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인사이트] 아트 콜라보레이션 교토, 공동 부스에 담긴 국제 미술시장의 셈법

63개 갤러리 중 52곳 공동 출전, 일본 호스트 25곳 중 21곳은 도쿄 기반…이승택과 모노하의 만남에서 드러난 협업의 가능성과 거래망의 구조

2026-11-08     임민정 기자

[KtN 임민정기자]한국 작가 이승택의 '묶인 돌'이 일본 모노하 작가들의 작품과 나란히 놓였다. 돌에 끈을 감아 기존 조각의 형태와 물성을 바꾼 이승택의 작업 곁에는 스가 기시오(Kishio Suga)와 고시미즈 스스무(Susumu Koshimizu)의 조형 작업이 자리했다. 한국의 비조각과 일본의 모노하는 1960년대 전후 동아시아에서 서로 다른 맥락으로 전개됐지만, 물질과 공간을 다루는 기존의 관습에서 벗어나려 했다는 점에서 비교돼 왔다.

서울 갤러리현대(Gallery Hyundai)와 도쿄화랑+BTAP(Tokyo Gallery + BTAP)이 함께 구성한 전시다. 두 갤러리는 11월 7일 일본 교토에서 개막한 아트 콜라보레이션 교토(Art Collaboration Kyoto·ACK)에 하나의 부스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참가했다. 한국과 일본의 작품을 단순히 나눠 배치하지 않고 전후 동아시아 미술에서 조각의 개념이 변화한 흐름을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이승택은 돌과 끈, 바람과 연기 등 기존 조각에서 주변적인 재료로 여겨지던 물질과 현상을 작업에 끌어들였다. 돌을 묶는 행위는 단단한 물체의 성질을 드러내면서 외부의 힘이 가해진 상태까지 조각의 일부로 만든다. 일본 모노하는 돌과 나무, 철과 유리 등을 최소한으로 가공하거나 배치해 물체와 공간의 관계를 탐구했다. 이승택의 비조각과 모노하는 재료에 개입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완성된 형태보다 물질과 행위, 주변 환경의 관계에 주목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한국과 일본의 전후미술은 각국의 미술사에서 독립적으로 연구되고 소개돼 왔다. 교토의 공동 전시에서는 서로 다른 역사적 배경에서 발전한 작품들이 재료와 공간이라는 공통된 관심을 중심으로 만났다. 국제 갤러리 협업이 작품의 해석과 전시 구성에 영향을 미친 경우다.

교토 국립국제회관에서 9일까지 열리는 제6회 ACK에는 18개 국가·지역에서 63개 갤러리가 참가했다. 일본 갤러리가 31곳, 해외 갤러리가 32곳이다. 이 가운데 52곳은 일본 갤러리가 해외 갤러리를 초청해 전시 공간을 나누는 '갤러리 콜라보레이션(Gallery Collaborations)'에 참여한다. 일본 갤러리 25곳이 해외 갤러리 27곳과 25개의 공동 부스를 구성했다. 나머지 11곳은 교토와 연결된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별도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일본 교토 국립국제회관의 아트 콜라보레이션 교토(ACK) 전시장 전경. 목재 프레임으로 구획된 공동 전시 부스들이 넓은 전시홀에 배치돼 있다. 사진=Art Collaboration Kyoto,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일반적인 아트페어에서는 갤러리마다 독립된 부스를 확보하고 소속 작가의 작품을 소개한다. ACK는 일본 갤러리와 해외 갤러리가 하나의 공간을 사용하도록 운영 방식을 정했다. 일본 측은 현지 수집가와 작품 유통 환경을 잘 아는 호스트가 되고, 해외 갤러리는 일본 시장에 소개할 작가와 작품을 가져온다.

공간을 함께 사용하면 서로 다른 갤러리의 작품을 한 전시 안에 배치할 수 있다. 수집가 역시 평소 거래하던 갤러리를 방문하면서 다른 갤러리의 작품을 접할 기회를 얻는다. 전시 기획과 고객 접촉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구조다. 그러나 작품을 함께 전시한다는 사실만으로 거래 관계까지 공동으로 형성됐다고 볼 수는 없다.

상업 갤러리에서 수집가와의 관계는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되는 자산이다. 작품을 구매한 이력과 선호하는 작가, 거래 조건에 대한 이해는 새로운 작품을 소개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해외 갤러리가 일본 갤러리와 부스를 공유하면 현지 고객을 만날 가능성은 커지지만 기존 수집가와의 관계가 곧바로 이전되지는 않는다.

공동 전시를 통해 만난 수집가가 이후 어느 갤러리와 거래하고, 어떤 작가의 작품을 지속적으로 구매하는지에 따라 협업의 성격도 달라진다. 전시 공간은 일정 기간 공유할 수 있어도 갤러리가 오랫동안 형성한 고객 관계와 작가의 경력은 단기간에 나눌 수 없는 자산이다.

올해 참가 갤러리의 구성에는 국제 미술시장의 영향력 차이도 드러난다. 도쿄의 난즈카(NANZUKA)는 뉴욕의 제프리 다이치(Jeffrey Deitch)와 공동 출전했고, TARO NASU는 하우저 앤 워스(Hauser & Wirth)와 부스를 구성했다. 다카 이시이 갤러리(Taka Ishii Gallery)는 런던의 카를로스/이시카와(Carlos/Ishikawa)와 참가했다.

하우저 앤 워스처럼 여러 국가에 거점을 둔 갤러리와 일본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려는 중소 갤러리가 공동 출전에서 얻는 이익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미 국제적인 수집가와 거래망을 확보한 갤러리는 일본에서의 접점을 넓힐 수 있고, 상대적으로 작은 갤러리는 현지 시장에 작품을 소개할 통로를 얻는다. 참가 조건은 같더라도 갤러리의 규모와 기존 네트워크에 따라 출발점이 달라진다.

TARO NASU와 하우저 앤 워스의 부스에서는 문자와 언어가 작품을 연결했다.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마르셀 브로타스(Marcel Broodthaers), 제니 홀저(Jenny Holzer), 로니 혼(Roni Horn), 글렌 라이곤(Glenn Ligon) 등 서로 다른 시대에 활동한 작가들의 작품이 소개됐다.

홀저는 언어를 공공 공간에 놓아 권력과 사회의 관계를 다뤄왔고, 라이곤은 문자와 반복을 통해 인종과 정체성의 문제를 탐구했다. 브로타스 역시 언어와 이미지의 관계를 작품의 주요 소재로 삼았다. 서로 다른 갤러리가 소개하는 작품들이 문자라는 공통된 요소로 연결되면서 개별 작가의 작업을 비교할 수 있는 구성이 마련됐다.

갤러리현대와 도쿄화랑의 전시가 한국과 일본의 전후 조각을 연결했다면 TARO NASU와 하우저 앤 워스는 언어와 이미지의 관계를 중심으로 작품을 모았다. 협업의 성격이 단순한 공동 출전에서 공동 기획으로 옮겨가는 부분이다. 아트페어의 제한된 공간에서도 작품의 미술사적 관계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이 두 전시의 공통점이다.

전시가 끝난 뒤에도 협업이 지속될지는 별도의 영역이다. 작가에 대한 공동 연구나 후속 전시가 이루어질 수도 있고, 새로운 수집가와의 거래가 장기적인 관계로 이어질 수도 있다. 공동 부스의 전시 내용과 이후 갤러리의 활동은 구분해 살펴봐야 한다. 아트페어 현장에서 성사된 만남이 모두 지속적인 협력으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올해 ACK에는 63개 갤러리가 참가해 지난해 72곳보다 9곳 줄었다. 부스 면적을 확대하면서 전체 참가 규모를 조정한 결과다. 일부 갤러리에는 여러 작품을 여유 있게 소개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지만, 행사 전체에 참여할 수 있는 갤러리의 수는 감소했다.

대형 부스가 필요한 설치 작업과 여러 작가의 작품을 함께 놓는 전시에는 넓은 공간이 유리하다. 반면 한정된 전시 면적을 확보하기 위해 참가 규모를 조정하면 진입할 수 있는 갤러리의 범위도 달라진다. 국제 갤러리의 참여를 확대하면서 신진 갤러리의 활동을 함께 수용하는 일은 아트페어의 전시 구성과 직접 연결된다.

참가 구조에서 더욱 눈여겨볼 부분은 일본 측 호스트의 지역 분포다. 해외 갤러리를 초청한 일본 갤러리 25곳 가운데 21곳이 도쿄에 기반을 두고 있다. 교토는 3곳, 오사카는 1곳이다. 개최지는 교토지만 해외 갤러리와 연결되는 일본 측 상업 네트워크는 도쿄에 집중돼 있다.

도쿄에는 일본을 대표하는 상업 갤러리와 수집가, 미술기관이 밀집해 있다. 해외 미술시장과 거래해 온 갤러리의 경험도 도쿄에 축적돼 있다. ACK가 국제적인 참가 갤러리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도쿄의 거래망을 활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교토는 다른 역할을 맡고 있다. 오랜 사찰과 정원, 건축과 공예의 전통을 가진 도시에서 국제적인 현대미술 행사를 개최하고, 해외 갤러리와 수집가를 초청한다. 도시의 문화유산이 전시와 관람의 환경을 제공하고 작품 거래를 위한 주요 인적 네트워크는 도쿄의 갤러리들이 담당하는 구조다.

교토에서 아트페어가 열린다는 사실과 교토의 미술시장이 국제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해외 갤러리의 참가가 교토 지역의 작가와 갤러리에게 어떤 거래와 전시 기회를 제공하는지에 따라 지역에 남는 성과도 달라진다. 행사 기간에 방문한 해외 수집가가 도쿄 갤러리와만 거래한다면 교토는 국제 미술시장의 중심이라기보다 교류가 이루어지는 개최지에 가까워진다.

교토의 역사적인 공간을 활용한 전시는 이러한 지역적 특성과 연결돼 있다. 료소쿠인(両足院)에서는 스코틀랜드 화가 앤드루 크랜스턴(Andrew Cranston)의 작업이 소개되고, 다이토쿠지 흥림원(興臨院)에서는 이시 우드(Issy Wood)와 에벌린 타오청 왕(Evelyn Taocheng Wang)의 전시가 열렸다. 고묘인(光明院)에서는 가시하라 유카(Yuka Kashihara)의 작품이 소개됐다.

사찰의 목재 구조와 정원, 내부 공간의 비례는 작품을 배치하는 조건에 직접 영향을 준다. 미술관의 흰 벽에서 소개되는 작품과 오래된 건축물 안에 놓이는 작품은 주변의 재료와 빛, 관람 동선에서 서로 다른 관계를 맺는다. 교토의 전시는 이러한 장소적 특성을 활용해 일반적인 갤러리 공간과 다른 관람 경험을 구성했다.

역사적 건축물이 전시 장소로 선택됐다는 사실만으로 전시의 내용까지 깊어진 것은 아니다. 건축물과 작품의 관계가 실제 기획에 반영되는 경우도 있고, 장소의 명성이 관람객을 끌어들이는 데 더 크게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교토의 문화유산이 현대미술의 배경으로 사용되는 것과 지역의 역사와 예술이 작품의 내용에 참여하는 것은 서로 다른 방식이다.

ACK는 교토와 관련된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교토 미팅(Kyoto Meetings)'도 운영한다. 일본의 아트코트 갤러리(ARTCOURT Gallery), 이무라 아트 갤러리(imura art gallery)를 비롯해 홍콩의 키앙 말링게(Kiang Malingue) 등 11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국제적인 상업 갤러리의 작품을 교토에서 소개하는 행사와 별도로 도시의 역사와 연결된 미술을 다루는 공간이다.

지역 미술계의 참여를 얼마나 넓힐 수 있는지는 개별 프로그램의 규모뿐 아니라 이후의 전시와 거래 관계에도 달려 있다. 외국 갤러리가 교토의 작품을 해외에 소개하거나 지역 작가가 국제적인 전시로 활동 범위를 넓히는 경우에는 도시의 문화적 자원이 새로운 미술시장 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 교토의 갤러리와 작가가 단순한 행사 참여자를 넘어 국제적인 작품 유통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구조가 형성되는지가 중요하다.

상업 전시 외에 별도의 기획전도 마련됐다. 올해 신설된 'ACK 인터섹션'은 야마구치 정보예술센터(YCAM)의 큐레이터 레온하르트 바르톨로메우스(Leonhard Bartolomeus)가 맡았다. 'Out of Bounds'라는 제목으로 에르네스토 네토(Ernesto Neto), 에프라인 알메이다(Efrain Almeida), 크리스 렘살루(Kris Lemsalu) 등의 작품을 소개한다.

국립국제회관의 부스를 벗어난 공간에 작품을 배치해 건축과 인간의 관계, 사회적 경계와 감각의 문제를 다룬다. 작품을 판매하는 상업 갤러리의 전시와는 다른 성격이다. 상업적인 거래가 이루어지는 부스와 실험적인 기획전이 한 행사에 공존하지만 각각의 목적과 운영 방식은 구분된다.

미술관과 비엔날레에서 발전해 온 기획전의 형식을 아트페어에 결합하는 방식은 최근 국제 미술시장에서 이어져 온 흐름과도 연결된다. 상업적인 거래만으로 행사 전체의 성격을 설명하기 어려워지면서 강연과 퍼포먼스, 별도의 기획전을 운영하는 아트페어가 늘어났다. ACK 역시 작품을 구매하지 않는 관람객에게 전시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문화적 프로그램의 확대는 행사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지만, 갤러리의 작품 거래와 같은 기준으로 성과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기획전은 작품이 지닌 의미와 관람 경험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상업 갤러리는 수집가와 작품의 거래를 중요한 활동으로 삼는다. 서로 다른 기능을 하나의 행사 안에 배치한 만큼 각 프로그램의 성격과 운영 목적도 분명하게 구분돼야 한다.

ACK의 상업적 성격은 세금과 통관제도에서도 드러난다. 행사는 2022년부터 5년 연속 보세 전시 지위를 확보했다. 해외에서 반입한 미술품을 보세구역 안에 전시하면서 수입 단계의 세금과 통관 절차를 유예할 수 있는 제도다. 일본의 소비세율 10%는 해외 갤러리가 작품을 반입하고 거래할 때 고려해야 하는 비용 중 하나다. 보세 전시는 작품의 수입과 판매에 따른 절차를 조정해 해외 갤러리의 참가 부담을 덜어준다.

보세 전시가 일본에서 판매되는 모든 작품의 세금을 면제한다는 뜻은 아니다. 작품이 일본 내에서 정식으로 수입되고 인도되는 과정에서는 적용되는 세금과 통관 규정에 따라 별도의 절차가 필요하다. 해외 작품이 판매되지 않은 채 반출되는 경우와 일본 내 구매자에게 인도되는 경우에도 조건이 달라진다.

국제 갤러리 협업에서 보세 제도가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유는 작품 거래에 수반되는 실제 비용 때문이다. 작품의 운송과 보험, 통관과 세금은 갤러리의 해외 진출을 결정하는 조건이다. 전시를 공동으로 꾸리는 방식이 작품 소개와 고객 접촉의 문제라면 보세 제도는 국제적인 작품 이동과 거래에 필요한 절차를 다룬다. ACK는 두 요소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일본 갤러리와 해외 갤러리가 같은 부스를 사용하더라도 계약과 판매의 조건까지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작품의 소유권과 판매 수수료, 고객 관리, 판매 이후의 인도와 운송은 개별 거래의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공동 전시는 수집가와 작품이 만나는 장소를 제공하지만 실제 거래는 갤러리와 구매자 사이의 계약으로 이루어진다.

파트너십의 경제적 효과는 갤러리의 규모에 따라서도 차이가 난다. 여러 국가에 지점을 둔 갤러리는 기존 고객을 일본 행사에 초청하거나 국제적인 거래를 연계할 수 있다. 해외 진출 경험이 적은 갤러리는 일본 측 파트너의 소개와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에 더 크게 의존할 수 있다. 공동 부스가 양측에 같은 기회를 제공하는 형식이라도 실제 거래망을 확장하는 조건은 동일하지 않다.

교토와 도쿄의 관계 역시 이러한 차이와 맞물린다. 도쿄 갤러리들은 국제적인 거래 경험과 수집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호스트 역할을 맡고, 교토는 도시의 문화적 공간을 제공한다. 전시와 거래에 참여하는 주체가 서로 다른 자원을 제공하는 만큼 성과도 같은 방식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지역 미술계의 성장과 국제 갤러리의 거래 확대를 하나의 결과로 묶기 어려운 구조다.

ACK는 갤러리 간 거래 외에도 작가의 해외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교토의 젊은 작가를 프랑스 랭스와 연결하는 '포메리 프라이즈 교토(Pommery Prize Kyoto)'와 방콕 쿤스트할레(Bangkok Kunsthalle)에서 활동할 기회를 제공하는 펠로십이 대표적이다. 갤러리의 해외 거래망과 별도로 작가가 다른 지역에서 작업하고 전시할 수 있도록 마련된 통로다.

아트페어에서 만난 수집가와 작품의 관계는 행사 기간에 형성되지만 작가의 활동과 전시는 이후에도 이어진다. 해외 레지던시와 미술기관의 전시, 작품 연구와 수집은 갤러리 부스에서 이루어지는 거래와 다른 방식으로 작가의 경력에 영향을 미친다. 단기간의 판매 성과와 장기간의 활동을 구분해야 하는 배경이다.

운영체제도 올해부터 달라졌다. 페어 디렉터를 맡아온 야마시타 유카코(Yukako Yamashita)가 물러나고, 4월부터 7명으로 구성된 공동 운영체제가 출범했다. 갤러리 관계와 전시, 교육과 대외협력, 수집가 프로그램 등 여러 분야의 담당자가 운영 방향을 함께 결정하는 구조다.

참가 갤러리 사이의 협업을 강조하는 행사에서 운영진도 공동 의사결정 체제로 바뀌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여러 분야의 전문성을 결합할 수 있지만 갤러리의 상업적 이해관계와 공공 프로그램의 목적, 해외 참가자의 요구와 지역 미술계의 필요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분야별 판단을 종합하면서 운영의 책임과 권한을 조정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도쿄와 교토에서 미술행사가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점도 ACK의 운영에 영향을 미친다. 도쿄에서는 아트 위크 도쿄(Art Week Tokyo)가 진행되고, 교토에서는 사찰을 활용한 현대미술 전시와 여러 문화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해외 수집가에게는 한 번의 일본 방문으로 여러 지역의 미술관과 갤러리를 둘러볼 수 있는 일정이 형성된다. 각 행사는 참가 갤러리의 구성과 전시 내용, 도시의 문화적 특성으로 서로 구별된다.

ACK는 국제 갤러리의 협업을 행사 운영의 중심에 두었지만 아트페어에서 이루어지는 교류가 반드시 공동 부스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공동 기획전과 장기적인 갤러리 제휴, 미술관의 전시와 작가 레지던시를 통해서도 국제적인 작품 유통과 교류는 이루어진다. 공동 부스는 짧은 기간에 작품과 수집가가 만나는 접점을 늘리는 방식이며, 그 이후의 관계까지 보장하는 장치는 아니다.

갤러리현대와 도쿄화랑+BTAP이 함께 구성한 이승택과 모노하의 전시는 작품의 조형적 관계를 중심으로 공동 전시의 내용을 마련했다. TARO NASU와 하우저 앤 워스는 문자와 언어를 다룬 작품을 연결했다. 서로 다른 작가를 소개해 온 갤러리들이 하나의 공간을 사용하면서 작품을 비교할 수 있는 새로운 구성을 만든 경우다.

올해 ACK에서는 일본 갤러리 25곳과 해외 갤러리 27곳이 25개 부스를 공유하고 있다. 일본 측 호스트의 대부분은 도쿄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개최지인 교토의 갤러리는 3곳이다. 전시장의 공동 부스에서는 작품과 수집가가 만나지만 지역의 미술시장과 국제적인 거래망이 같은 비중으로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11월 9일 폐막하는 ACK의 공동 부스는 일본 갤러리와 해외 갤러리가 작품을 함께 소개하는 자리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의 비조각과 일본 모노하가 같은 공간에서 비교되고, 언어와 이미지를 다뤄온 여러 시대의 작품이 하나의 전시로 구성됐다. 동시에 도쿄에 집중된 호스트 구조와 갤러리별 거래망의 차이도 행사에 반영돼 있다. 공동 출전이라는 형식 안에서 전시의 성과와 상업적 이익이 형성되는 경로는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