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임우경기자] 언어는 사회적 인식을 형성하는 중요한 도구다. 특히 언론에서 사용하는 표현은 대중의 인식을 결정짓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이하 신문윤리위)는 일부 매체가 필리핀 출신 가사관리인을 ‘필리핀 이모님’이라고 칭한 것에 대해 차별적 표현 사용이라는 이유로 주의 조치를 내렸다.
이 표현이 단순한 직업적 호칭인지, 혹은 특정 국적과 직업을 동일시하는 편견이 반영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안을 통해 언론에서 직업군을 지칭하는 방식이 사회적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한국 사회가 다문화 환경 속에서 어떻게 언어적 감수성을 높여야 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언어가 사회적 편견을 강화하는 방식
(1) ‘필리핀 이모님’이라는 표현이 갖는 의미
일반적으로 ‘이모님’이라는 표현은 가사노동 종사자를 지칭하는 완곡한 표현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특정 국적을 강조하면서 ‘필리핀 이모님’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 특정 국가 출신의 사람들이 주로 가사노동을 담당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이 있다. 이는 단순한 직업적 명칭을 넘어, 국적과 직업을 연관 짓는 고정관념을 강화할 우려가 있다.
(2) 직업군을 특정 국적과 연결하는 문제점
‘필리핀 이모님’이라는 표현은 필리핀 출신 가사노동자만을 지칭하는 듯한 뉘앙스를 가지며, 특정 국가 출신의 사람들이 특정 직종에 종사해야 한다는 편견을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 과거에도 ‘베트남 신부’, ‘몽골 처녀’ 등의 표현이 논란이 된 적이 있으며, 이는 특정 집단을 획일화하고 사회적 위계를 형성하는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언론이 직업군을 보도할 때, 국적을 강조하는 표현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점이 이번 논란을 통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3) 한국 사회의 다문화 현실과 변화하는 인식
한국 사회는 점차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고 있으며, 외국인 노동자는 한국 경제와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여전히 외국인 노동자를 단순한 노동력 제공자로만 바라보는 시각을 반영하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보도 방식이 계속된다면,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 과정에서 불필요한 차별과 배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해외 언론의 직업군 호칭 원칙: 존중과 중립성 유지
해외 주요 언론들은 직업군을 지칭할 때 국적을 강조하지 않거나, 보다 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1) 미국 언론: 직업군의 공식 명칭 사용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직업군을 보도할 때 국적을 특정하는 표현을 지양하고, 공식적인 직업 명칭을 사용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예를 들어, 필리핀 출신 가사노동자를 보도할 때 ‘domestic worker’(가사노동자)라는 공식 용어를 사용하며, 국적을 강조하지 않는다.
(2) 유럽 언론: 노동과 이민 이슈를 분리 보도
독일과 프랑스 언론은 이민자 노동 문제를 다룰 때, ‘이민 노동자(immigrant worker)’라는 표현을 사용하되, 특정 국가 출신을 강조하지 않는 방향으로 보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특정 국가 출신 노동자들의 증가 추세를 분석할 때도 그들을 개별적 존재로 다루지 않고, 경제적 기여와 사회적 역할을 중심으로 서술하는 방식을 취한다.
(3) 한국 언론과 해외 언론의 차이점
| 구분 | 한국 | 미국 | 유럽 (독일, 프랑스) |
| 직업군 명칭 사용 | 국적을 강조하는 표현 존재 | 공식 직업 명칭 사용 | 이민 노동자 개념 적용 |
| 특정 직업과 국적 연관성 | ‘필리핀 이모님’처럼 직업과 국적을 연결하는 사례 존재 | 국적과 직업을 분리하여 보도 | 특정 국가 강조 없이 경제적 기여 중심 보도 |
| 사회적 편견 반영 여부 | 편견이 반영된 표현이 일부 존재 | 중립적 용어 사용 원칙 준수 | 다문화 수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보도 |
이러한 비교를 통해 볼 때, 한국 언론이 직업군을 다룰 때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언론이 직업군 보도를 신중하게 다루기 위해 필요한 원칙
(1) 특정 국적을 강조하는 표현을 지양해야 한다.
가사노동자를 보도할 때 ‘필리핀 이모님’ 대신, ‘가사관리사’, ‘가사도우미’ 등의 직업적 명칭을 사용해야 한다. 국적을 강조하는 표현은 불필요한 선입견을 조장할 가능성이 크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2) 직업군을 보도할 때 사회적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
단순한 직업 명칭을 넘어, 해당 직군의 노동 환경, 처우 문제, 경제적 기여 등의 맥락을 함께 다루는 방식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가사노동자 증가’라는 보도라면 그 배경에 있는 사회 구조적 변화(맞벌이 가구 증가,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 등)를 함께 분석해야 한다.
(3) 언론사 내부의 다문화 감수성 교육 필요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는 한국의 현실을 반영하여, 언론사 내부에서도 다문화 감수성을 높이는 교육과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 특정 직업과 국적을 연결 짓는 표현이 왜 문제가 되는지, 이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한 내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언론의 언어 감수성이 한국 사회의 다문화 수용성을 결정한다
한국 사회는 점점 더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이 여전히 특정 직업군을 특정 국적과 연결 짓는 보도를 지속한다면, 이는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선입견과 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
"언어는 사회적 현실을 반영하는 동시에,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낸다. 언론이 사용하는 표현 하나가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강력한 힘을 가진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신문윤리위)
이제 한국 언론은 직업군 보도를 단순한 정보 전달의 차원을 넘어, 보다 포용적이고 신중한 접근 방식을 고민해야 할 때다.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지금, 언어 감수성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사회적 통합과 공존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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