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리더십의 공백기, 이재명 체제에서의 회복 가능성과 그 한계
[KtN 김 규운기자]2007년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개혁 이후 멈춰 있던 연금개혁이 2025년, 드디어 다시 움직였다. 여야가 보험료율 인상과 소득대체율 조정을 포함한 개정안에 전격 합의하면서, ‘불가능의 정치’로 불리던 사회복지 개혁의 문을 18년 만에 다시 연 것이다.
이번 합의는 정치권에 오래도록 결핍돼 있던 ‘타협’이라는 단어를 되살렸다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여전히 기형적인 정쟁 구조, 세대 간 불균형, 그리고 정치적 셈법이 교차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제에서 이룬 이번 성과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결단’이라는 단어 하나로는 부족한 구조적 질문들이 필요하다.
연금개혁이라는 단어의 무게
연금개혁은 단순한 제도 조정이 아니다. 고령화 시대를 앞두고 세대 간 부양 책임과 복지 분배의 원칙을 다시 설정하는, 사회적 계약의 재구성이다.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3%로 조정한 이번 합의는 언뜻 보면 수치상의 조정이지만, 그 이면에는 정치권의 타협 가능성을 시험하는 거대한 실험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군복무자에 대한 연금 크레딧 확대 문제는 청년세대와 국가책무 사이의 충돌 지점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안이었다. 결국 1년 인정으로 절충되었지만, 이는 양보의 산물이 아닌 정치적 균형의 결과로 읽힌다. 이재명 대표는 “불가피한 타협이었다”고 말했지만, 이 불가피성의 구조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리더십의 복귀인가, 공백기의 연장인가
이번 합의를 이끈 것은 분명 더불어민주당의 수용적 전략이었다. 특히, 소득대체율 44% 수용이라는 ‘정치적 양보’는 조선일보마저 긍정적으로 평가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는 리더십의 복귀라기보다 ‘대결 정치의 일시적 공백’ 속에서 나타난 결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윤석열의 직무정지 상태에서 여당이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국회 중심의 정치가 일시적으로 살아났다는 분석이다. 정치가 대통령제의 권력 공백기에만 정상 작동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리더십의 실체보다 구조적 문제를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여기서 출발한다.
정치의 성과가 아닌, 구조의 전환이어야
가장 우려스러운 지점은 이 합의가 ‘이례적 성과’로 소비되고 끝날 수 있다는 점이다. 연금개혁은 5년 주기의 재정추계를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지만, 지금의 합의는 이미 한참 늦은 시점에서 나온 사후 조치에 가깝다. 정치적 리더십은 하나의 법안 통과가 아니라, 지속적인 조정과 설계 능력을 요구받는다.
또한 이번 개혁이 ‘기득권 정치’의 셈법에 따라 결정된 것이라면, 향후 세대 간 불균형 문제는 더욱 첨예화될 가능성이 있다.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은 결국 어느 세대가 얼마를 부담하고 얼마를 돌려받을지를 정하는 문제이며, 현재의 합의가 청년층의 장기적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치가 제 기능을 회복하려면
이번 연금개혁 합의는 한국 정치가 여전히 기능할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건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지된 엔진이 한 번 작동한 것’에 불과할 수 있다. 정치가 국민의 삶을 중심에 두고 움직이기 위해서는, 정책 설계의 전문성, 정쟁을 넘는 협치 구조, 그리고 세대 간 정의에 대한 철학적 합의가 필요하다.
리더십은 특정인의 결정이 아니라, 구조 속에서 지속적으로 재생산되는 역량이다.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등장한 이번 ‘타협’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으려면, 국회와 정당은 스스로의 역할을 재정의해야 한다. 그것이 정치의 복귀이고, 민주주의의 건강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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