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유네스코, 북한 먼저 ‘등재 권고’…한국 대응 시계 빨라졌다

11월30일 중국 샤먼서 최종 심의…한국은 ‘도장 공동체 수련문화’로 단독·확장등재 추진

2026-11-08     박준식 기자
최재춘 김운용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제7회 김운용컵 국제오픈태권도대회 (7th KIM UN YONG CUP (G1) INTERNATIONAL OPEN TAEKWONDO CHAMPIONSHIPS)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북한이 신청한 태권도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 등재를 눈앞에 두면서 국내외 태권도계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 산하 평가기구는 11월 5일 북한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통무술-태권도(Taekwon-Do, traditional martial art in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에 ‘등재 권고’를 내렸다. 최종 결정은 11월 30일부터 12월 5일까지 중국 샤먼에서 열리는 제21차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 내려진다.

등재 권고 소식이 전해진 뒤 미국 태권도계에서도 정부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11월 6일 미주 태권도 지도자와 한인사회 관계자 명의로 공개된 긴급 성명에는 대한민국 태권도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요구가 담겼다. 한·미태권도문화원 이강일 원장도 별도의 호소문을 통해 역사성과 문화적 가치를 뒷받침할 자료 정리와 정부의 외교적 대응, 국내외 태권도인의 관심을 촉구했다.

11월 6일 미주 태권도 지도자와 한인사회 관계자 명의로 공개된 긴급 성명. 북한 태권도의 유네스코 등재 권고 이후 대한민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11월 6일 미주 태권도 지도자와 한인사회 관계자 명의로 공개된 긴급 성명. 북한 태권도의 유네스코 등재 권고 이후 대한민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북한 태권도의 유네스코 등재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유네스코 평가기구의 권고를 받은 단계이며, 대표목록 등재 여부는 샤먼 회의에서 정부간위원회가 결정한다. 유네스코가 공개한 2026년 심사 목록에도 북한 신청 건은 ‘7.b.51’, 파일번호 2266으로 올라 있다.

평가기구는 올해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 신청 59건을 심사해 56건에 등재를 권고하고 3건에 정보보완을 권고했다. 북한의 태권도는 등재 권고 대상에 포함됐다. 최종 결정권은 24개 위원국으로 구성된 정부간위원회에 있다.

태권도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대한민국과 북한의 신청 시점에는 약 2년의 차이가 있다. 북한은 2024년 3월 태권도 단독 등재 신청서를 냈다. 대한민국 정부는 2026년 3월 31일 ‘태권도: 한국의 도장 공동체 수련문화(Taekwondo: A Dojang-centered Korean Training Tradition)’라는 명칭으로 신청서를 제출했다.

대한민국이 신청한 내용은 경기종목으로서의 태권도보다 도장에서 이어지는 수련과 전승에 무게를 둔다. 사범과 수련생이 함께 기술과 규범을 익히고, 예절과 존중을 배우며, 먼저 수련한 사람이 다음 세대를 지도하는 도장 공동체의 구조를 무형유산으로 설명한다.

북한은 ‘전통무술 태권도’를 신청 명칭 전면에 놓았다. 대한민국은 ‘도장 공동체 수련문화’를 내세웠다. 같은 태권도를 두고도 유네스코에 제시한 전승 방식과 설명의 범위가 다르다.

한·미태권도문화원 이강일 원장 명의의 호소문. 정확한 사실 정리와 태권도의 역사·문화적 가치 입증, 정부 대응과 세계 태권도인의 관심을 요청했다.

북한이 먼저 대표목록에 오르더라도 태권도에 대한 배타적 소유권을 갖는 것은 아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은 특정 문화의 발명자나 소유 국가를 판정하는 제도가 아니다. 각 공동체가 살아 있는 무형유산을 어떻게 전승하고 보호하는지를 다루며, 먼저 신청하거나 먼저 등재됐다는 이유로 독점적인 권리가 생기지 않는다.

남북이 같은 문화유산을 각각 등재한 전례도 있다. 아리랑은 대한민국이 2012년 먼저 등재했고 북한은 2014년 별도로 이름을 올렸다. 김장문화는 대한민국이 2013년, 북한의 김치담그기는 2015년 각각 등재됐다. 씨름은 2018년 남북이 공동으로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에 올렸다.

북한 태권도의 선등재가 대한민국 태권도의 국제경기 지위나 세계태권도연맹(World Taekwondo·WT)을 중심으로 한 경기 체계를 바꾸는 것도 아니다. 유네스코 등재와 올림픽 종목 운영은 서로 다른 제도에서 이뤄진다.

최재춘 추진단장,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잇따라 만나 태권도 유네스코 등재 추진 현황을 보고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사진=KOREA 태권도 유네스코 등재추진단,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제사회에 남는 기록의 순서는 달라진다. 북한 신청안이 샤먼에서 최종 승인되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통무술-태권도’가 유네스코 대표목록에 먼저 올라간다. 대한민국이 제출한 ‘태권도: 한국의 도장 공동체 수련문화’는 별도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태권도의 기원과 현대화 과정, 도장문화와 국제 스포츠로 성장한 역사를 어느 나라가 어떤 내용으로 기록해 국제사회에 제시하느냐가 중요해진 배경이다. 한국 태권도의 국제적 확산에는 국내 도장과 사범, 국기원, 세계태권도연맹, 해외 파견 지도자와 수련생이 오랜 기간 참여했다. 유네스코 절차에서는 해당 역사와 전승 구조를 신청서와 공동체 자료를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허민 국가유산청장 직접 면담 요청... "조만간 국제 전문가와 3자 회담"  /사진=KOREA 태권도 유네스코 등재추진단,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정부 대응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가유산청은 2026년 4월 태권도 남북 공동등재와 관련한 공식 서한을 유네스코 사무총장 앞으로 보냈다. 통일부도 6월 별도의 공식 서한을 발송했다. 외교부와 주유네스코 대한민국대표부를 통한 절차도 진행됐다.

북한의 신청이 2024년 3월에 먼저 이뤄졌다는 사실은 그대로 남는다. 대한민국 신청서는 2026년 3월 31일 제출됐다. 남북 공동등재 가능성을 열어두고 태권도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동안 북한 신청 건은 2026년 심사 일정에 먼저 진입했다.

남북 공동등재도 현재는 성사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가유산청은 남북 관계와 여러 여건을 고려할 때 현 단계의 공동등재가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부가 이후 제시한 방향은 대한민국 태권도의 ‘단독 등재’와 ‘확장 등재’다.

확장등재는 이미 유네스코 대표목록에 오른 무형유산의 범위에 다른 국가의 전승 공동체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북한 태권도가 먼저 등재된 뒤 대한민국이 확장등재를 추진할 수 있지만, 당사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북한과 협의가 성립하지 않을 경우 대한민국이 별도로 단독등재를 추진하는 경로가 남는다.

정부가 3월 제출한 신청서는 한국 태권도의 별도 전승 체계를 설명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 전국의 도장을 중심으로 사범과 수련생이 관계를 맺고 기술과 규범을 전하며, 어린 수련생 가운데 일부가 성장해 다시 사범이 되는 구조가 신청 내용의 중심이다.

[태권도, 소피아 회동③] 브라나 이후 정부가 움직일 시간, 민간 접점을 유네스코 외교로.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태권도를 경기 기록만으로 설명하지 않은 점도 눈에 띈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승패와 메달이 기록되지만, 태권도가 세대를 이어 전해지는 과정은 매일 운영되는 도장에서 이뤄진다. 차렷과 경례, 기본동작과 품새, 승급과 승단, 사범과 수련생 사이의 교육 관계까지 태권도의 전승을 구성한다.

미주 태권도계가 정부에 요구한 내용도 역사적 기여와 전승 자료를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데 집중됐다. 해외에서 태권도를 가르쳐 온 지도자와 한인사회의 경험은 한국 태권도가 세계 각국에 뿌리내린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다.

성명서에 담긴 위기감과 유네스코 제도의 실제 의미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태권도가 먼저 등재된다고 대한민국이 태권도의 종주국 지위를 법적으로 잃거나 북한에 태권도의 소유권을 넘기는 구조는 아니다. 북한이 제출한 명칭과 전승 설명이 유네스코 대표목록에 먼저 기록된다는 사실은 국제 문화유산 기록의 측면에서 대한민국이 대응해야 할 변화다.

정부도 북한 신청 건의 심사 결과와 관계없이 대한민국 태권도의 단독등재 또는 확장등재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가유산청은 11월 6일에도 태권도의 유네스코 공동등재와 관련해 4월과 6월 공식 서한을 이미 발송했다고 설명하고, 대한민국 태권도의 대표목록 등재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재춘 김운용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제7회 김운용컵 국제오픈태권도대회 (7th KIM UN YONG CUP (G1) INTERNATIONAL OPEN TAEKWONDO CHAMPIONSHIPS)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11월 30일 중국 샤먼에서 열리는 정부간위원회가 가장 가까운 일정이다. 회의는 12월 5일까지 이어진다. 북한이 신청한 태권도의 최종 등재 여부도 이 기간 결정된다.

샤먼 회의 이후에는 대한민국이 선택한 등재 방식이 더 구체화될 수밖에 없다. 북한과의 협의가 필요한 확장등재를 추진할지, 대한민국의 도장 공동체 수련문화를 독립된 전승 체계로 설명해 단독등재에 집중할지가 이후 절차의 방향을 가른다.

태권도는 이미 세계 각국의 도장과 국제대회, 올림픽에서 수련되고 있다. 유네스코 대표목록은 태권도가 어느 나라의 것인지를 새로 결정하는 문서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앞으로 남겨야 할 기록은 태권도가 한국 사회에서 어떤 방식으로 수련되고 전승됐으며, 수많은 사범과 수련생을 통해 세계로 어떻게 확산됐는지를 구체적인 자료로 정리하는 일이다.

북한 신청 건의 최종 결정까지 남은 시간은 3주 남짓이다. 11월 말 샤먼 회의에서는 북한의 신청안이 심의되고, 대한민국은 이미 제출한 ‘태권도: 한국의 도장 공동체 수련문화’를 토대로 후속 등재 절차를 이어간다. 국제 기록에 한국 태권도의 역사와 도장문화가 어떤 내용으로 남을지는 샤먼 회의 한 번보다 이후의 신청 전략과 전승 자료, 국제 협의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