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개편, 조세 형평성의 향방은?

정부가 발표한 상속세 개편안의 핵심은 기존 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의 전환이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정부가 발표한 상속세 개편안의 핵심은 기존 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의 전환이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 정부가 발표한 상속세 개편안의 핵심은 기존 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의 전환이다. 정부는 이 조치가 과세 형평성을 높이고 공제 실효성을 개선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초고액 자산가의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번 개편안에는 기존 세수를 유지하겠다는 세수중립성에 대한 명확한 보장이 포함되지 않아 논란을 낳고 있다.

유산취득세 전환, 형평성 개선인가 감세 수단인가

기존 유산세 방식은 피상속인의 전체 유산을 기준으로 과세했지만, 유산취득세 방식은 상속인이 받은 재산별로 과세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과세 형평성을 높이겠다고 주장하지만, 문제는 상속인이 많을수록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라는 점이다. 즉, 고액 자산가 가구의 경우 상속인이 많을수록 개별 부담이 낮아져 결과적으로 감세 효과가 극대화된다. 반면, 상속인이 적거나 단독 상속의 경우 세 부담이 오히려 증가할 수도 있어 역진적 조세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정부가 상속세 부담 완화의 또 다른 근거로 내세운 배우자·연로자·미성년·장애인 공제 확대 역시 결과적으로 고액 자산가에게 더 큰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조세정의를 강화하기보다 특정 계층에 유리한 조치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가업상속공제 유지, 초부자 감세의 또 다른 축

특히, 이번 개편안에서 가업상속공제를 유지하기로 한 점은 조세 형평성을 더욱 훼손하는 요소다. 현재 최대 600억 원까지 공제가 가능한 가업상속공제는 이미 고액 자산가를 위한 대표적인 감세 제도로 작용해왔다. 그런데 유산취득세 전환과 결합할 경우, 상속인이 분산될수록 부담이 더욱 줄어드는 구조가 되어 초고액 자산가들이 사실상 거의 세금을 내지 않고 자산을 대물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예를 들어, 1,000억 원의 가업재산을 상속할 때, 가업상속공제로 600억 원을 공제한 뒤 남은 400억 원을 상속인들이 분산 부담하면, 전체적인 상속세 부담은 대폭 감소한다. 이는 유산취득세 전환이 실질적으로 상속세를 완화하는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정부가 내세운 과세 형평성과 실효성 개선이라는 명분은 사실상 설득력을 잃게 된다.

세수중립성 없는 상속세 개편, 조세정의에 대한 도전

이번 개편안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가 상속세 세수를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보장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세 수입에서 상속·증여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5%(2024년 기준 15.3조 원)에 달한다. 하지만 상속인별 공제 확대와 가업상속공제 유지 등 각종 감면 조치로 인해 상속세 세수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전할 별도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

세수중립성이 담보되지 않은 채 상속세 개편이 이뤄질 경우, 국세 수입 감소로 인해 결국 복지·민생 예산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는 조세정의의 핵심인 자산 재분배 기능을 훼손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상위 10% 가구가 전체 자산의 44.4%를 보유한 현실(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을 고려하면, 이러한 조치는 초고액 자산가들의 부의 대물림을 더욱 공고히 할 가능성이 크다.

상속세 개편, 사회적 연대를 저해하는가

윤석열 정부는 법인세·종합부동산세 완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으로 대규모 부자 감세를 이어왔다. 그 결과 국세 수입은 2022년 395.9조 원에서 2024년 336.5조 원으로 약 60조 원 감소했고, 세수 결손 규모도 87.2조 원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수중립성을 고려하지 않은 유산취득세 전환이 추진된다면, 결국 조세기반이 약화되고 서민·중산층의 부담이 증가하는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

조세정의는 단순한 세율 조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연대와 공정한 자산 재분배의 문제다. 정부가 진정으로 상속세 개편을 추진하려 한다면, 우선적으로 세수중립성을 보장하고, 고액 상속에 대한 실질 과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전개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유산취득세 전환은 단순한 조세 개편이 아니라 초고액 자산가를 위한 감세 수단으로 기억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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