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상설특검이 드러낸 헌정 질서의 공백과 권력 통제의 한계

 

[KtN 김 규운기자] 국회를 통과한 ‘김건희 상설특검법’은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하나의 전환점을 형성했다. 대통령의 배우자에 대한 수사 특권이 최초로 공적으로 제도화되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단순한 법률안 통과를 넘어 ‘권력의 사적 작동 방식’에 대한 체계적 문제 제기로 평가된다.

김건희를 둘러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명품 수수, 고속도로 노선 변경 개입 의혹 등은 모두 개별 사건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구조적 질문으로 수렴된다. 대통령 배우자는 왜, 어떻게, 헌정 체계 바깥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는가. 그리고 이 사적 권력을 공적 장치로 통제할 수 있는가.

사적 권력의 제도적 사각지대

대한민국 헌법은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행정권을 부여하면서도, 그 주변 권력에 대한 규정은 명시적으로 두지 않았다. ‘퍼스트레이디’에 해당하는 대통령 배우자에 대해서는 공무원도, 법적 기관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놓여 있으며, 그로 인해 감시도, 통제도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다.

김건희 사례는 바로 이 제도적 공백을 증폭시킨다. ‘공직자도 아닌데, 사실상 권력을 행사한’ 존재가 대통령실 내부 인사에 영향을 미치고, 외교 일정에 동행하며, 정보기관 고위 간부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반복적으로 제기됐음에도, 그 누구도 책임을 묻지 못한 구조. 이 구조야말로 민주주의 윤리의 심각한 공백 상태를 방증한다.

상설특검은 제도적 실험인가, 정치적 폭발인가

‘김건희 상설특검법’은 국회에서 여야의 극심한 대치 속에 통과되었지만, 그 법적 성격은 명확하다. 특별검사를 상설로 지정해 정권 실세와 대통령 가족, 고위 공직자에 대한 수사를 상시화하겠다는 구조다. 이로써 대한민국 사법체계는 ‘권력에 대한 예외 없는 적용’이라는 법치주의 원칙을 형식적으로나마 관철시킨 셈이다.

그러나 특검이 실제로 권력의 중심부에 손을 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대통령이 특검 추천에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사법 시스템 내부에서의 비협조가 현실화될 경우, 제도는 존재하지만 작동하지 않는 구조적 모순이 반복될 수 있다. 즉, 특검의 성패는 법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작동할 수 있는 민주주의의 생태 조건에 달려 있다.

‘대통령 배우자’라는 제도적 공백의 설계 오류

김건희 특검은 단순히 한 개인을 향한 수사가 아니라, 헌법 구조상 대통령 주변 권력이 어디까지 공적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묻는 헌정적 도전이다. 그러나 이 도전이 유효하려면, 법적 책임 구조뿐 아니라 정치문화 전반의 재구성이 선행돼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대통령제는 권력의 작용 범위는 광범위하지만, 책임 구조는 제한적인 이원적 구조를 갖고 있다. 대통령은 외교·안보·인사 등 핵심 국가 기능을 단독으로 지휘하지만, 실질적 책임을 묻는 시스템은 총리, 장관, 혹은 ‘비공식 권력자’에까지 분산된다. 이때 대통령 배우자는 헌법에도, 법률에도 명시되지 않은 채 사실상 권력의 회색지대에 위치한다.

이 구조는 결국 권력의 ‘사유화’를 촉진하고, 형식적 법치와 실질적 무책임 사이의 괴리를 고착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권력 윤리의 부활은 가능한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김건희 씨는 단순한 ‘배우자’가 아니라 정치 행위자로서 수차례 등장했다. 문제는 이처럼 공적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에게 법적 책임이 부과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상설특검은 이 지점에 대해 역사상 처음으로 제도적 대응을 시도한 장치이며, 권력 윤리 회복을 위한 헌정 실험이다.

그러나 이 실험이 유효하려면, 특검이 단지 정치적 대립의 수단으로 소비되는 것을 넘어, 권력 감시의 원칙을 제도화하고 정례화할 수 있는 법률·정신·문화적 시스템의 구축이 필수다. 이것이 없다면, 김건희 특검은 ‘또 하나의 정치 쇼’로 기록되고 말 것이다.

권력은 이름이 아니라 구조로 감시해야 한다

이번 특검은 단지 김건희라는 이름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대통령제의 구조, 권력의 윤리, 감시의 방식, 그리고 법의 확장성과 한계에 대한 총체적 질문이다.

결국 이 사건은 권력자 주변의 그림자가 어디까지 공적으로 규정될 수 있으며, 그 그림자마저 법의 이름으로 다룰 수 있는가를 묻는 과정이다. 상설특검이 단순히 ‘사건 해결’에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 헌정 구조의 균열을 메우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민주주의는 때로 법률보다 윤리로부터 붕괴되며, 윤리를 되살리는 일은 언제나 제도 설계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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