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y Ahr, 사물의 재구성①] 롤스로이스 코니시, 원형과 변형 사이에 놓인 자동차

1970~1980년대 차체에 현대식 엔진과 수공 금속 가공 결합…기계의 기능과 조형적 변화, 클래식카의 보존 가치를 다시 살피는 작업

2026-11-07     임민정 기자

[KtN 임민정기자]1975년 제작된 롤스로이스 코니시(Rolls-Royce Corniche)의 보닛 아래에는 6.2리터 미국산 V8 엔진이 들어 있다. 긴 보닛과 수직 라디에이터 그릴, 둥근 펜더는 1970년대 영국 자동차의 형태를 유지하지만 엔진과 변속기는 현대의 기술로 교체됐다. 지붕에는 리벳을 강조한 금속 마감이 더해졌고, 보닛 양쪽에는 새로운 통풍구가 마련됐다. 제작 당시의 외형과 오늘날의 기계 장치가 한 차체 안에 놓였다.

벨기에 출신 디자이너 조너선 리스(Jonathan Riss)가 제이 아르(Jay Ahr)라는 이름으로 재구성한 1975년형 롤스로이스 코니시 'Rivet' 쿠페다. 지난 5일 홍콩 소더비 메종(Sotheby's Maison)에서 개막한 'Ballet Mécanique'에 1981년형 'Split Window' 쿠페, 1979년형 드롭헤드 쿠페와 함께 출품됐다.

세 차량은 모두 1970~1980년대 롤스로이스 코니시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그러나 기존의 차체를 보존한 범위와 새롭게 제작한 부품, 동력계의 구성은 서로 다르다. 1975년형에는 현대식 엔진을[Jay Ahr, 사물의 재구성①] 롤스로이스 코니시, 원형과 변형 사이에 놓인 자동차 장착했고, 나머지 두 차량에는 롤스로이스의 6.75리터 V8 엔진을 유지했다. 차체의 외형에도 서로 다른 변형을 가했다.

롤스로이스 코니시는 1971년 독립적인 모델명으로 등장했다. 기존 실버 섀도(Silver Shadow)를 바탕으로 제작한 2도어 자동차로, 영국의 멀리너 파크 워드(Mulliner Park Ward)가 차체 제작을 담당했다. 긴 보닛과 넓은 실내, 수직으로 세운 라디에이터 그릴, 낮고 완만하게 이어지는 지붕은 당시 롤스로이스가 추구했던 자동차 디자인의 특징이다.

제이 아르는 코니시의 기본적인 차체 비례를 유지하면서 금속의 표면과 유리, 지붕과 실내 구조를 변경했다. 완성된 차량에는 50여 년 전 제작된 자동차의 형태와 새롭게 가공한 부품이 함께 남아 있다.

제이 아르(Jay Ahr)가 재구성한 롤스로이스 코니시의 전면. 수직 라디에이터 그릴과 환희의 여신상, 둥근 헤드램프와 넓은 은색 보닛이 좌우 대칭을 이룬다. 보닛 양쪽에는 가늘고 긴 통풍구가 반복적으로 배치돼 있다. 사진=Sotheby's,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코니시의 전면에는 수직과 수평의 서로 다른 선이 놓여 있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좁은 금속판을 수직으로 촘촘하게 배열한 형태다. 그릴 위에는 환희의 여신상(Spirit of Ecstasy)이 자리하고, 양쪽 헤드램프와 범퍼는 차체의 폭을 따라 펼쳐진다.

보닛은 그릴에서 앞유리까지 길게 이어진다.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선을 중심으로 좌우에 넓은 금속 면이 놓였고, 양쪽 끝에서는 펜더가 완만한 곡선을 그린다. 각진 그릴과 둥근 펜더, 평평한 보닛이 서로 다른 형태를 이루며 차체의 앞부분을 구성한다.

제이 아르가 새롭게 배치한 통풍구는 넓은 금속 면에 가는 선을 반복하는 방식이다. 일정한 간격의 통풍구가 보닛의 길이를 따라 이어지고, 중앙의 수직 그릴과 다른 방향의 선을 만든다. 표면의 일부를 가늘게 나누면서 보닛의 형태에도 변화가 생겼다.

금속의 질감은 빛을 받는 각도에 따라 달라진다. 보닛의 넓은 면에는 밝은 반사가 생기고, 펜더의 곡면에는 완만한 명암이 이어진다. 은색 차체는 색채의 변화보다 표면의 곡률과 금속 가공의 흔적을 드러낸다.

1970년대 코니시의 전면 디자인은 그릴과 보닛의 비례만으로도 차종을 구분할 수 있을 만큼 정형화돼 있었다. 제이 아르는 이러한 형태를 남겨두고 통풍구와 금속 연결부를 변경했다. 기존 자동차의 외형을 알아볼 수 있는 상태에서 세부적인 구조를 다시 만든 것이다.

. 제이 아르가 재구성한 롤스로이스 코니시의 측면. 길게 뻗은 보닛과 낮은 지붕, 넓은 문과 둥근 펜더가 1970~1980년대 영국 2도어 고급 자동차의 비례를 유지하고 있다. 차체의 수평선과 곡면, 크롬 장식과 은색 금속 표면의 관계가 드러난다. 사진=Sotheby's,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측면에서는 보닛의 길이와 실내 공간의 비례가 뚜렷해진다. 앞바퀴 위에서 시작된 보닛은 앞유리까지 길게 뻗어 있고, 지붕은 실내를 감싸며 후면으로 완만하게 내려간다. 넓은 문 아래에는 긴 수평선이 놓이고, 앞뒤 바퀴를 감싸는 펜더는 둥근 윤곽을 이룬다.

코니시는 고속 주행 성능을 강조한 스포츠카와 다른 비례를 지녔다. 긴 보닛과 여유 있는 실내, 차체 측면의 완만한 곡선이 장거리 이동을 고려한 고급 그랜드 투어링 자동차의 형태를 이룬다.

1970년대 고급 자동차에서 차체의 비례는 기술과 수공 제작의 결과이기도 했다. 금속판을 가공해 곡면을 만들고, 차체와 유리의 연결부를 조정하며, 실내의 가죽과 목재 장식을 완성하는 작업에는 여러 분야의 기술자가 참여했다. 멀리너 파크 워드가 제작한 코니시에는 영국 코치빌딩의 수공 제작 전통이 남아 있다.

제이 아르는 이러한 제작 방식을 바탕으로 기존 차체의 일부를 다시 만들었다. 1975년형 'Rivet' 쿠페에는 지붕과 금속 연결부의 변화가 나타난다. 리벳은 본래 금속판을 고정하는 부품이다. 차체 표면에 리벳의 형태를 드러내면 금속판이 결합된 방식도 외형의 일부가 된다.

1981년형 'Split Window' 쿠페에서는 뒷유리가 두 부분으로 나뉜다. 하나의 넓은 유리로 처리하던 후면에 새로운 구획이 생기면서 지붕과 차체가 이어지는 형태도 달라졌다. 유리 사이의 금속 구조는 차체 상부에 수직적인 요소를 더한다.

1979년형 드롭헤드 쿠페는 지붕을 열 수 있는 컨버터블이다. 고정된 지붕을 갖춘 두 차량과 달리 차체 상부의 구조가 개폐 기능에 맞춰 구성돼 있다. 같은 코니시라는 이름 아래 제작됐지만 차체의 성격은 서로 다르다.

세 차량의 은색 차체는 제작 시기의 차이를 시각적으로 크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지붕과 뒷유리, 금속 장식의 형태를 살펴보면 원래의 차체를 유지한 부분과 새롭게 제작한 부분이 구분된다.

제이 아르가 운영하는 자동차 작업장 '아르세날(Ahrsenal)'에서는 코니시를 부품 단위로 분해하는 작업부터 진행한다. 전문 기계공과 엔지니어, 금속 가공 장인과 디자이너가 참여하며, 차량 한 대를 완성하는 데 1년 이상이 걸린다.

자동차 한 대는 7만 개가 넘는 부품으로 분해된다. 엔진과 변속기, 차체와 실내를 구성하는 부품을 분리하고 각 부품의 상태와 역할을 살핀 뒤 복원하거나 새로 제작한다. 작은 나사와 금속 연결부도 다시 검토하는 방식이다.

자동차를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복원과 현대의 기술로 개조하는 작업은 서로 다른 목적을 갖는다. 원형 복원에서는 제작 당시의 제원과 부품, 외관을 보존하는 일이 중요하다. 현대식 개조에서는 기존 차체의 일부를 남기면서 새로운 엔진과 변속기, 제동장치 등을 적용할 수 있다.

제이 아르의 코니시에는 두 방식이 함께 사용됐다. 특히 1975년형은 원래의 롤스로이스 엔진 대신 제너럴모터스의 6.2리터 LS3 V8 엔진을 장착했다. 추정 출력은 500bhp이며 4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됐다.

반면 1981년형과 1979년형에는 롤스로이스의 6.75리터 V8 엔진이 남아 있다. 두 차량의 추정 출력은 각각 250bhp이며 3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한다. 같은 모델을 바탕으로 제작했지만 원래의 동력계를 유지할지 교체할지에 따라 기계적 성격이 달라졌다.

1975년형의 차체는 1970년대 디자인을 따르지만 엔진은 훨씬 뒤에 개발된 기술에 속한다. 자동차의 제작연도와 동력계의 기술적 연대가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외형을 중심으로 보면 클래식카이지만 기계 구조까지 포함하면 서로 다른 시대의 기술을 결합한 차량이다.

클래식카 수집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중요하게 취급된다. 제작 당시의 엔진과 주요 부품이 남아 있는 차량은 역사적 원형을 보존했다는 점에서 평가받는다. 반대로 현대식 엔진과 장치를 적용한 차량은 성능과 실제 사용을 고려한 개조 자동차로 구분된다.

오래된 자동차에 현대 기술을 접목하는 레스토모드(restomod) 작업도 같은 맥락에 있다. 복원(restoration)과 개조(modification)를 결합한 방식으로, 기존의 외형을 유지하면서 엔진과 주행장치를 현대화한다. 원형 보존을 중시하는 수집가와 실제 운행 성능을 중시하는 수집가 사이에서는 서로 다른 평가가 이루어진다.

제이 아르의 코니시는 레스토모드의 제작 방식과 맞닿아 있지만 차체 외관에 대한 개입도 상당하다. 지붕과 유리, 통풍구와 금속 장식까지 새로운 형태로 제작하기 때문이다. 기존 자동차의 부품을 복원하는 수준을 넘어 차체의 일부를 다시 디자인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정비·복원 차량과 차이가 있다.

위에서 내려다본 제이 아르의 롤스로이스 코니시. 긴 보닛과 지붕, 좌우 대칭으로 배치된 통풍구가 차체 상부의 형태를 이룬다. 금속판의 넓은 면과 반복되는 선, 앞유리와 지붕의 연결 구조가 드러난다. 사진=Sotheby's,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차체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긴 보닛과 지붕의 비례가 보다 분명해진다. 넓은 금속판의 양쪽에는 통풍구가 규칙적으로 배치돼 있고, 차체의 중심선을 기준으로 좌우가 대칭을 이룬다. 앞유리와 지붕은 보닛보다 짧은 면적을 차지한다.

금속판과 유리, 통풍구는 각각 다른 재료와 가공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완성된 자동차에서는 하나의 형태로 이어지지만 부품을 분리하면 개별적인 물체가 된다. 넓은 보닛과 작은 통풍구, 차체를 연결하는 부품 사이에는 크기와 기능의 차이가 존재한다.

1924년 프랑스 화가 페르낭 레제(Fernand Léger)는 실험영화 '발레 메카니크(Ballet mécanique)'에서 기계와 일상용품을 반복적으로 등장시켰다. 주방 도구와 금속 부품, 사람의 얼굴과 몸, 기하학적 형태를 짧은 편집으로 연결한 작품이다.

레제는 냄비와 거품기, 기계 부품처럼 일상에서 사용되는 물건들을 원래의 용도와 분리해 보여줬다. 카메라의 위치와 편집의 속도를 달리하고 같은 물체를 반복하면서 형태와 움직임을 강조했다. 기능을 위해 만들어진 물건들이 영화에서는 새로운 시각적 구성을 이루었다.

1920년대 유럽의 예술가들은 산업화 이후 변화한 도시와 기계문명에 관심을 기울였다. 자동차와 열차, 공장의 기계와 대량생산품은 일상생활을 바꾸고 있었고, 회화와 영화에서도 기하학적 형태와 반복적인 움직임이 새로운 표현으로 등장했다.

제이 아르가 'Ballet Mécanique'라는 제목을 사용한 배경에도 기계와 사물의 형태에 대한 관심이 놓여 있다. 레제가 카메라와 편집을 통해 일상용품의 움직임을 다뤘다면 제이 아르는 실제 자동차를 분해하고 부품을 다시 제작한다. 기계의 외형뿐 아니라 작동하는 구조까지 작업에 포함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두 작업의 관계를 동일한 미술적 성취로 연결하기는 어렵다. 레제의 영화는 일상용품의 기능을 배제하고 형태와 움직임만으로 구성을 완성했다. 제이 아르의 자동차는 기존 차종의 디자인과 기계적 기능을 유지한다. 롤스로이스라는 역사적인 자동차의 외형과 상징성도 작품을 구분하는 중요한 요소로 남아 있다.

제이 아르가 선택한 코니시는 이미 자동차 디자인의 역사와 고급 소비문화에서 뚜렷한 위치를 차지하는 모델이다. 수직 라디에이터 그릴과 환희의 여신상, 긴 보닛은 롤스로이스를 알아보게 하는 특징이다. 새롭게 만든 통풍구와 지붕, 뒷유리의 구조는 기존 디자인의 일부를 바꾸지만 차량 전체의 정체성을 대신하지는 않는다.

현대미술에서 기성품을 활용한 작업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기존의 물건을 새로운 공간에 배치하거나 원래의 용도를 바꾸고, 일부를 변형해 작품으로 제시하는 방식이다. 자동차처럼 산업적 기능이 복잡한 사물은 형태와 재료뿐 아니라 생산과 사용의 역사까지 함께 갖고 있다.

제이 아르의 코니시에서는 기존 자동차가 지닌 역사적 가치와 새로운 제작자의 개입이 한 작품 안에 놓인다. 롤스로이스의 차체를 얼마나 유지했는지, 현대식 엔진과 새롭게 제작한 금속 부품이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에 따라 작품을 이해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자동차 디자인의 보존과 변형은 미술시장의 평가에서도 서로 다른 기준을 갖는다. 클래식카는 제작연도와 원형 보존 상태, 소유 이력과 주행 가능 여부 등이 주요한 평가 요소다. 현대 제작자가 개입한 차량에는 개조 과정과 새로운 부품의 제작 기술, 디자인의 변화가 추가로 작용한다.

홍콩 소더비 메종에서 선보인 코니시 세 대는 공개 입찰을 거친 낙찰품이 아니라 판매전 출품 차량이다. 전시 자체만으로 새로운 시장 가격이나 수집 가치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전통적인 클래식카 시장에서 중시하는 원형성과 현대 작가의 재구성이 어떤 평가를 받는지는 개별 차량의 거래와 소장 이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1975년형 'Rivet' 쿠페는 6.2리터 현대식 엔진을 장착했고, 1981년형 'Split Window' 쿠페와 1979년형 드롭헤드 쿠페에는 기존 롤스로이스 V8 엔진이 유지됐다. 지붕과 유리, 금속 장식의 변화도 차량마다 다르다.

세 대의 코니시는 1970~1980년대 영국 자동차의 형태를 공유하지만 보존된 부품과 새롭게 제작한 부분은 일치하지 않는다. 50여 년 전의 차체와 현대의 가공 기술이 결합한 결과물에는 클래식카를 보존하는 방식과 새로운 형태로 바꾸는 방식이 함께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