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하구 콘텐츠·문화예술회관·체류형 관광·수변상권까지 정책축 확대
창작자·기획자·문화기업·일자리 연결 구조가 산업화의 다음 단계
[KtN 박준식기자] 민선 9기 김포시의 문화정책은 취임 100일 동안 한강하구의 역사·문화자산 발굴과 문화예술회관 재추진, 체류형 관광, 라베니체·금빛수로 상설문화축제, 관광소비의 지역상권 연결까지 범위를 넓혔다. 이기형 김포시장이 본지 질의에 김포만의 문화정책과 산업으로 ‘숨어 있는 지역의 가치’를 강조하고 한강하구를 지목하면서 문화정책의 공간적 방향도 구체화됐다.
다음 단계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과 기업이다. 지역의 역사와 전설을 찾아내도 이를 조사하고 기획할 사람이 없으면 기록에 머물고, 문화예술회관을 건립해도 공연과 전시를 지속적으로 제작할 주체가 없으면 시설 운영에 그칠 수 있다. 관광객이 늘어도 김포에서 만들어진 콘텐츠와 상품이 부족하면 소비 역시 음식과 입장료 중심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이 시장은 한강하구의 유구한 역사성을 스토리텔링의 자산으로 보고 이를 상품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역에 남아 있는 역사와 전설을 제대로 발굴하지 못했다며 ‘채굴’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문화유산의 존재보다 이를 콘텐츠로 바꾸는 과정에 무게를 둔 발언이다.
콘텐츠로 전환하는 순간 필요한 주체는 크게 늘어난다. 역사자료를 조사하는 연구자와 기록자, 이야기를 구성하는 작가와 기획자, 공연과 전시를 제작하는 예술인, 영상과 디자인을 담당하는 제작자, 상품을 개발하는 기업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관광상품으로 확장하려면 여행기획과 숙박, 음식, 체험 사업자까지 연결된다.
김포가 추진하는 1000석 규모 문화예술회관도 같은 구조 안에서 볼 필요가 있다. 공연장이 완성되면 대형 공연을 유치할 수 있는 기반은 넓어지지만 외부 콘텐츠를 대관하는 기능만으로 지역 문화산업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김포에서 만들어진 공연과 전시, 지역 역사와 이야기를 활용한 콘텐츠가 문화예술회관에서 제작되고 유통되는 구조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장기동 청소년 복합문화센터와 권역별 복합커뮤니티센터는 문화산업의 인력 기반과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청소년과 시민이 문화예술을 소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창작과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운영되면 생활문화 공간은 향후 창작자와 기획자를 키우는 기반으로 넓어질 수 있다.
관광정책도 콘텐츠 생산과 연결될 때 산업적 범위가 커진다. 민선 9기는 애기봉과 문수산, 한강하구 주변 관광지, 농촌체험 공간 등을 연결해 체류시간을 늘리는 구상을 제시했다. 경기투어패스 이용시간도 12시간에서 24시간으로 확대했다. 관광객의 이동 범위를 넓히는 정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각 공간마다 김포에서만 접할 수 있는 콘텐츠가 배치돼야 체류시간과 소비를 동시에 늘릴 수 있다.
한강하구의 역사와 전설은 전시와 공연뿐 아니라 영상, 출판, 디자인, 교육, 체험 프로그램으로 확장할 수 있다. 하나의 역사적 소재가 여러 콘텐츠로 제작되면 같은 자산을 다른 연령과 방문 목적에 맞춰 반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지역의 문화자산이 일회성 축제에 사용되는 방식과 콘텐츠 지식재산으로 축적되는 방식의 차이도 여기에서 발생한다.
라베니체와 금빛수로의 상설문화축제는 콘텐츠가 실제 소비와 만나는 공간이 될 수 있다. 공연과 전시, 체험 프로그램에 지역 예술인과 기획자가 참여하고 주변 상점과 지역상품 판매가 연결되면 문화행사에 투입된 비용이 다시 지역의 창작과 상권으로 순환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옥외영업 양성화와 김포페이, 온누리상품권 가맹 확대도 문화와 상권을 연결하는 기반이다. 방문객이 문화행사를 보고 식사하거나 지역상품을 구매하는 소비 동선이 형성되면 문화정책의 경제효과를 상권 매출과 체류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애기봉을 둘러싼 운영방향에서도 지역 콘텐츠의 필요성이 드러났다. 이 시장은 기존 계약 종료 이후 카페 운영방향을 시민 숙의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지역에서 생산·가공한 차를 관광객에게 제공하는 방안을 예로 들었다. 입장료 일부를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돌려 주변 상권의 소비로 연결하는 구상도 언급했다.
지역상품을 판매하는 것만으로 문화산업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한강하구와 애기봉의 역사성을 디자인과 이야기로 담은 상품, 지역 예술인과 제작자가 참여한 콘텐츠, 김포에서 제작하고 판매하는 구조가 함께 만들어질 때 관광소비는 지역의 제작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다.
민선 9기 출범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제시된 문화정책 가운데 문화콘텐츠 기업 육성이나 문화 분야 창업지원, 콘텐츠 제작·유통 지원, 전문인력 양성에 관한 세부 사업은 구체적인 규모와 방식까지 제시되지 않았다. 한강하구의 스토리텔링과 관광상품화 방향은 나왔지만 이를 담당할 산업 주체를 어떤 방식으로 키우고 연결할지는 후속 정책에서 구체화될 부분이다.
문화산업에는 제조업과 다른 생태계가 필요하다. 콘텐츠 한 편을 만들기 위해 기획과 제작, 투자, 유통, 소비가 이어지고 지식재산이 다시 다른 콘텐츠와 상품으로 확장된다. 지역 문화정책이 공연 지원과 축제 개최에 머물 경우 사업이 종료되는 시점에 효과도 함께 끊길 수 있지만, 창작자와 기업이 콘텐츠의 권리와 수익을 축적하면 다음 제작으로 이어질 기반이 생긴다.
청년정책과의 연결도 가능하다. 민선 9기는 청년 일자리 확대와 창업 보육공간 확충을 시정 방향으로 제시했다. 문화콘텐츠 분야가 청년의 창업과 일자리 정책 안에 포함될 경우 역사·관광·디자인·영상·공연 등 김포 문화자산을 활용하는 새로운 사업 영역도 만들어질 수 있다. 문화정책과 경제·청년정책을 별개의 영역으로 운영하지 않는 구조가 필요한 이유다.
김포가 제조업 중심의 산업기반을 가진 도시라는 점도 문화산업과 단절해서 볼 필요는 없다. 디자인과 영상, 전시, 브랜드 콘텐츠는 기존 기업에도 필요한 영역이다. 지역의 제조기업과 문화콘텐츠 제작자가 협업해 상품의 디자인과 브랜드, 홍보콘텐츠를 개발하면 문화 분야의 전문인력이 지역 산업 안에서 활동할 수 있는 영역도 넓어진다.
지역 예술인의 활동 기반 역시 문화산업 생태계에서 빠질 수 없다. 문화시설이 늘고 축제와 관광콘텐츠가 확대되더라도 지역 창작자가 참여할 통로가 부족하면 사업의 상당 부분을 외부 콘텐츠에 의존할 수 있다. 공연·전시·축제의 지역 참여 비중과 창작지원, 제작비 지원, 콘텐츠 유통 구조가 함께 설계돼야 지역에서 문화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이 넓어진다.
산업 규모를 확인할 수 있는 통계도 필요하다. 문화 관련 사업체와 종사자 수, 지역 예술인의 활동 규모, 공연·전시 관람객, 관광객 체류시간과 소비액, 문화행사와 연계된 상권 매출 등을 함께 축적하면 문화정책이 시민의 문화향유와 지역경제에 미치는 변화를 장기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
이기형 시장이 본지 질의에 답하며 강조한 ‘숨어 있는 김포의 가치’는 한강하구에서 출발했다. 이후 문화예술회관과 생활문화 공간, 체류형 관광, 라베니체·금빛수로 수변상권, 애기봉의 지역소비 연결까지 민선 9기의 정책 범위는 서로 다른 분야로 뻗어 있다.
각 사업을 하나의 문화산업 구조로 연결하는 고리는 사람과 콘텐츠다. 한강하구의 역사를 조사하고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 공연과 전시·영상으로 제작하는 창작자, 이를 상품으로 만드는 기업, 관광객과 시민에게 유통하는 공간과 상권이 연결돼야 정책이 개별 사업을 넘어 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민선 9기는 문화가 풍요로운 미래자족사회를 시정 목표 가운데 하나로 내걸었다. 한강하구에서 찾은 이야기가 콘텐츠가 되고 문화시설에서 공연과 전시로 이어지며, 관광객의 체류와 소비가 지역 창작자와 기업의 수익과 일자리로 돌아오는 구조까지 갖춰진다면 문화는 도시 편의시설의 영역을 넘어 김포의 또 다른 산업 기반으로 확장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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