', '오아시스', '밀양', '시', '버닝'을 발표하며 한국 사회의 변화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을 다뤘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경험, 사회적 소외와 가족의 상실, 계층 간 격차와 개인의 욕망이 작품마다 서로 다른 인물의 삶을 통해 나타났다.

'박하사탕'에서는 한 남성의 삶을 거슬러 올라가며 한국 현대사의 폭력과 개인의 상처를 다뤘다. '오아시스'는 사회적 편견 속에 놓인 두 사람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했고, '밀양'에서는 아들을 잃은 여성의 고통과 종교적 갈등을 다뤘다. '시'에서는 노년 여성의 삶과 윤리적 선택을, '버닝'에서는 서로 다른 계층의 젊은이들이 겪는 불안과 욕망을 그렸다.

8년 만의 신작 '가능한 사랑'에서는 해고 노동자와 경제적으로 풍족한 부부의 관계를 통해 노동과 계급 문제를 다시 다뤘다. '버닝'이 서로 다른 계층에 속한 청년들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됐다면 '가능한 사랑'은 중년의 두 부부가 각자의 생활과 결혼관계를 유지하는 과정에 주목한다. 직장과 가정, 예술 활동을 둘러싼 갈등이 네 인물의 관계에 함께 반영됐다.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 이후 해외에서도 작품에 대한 평가가 이어졌다. 노동과 계급, 인간의 욕망을 다루는 방식과 배우들의 연기가 주요 평가 대상이었다. 영화는 한국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베네치아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으며, 이창동 감독은 2002년 감독상에 이어 두 번째로 베네치아영화제의 주요 경쟁 부문 상을 수상했다.

'가능한 사랑'은 제99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 출품작으로도 선정됐다. 한국을 대표해 심사에 참여하는 작품으로, 출품 자체가 최종 후보 지명이나 수상을 뜻하지는 않는다. 베네치아영화제 수상과 해외 극장 개봉에 이어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 부문 선정 절차도 진행되고 있다.

AI가 인간 대체하는 시대에… 토론토 발칵 뒤집은 '가능한 사랑' 이창동, 감독상 수상 소감 사진=2026. 09.16 SNS 갈무리  .(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거장 이창동 감독이 신작 ‘가능한 사랑’으로 북미 최대 영화 축제인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인 최초로 감독상을 거머쥐었다.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넷플릭스는 신작 공개에 맞춰 이창동 감독의 이전 작품들을 여러 국가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초록물고기'와 '밀양'은 지난 8월부터 이탈리아와 영국, 프랑스,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공개됐고, '박하사탕'과 '오아시스'도 9월부터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제공되고 있다. '시'와 '버닝'은 미국과 캐나다,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을 포함한 시장에서 공개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초록물고기'와 '박하사탕', '오아시스', '밀양' 등 이창동 감독의 대표작이 4K 화질로 소개됐다. 신작을 보기 전에 이전 영화를 접하거나 '가능한 사랑'을 본 뒤 과거 작품으로 관심을 넓힐 수 있도록 작품별 접근 경로가 늘어난 것이다. 국가에 따라 작품별 서비스 여부와 공개 일정은 서로 다르게 적용된다.

국내 극장에서도 이창동 감독의 작품을 다시 상영하는 기획전이 진행되고 있다. 메가박스는 10월 28일부터 11월 17일까지 이창동 감독전을 열고 '초록물고기'부터 '버닝'까지 장편 연출작 여섯 편을 상영한다. 신작이 넷플릭스로 공개되는 기간에 이전 작품은 극장에서 다시 만날 수 있게 됐다.

'가능한 사랑'의 넷플릭스 공개로 영화의 관객층도 넓어질 예정이다. 지난 9월 일부 극장에서 시작한 국내 상영은 관객이 극장과 상영 시간을 선택해야 하는 방식이었지만 넷플릭스에서는 가입자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국가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164분에 이르는 장편영화가 스트리밍을 통해 공개되면서 국내외 관객이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경로도 확대된다.

이창동 감독은 2002년 '오아시스'로 베네치아영화제 감독상, 2010년 '시'로 칸국제영화제 각본상을 받았다. 2026년에는 '가능한 사랑'으로 베네치아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세 작품 모두 인간의 고통과 사회적 관계를 다루고 있지만 각기 다른 인물과 시대적 배경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했다.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 호석과 아내 미옥,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와 남편 상우가 서로의 삶에 들어오면서 일어나는 변화를 따라간다. 노동과 계급, 창작자의 윤리, 부부 사이의 욕망이 네 인물의 관계에 얽혀 있다. 베네치아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164분 분량의 장편영화는 11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 시청자에게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