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하는 조직은 사람과 에이전트가 함께 손잡고 일하는 구조.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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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박준식기자]기업의 성장은 언제나 고객으로부터 출발한다. 고객의 욕구를 누구보다 먼저 이해하고, 그 변화의 신호를 전략으로 연결하는 자리, 바로 CMO(최고마케팅책임자)다. 그러나 오늘날 CMO는 전략 테이블의 중심이 아니라 주변부로 밀려나 있다. CEO와 CFO가 비전과 숫자를 주도하는 사이, 마케팅은 비용 항목으로 축소되고, 고객 중심 전략은 공백으로 남았다. 이 공백은 기업의 성장 엔진을 약화시키고 있다.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CEO와 CMO 간 신뢰 격차는 최근 20% 더 벌어졌다. CEO의 65%는 “현대적 마케팅을 이해한다”고 답했지만, 실제로 이를 인정한 CMO는 30%에 불과하다. 경영진은 마케팅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정작 전략 기획 단계에서는 CMO를 배제한다. 이러한 불일치는 단순한 권한 다툼이 아니라, 고객 중심 성장 전략이 빠져 있는 구조적 문제다.

실제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마케팅 예산은 가장 먼저 삭감된다. 매출 대비 마케팅 지출은 9.1%에서 7.7%로 줄어들었는데, 이는 단기 비용 절감 효과는 주지만 장기 성장 기반을 잠식한다. 신규 고객 획득은 줄고, 기존 고객의 충성도는 떨어지며, 브랜드 자산은 시간이 갈수록 희석된다. 결국 마케팅을 비용으로만 보는 순간, 기업은 고객을 잃는다.

AI 시대는 이 문제를 더욱 첨예하게 만든다. 생성형 AI와 에이전트 AI는 단순히 캠페인 속도를 높이는 기술이 아니라, 마케팅의 전 과정을 다시 설계하는 기회로 등장했다. 과거에는 아이디어 회의, 기획, 디자인, 테스트, 집행으로 이어지던 광고 제작 과정이 이제는 하루 만에 가능해졌다. AI가 수백 가지 문구와 이미지를 즉시 생성하고, 고객 반응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최적의 조합을 제시한다. 사람은 그중 맥락에 맞는 방향을 선택하고 스토리텔링을 더한다. 창의성과 효율이 충돌하지 않고 서로를 강화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맥킨지는 “앞으로 승리하는 조직은 사람과 에이전트가 함께 손잡고 일하는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는 단순히 사람이 AI에게 지시하는 단계를 넘어, AI가 사람에게 실행을 요청하는 순간까지 포함한다. 다소 낯설지만, 이는 마케팅의 미래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메시지다. 결국 중요한 것은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AI를 어떻게 창의적 파트너로 삼을 것인가라는 점이다.

이 변화는 CMO의 역할을 다시 묻는다. 단순히 캠페인을 관리하는 관리자가 아니라, AI와 데이터를 기업 전략으로 연결하는 총괄자가 되어야 한다. CFO와 협력하여 성과를 재무 언어로 번역하고, CEO가 제시한 비전을 고객 경험 전략으로 구체화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GM 사례가 보여주듯, 풀 퍼널 측정 체계와 브랜드 포트폴리오 관리, CFO와의 정례 대화를 통해 마케팅은 비용이 아니라 성장 자산으로 전환될 수 있다.

이제 한국적 맥락을 더해보자. 한국은 지금 K-콘텐츠와 K-컬처의 세계적 확산을 경험하고 있다. 음악, 드라마, 영화, 뷰티, 게임 등 다양한 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BTS와 블랙핑크 같은 K-팝 아티스트, ‘오징어 게임’과 같은 드라마, 한국식 뷰티 브랜드와 게임 기업은 더 이상 국내 시장에 머물지 않고 전 세계 소비자의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하지만 문화의 글로벌화는 단순히 제품이나 콘텐츠의 힘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현지화 전략, 세대별 소비 트렌드 반영, 글로벌 팬덤 관리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을 설계할 수 있는 자리가 한국형 CMO다. 한국형 CMO는 단순히 브랜드 이미지를 관리하는 관리자가 아니라, 제품과 서비스, 콘텐츠를 문화적 맥락 속에서 세계인의 경험으로 확장시키는 전략가여야 한다.

한국 시장의 소비자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집단이다. Z세대와 알파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로 성장했고, 브랜드 충성도는 낮다. 기업은 끊임없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지 않으면 금세 외면당한다. 이런 환경에서 한국형 CMO는 고객 경험을 전사 전략의 중심에 두고, AI와 데이터를 활용해 초개인화 마케팅을 실현해야 한다. 동시에 K-콘텐츠의 글로벌 흐름을 읽고, 한국적 가치를 세계 소비문화와 연결하는 문화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결국 한국형 CMO는 세 가지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재무 언어로 성과를 설명하며 CEO와 CFO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고객 경험 전체를 설계하는 총괄자로서 데이터를 전략으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K-콘텐츠의 글로벌 확산 맥락에 적응해 문화적 감수성을 경영 전략에 통합할 수 있어야 한다.

CMO는 누구인가. 더 이상 광고와 홍보의 관리자가 아니다. 한국형 CMO는 고객의 목소리를 성장의 언어로 번역하는 전략가이며, AI와 함께 일하는 협업의 리더다. 그는 기술과 인간을 연결할 뿐 아니라, 한국 문화와 글로벌 소비문화를 이어주는 다리다. 한국 기업이 이러한 CMO를 받아들일 때, 마케팅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 부속 기능이 아니라 성장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한국 기업의 미래 성장도 다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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