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트렌드] 서로 다른 두 춤, 하나의 향기로 피어나다…전통의 미학을 오늘의 감각으로 잇는 ‘이화(二花)’

전선미·오정희, 38년 춤의 시간이 만나는 무대…개별 예술성과 전통의 계승을 넘어 2027 문화예술의 새로운 가치 제시

2026-11-07     임우경 기자
11월 15일 오후 5시 서울 한국문화의집 KOUS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다른 결로 피어나 하나의 향기로 남다'라는 주제 아래 두 중견 무용수의 예술 세계를 조명한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 전통은 과거에 머무는 유산이 아니라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해석될 때 미래의 문화가 된다. 서로 다른 예술적 경험과 춤의 결을 지닌 두 무용수가 하나의 무대에서 만난다. 전선미와 오정희가 선보이는 전통춤 공연 '이화(二花)-두 개의 꽃'은 서로 다른 색과 향기가 만나 하나의 울림을 만들어내는 예술적 동행을 표방한다.

오는 11월 15일 오후 5시 서울 한국문화의집 KOUS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다른 결로 피어나 하나의 향기로 남다'라는 주제 아래 두 중견 무용수의 예술 세계를 조명한다. 38년 이상의 시간 동안 각자의 길에서 전통춤을 익히고 무대 경험을 축적해 온 두 예술인이 개별적인 춤의 세계를 펼친 뒤 2인무로 연결되는 구성을 통해 전통춤의 다양성과 조화라는 주제를 무대 위에 구현한다.

이번 공연이 주목되는 이유는 단순히 두 명의 무용수가 함께 출연한다는 데 있지 않다. 오랜 시간 축적한 개인의 예술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서로 다른 표현 방식이 하나의 작품 안에서 어떻게 공존하고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는 개성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동시대 문화예술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오정희는 국가무형유산 일무·진주검무·태평무(박재희류) 이수자로, 박병천류 진도북춤보존회 이사이자 한복 '홍연, 연의상실'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공연기획 MCT,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38년의 시간이 빚어낸 두 개의 춤, 서로 다른 예술적 언어

전선미와 오정희는 각기 다른 전통춤의 계보와 무대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예술적 색채를 형성해 왔다.

오정희는 국가무형유산 일무·진주검무·태평무(박재희류) 이수자로, 박병천류 진도북춤보존회 이사이자 한복 '홍연, 연의상실'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전통춤의 전승과 더불어 의상이라는 시각적 요소까지 연결하며 한국 전통문화의 표현 영역을 확장해 왔다. 2025년 진도 전국 가·무·악 대제전에서 국회의장상을 수상한 이력도 있다.

전선미는 국가무형유산 승전무 이수자로, 한국문화재재단 무용단과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원 활동을 거쳤다.  /사진=공연기획 MCT,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전선미는 국가무형유산 승전무 이수자로, 한국문화재재단 무용단과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원 활동을 거쳤다. 현재 아이빛무용학원 원장으로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으며, 박병천류 진도북춤보존회 사무국장으로 전통춤의 전승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제5회 송강정철 숭모 전국국악경연대회 국회의장상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두 무용수의 이력은 이번 공연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다. 전통춤은 단순히 동작을 재현하는 기술이 아니다. 스승에게 전수받은 춤사위와 장단, 호흡, 몸의 방향과 시선, 그리고 춤에 담긴 시대적 정서를 오랜 수련을 통해 체화하는 예술이다.

따라서 38년 이상의 활동 경력은 단순한 연차가 아니라 신체에 축적된 예술적 기억이자 전통의 시간을 이어온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무대는 그러한 개인의 시간이 서로 만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오정희가 선보이는 한영숙제 박재희류 태평무는 궁중무용의 절제미와 민속무용의 흥을 함께 담아낸 춤이다.  /사진=공연기획 MCT,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태평무에서 승전무, 살풀이춤까지…한국춤의 다채로운 정서

공연은 각 춤이 지닌 고유한 미학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오정희가 선보이는 한영숙제 박재희류 태평무는 궁중무용의 절제미와 민속무용의 흥을 함께 담아낸 춤이다. 섬세한 발디딤과 장단에 따른 호흡, 정적인 자세 안에 축적된 움직임은 한국춤 특유의 정중동(靜中動)의 미학을 보여준다.

이매방류 살풀이춤은 또 다른 정서적 깊이를 전달한다. 절제된 움직임과 긴 수건의 흐름을 통해 내면의 감정을 드러내는 춤으로,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보다 움직임과 멈춤 사이에 존재하는 감정의 밀도가 중요하다.

전선미가 선보이는 승전무는 통영검무의 역사성과 역동성을 바탕으로 한다. 임진왜란 당시 군사들의 사기를 북돋우고 승리를 기념했던 역사적 배경을 지닌 춤으로, 검을 활용한 동작과 독특한 춤사위가 특징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본래의 8인 검무를 독무로 재구성해 개인의 움직임과 표현에 집중한다.

이매방류 살풀이춤은 또 다른 정서적 깊이를 전달한다.  /사진=공연기획 MCT,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김수악류 진주교방굿거리춤은 교방춤 특유의 기품과 풍류적 정서가 어우러지는 작품이다. 사계절의 흐름을 담은 구성과 부드러운 손목 사위, 후반부 소고 가락이 조화를 이루며 한국춤의 우아함과 생동감을 표현한다.

공연의 후반부에는 두 무용수가 함께하는 강은영류 북춤이 배치된다. 박병천류 진도북춤을 바탕으로 진도 고유의 장단과 강은영의 예술적 구성이 더해진 작품이다. 마음조시에서 흘림장단, 자진모리, 동살풀이, 휘모리로 이어지는 장단의 흐름은 북과 춤이 결합하는 역동적인 무대를 만들어낸다.

여기에 판소리 '춘향가'의 한 대목인 '춘향 출옥과 동헌경사'가 더해져 춤과 소리, 기악이 어우러지는 전통예술의 종합적 특성을 보여준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독무에서 2인무로 확장되는 공연의 구조다. 각각의 춤이 독립적인 예술 언어로 존재하다가 마지막에는 두 무용수의 호흡과 장단 속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다. 이는 공연 제목인 '이화(二花)'의 의미를 무대 구성으로 풀어내는 방식이다.

박병천류 진도북춤을 바탕으로 진도 고유의 장단과 강은영의 예술적 구성이 더해진 작품이다.  /사진=공연기획 MCT,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2027 글로벌 트렌드,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고유한 감각이 중요해진다

2027년 문화예술 시장을 전망할 때 주목해야 할 키워드 중 하나는 '휴먼 엣지(Human Edge)'다. 인공지능이 콘텐츠의 제작과 유통, 소비 방식까지 변화시키는 시대에 오히려 인간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경험과 감정, 숙련된 기술이 차별화된 가치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콘텐츠 산업에서도 AI가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인간 창작자의 고유한 경험과 전문성, 신뢰를 중요하게 평가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포레스터가 2026년 발표한 2027년 콘텐츠·크리에이티브 전망 역시 인간 창작자의 전문성과 정서적 연결이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AI는 콘텐츠의 생성과 개인화, 유통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변화는 전통춤의 가치와도 연결된다.

AI는 춤의 동작을 분석하고 재현할 수 있으며, 영상과 가상공간을 활용해 전통예술의 접근성을 높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오랜 시간 수련을 통해 체득한 호흡과 장단에 대한 감각, 무대 위에서 상대 무용수와 교감하는 순간의 긴장감까지 완전히 동일하게 대체하기는 어렵다.

전통춤의 경쟁력은 기술적으로 얼마나 화려한 영상을 만들어내느냐에만 있지 않다. 한 동작을 완성하기 위해 축적된 시간, 몸에 새겨진 기억, 음악과 움직임 사이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감정의 변화가 핵심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화'는 기술 중심의 콘텐츠 환경 속에서 인간의 신체와 감각이 지닌 예술적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공연이다. AI가 콘텐츠를 대량 생산하는 시대일수록 관객은 오히려 실제 예술가가 무대에서 보여주는 숙련과 진정성, 현장성을 더욱 특별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또한 2027년 트렌드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안목자본과 휴먼 엣지의 관점에서도 이번 공연을 읽을 수 있다. 정보와 콘텐츠가 넘쳐나는 환경에서는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가치를 알아보는가가 중요해진다. 전통춤을 이해하는 관객의 안목 역시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공연을 경험하고 춤의 배경과 장단, 계보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문화적 감수성이 축적된다.

종합하면 전통예술의 미래 경쟁력은 과거의 형식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관객이 오늘의 언어로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전달 방식을 바꾸는 데서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  /사진=공연기획 MCT,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트렌드 코리아 2027'로 읽는 전통예술…권태사회와 휴먼 엣지의 접점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 등이 참여한 '트렌드 코리아 2027'은 AI가 일상화된 이후 변화하는 소비자 행동과 인간의 경쟁력에 주목한다.

관련 키워드로 제시된 권태사회, ROI소비, 해봄경제, 휴먼 엣지, 안목자본 등은 공연예술 시장에도 여러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권태사회는 콘텐츠와 자극이 과잉 공급되는 환경에서 소비자가 오히려 피로와 무감각을 경험하는 현상을 설명한다. 짧은 영상과 빠른 편집에 익숙해진 관객에게 전통춤은 다른 속도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느린 호흡과 반복되는 장단, 정지와 움직임의 대비는 관객이 화면 중심의 일상에서 벗어나 하나의 움직임에 집중하도록 이끈다.

둘째, ROI소비는 시간과 비용을 지출했을 때 얻는 경험과 만족의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 흐름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공연예술 역시 단순히 유명 출연자나 화려한 무대 장치만으로 관객을 설득하기 어렵다. 공연을 통해 무엇을 경험하고 어떤 감정과 지식을 얻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전통춤의 역사와 계보, 장단에 대한 이해를 함께 제공한다면 관람은 일회성 소비를 넘어 문화적 경험으로 확장될 수 있다.

셋째, 해봄경제는 완벽한 준비보다 직접 시도하고 경험하면서 가치를 발견하는 태도와 연결된다. 전통예술의 대중화도 마찬가지다. 관객이 전통춤을 어렵고 낯선 장르로만 인식하지 않도록 공연 관람과 해설, 체험, 교육을 연결하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넷째, 휴먼 엣지는 AI 시대에 인간의 고유한 역량이 차별화된 가치가 되는 현상이다. 전통춤은 오랜 수련과 전승을 통해 형성된 인간의 신체적·정서적 역량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술 장르다.

이러한 키워드를 종합하면 전통예술의 미래 경쟁력은 과거의 형식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관객이 오늘의 언어로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전달 방식을 바꾸는 데서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

한국문화의 글로벌 확산은 K-팝과 드라마, 영화, 뷰티, 음식에 국한되지 않는다.  _한국문화의집 KOUS  /사진=@i_star_dance_sm,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컬처의 다음 단계,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문화에서 지속 가능한 전통예술로

한국문화의 글로벌 확산은 K-팝과 드라마, 영화, 뷰티, 음식에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 고유의 역사와 미학을 지닌 전통예술 역시 글로벌 문화 콘텐츠로 확장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문화예술 트렌드 분석 및 전망 2025-2027'은 '세계가 품은 한국문화'를 주요 트렌드로 제시했다. 동시에 디지털과 AI, 개인화된 문화 소비, 치유적 예술, 환경과 문화예술의 조화, 지역 기반 문화예술의 진화 등을 주요 변화로 분석했다.

이는 전통춤을 바라보는 관점에도 변화를 요구한다.

한국춤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는 단순히 전통 의상과 동작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춤에 담긴 역사적 배경과 사회적 맥락, 음악과 장단의 관계, 한국인의 정서와 미학을 함께 전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태평무의 절제된 발디딤과 궁중적 품격, 살풀이춤의 정서적 깊이, 승전무의 역사적 서사, 진주교방굿거리춤의 풍류적 미학은 각각 독립적인 문화 콘텐츠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작품을 다국어 자막과 해설, 디지털 아카이빙, 공연 영상, 교육 콘텐츠로 확장한다면 전통춤은 국내 공연장을 넘어 글로벌 관객과 만날 수 있다.

특히 '이화'처럼 두 무용수의 개별적인 예술 세계와 공동 작업을 함께 보여주는 공연은 한국 전통춤의 다양성을 설명하기에 적합한 구조를 갖고 있다. 한 명의 스타나 하나의 대표 작품에 의존하기보다 서로 다른 계보와 표현 방식이 공존하는 한국춤의 폭넓은 면모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선미와 오정희는 각기 다른 전통춤의 계보와 무대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예술적 색채를 형성해 왔다.  /사진=공연기획 MCT,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정책의 방향, 전승 지원을 넘어 창작·유통·관객 개발까지

전통예술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예술가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과제도 살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7년 예산안은 총 9조 6,345억 원으로, 2026년 본예산보다 22.6% 증가한 규모다. 이 가운데 문화예술 부문은 3조 8,545억 원으로 44.6% 확대됐다. 예술인의 사회안전망과 창작 환경 개선, 문화예술의 향유 기회 확대 등을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또한 문체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는 2027년 문화예술 전국 유통지원 사업을 통해 약 395억 원을 지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공연예술 지역유통 285억 원, 대표공연 콘텐츠 지역유통 110억 원 규모로 연극·뮤지컬·무용·음악·전통예술 등 5개 장르를 지원 대상으로 포함했다.

이는 공연예술이 수도권의 제한된 무대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 관객과 만날 수 있도록 유통 기반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예산 확대가 곧바로 전통예술 현장의 안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뒤따라야 한다.

첫째, 전통예술인의 창작과 전승을 동시에 지원하는 지속적인 기반이 필요하다. 이수자와 전승자들이 교육과 생계 활동에만 집중하지 않고 독립적인 창작 공연을 기획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제작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지역 공연장과 민간 기획사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우수한 공연이 서울에서 한 차례 공연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문화시설과 연계해 순회할 수 있는 유통 체계가 필요하다.

셋째, 전통춤의 디지털 기록과 아카이빙을 강화해야 한다. 춤사위와 장단, 의상, 음악, 스승과 제자 사이의 전승 과정 등을 체계적으로 기록해야 미래 세대가 활용할 수 있는 문화적 자산이 된다. AI를 활용한 기록과 분석 과정에서도 예술가의 저작권과 초상권, 전승 지식의 권리를 보호하는 원칙이 마련돼야 한다.

넷째, 관객 개발을 위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 전통춤을 처음 접하는 청소년과 젊은 세대가 공연을 쉽게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사전 해설, 학교 연계 프로그램, 무대 뒤 이야기, 온라인 콘텐츠 등을 함께 제공할 필요가 있다.

결국 전통예술 정책은 보존과 지원이라는 기존의 틀을 넘어 창작, 유통, 교육, 디지털 기록, 해외 진출이 연결되는 생태계 조성으로 나아가야 한다.

전선미와 오정희는 각자의 예술적 경험과 춤의 언어를 유지하면서 하나의 무대에서 만난다.  /사진=@i_star_dance_sm,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두 꽃이 함께 피는 방식…전통의 미래는 '공존'에 있다

'이화(二花)'가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서로 다름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개성을 지울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전선미와 오정희는 각자의 예술적 경험과 춤의 언어를 유지하면서 하나의 무대에서 만난다. 개별 독무를 통해 자신만의 색채를 보여주고, 2인무를 통해 서로의 호흡을 맞추며, 북춤에서는 춤과 장단이 하나의 에너지로 확장되는 구조를 선보인다.

이는 전통예술의 계승 방식에도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 전통을 지킨다는 것은 과거의 형식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원형의 가치를 이해하고 존중하면서도 오늘의 예술가가 자신의 해석과 표현을 더할 수 있어야 전통은 살아 있는 문화로 이어진다.

또한 중견 여성 무용수들의 무대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예술가의 경쟁력을 젊음이나 외형적 이미지에 한정하지 않고 오랜 시간 축적된 전문성과 경험, 숙련된 표현력에서 찾는 관점이 필요하다. 이는 고령화와 인구구조 변화 속에서 예술인의 생애주기와 지속적인 창작 활동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도 연결된다.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은 두 예술인이 각자의 춤을 독립적으로 선보이는 데서 멈추지 않고 공동의 작품으로 확장하는 공연 구조다. 서로 다른 춤의 계보와 정서를 비교해 볼 수 있고, 마지막 공동 무대에서는 개별 예술성이 협력의 언어로 전환되는 과정을 기대하게 한다.

다만 이러한 기획이 일회성 공연에 그치지 않으려면 공연 이후의 기록과 교육, 지역 순회, 관객과의 소통이 함께 이어져야 한다. 무대에서 보여준 예술적 경험이 다음 세대의 학습과 새로운 창작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공연의 사회적 가치도 확장될 수 있다.

2027년 문화예술의 중요한 과제는 기술과 인간, 전통과 현대, 개인의 정체성과 공동체의 가치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을 찾는 일이다. AI가 콘텐츠의 생산 방식을 바꾸고 글로벌 문화시장이 빠르게 재편되는 상황에서도 사람의 몸과 시간, 감정으로 축적된 예술의 가치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두 개의 꽃이 서로 다른 결로 피어나 하나의 향기로 남는다는 '이화'의 메시지는 전통예술의 미래를 생각하게 한다.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의 가치를 존중하면서 함께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전통이 다음 세대와 세계로 나아가는 방식일 수 있다.

전통춤은 과거의 기억을 보존하는 예술인 동시에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롭게 피어나는 현재의 예술이다. 오는 11월 15일, 한국문화의집 KOUS에서 펼쳐질 두 예인의 만남이 한국춤의 깊이와 동시대적 가치를 다시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공연 안내

공연명: 이화(二花) - 두 개의 꽃

일시: 2026년 11월 15일(일) 오후 5시

장소: 한국문화의집 KOUS

출연: 전선미, 오정희

판소리: 조문주

사회: 이주영

관람연령: 만 7세 이상

관람료: 전석 3만 원

예매: 인터파크 NOL

주관: 공연기획 M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