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수장 교체로 드러난 '거대 미술 시장'의 전환기

아트 바젤(Art Basel)이 2025년 스위스 바젤에서 열릴 55번째 에디션의 주요 갤러리 라인업과 새로운 방향성을 공개했다.  사진=Art Basel,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아트 바젤(Art Basel)이 2025년 스위스 바젤에서 열릴 55번째 에디션의 주요 갤러리 라인업과 새로운 방향성을 공개했다.  사진=Art Basel,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민정기자] 글로벌 미술 시장을 대표하는 양대 아트페어, 아트 바젤(Art Basel)과 프리즈(Frieze)가 동시에 최고경영자 교체라는 중대한 변화를 맞이했다. 메세 그룹 산하 아트 바젤의 CEO 플로리안 파버(Florian Faber)와 프리즈의 CEO 겸 WME 임프레시오 회장 아리 이매뉴얼(Ari Emanuel)이 각각 퇴진을 선언한 가운데, 이번 연쇄적 리더십 변화는 단순한 인사 이동을 넘어 미술 산업의 권력 구조와 운영 방식 전반에 중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복합 변화의 단초: 확장과 통합, 그리고 수익 모델 재편

아트 바젤은 최근 몇 년간 홍콩과 파리, 마이애미 비치로 확장하며 아시아·미주·유럽 삼대 축을 구축했고, 프리즈는 런던을 넘어 서울, 로스앤젤레스 등으로 진출하며 대규모 글로벌 운영을 가속화해왔다. 하지만 이런 외연 확장 속에서 수익성과 예술성의 균형, VIP 고객 중심 전략, 로컬 갤러리의 생존 문제 등 다양한 과제가 누적돼왔다.

특히 프리즈는 할리우드 기반의 거대 에이전시 WME와의 긴밀한 연결 속에서 콘텐츠화와 브랜딩에 집중해왔으며, 이는 전통 미술계 내부에서 상업주의 논란을 불러온 바 있다. 이매뉴얼의 퇴진은 이러한 전략의 재조정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올해 아트 바젤에서 재해석된 'Wheatfield - A Confrontation'는 과거의 아이콘을 현대의 맥락에서 새롭게 조명한다./사진=유투브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올해 아트 바젤에서 재해석된 'Wheatfield - A Confrontation'는 과거의 아이콘을 현대의 맥락에서 새롭게 조명한다./사진=유투브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디지털 전환, ESG 흐름, 고객층 세분화…새 시대의 과제

두 CEO의 사임은 ‘포스트 팬데믹’ 이후의 변화된 미술 생태계에 아트페어들이 어떻게 적응해 나갈지에 대한 본격적 재설계를 촉진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 뷰잉룸(OVR), NFT 아트 부상, Z세대 컬렉터의 부상 등 디지털 전환의 압박 속에서 아트페어의 역할은 단순한 판매 플랫폼이 아닌 ‘문화 생산자’로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또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기준에 대한 글로벌 문화계의 관심 증가로 인해, 탄소발자국 저감, 공정한 참여 기회 제공, 지역성 반영 등 비재무적 가치에 대한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리더십 변화는 시작일 뿐…‘플랫폼 재구성’이 본질

플로리안 파버와 아리 이매뉴얼의 동시 퇴진은 단순한 인사 교체가 아니다. 이는 미술 시장의 중심을 점해온 대형 아트페어 구조가 더 이상 기존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오늘날 미술 생태계는 초국적 자본, 신기술, 젊은 컬렉터층, 지속 가능성 등 복합 요인이 얽힌 ‘하이브리드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아트페어의 역할 또한 단순 거래 플랫폼을 넘어, 문화적 담론과 지역 사회의 연계, 그리고 지속 가능한 운영 구조를 설계할 수 있는 플랫폼적 리더십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앞으로 누가 이 대형 아트페어의 차세대 수장이 될지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새로운 아젠다와 운영철학이 이들 플랫폼을 통해 구현될 수 있는가다. 지금 미술계는 단순한 CEO의 이름이 아닌, 그들이 이끄는 비전의 방향성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